침식의 계승자 EP.4 사냥꾼의밤 에필로그

Heleneker 2023-05-20 2

24년도 개정판으로 수정되었습니다.



"이것 좀 챙겨주세요!"

"김유정 임시지부장님은요?"

"이미 리버스휠 안으로 이송했어요!"

"야, 민수현! 이것도 챙겨가!"

"나도 손 없는 걸?!"

"....뭐야, 왜 이렇게 분주해보여?"

돌아왔더니 모두가 이리 저리 뛰어다니며 분주하게 짐을 옮기는 모습이 보였다. 이게 뭔 개판인가 싶어 살짝 멍 때리는 와중, 나와 눈이 마주친 루시가 소리쳤다.

"자온 씨! 어디 가셨었어요? 빨리 짐 챙기세요! 빨리 이동해야 해요!"

"뭐, 뭔데? 어딜 가길래 이렇게 급하게 가?"


"서피드가, 서피드가 부산에 출현했다고 해요!"


"서피드가!? 아니, 걘 왜 거기로 간거야???"



*******



자온이 잠시 자리를 비웠던 십분 전,

"자, 그 바보같은 거북이를 쓰러트린 후로 통신도 회복되었고, 잽싸게 밀수업자한테 전화를 해볼까..... 아, 여보세요? 밀수업자? 나야, 나. 저수지. 팔고 싶은 물건이 있어서 말야. 그것도 두개나. 뭐야? 주변이 왜 이렇게 시끄러워?"

"이것도 파는구나...."

".....쟤도 참 집요하네요."

"아가를 통해 보긴 했지만 당돌한 아이구나. 허허..."

모두가 참 대단하다는 표정을 짓는 와중,

"응....? 뭐라고?"

통화하던 저수지가 놀라며 당혹스러워하기 시작했다.

"왜 그래?"

"저기, 그.... 부산이라고 했던가? 우리 쓰레기섬 가까이에 있는 그곳."

"부산이 왜?"

"지금 그곳이 난장판이 되었다는데? 차원종이 나타나서.....?"

"뭐? 무슨 말도안돼는 소리야?! 부산은 차원재난으로부터 안전한 도시야!"

"아니, 진짜야! 밀수업자한테 들었는걸!"

"기다려봐, 나도 전화해 볼테니까....."

창백해진 얼굴로 민수현이 누군가에게 통화를 시작했다.

"여보세요, 아오? 이런, 부재중 메세지잖아. 뭐지? 아오가 전화를 안 받다니.... 그럴 리가 없는데....? 그럼 형님이나 다른 가족들에게......"

"여러분, 쿠르마를 쓰러트린 직후라 죄송하지만 긴급 상황이에요! 지금 즉시 이동을 준비하셔야해요!"

"감찰관 님, 무슨 일이죠?"

"서피드예요. 서피드가, 부산 상공에 출현했다는 소식이에요!"

"서피드가..... 부산에......?"

"임시지부장님의 상태도 아직 의식불명이고, 이분을 모시고서 부산으로 가봐야 할 것 같아요. 저는 곧바로 부산에 있는 클로저 팀과 연락을 취해볼게요."
"서둘러 준비해주세요. 여러분께서 준비를 마치는대로 곧장 출발할게요!"



******




"그래서 거의 다 준비했는데 네가 없어서 출발을 못하고 있었잖아, 모지리."

"그래서 미안하니까 서둘러 준비하고 있잖아!"

"이리저리 바쁜 녀석들이군. 한 건을 해결하자마자 바로 이동해야 하다니."

"아, 빅터... 기왕이면 얘기도 좀 더 해보고 싶었는데 말이야."

"신경 쓸 것 없다. 난 계속 이 성을 지키고 있을테니 무사히 끝나면 이야기하러 와다오. 기다리고 있겠다."

"그래. 이 성에 다시 오면, 소뼈라도 사가지고 올게."

"소뼈....기대하고 있지."

"꼭 사가지고 놀러올게."

