고독한 인형이 갈망하는 작은 소원 외전 episode: 망가진 인형은 모든 것을 부순다...
은겜 2023-08-27 0
"하아~ 하아~"
눈을 뜬 에밀스는 급하게 주위를 둘러보았다. 자신이 경험한 최악의 미래는 너무나도 충격적이었다.
이용할 수 있는 모든 걸 이용하고 버리고 계략을 써서 상대를 농락하고 굴복 시키고 무엇보다 어떠한 잔혹한 짓을 버리더라도 일말의 감정도 생각도 들지 않는 무감각한 그 느낌이 아직까지도 남아있는 것 같아 불안했다.
"괜찮은가?"
"안색이 너무 안 좋군"
축음기를 통해 들려오는 극장 주인의 목소리에 다급하게 물었다.
"저..는...저....인가요?"
"사실 저는 이미 최악의 미래에 있는 자신한테 동화 된 존재인가요?"
에밀스는 확신을 원했다. 현재 자신이 자신인지 아니면 그 미래에 있는 이질적인 자신인지 불안했기 때문이다.
"안심하게, 자네는 자네야"
"그 악몽은 자네한테 영향을 주긴 하지만 아직 까지는 자네라네"
극장 주인의 대답에 조금이나마 자신이 갖고 있던 불안함이 덜어졌다.
"그나저나 한번 경험한 것 만으로 이렇게 까지 영향을 받을 줄이야... 아무래도 자네한테는 조금 특수한 방법을 써야겠군"
"특수한 방법?"
극장 주인에게서 웃음소리가 들려오는 듯했다.
"이전 흉몽 경험자들은 굳건한 정신으로 최악의 미래에 있는 자신에게 굴하지 않고 힘 만을 쟁취하는데 성공했지"
"하지만 자네는 한번 동화한 것 만으로 정신 밸런스가 너무 쉽게 무너지고 있네"
"그렇다면 이번에는 자기 자신을 객관적인 관점에서 보는 것으로 바꾸겠네"
그렇게 극장 주인이 설명했지만 에밀스는 이해하지 못했다. 그러자 주위에 있던 시종 한 명이 추가로 설명했다.
"간단히 말하자면 당신은 연극에 나오는 배우가 되는 것이 아닌 자기 자신이 나오는 연극을 보는 관중이 되는 것입니다"
"그렇게 하면 자기 자신을 제 3자의 시선으로 보는 셈이니 이전보다 영향을 적게 보게 됩니다"
시종 이 설명을 간단히 풀어주자 극장 주인이 계속 설명했다.
"그리고 이전 경험자들은 그 미래에 있는 적을 쓰러트려 성공했지만 자네는 자기 자신을 쓰러트릴 필요가 있네"
"자기 자신?"
"그렇다네, 문제는 같은 꿈 속에 동일 존재가 있을 수는 없네. 꿈속에서 자신과 같은 존재의 모습이 있더라도 결국 그건 꿈이 구현한 가짜네"
"하지만 꿈 속 자신이 진짜라는 인식을 갖고 현실의 자신이 가짜라면 어떤 결과가 나올 것 같나?"
극장 주인의 질문에 쉽사리 대답 하지 못했다. 무의식이나 꿈 관련 지식에 대해서는 거의 문외한이라 이런 질문에는 마땅히 떠오르는 대답이 없었다.
"뭐 간단히 설명하자면 꿈 속 자신과 현실의 자신이 의식 속에서 충돌하고 이긴 자는 주도권을 쥐고 패한 자는 사라진다네"
뭔가 엄청난 얘기를 간단히 아무렇게나 말했다.
"그 말은 설마..."
"그래... 자네는 이제부터 내가 불러들인 최악의 미래에 있는 자네와 싸우고 이긴 쪽은 현재 자네의 몸에 대한 주도권을 소유하는 걸세"
"어떤가?... 도전할 의향이 있나?"
에밀스는 쉽사리 결정하지 못했다. 자신이 경험해본 미래의 자신은 강했다. 권능의 사용,응용, 그리고 그것들을 발휘하기 위한 지식 등 이제 어느 정도 권능 사용에 익숙해진 자신이 대적하기에는 여러모로 불리했다.
