침식의 계승자 외전-흉성 : 살수와의 임무
Heleneker 2023-05-31 1
24년도 개정판으로 변경되었습니다
5부를 기다리는 분들을 위해 소소히 준비한 외전
1. 흉성과 살수 : 임무
2. 흉성과 악귀 : 나비잠
3. 흉성과 저격수 : 간병
4. 흉성과 여왕 : 절멸
5. 흉성과 참모 : 악몽
잠들지 못하는 빛나는 도심 속 어느 한 빌딩,
뚜벅, 뚜벅, 뚜벅....
검은 군복을 입은 잿빛 눈의 남자와 정장에 회색코트를 입은 푸른 눈의 남자가 빌딩 내부를 돌아다니고 있었다.
"음......."
"왜 그러지? 무슨 고민이라도 있나?"
"고민이랄까.... 오랜만에 나와서 바깥 구경하는 건 좋은데 불안해서 말이지. 집만 죽어라 지키다가 나오니까 방범이 불안해서."
"너무 불안해할 필요 없다. 거점을 옮긴지 얼마 되지 않은데다, 네가 없을 땐 애리가 전력으로 지키고 있으니까 걱정할 필요 없다."
"하긴.... 애리 씨라면 걱정이 안 되긴 하지. 쓸데없는 걱정이였네."
두런두런 얘기를 나누는 두 남자는 조용히, 그리고 천천히 수색하듯이 빌딩 한층한층 살펴보고 있었다.
"타깃의 위치는?"
"제일 윗층으로 도망갔다가 슬금슬금 기어내려오고 있어. 이 빌딩에서 탈출하려면 무조건 날 제압한다는 길 밖에 없으니까. 아, 6초 뒤, 왼쪽 뒷편으로 7시 방향."
탕!!!
푸확!
총소리와 함께 누군가의 피가 빌딩 내벽에 흩뿌려졌다.
"반응이 조금 늦었다. 경계는 내가 할테니 타깃의 추적과 현 상태 유지에 여념해라."
"쯧.... 면목없네. 그럼 경계만 부탁할게."
"맡겨 둬라."
탕!! 타탕!!
푸른 눈의 남자는 잿빛 눈의 남자를 지키며 숨어 있거나 뛰쳐나오는 사람들 모두를 저격해 숨을 거두기 시작했다.
탕!!
티이이이이잉----------
일격으로 사람들의 숨을 거두던 남자의 탄환이 튕겨나갔다.
"네 놈들, 미쳤구나.... 범죄자들 주제에 누굴 노리는 줄 알고.....!!"
탄환을 막은 위상능력자는 파르르 떨면서 분개하며 소리쳤다.
"어, 알지. 보스가 그 놈을 최대한 사로잡고 싶으셔서 우리 둘을 보냈거든."
"젠 장.....! 설마 했는데 역시 네 놈이 건물을 봉쇄한 거였냐!"
위상능력자는 두 남자의 정체를 알아보곤 손에 쥔 무기를 더 꽉 쥐었다.
"도망쳐봤자 소용없다. 보스께서 목표만 사로잡는다면 나머지는 재량껏 상대하라 하셨으니 숨어있는 남은 것들과 네놈 또한 살려둘 이유따윈 없다."
"그래, 살려둘 이유가 없지. 하물며 짓이겨 씹어 먹어도 시원찮을 유니온의 개따위라면 더더욱."
두 남자는 겉옷 이곳저곳에 묻은 식지도 않은 타인의 피를 뚝뚝 흘리며 천천히 유니온의 요원에게 다가갔다.
"제 .....!!"
수적 열세에 위상능력자는 통로 옆 계단으로 윗층으로 도주했다.
"도망쳐봤자 소용없는데... 학습능력이 부족한가?"
"부질 없는 것을. 봉쇄에는 이상 없나?"
"물론이지. 여기 오자마자 문이랑 창문, 하물며 통풍구랑 하수구에 쥐구멍까지 싹 다 막아놨으니까 도망칠 곳 따윈 없어."
