레버넌터리 - 죽음에서 돌아 온 소녀 [갯바위 마을 - 8.]

fithr 2023-05-19 1


세 명이 함께 움직이니 스카이 워커에 차원종들은 금세 처리할 수 있었고.

 

셋이서 갯 바위 마을로 돌아가는 길에 트럭 액셀을 밟고 섬의 바깥으로 향하는 반금련을 볼 수 있었다.

 

, 저기…… 반금련 씨가 급하게 섬 밖으로 나가던데. 무슨 일입니까?”

, 그게섬 밖으로 의료관계자분을 모시러 가셨어요.”

 

갯 바위 마을로 돌아오자 급하게 섬 밖으로 나가는 반금련의 행동을 의아하게 보던 한 기남이 지금이 기회라는 듯 물어봤다.

 

? 그게 정말입니까? 그것참 다행이군요! 이제 희망이와 아라. 그리도 다른 아이들도 모두 무사할 수 있겠어요.”

 

가 연이 건낸 대답에 얼굴에 미소를 지으며 진심으로 기뻐했다.

 

그런데 조금 뜻밖이군요. 반금련 씨는 이 섬의 사람들에게 관심이 없는 줄 알았는데.”

그런가요? 그래도…… 전 반금련 씨가 아이들한테 관심이 없는 것 같진 않았는데요.”

, 제가 여태껏 본 반금련 씨는 그런 것 같진 않았는데요.”

 

한 기남의 인식 속 반금련은 이 섬의 사람에게 무의미한 정을 붙이지 않으려 관심을 안 가지려는 사람이었다. 하지만 가연은 그런 그의 생각을 정면에서 부정하며 그 이유를 설명한다.

 

아예 관심이 없었다면아무리 상식을 초월하는 수준의 금액을 받았다고 한들 그걸 받은 뒤에 포기해야 할 안정적인 고액의 수익과 본인의 기준으로도 위험하다고 생각하는 이 섬의 관리자와의 마찰은 불가피한데. 과연 아무런 관심도 없는 아이들을 위해 그저 돈을 받았다는 이유만으로 그 모든 걸 감내하려 할까요?”

확실히그렇긴 하군요.”

 

밀수업자인 그녀에게 있어 쓰레기 섬만 한 정기적인 수입원은 거의 없다.

 

그런 장소를 그녀 스스로 포기한데다 본인이 생각해도 위험하다는 섬의 관리인과 마찰이 일어날 수밖에 없는 의뢰를 아무리 많은 돈을 받았다 한들 그녀가 꼭 할 필요는 없었다.

 

오히려 이쪽 업계에선 그저 돈만 받고 잠적하는 일도 부지기수인데도 그녀는 의뢰 완수하러 섬의 밖으로 향했다.

 

어디까지나 제 생각이라확신은 안 들지만요.”

 

정말 데리러 나간 건지. 아니면, 돈만 먹고 도망친 건지는 모르겠지만

 

아닙니다. 가연 양의 말을 듣다 보니 제 생각보다 반금련 씨가 아이들에게 관심이 많은 것 같네요.”

그런가요? ……아니, 그렇겠죠.”

. 분명 그럴 겁니다.”

 

호탕한 미소를 짓는 한 기남과 그 옆에서 수줍게 미소 짓는 가연.

 

이제 애들을 섬에서 나가게 하는 것만 남았네요. 한 기남 씨도 아이들과 같이 이 섬에서 나갈 생각이시죠?”

저는…… 안 나갈 겁니다.”

? , 어째서요. 이 섬에 오래 있으면 어떻게 될지

잘 압니다. 아마희망처럼 쇠약해지다가 고통 속에서 눈을 감겠죠.”

 

그럼 왜……

 

자신이 죽을 것을 알면서도 나갈 수만 있으면 나가려는 게 정상인 이 섬에 홀로 남겠다는 걸까. 가연은 한 기남의 이러한 반응에 의문만 남았고, 희망이 나가지 못하는 것과는 결이 다른 이유를 가진 한 기남에게 무슨 이유인지 조심스레 물어보았다.

 

제가 왜 이 섬에 들어온 건지는 은하 씨한테 들으셨죠.”

네예…….”

 

사업이 잘 안되 빚을 지게 되었지만, 결국 사업이 망해 사채업자들에게 쫓기다가 이 섬으로 숨어들어 온 한 기남.

 

그 말대로 예요. 혼자서 잘 해낼 수 있을 거라 생각했는데, 막상 해보니 죄다 망해서 결국엔 빚까지 지고결국엔 여기까지 오게 되었죠. 그리고 도망쳐 온 여기에서도전 썩 좋은 인간이 아니었습니다.”

 

무언가 그동안 마음속 한구석에 품고있는 죄의식이 느껴지는 뒷 말에 가연은 그도 자신처럼 무언가에 죄책감을 짊어지고 살아간다는 생각에 조금 동질감이 드는 것 같았다.

 

한 기남 씨는 분명이 섬에 오게 됐다고 하셨죠.”

? . 그렇게 말하긴 했죠.”