"갈 준비 끝났나 봐? 배에 구멍만 안 났어도 따라갔을 텐데 말이야. 도와주지 못해서 유감이네."

소뼈 얘기에 꼬리를 흔드는 빅터와 인사를 마무리하고 리버스휠로 가는 중 흑지수도 부상입은 몸으로 마중을 나와줬다.

"지금까지 계속 도와주신 것만으로도 얼마나 감사한데요. 무리하지 말고, 몸조리 잘 하고 계세요."

"그래야지. 그나저나 고민하던 건 다 후련하게 떨쳐냈나봐? 눈빛이 좋아졌는데? "

"떨쳐냈죠. 오래되고 끈질겼던..... 악연을 말이죠. 이젠 폭주해서 흑지수 씨한테 덤벼드는 일도 없을 거예요."

"대충은 너랑 똑같이 생긴 차원종 늙은이한테 듣긴했지만..... 뭐, 잘 해결했으면 됐어."


쿠우우우우-------


"엔진 예열도 끝났나 본데? 가 봐. 언젠가, 다시 만나자고."

"네. 좋은 모습으로, 다시 만나는 날을 기대할게요."

"아, 부산에 가면 사냥터지기 팀이라고 내 친구들이 있을거야. 만나면 안부 좀 전해주고."

성을 지키는 흑지수와 빅터를 제외한 모두가 리버스휠에 탑승을 마쳤다.

"부산에 무슨 일이 일어 났는지는 모르겠지만, 예삿 일은 아닌 것 같아요. 저도 아직 상황을 파악중인데, 그쪽의 클로저들에게도 비상사태인 모양이에요."

"준비는 다 되셨나요? 서둘러 출발하도록 해요!"

"응. 준비, 끝났어."

"모두 준비 끝났다. 가지."

"얼른 가죠."

"준비 끝났어요. 가요!"

"준비 끝났어요. 출발해도 됩니다."

"자, 가보자구나."

"엔진 예열 완료. 이동 경로 확보됨. 감찰관 님, 준비 끝났습니다!"

"좋아요. 출발합니다... 리버스 휠, 발진!!"



우우우우우웅---------


쿠우우우우우우우--------!!!!!!


짧은 굉음과 함께, 리버스휠이 부산을 향해 날아가기 시작했다.



cookie.1 리버스 휠


이륙 직후 흔들림이 멎은 리버스휠 안, 

"어으...... 죽겠다....."

"괜찮으세요, 자온 씨?"

"괜찮다고.... 하고 싶...다아....."

멀미 때문에 바닥과 일체가 된 나는 끙끙 앓으며 대답했다.

"그래도 평소보단 얼굴 색이 괜찮아 보이는데요?"

"캐롤리엘 씨한테..... 멀미약 좀 부탁했어..... 그래도 죽을 거 같지만....."

그래도 눈 감고 있고 엎드려 있는데다 약효도 미미하게 도는지 말할만은 하네....

"그나저나 부산이라.... 돌고 돌아서 결국은 가게 됐네."

"그러고보니 처음 만났던 쓰레기 섬도 부산 근처였죠. 원래 부산에 가려고 하셨던 건가요?"

"어. 원래는 그곳에 먼저 가서 저쪽 차원에 남겨둔 형님의 시신을 안치해드리고 싶었거든."

"거긴 왜?"

"거긴..... 나와 형님의 고향이거든. 우욱......"

"참내. 촌스럽게 매번 그렇게 멀미에 시달리니냐?"

"시끄러, 영감. 애초에 영감이 좌표를 어중간 하게 열어서 돌고 돌았잖아. 그래도 덕분에 저 녀석들을 만났....?"

실눈 뜨고 한마디 하려는 와중, 뭔가 이상한게 보여 눈을 번쩍뜨고 일어났다.

뭐야, 왜 쪼그라들었어, 영감?"

분명 자신과 비슷한 신장이였던 영감의 모습은 70cm 남짓한 쪼그마한, 인형처럼 아기자기한 모습으로 변해 있었다.