잿빛 눈의 남자가 손을 튕기자, 육안으로 보이지 않았던 그의 능력으로 만들어진 실이 주위에 반짝이기 시작했다.
"그러니까 천천히 숨은 한 마리까지 처리하면서 올라가자고."
"물론이다. 목표를 제외하곤 모두, 우리의 처형대상이니까."
실을 광범위로 조작해 빌딩을 봉쇄한 잿빛 눈의 남자, 자온과 자비없이 모든 사람을 처형하는 위상능력자, 김철수는 숨어있는 사람 하나하나 모두 찾아내 살해하면서 천천히 윗층으로 올라가기 시작했다.
*****
최상층, 빌딩 공개홀.
"젠!! 지원은 아직도 안 오는 거냐!?"
한 노인이 호위로 보이는 사람들에게 짜증을 부리고 있었다.
"죄송합니다. 외부로 연결된 모든 통로가 진입이 불가능하고 연락이 왔습니다."
대장으로 보이는 남자가 노인의 짜증에 대답했다.
"그럼 외벽을 부숴서라도 진입하라고 전해!! 당장!!!"
"이미 시도해 봤지만 꿈쩍도 하지 않는다고 합니다. 실로 만들어진 장벽.... 그 자온의 소행으로 보인다고 합니다."
"만약 빌딩을 봉쇄한 것이 그 자온이 맞다면 그를 죽이거나, 위상병기 폭격을 수십발 날리는 것밖에 방법이 없을 겁니다."
"그 놈이 뭐라고 그렇게까지 해야 하는거냐? 네 놈들이 가서 죽이면 되는 거 아냐? 네 놈들이 몇인데 그놈 하나 못 죽여?!!"
"그 놈이 괜히 [흉성]이라 불리는 게 아닙니다. 그 놈의 실 능력은 범위도 넓은데다 경도를 자유자재로 바꿀 수 있습니다. 게다가.... 강력한 염화능력까지 담을 수 있어 불리 접근하면 순식간에 불타버립니다."
대장은 그렇게 말하며 비상구 근처에 흰 천으로 덮혀있던 무언가를 보여주었다.
"물이나 소화기가 듣지 않는 불꽃입니다. 일단 정찰을 보내놨으니 힘드시겠지만 조금만 더 버텨주십시오."
"으익.....!"
새카맣게 탄 물체-부하의 시신을 보여준 대장은 다시 천을 덮으며 대기하자,
"대장님!!"
때마침 김철수와 자온에게서 도망친 대원이 비상 계단에서 나타났다.
"상황은?"
"최악입니다. 예상대로 검은손, 그 범죄자 놈들이 간부님을 납치한게 맞습니다. 자온만이 아닌 김철수까지 동원했습니다....!!"
"자온만으로도 벅찬데 김철수까지.... 그래도 애리가 있는 것보단 나은가. 최소한 전멸이 목적은 아니라는 것이니까."
"자온만 어떻게 한다면 방법이 있을텐데...."
"왜, 나만 어떻게 하면 살 길이라도 있나봐?"
탕!!
털썩
총소리와 함께 보초가 쓰러지고, 그 뒤로 나타난 자온이 비웃으며 모습을 드러냈다.
"뒤로 물러나십시오!"
"젠 벌써.....!!"
"매복이 더 있나, 자온?"
"아니. 저 놈들만 처형하면 끝. 빨리 끝내 버리고 집 가자."
"그러지."
처컥! 타다다다다다!!!!!
김철수는 두 자루의 권총, 자비를 난사하기 시작했고,
"막아!!"
"간부님을 지켜!!!"
클로저들은 몸을 날려 간부를 지키기 시작했다. 몸을 숨기기도 미미한 엄폐물에 숨고, 그 틈으로 날아온 탄환에 얼마 남지 않은 동료가 죽고, 그 죽은 동료들의 시신을 들어 엄폐를 추가하며 버티자 김철수의 난사가 멈추었다.
"지금!!"
클로저들은 그 기회를 놓치지 않고 두 사람을 향해 달려들며 공격을 가하기 시작했다.