하지만 일말의 가능성도 있다면 도전해야 했다.
"그 시련 받아들이겠습니다"
그렇게 대답하자 다시 한번 주위에 있는 풍경이 바뀌었다.
불타는 거리
거기에는 한 명의 존재가 서 있었다.
테러리스트로서 무수한 생명을 빼앗고 지배하며 그리고 붕괴 시키며 하루하루를 살아가는 존재 <디스토피아> 조직의 최강자 [에밀스]
하지만 아무리 싸우고 빼앗고 하지만 그 존재에게 뚫린 공허한 구멍 만은 매워지지 않았다.
그리고 지금은 도망친 시민 중 한 명을 추적하는 중이었다.
"저기... 어째서 도망치는 거야?"
"오지마!!! 이 괴물!!!!!"
도망친 시민은 16~17 살 정도 되는 소녀였다. 소녀는 부들부들 떨면서도 그 눈빛에서는 눈 앞에 있는 존재에게 강렬한 분노와 살의를 품고 있었다.
"너 때문이야!!!"
"너 때문에 아빠랑 엄마, 여동생도 죽었어..."
자신에게 총구를 겨눈 소녀는 울면서 소리쳤다.
"이 악마!!!.....죽어!!!!"
그렇게 방아쇠를 당긴 총에서는 "탕!!!" 소리가 났지만 그 총알이 자신에게 닿는 일은 없었다. 아니 정확히는 닿는 순간에 붕괴 시켰다. 붕괴의 권능을 자신의 주위에 전개해 감싸며 보호막을 두르고 있기 때문이다.
"그렇게나 너희들이 강하다고 말한 클로저들도 나한테 무수히 많이 패배했는데 너 같은 힘 없는 존재가 나한테 이길 수 있는 가능성이 있는 줄 알았어?"
"다시 한번 묻지....왜 도망쳐?"
그렇게 소녀에게서 일말의 희망도 앗아간 인형은 무표정한 얼굴로 물었다. 하지만 전혀 이길 수 없는 상대를 눈 앞에 두고 복수도 못하고 그것을 실현할 힘도 없는 자신을 원망하면서 소녀는 주저 앉았다.
그리고 자신의 질문에 대답하지 않는 소녀에게 흥미를 잃어 검을 내려치려 하는 순간 갑자기 주위 풍경이 바뀌더니 웬 극장 무대에 서 있었다.
"여기는 어디지?"
그렇게 주위를 들러보고 있을 때 발소리가 들려 소리가 나는 방향을 바라보니 눈 앞에 자신과 똑같이 생긴 존재가 서 있었다.
그리고 다음 순간 머릿속에 목소리가 들렸다.
지금 자네가 겪는 상황은 현실이자 꿈이네... 지금 자네의 눈 앞에 있는 자네는 과거의 존재라네
저 자를 쓰러트리면 자네는 과거로 돌아 갈 수 있네
미련한 과거를 바꾸고 싶지 않나?
머릿속에 들려오는 목소리는 자신을 끊임없이 유혹했다. 싫은 과거, 잘못한 선택, 후회스러운 기억 그것들을 바로 잡을 수 있는 선택을 어느 누가 거절 할 수 있나?
하지만 그럼에도 미래의 [에밀스]는 거절했다. 과거를 바꾸기에는 자신이 너무 늦어버렸다. 망가질 대로 망가진 정신 상태, 감정, 기억 등 그리운 얼굴들을 보더라도 아무런 감정도, 느낌도 들지 않을 것을 알기 때문이다.
그래서 대신 목소리의 주인에게 제안했다.
이러는 의도는 모르겠지만 목적이 아마도 과거의 자신을 강하게 만들 생각인가 보죠
그렇다면 최대한 단련 시키고 저는 이만 죽고 싶네요
저를 죽일 수 있나요?"