"각성한 네 능력의 출력이 불안정해졌으니까. 처음 각성과 비교하면 안정성이 상당히 줄어들었을게다."

영감의 말에 그 순간 발현했던 힘을 써보려고 했으나, 출력이 불안정해지며 불발되었다.

".....진짜잖아? 게다가 원래 능력에 쓰는 힘도 갑자기 엄청 빠져나가는데?"

"이전까진 그들이 힘을 제대로 쓰지 못하도록 그들의 힘만을 빼내 사용하고 있었단다. 썩어도 그 녀석에게서 나오던 기력은 상당했는데 그게 없으니 거의 온전한 네 기력으로만 구현되니.... 한동안은 기존 능력의 출력을 조정부터 익혀야겠지."

"어차피 아직 네 새로운 힘을 제대로 쓰기 위해선 네 마음을 강하게 자각해야 하는 훈련도 해야 한단다. 그것은 단순한 힘이 아닌, 네 마음에 새겨진 인연이라는 의미에서 나오는 힘이라는 걸 상시로 자각하며 발현하는 연습을 하려무나."

"이..... 그럼 나 한동안은 약해진거나 마찬가지네?"

"네 마음에 새겨진 의미를 강하게 바랄수록 너는 전보다 훨씬 더 강해질거란다. 그렇게 강해진 권능의 힘으로 이번엔 네 친구들을, 네 소중한 인연들을 지켜주려무나."

"그리고 대신이라긴 그렇지만 내 영혼의 힘, 무기들이 가진 지원 능력이 발현됐단다. 무기를 구현하고 사용할수록 너와 네 친구들에게 힘이 되어줄테니 열심히 훈련하거라."

"알았어. 어쨌든 한동안 고생길 예약이네.... 아, 맞다. 영감, 쿠르마가 나한테 무슨 말을 남긴 거 같거든? 해석 좀 해줄 수 있어?"

"그래? 뭘까나?"

영감과 기억을 연동시켜 쿠르마가 내게 했던 마지막 말을 들려주었다.

".......음, 저쪽의 옛 언어 체계구나..... 뭐, 별 거 없는데? 나가 죽어라 같은 욕인데, 읊어주랴?"

"아냐, 됐어. 뭔가 했지. 그런 녀석이 마지막에 한 말이 그거라는 게 의외긴 하지만야... 아, 한가지만 더. 영감이랑 형님 앞에 나타났었던 존재, 혹시 누군지 알아? 분명 누군지 확인했던 거 같은데.... 지금은 누구인지 전혀 기억이 안나거든."

[그]의 정체도 그렇지만, 각성의 순간부터 쿠르마를 완전히 쓰러트렸던 그 순간의 기억들이 상당히 애매모호하게만 기억났다. 마치 꿈을 꾼 것처럼 희미한데.... 이상하게도 아주 오랜 미련 일부를 떨쳐낸 것처럼 시원한 기분도 드는..... 이상한 감각이 들었다.

"글쎄. 아직까지도 그가 정확히 누군지는 모른단다. 유폐되있는 동안 그를 무엇이라 부를까 고민했었지. 그가 사라지고 남은 자리에 남아있던 햇살과도 같았던 따스함, 운명은 아닌 초월적인 존재인 그를, 나는 하늘 위 가장 커다란 별의 이름을 따와서 [태양]이라고 부르고 있단다."

"[태양]...... 그는 대체 누구였을까?"

기억이 날듯말듯 해서 기억을 곱씹어보았지만,

"......어욱, 말을 오래했더니 멀미가....."

멀미에 집중이 흐트러졌고, 나는 다시 흐물거리며 몸져 누웠다.

자온의 모습을 본 이들이 모여 북적거리기 시작하는 와중, 뷜란트는 그들을 보며 잠시 쿠르마의 마지막 말을 떠올리기 시작했다.


------


[하.... 하하.... 진짜 죽음 앞에서..... 그 기억들이 떠오를 줄이야.]

[침식황의 진짜 이름을 가진 자여, 제정신이 아니군. 제정신이 아니야....!]

