침식의 계승자 외전 : 쇼핑의 시궁쥐

Heleneker 2023-08-09 2

"미래야, 이거 괜찮다. 얼른 입어봐."

"응, 알았어."

"요게 괜찮은 것 같기도 하고.... 너희는 골랐어?"

"고민 중. 꼬마 언니는요?"

"저도요. 셋으로 좁히긴 했는데 그래도 고민되네요."

"김철수 님, 왜 보고만 계십니까? 어떤 옷을 골라야할지 잘 모르시겠나요?"

"그래. 옷은.... 잘 모르겠다."

"말을 하지. 자, 아저씨는.... 요게 좋겠다. 자, 빨리가서 입어봐."

부산의 한 대형의류점, 다섯명의 임시클로저들과 저수지, 가사도우미 아오츠키 아오이가 옷을 보고 있다.



*****



1시간 전, 모두 한자리에 모여 섬의 주인의 향후 행동을 주시하던 중 아오이가 모두를 향해 말한다.

"저, 여러분. 잠시 실례하겠습니다."

"바쁘신 와중에 죄송하지만, 여러분의 의복이 수선할 필요가 있어 보입니다."

아오이의 말에 모두 자신들의 옷에 시선을 보낸다. 수많은 전투에 찢겨지고 먼지에 차원종과 자신들의 피로 얼룩덜룩해진 옷. 넝마라고 해도 과언이 아닐 정도로 그들의 옷은 헤져 있었다.

"와... 이렇게 보니까 우리 완전 거지 꼴인데요?"

"신서울에서 잠시 쉬었을 때를 빼곤 계속 싸워왔으니까요..."

"세린 아가씨, 아가씨가 입는 전투복 같은건 없는건가?"

"저도 여러분께 요원복을 지급해드리고 싶지만... 임시 클로저란 이유로 보급 거부 당했어요..."

"괜찮아요, 감찰관. 뭐, 그래도 피랑 먼지는 씻어내야 하긴 해야겠지만 수선까지는 필요없...."




부욱---




가볍게 먼지를 털어내던 자온의 소매가 장렬히 사망..... 아니, 찢어졌다.

"""""......."""""

"푸하하하하핫!!!! 어떻게 딱 그 때 찢어지니? 크하하하하!!!!"

너무나도 절묘한 타이밍에 뷜란트만 웃는 상황에, 아오이는 잠시 헛기침을 하며 얘기를 이어간다.

"흠, 흠. 그런 연유로 여러분의 의복은 수선해 놓고자 하니, 그 때까지 입으실 다른 옷을 준비해드리겠습니다."

"시장님께 허가는 받아두었으니 이 카드로 원하시는 의복을 구매해주시면 되겠습니다."

"잠깐 아오, 이거 민산그룹 블랙 카드 아니야? 형님이 이걸 주셨다고?"

"그럼 평소 신세 지고 있는 사람들에게 아무거나 입힐 생각이였냐?"

"우, 우와악!? 형님? 언제부터 듣고 있었어요?"

갑자기 비둘기에서 들려온 민수호의 목소리에 민수현이 까무러치게 놀라한다.

"네가 카드 종류 따지는 멍청한 소리할 때부터다. 우리 민산 그룹에서 의류를 제공해줄 수도 있지만, 별로일 경우에 편하게 쓰라고 건네준거다."

"별건 아니지만, 이건 평소 모자란 동생이 신세지는 걸 겸해서 부산을 위해 싸워주는 너희에게 하는 보답이니 너무 부담갖지 말고 사용해줬으면 하네."

"....이런, 검진 시간이였군. 아오, 뒷일을 부탁하지."

"네. 맡겨주십시오, 시장님. 불편함이 없도록 최선을 다하겠습니다."





"여러분만 괜찮으시다면 시장님의 호의를 받아주시겠습니까?"

"모처럼 형님이 챙겨주신다 하니.... 잠시라도 옷을 보러 갈까요?"

고민하는 이들에게, 저수지가 한마디 건넨다."

""챙겨준다할 때 가자. 정 신경쓰이면 지금까지 민수현 챙겨준 보수라고 생각하자고.

"챙겨줬다니...."

그들의 설득에 섬의 주인의 향방을 주시할 감찰관 오세린과 민수현은 자리에 남고, 임시클로저들과 저수지는 아오이의 안내에 따라 한 의류점을 향해 간다.



******




피팅룸 앞, 미래와 김철수가 커튼을 걷으며 피팅룸을 나온다.

"어때, 아저씨?"

"흠.... 너무 경장인 것 같군. 보호구는 없나?"

"그런거 말고. 옷은 맘에 드냐고?"

"필요하시다면 따로 구해드리겠습니다."

"보호구는 이따 찾고, 음. 미래도, 아저씨도 잘 어울리네. 여기에..... 됐다."

두 사람의 머리모양을 바꾼 저수지는 만족스런 표정을 짓는다.