무감정한 목소리로 말했다. 이 목소리를 들으면 신기하게도 자신이 가진 소원을 들어줄지도 모른다는 생각이 들었다.
자네는 이미 마음이 죽었군
그렇다면 여기서 죽게나... 내 자네의 영혼에 안식을 줄 것을 약속하지
목소리가 대답하자 희미하지만 그 얼굴에 웃음이 나왔다.
그리고 다음 순간 살기를 내뿜으며 과거의 자신에게 빠르게 달려갔다.
싸움은 일방적이었다. 같은 능력, 속성, 효과를 지녔지만 미래의 자신이 가진 경험이 더 풍부하여 공격하는 것마다 상쇄되었다. 그렇게 공략법이 떠오르지 않자 어느 생각이 떠올랐다. 처음 동화 되었을 때 쓰던 미래의 자신이 사용한 기술 중 하나를 모방했다.
그것은 바로 목소리였다. 정확히는 지배의 권능을 이용하여 <지배의 군주>의 목소리를 모방하는 것이었다. 물론 이건 도박이다. <군주>라는 존재랑 관련된 것은 그 어떤 것이라도 같은 <군주>이지 않는 이상은 어딘가 심각한 후유증을 남기게 된다. 하지만 현재로서는 방법이 없었다. 그렇게 감각을 떠올리면 급하게 명령했다.
"멈춰!!!!"
그렇게 말하자 미래의 자신이 행동을 멈췄다. 하지만 자신도 피해를 입었다. 역시 <군주>랑 엮이면 세삼스레 좋은 결말이 나오지 않는 것을 느끼게 되었다.
그런 다음 천천히 다가가 공격했다,하지만 역시 금방 풀려났다. 더는 움직일 수도 없었다. 자신은 최선을 다했다. 할 수 있는 모든 것을 했지만 미래의 자신은 이길 수는 없었다. 그렇게 죽음을 각오하고 쓰러지자 갑자기 미래의 자신이 다가와 치료를 해줬다.
"어째서 치료를...?"
"너는 하나 전제 조건을 잘못 짚고 있어.... 이 싸움의 승자는 처음부터 너로 정해진 상태였지"
"나는 너를 이길 생각이 조금도 없었다...충분히 강해진 듯 하니 여기까지 하지"
그렇게 말하자 미래의 자신이 말한 내용을 이해하지 못했다.
"너는 아직 경험하지 않은 것 같지만 나는 앞으로 니가 겪게 될 미래에서 나는 알고 싶지 않는 진실이나 정보를 접하면서 마음이 꺾여버렸어"
"그리고 너의 안에 있는 <군주>들한테도 시달리면서 나중에는 그냥 죽고 싶다는 생각 밖에는 들지 않았어"
"그렇기에 나를 이 곳에 불러들인 존재랑 거래했지... 너를 단련 시키면 나를 죽여주겠다고..."
"이제 죽을 수 있어"
그렇게 말하면서 피폐해진 얼굴을 하고는 이내 자신이 가진 가장 강한 기술 중 하나를 과거의 자신에게 전수하고 눈을 감았다.
이 기술은 2개의 권능의 복합 기술이었다. 붕괴의 권능으로 구현한 창을 지배의 권능으로 능력치를 끌어올려 공격하는 기술이었다. 소모가 극심하여 한 두 번 쓸까 말까 한 수준이지만 위력은 말할 필요도 없었다.
미래의 자신은 이 기술의 이름을 지었다. 바로{지배와 붕괴가 도달한 결말....}
기술을 전수 받는 동안 느껴졌다. 이 기술의 담긴 후회와 비탄을..... 그렇기에 같은 결말에 도달하지 않기 위해 자신은 이 기술을 통해 다른 결말에 도달할 것을 증명해 보일 것이다.
그것이 미래의 자신에게 할 수 있는 최대한의 구원이 될지도 모르기 때문이다...
결전기: 지배와 붕괴가 도달한 결말
붕괴의 군주가 가진 신창[롱기누스]를 구현하여 지배의 군주의 권능으로 일시적으로 무기의 출력을 한계 이상으로 끌어올려 공격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