[원하는 이들을 때문에, 셀 수 조차 없을 정도로 시간을 되돌려 그 수많은 시간을 가능성으로 치부시키다니....!]

[아아..... 원통하다. 그 수많은 가능성들에선 나의 주인의 뜻을 이룬 것도 모자라 가장 마지막까지 인류를 유린하는 몸이였거늘, 마지막 세상에선 저자가 각성하기 위한 기물에 불다니....!]

[그대, 광기가 사라졌을지언정 언젠가 그대 스스로 만들어낸 죄업에 짓눌려 사라질 것이다. 수많은 이들의 가능성을 죽인 죄업은 그 어느 것에도 용서받지 못할 죄업이니까....!]

[그대, 시간의 죄업에 침식되고 짓눌리며.... 영원히 고통받다 사라져라. 반드시.......!]


------


허..... 죽기 직전에 사라져버린 가능성의 기억을 떠올릴 줄이야.... 

죄업에 고통받다 사라져라라..... 결단코 그렇게 두지 않겠다.

저 아이는 나와 그 아이들이 기대하고, 그 아이가 희망으로 삼은 아이. 너희의 아버지 앞에 당당히 마주 서서, 너희의 죄를 바라보며 불태우는 대적자가 될 것이다.

그것이 우리가 본 기대이자 희망이자, 언젠가 마주할 운명이니.

뷜란트는 홀로 조용히 결의하며, [그]의 말을 떠올렸다.

[고마워요. 나조차 버틸 수 없었던 그 차선의 미래를, 그 슬픔과 고독을 견뎌줘서.... 정말로 고마워.]

[그 어느 세상에서도 나의 버팀목이 되었고, 이 마지막조차 나의 버팀목이 되어준 나의 스승, 나의 아버지, 환인.]

"이봐요, 영감님. 쟤 엄청 골골대는데 좀 도와주시죠?"

"그래, 알았다. 가서 돌봐주면서 놀리자꾸나. 키히히."

뷜란트도 그들에게 다가가 자온을 놀리며 휴식을 취하기 시작했다.

이동 중 주어진 잠시의 휴식에도 리버스휠은 꾸준히 가속하며 날아갔다.

서피드와 전우치, 그리고 새롭게 만날 인연과 인과가 뒤엉킨 부산을 향해.






THE FOURTH CHAPTER


-END-




NEXT-THE FIFTH CHAPTER

BUSAN






cookie 2. 신과 인간의 첫만남과 해후


이 공간에 얼마나 유폐되었는지 세는 것도 잊을 것 같구나.

그 가늠할 수 없는 세월이 지났음에도 아이들을 잃은 슬픔은 조금도 사그러들었지 않았고 스스로에 대한 원망과 절망만이 하루하루 늘어만 가는데, 그럼에도 여러 잡념을 생각할 시간 또한 늘어가는구나.

오랜 세월, 그대가 누군지 고민해보아도 여전히 그대를 알 수 없구나.

[태양], 그대는 누구였기에 내게 절망만이 가득한 운명을 보여주었으면서도 내가 먼 미래를 기대할 수 있도록 그런 미래를 보여주었을까.

오늘도 나도 가늠할 수 없는 그의 뜻을 생각하다, 또 다시 이젠 과거가 되어버린 추억에 절망하고, 침묵하며 시간을 흘려보냈다.



파즈즈즈-----



털썩


무슨 소리지? 이 공간은 그 친구가 작정하고 만들어낸 유폐 공간인데.... 인간들.....?

찰나 열렸던 문 속에서 아주 작은 존재들이 나타났다. 인간.....? 그런데 더 작은 아이에게만 생명이 느껴지구나.

".....신....님....?"

고개를 들어 나와 마주한 작은 아이의 목소리는 떨렸다.

".....콜록, 콜록!!!"

무어라 대답해주기도 전에 작은 아이가 기침을 심하게 시작한다.