"은하 씨는 머리 묶으셨네요?

""여기 오니까 덥단 말이죠. 그러는 꼬마 언니는 너무 얇게 입은 거 아니예요?"

"은하 씨도 비슷하면서. 그래도 겉에 이렇게 입으면... 짠!"

"괜찮은데요? 나도 겉옷 하나 고를까.... 근데 자온은요? 아까 제일 먼저 골랐던거 같은데?"

"저, 그게요.... 아까 뷜란트 씨가 자온 씨를 기절시키고선 어디론가 데려가시더라고요..."

"납치됐어?"

"저, 아마 그분들이라면...."

"짜증나, 영감. 진짜로..."

"그래도 시원하지는 않더냐? 신수가 훤해졌구만."

"그럴거면 미리 말을 해주면 돼지, 기절시킬 필요는 없지 않았어?"

"어딜갔다 왔어요? 어, 그..... 옆머리 어디갔어요?"

"가게 문을 열고 들어온 자온의 머리는 옆을 시원하게 싹 밀어 정리된 투블럭이 되었다."

"갑자기 웬 존대? 일단 머리는 기절한 사이에 영감이 날 미용실에 데려가서 밀어버렸드라고."

"얼마나 보기 좋으냐. 좋은 곳 소개해줘서 고마워요, 아오 아가씨."

"감사합니다. 아, 부탁하셨던 것 여기 있습니다."

"또 뭘 부탁한거야?"

"비밀. 예쁘다, 아가들. 가자꾸나."

"뷜란트 씨는 안 사시나요?"

"내 옷은 멀쩡하기도 하고, 이게 편하니 괜찮다. 가자."

가게 밖을 나오니 뜨거운 햇살이 이들을 향해 다시 내리쬔다.

"밖에서 보니 다들 예쁘게 잘 입었구나."

"맞아. 다들 잘 어울려."

삐빅! 삐빅!



통신기에서 울리는 호출음. 돌아갈 시간이 되었다.

"새 옷 입고 마물들을 상대할 생각하니까 좀 아깝네요."

"그래도 뭐 어쩌겠어. 가야지."

"아깝긴 하네. 둘 다 잘 어울리는데."

"어울리지도 않게 웬 칭찬이야? 뭐 잘못했어?"

"나는 칭찬 좀 하면 안 되냐? 잘못한거 없거든?!"

"뭐.... 그래도 듣긴 나쁘진 않네."

"솔직하지 않기는."

은하와 자온이 살짝 웃는 그 때에,

"은하 씨! 자온 씨! 이쪽 보세요!"

찰칵!!



루시가 손에 들고있던 사진기를 눌러 촬영한다.

"뭐야, 웬 카메라야?"

"뷜란트씨가 새 옷 입었으니 사진 찍으라고 건네주고 가셨어요."

"그냥 찍을 수도 있지 않아요? 왜 그렇게 찍어요?"

"두분은 분명 안 웃으면서 찍을테니까요. ....음! 잘 나왔네요."

"봐봐. ....은하 너 이렇게 웃을 수 있었어?"

"어디봐요.... 꼬마언니, 그거 순순히 내놓는게 좋을거예요."

"핫, 무서운 눈의 은하씨가 되었어요....!"

"음, 잘 나왔구나."

어느새 루시에게서 사진을 빼앗아 구경하는 뷜란트. 만족스런 미소를 짓는다.

"이봐요, 영감님. 순순히 내놓으면 유혈 사태는 없을거예요."

"그래. 가져가 보려무나. 그럴 시간이 있다면."

뷜란트의 손가락이 향하는 곳을 보니 통신기에 신속히 복귀해달라는 코드가 떠있었다.

"야, 자온. 저거 못 돌려받으면 유혈사태는 네가 볼 줄 알아."

"영감, 그거 나중에 돌려줘야 해!"

"서둘러요!"

"은하, 루시, 자온, 얼른 와."

"저수지, 우리 먼저 복귀하겠다. 너는 아오이와 같이...."

"됐거든? 그냥 빨리가자!"

"저수지 씨, 뒤에 타십시오. 달리겠습니다."

어느새 오토바이를 구해온 아오이는 뒤에 저수지를 태우고 엔진을 예열한다.
복귀를 서두르는 이들 너머로, 뷜란트는 그들과 사진을 보며 중얼거린다.

"너희의 앞엔 많은 시련과 가혹함이 있겠지."
"그러나 꼭 이겨내거라. 절망 속에서 희망을 찾는 걸 멈추지 말거라."
"나는.... 그런 너희를 도와줄테니."

"이겨내서, 이 사진의 미소처럼 너희의 미래에 미소가 가득할 수 있기를."

사진 속의 미소에, 뷜란트는 살며시 미소짓는다.













ILLUSTRATOR : Dotorixdotoli(도톨이 작가님)
2024-10-24 23:37:23에 보관된 게시물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