철컥! 콰광!!!
김철수가 샷건 [심판]으로 무기를 바꿔 꺼내 쏘아내자, 제일 앞에 나서있던 클로저의 머리가 반파되어 붉은 꽃을 흩날렸다. 동료의 죽음에 분개하면서도, 그 죽음이 헛되지 않기위해 클로저들은 멈추지 않고 달려들었다.
파팟! 우득! 두두둑-----
그러나 김철수는 부질없다는 듯 달려든 요원들을 순식간에 제압하며 목뼈나 척추를 비틀고, 으스러트리고, 미간에 총을 겨눠 확실하게 목숨을 거두었다.
간부에게는 악몽이였다. 그저 얼굴만 비추고 갈 늘 있던 모임에 갔을 뿐이였는데,
그 안에 갇혔다.
밑에서부터 사람들의 단달마가 울렸다.
밑에서 점차 피비린내가 진동하기 시작했다.
그리고 지금, 자신의 눈앞에서 클로저가 고기조각으로 변하는 모습을 목도했다.
그리고 그렇게 만든 범죄자 나부랭이들이 자신을 향해 천천히 다가오고 있었다.
"히.....히이이이익!!!! 오지마..... 오지말란 말이야!!!!!!"
간부가 공포에 질려 소리지르는 그 때에, 우연히 살아 남았던 클로저 한명이 조용히, 천천히 김철수에게 다가가기 시작했다.
때마침 두통인지 머리를 감싸며 방심하고 있던 김철수는 그의 기척을 눈치채지 못했고, 클로저는 천천히 다가가 김철수의 등에, 심장을 향해 무기을 내질렀다.
퍼억!!!!!
"커....커헉....!!!"
그러나 갑자기 아래에서 가해진 충격과 함께 클로저의 시야가 옆으로 90도꺾이며 넘어졌다.
"감히, 누굴 노리는 거야."
"끄으...윽.....!"
어느새 클로저 뒤에 다가와 걷어차 넘어뜨린 자온은 그의 목을 움켜쥐었다.
"내 가족한테 손을 대려고 해?"
클로저의 목을 움켜쥔 손에서 연기가 피어오르더니,
"죽어."
화르르르륵!!!!!
검붉은 불꽃이 클로저의 몸을 집어삼키며 태우기 시작했다.
"끄아아아아악!!!!!!!!"
마지막 남은 클로저는 단말마와 함께 순식간에 불타며 숨을 거두었다.
"김철수, 너도 상태가 안 괜찮았구만. 그 빌어 먹을 목소리 언제부터 들렸던거야?"
"...올라오던 중간부터 들리긴 했지만 지장이 없을 거라 판단했다. 미안하다."
"사과는 됐어. 그래도 우린 가족이니까 그런건 숨기지 말고 미리미리 말해줘. 서운하니까."
"알겠다. 다음부터 그러도록 하지."
"살인자 놈들인 주제에..... 가족 놀이라도 하는 거냐?"
간부는 덜덜 떨면서도 그들의 대화가 가증스럽다는 듯이 말했다.
"어이, 늙은이. 말조심합시다? 우리는 놀이 따위가 아닌 진짜 가족이니까."
간부 앞에 다가간 자온은 그의 턱을 쥐어틀며 말했다.
"운 좋은 줄 알아. 나나 저놈이나 그딴 말 씨 부거리는 놈은 찢어 죽이거든? 살려서 끌고 가는 것만 아니였으면 진즉 갈기갈기 찢어 흩뿌렸을텐데."
"어째서 날 끌고 가는 거지? 인질로서 협상하는 거라면 큰 의미는 없을 거다. 네놈들은 무조건 사살이라 협상 불응 대상이니까."
".....? 뭐래니, 이 늙은이가."
"네 놈은 우리 가족을 건드린 본보기로서 처형 방송을 내보낼 예정이다. 자비 따윈 없으니 포기해라."
두 사람은 클로저들을 죽일 때보다도 더 차가운 눈빛으로 간부를 보며 말했다.