그제야 기억이 났다. 내가 유폐된 이후에 추방된 새벽별이 [균형]과 계약해 서로의 차원에 생겨난 제약, 그로 인해 서로의 세계에 들어간 자는 제약에 의해 몸이 짓눌린다는 걸. 나는 서둘러 아이에게 말했다.

"듣거라, 아이야. 이대로라면 네 몸이 견디지 못한단다. 하지만 지금의 나는 널 온전히 돕기 어렵단다..."

"그러니 제안하마. 네가 네 힘을, 생명을 나눠준다면 나는 내가 가진 모든 것을 너와 함께 하도록 하마. 아이야, 나와 계약하겠느냐...?"

질문을 들은 작은 아이는 숨을 거둔 큰 아이의 시신을 끌어 안으며 눈물에 잠긴 목소리로 물었다.

"형을..... 살려주실 수는 없는 거죠.....?"

"......"

침묵하며 고개를 끄덕이자, 작은 아이는 절망과 후회가 담긴 통곡을 부르짖었지만, 이내 굳은 의지가 담긴 대답을 내게 건넸다.

"그럼요...... 신님. 저는... 강해지고 싶어요. 당신과의 계약으로 제가 사라진다해도 상관 없어요. 다시는 소중한 것을.... 소중한 사람들을.... 잃고 싶지 않아요...."

"저를 강하게 만들어주세요. 다시는 무엇도 잃지 않을 정도로.....! 제 소중한 인연을 지키고 함께 웃을 수 있도록 강하게요...!!!"

그 말을 기점으로, 서로의 힘과 생명이 하나로 엮이며 계약이 이루어졌다. 하나가 된 힘의 편린이 작은 아이와 닮은, 조금 더 성숙한 육체를 만들고 나를 그 안에 깃들어 놓았다.

새로 얻은 육체로 창백했던 작은 아이에게 다가가 큰 아이의 시신을 곱게 뉘우고, 작은 아이의 눈물을 닦아주며 시선을 맞추었다.

"아이야. 내가 알려줄 수 있는게 많지 않을 수도 있다만 내가 전해줄 수 있는 모든 걸 전해주도록 하마. 따라오겠니?"

"......네, 신님!"

힘을 나눠받아 혈색이 돌아오는 아이의 의연한 대답에, 나는 아이가 더이상 불안하거나 슬퍼하지 않도록 나의 슬픔을 눌러 감추며 여유로운 신을 연기하기 시작했다.

"좋아. 으으으읏------ 아이고, 이제 좀 편하네. 인간에 가까운 몸은 오랜만인데 괜찮구나."

"아, 아이야. 그러고보니 아직 네 이름을 묻질 않았구나. 이름이 무엇이냐?"

"저는 해ㄹ......"

아이는 대답을 하려다 머뭇거리더니, 다시 대답했다.


"자온, 자온입니다, 신님."



"뭐라 했느냐....?"

놀란 나는 다시 아이와 시선을 맞추며 물었다.

"자온이라고 했습니다, 신님."

나올 수 없는 이름이다. 그 이름은 어느 세상이더라도 단 하나만 존재하고, 단 하나의 존재만이 불려야하는 이름이니까.

침식의 권능을 가장 처음 담았던, 단 한명에게만 허락된 힘을 가진 이름.

나의 이름, 자온.

"그게 정말..... 네 이름이 맞느냐?"

".....실은, 아니예요. 이 이름은, 형이 절 위해 만들었던 동화책의... 주인공 이름이예요."

"동화책의 인물 이름이라고....? 어째서 그런 이름을 지칭했느냐?"

아이는 잠시 머뭇거리다, 천천히 얘기했다.

"그는..... 엉망진창인 사람이예요. 가장 소중한 것을 빼앗겼는데, 막상 복수하려고 했지만 결국 모두를 용서해요."
"수많은 사람들을 구해줬는데, 막상 그 누구도 기억해주지 않아요. 다른 사람들에게 이용당하고 상처입어도, 그 아픔과 슬픔을 모두 혼자만 기억하고 묻어둬요."
"강한 힘을 가지고도 친구와 함께 걷고 싶다고, 스스로 약해지는 이상하고..... 엉망진창인 사람이죠."

"하지만.... 진심으로 사람을 쉽게 증오하지 못하는 사람이예요. 눈 앞의 행복을 바라지만, 멀리 있는 타인의 불행을 못 본 척 할 수 없는 사람이고, 소중한 사람들을 소중하다고 말하는.... 그런 사람이예요."
"저는 형님을 죽인 사람들에게 복수하고 싶지만.... 무작정 그들이 불행해지길 원하지 않아요. 바뀔 수 있다고 믿으며 그런 사람들에게조차 손을 내밀었던 그 영웅처럼..... 저는, 그런 사람이 되고 싶어요. 그래서, 저는 그 영웅의 이름을 제 이름으로 알려들었어요."

아이의 말에 나는 한참을 대답없이 그 아이를 바라보자, 잊혀져야만 했던 가능성의 기억이 흘러들어오며 이 상황을 깨달았다.


아아.... 너였구나. 그래, 바로 너였어.

약한 이를 지키기 위해 강해지길 바라는 자.

자신보다 다른 이의 눈물에 아파할 수 있는 자.


그리고..... 선한 이들을 위해 누구보다 다정해질 수 있는 자.


권능이 아무에게나 넘어가지 않도록 걸은 제약. 그에 적합한, 오랜 시간 내가 기다려온 [기대]의 아이.

그리고 너라는 희망을 지키기 위해 저 큰아이가 자기 자신의 모든 것을 바쳐 지켜낸, [희망]의 아이.

[태양]아. 우리 모두를 구하고 싶어했던 이제는 잊혀진 시간 속에 살아갔던 아이, [자온]아.

절망과 후회의 운명 속에서 나와 큰 아이의 절망과 슬픔을 덜기 위해 이 마지막 세상에서도 어렵싸리 와주었으니....


[태양], 다음 세대의 침식황될 아이야. 다시 만나게 되어..... 반갑구나.



아직 이 기억을 찾지 못한 아이에게 미소지어보이며 손을 내밀었다.

"그래. 앞으로 자온이라 부르마, 아가. 나는.... 뷜란트라고 불러다오. 잘 지내보자꾸나."

침식황이라 불렸던 재해의 군주는 먼 훗날의 [태양]이자 자신의 뜻을 이어줄 아이의 손을 잡으며 걷기 시작했다.



강해지려무나. 이 마지막 세상에 남은.... 너의 소중한 이들을 지켜주기 위해.



우리의 기대를 이어주고 새로운 희망이 되어줬던, 되어줄 인연의 태양,


자온.



안녕하세요!

이번 챕터는 이것저것 시도도 많이 해보고 자온의 설정이 많이 들어간 챕터였는데요, 그만큼 내용 수정도 많이하고 사냥꾼의 밤 챕터를 시궁쥐팀 모두 반복하면서 읽었던 챕터였네요.

이 챕터동안 쓸 시간이 많이 없던 것도 제법 힘들었지만 개인적으로 젤 힘들었던 건 옛 군주들, 광기들을 광적으로 표시하기 위해 글씨 효과 하나하나 넣었던게 제일 힘들었었네요. 특히 여기에선 글씨 크기까지 하나하나 바꾸는게 힘들었죠....(두번은 못 하겠어요....)

탈도 많고 새 설정도 많아서 복잡했던 챕터였지만 그래도 마무리되니 속 시원하네요.

그러고 보니  will of wish 상편이 일주일만에 1000회나 읽어주신게 놀라웠어요감사하지만 어째서....?

다음은 드디어 부산 챕터. 약해졌지만 새로운 전투법을 익힌 자온이 부산에서 시궁쥐 팀과 함께하는 여정을 보러 와주시면 감사하겠습니다!

1~4부 개정판 버전의 요약과 함 중간 중간 외전으로도 돌아오겠습니다.

5부에서 다시 만나요~!

감사합니다!

2024-10-24 23:37:15에 보관된 게시물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