"어째서.... 어째서 나인거냐? 내가 너희한테 뭘 어쨌다고!?"
"와..... 진짜 기억 안 나? 예전에 우리가 교단에 침입하려고 지원 요청했을 때 가장 크게 반대했던게 댁이라며? 출신도 불분명한 나부랭이들한테 무슨 지원이냐면서 거절했다지?"
"덕분에 그 날 이후 우리 몇명한텐 휴우증이 남았어. 김철수는 전우치 놈의 환각에 시달리고, 루시는 본체를 잃었고, 나는 자아를 나누지 않곤 못 버티는 몸이 됐지."
"나는 그래도 문제없었다. 하지만 우리가 네놈을 더욱 용서하지 못하는 건 네 놈은 기계왕의 문이 되어버린 저수지를 처단하라는 명령을 가장 먼저 주장했기 때문이다. 보스의 명령만 아니였다면 네 놈을 이 자리에서 당장 처형해 버렸을 거다."
"그런 이유로..... 이젠 얌전히 갑시다? 우리 거점까지 잘 에스코트 해드릴게."
자온이 실로 간부를 구속하자, 김철수는 그를 기절시킨 후 들쳐맸다.
"자, 그럼....."
실을 건물에 연결한 자온은 강하게 당기기 시작했다.
*****
"아직도 진입할만한 통로는 못 찾아냈나?"
"환풍구고 뭐고 애간한 숨겨진 통로까지 다 막힌 상태라...."
빌딩 외부, 간부를 구출하기 위해 지원나온 클로저들이 진입에 난항을 겪고 있었다.
"방어막을 뚫을 수는 없는 건가?"
"거의 불가능합니다. 주포의 충격조차 무력화하는 구조인것도 모자라 위상력으로 만들어낸 물로 들이부어야 겨우 소화되는 불꽃을 두른 방어막이라 섣불리 두들기지도 못합니다."
투둑.....
투둑........투드드드득-------!!!!!
구조 본부에서도 들리는 무언가 굴러 떨어지고 금이가는 소리에, 구조 대장은 구조 진입반에게 황급히 무전을 취했다.
"무슨 일이야?! 상황 보고해!!"
"건물이, 건물이 붕괴하고 있습니다!! 붕괴 속도가 너무 빠릅니다!"
"일단 대피...."
쿠구구구구궁-------!!!!!!!
클로저들의 대피가 끝나자마자, 빌딩은 굉음과 함께 순식간에 무너지며 폐허가 되어버렸다.
붕괴가 멈춘 후, 클로저들은 간부와 생존자들을 수색해 보았지만, 별다른 성과 없이 속절없이 시간만 소비해 버렸다.
*******
"붕괴하면서 따로 탈출한다는 생각은 못하는 모양입니다."
붕괴 현장에서 멀리 떨어진 곳, 한 없이 가벼웠던 말투가 가라앉은 자온은 흔적을 찾는다고 애쓰는 클로저들의 모습을 보며 말했다.
"우리가 도주할 때엔 폭파시키는 상황이 더 많았다곤 해도, 무능하기 짝이 없군."
"가시죠, 살수님. 보스께서 기다리실 겁니다."
"그래, 가지. 자온. 아니.... 흉성."
잠시 현장을 바라보던 차가운 두 눈동자는 조용히 어둠에 물드며 모습을 감추었다.
next : 악귀와의 나비잠
살수-김철수 : 교단 절멸 작전 이후, 전우치가 생명을 걸고 걸은 환각에 시달린다. 미래와 다른 동료들의 간호로, 그들만을 지키고 그들이 원하는 적을 처형하는 무자비한 살수가 되었다.
흉성-자온 : 교단 절멸 작전 이후, 루시의 본체에 남아있던 고룡의 저주에 오염되어 뷜란트와의 연결이 끊어지고, 자아가 나뉘는 증상에 시달린다. 무기 능력을 잃었지만, 침식의 권능이 남아 있어 다른 이들의 치료를 당담하며 그들을 지키는 성채가 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