이 섬은 분명 꽤 오랜 세월 동안 사람 하나 살 수 없는 무인도라고 알려져 있었어요. 그런데 어떻게 이런 곳에서 숨어 지낼 생각을 하신 거죠.”

그건…… 반금련 씨를 통해서 알게 되었습니다.”

 

줄곧 마음속에 담아두고 있던 이야기를 뱉어내기 시작한 한기남.

 

사업이 어려워져서 무슨 수라도 써야 했을 때였죠. 반금련 씨가 저를 찾아와서 제안을 했어요. 싼 값에 차원종 잔해를 입수할 수 있는 루트가 있다고요. 세간에는 이 섬에 아무도 살지 않는 것으로 되어있었죠. 하지만 반금련 씨가 그러더군요. 섬에 주민들이 살고 있다고요. 그리고 그 주민들이 차원종 잔해를 헐값에 매각하고 있다는 말도 했고요. ”

 

그동안 남한테 뱉지 못하고 쌓아두어야만 했던 이야기.

 

……그 사실을 안 순간, 저는 선택해야 했습니다. 아직은 유니온에 연줄이 남아있는 상황이었어요. 만일 유니온에 이 일을 보고한다면, 섬에있는 사람들을 구할 수 있을지도 몰랐습니다. 하지만리스크가 있는 건 틀림없었죠. 반금련 씨가 그러더군요. 그런 짓을 했다간 관리자에게 공격을 당할 거라고요.”

 

그 이야기를 뱉을수록 그의 낯빛은 어두워져만 갔다.

 

제 입을 막으려고극단적인 수단을 택할 거라고. 그러고도 남을 사람이라고요. 게다가만일 유니온이 섬의 주민들을 섬에서 데리고 나가기라도 한다면차원종 잔해를 헐값에 얻을 루트가 막히고 마는 거였어요.”

 

그때의 자신이 한 일을 자신의 고뇌를 이해해주는 것까지는 바라지 않는다.

 

그저 알아주기라도 해주길 바라는 듯 외치는 한 기남의 말을 가연은 그저 조용히 피하지 않고 그의 말을 듣고 있었다.

 

……저는 결국, 옳지 않은 선택을 했습니다.”

 

그의 얼굴에 선명히 보이는 후회와 죄책감.

 

하지만 그렇게 양심을 버리면서까지 회사를 택했는데도결국 그 회사마저 제 손을 떠나고 말았죠. 그렇게 아무것도 남지 않게 됐을 때, 가장 먼저 떠오른 게 이 섬이었습니다.”

 

모든 걸 잃고서 떠오른 자신의 과오.

 

옳지 않은 선택을 한 대가를 치러야 한다는 생각이 들더군요. 그래서이 섬으로 온 겁니다.”

 

지금껏 조용히 그의 말을 듣고 있던 가연.

 

그녀는 고뇌와 고통으로 얼룩진 한 기남을 살며시 미소 지은 채 바라보았다.

 

그렇군요. 그게 한 기남 씨를 옮아 매고 있는 죄책감이군요.”

 

부드럽게 시작되는 첫 마디.

 

하지만 한 기남 씨는 자신이 지은 죄의 책임을 지려 하고 있잖아요.”

 

스스로 괴로울 것을 알면서도 자신이 지은 죄.

 

조용히 입을 다물고 이곳이 아닌 다른 곳으로 도피할 수도 있었으면서, 알리지만 않았다면 누구 하나 책임을 묻지도 않았을 일을 스스로의 입으로 알리고 죽더라도 이곳에서 죽는 게 최소한의 속죄라는 듯 들어와 홀로 조금이라도 아이들을 위해 움직이고 있었다.

 

그래요. 솔직히 속죄하기엔 조금 늦었을 수도 있어요. 하지만 한 기남 씨는 자신이 지은 죄를 외면하지 않고 당당히 바라보며, 스스로 지은 죄에 대한 대가를 치러야 한다며 이 섬에 올 계기를 만들어 이 섬에 사람들에게 지은 죄를 조금이라도 갚기 위해 움직이셨잖아요.”

, 그건제가 할 수 있는 한 어떻게든 돕고 싶어서.”

한 기남 씨. 속죄라는 건 생각보다 거창한 게 아니에요. 그 사람에게 자신이 지은 잘못을 인정하고 잘못에 대한 진심 어린 반성과 그 사람을 위해 자신이 할 수 있는 선행을 하는 것 또한 속죄의 방법이에요.”

 

그래, 과거의 지은 죄를 인정하고 괴로울 것을 알면서도 외면하지 않고 똑바로 바라보며 자신이 외면해버린 이곳의 아이들을 위해 할 수 있는 것을 최선을 다하는 한 기남 씨와 달리 예전의 잘못을 두려워하고 바라보는 것 또한 두려워 외면하면서 속죄할 기회마저 날려버린 자신과 달리 다가온 기회를 잡고 속죄를 위해 고통스러울 것을 알면서도 노력하는 한 기남 씨에게 내가 해줄 수 있는 유일한 도움.

 

한 기남 씨. 지금껏 한 기남 씨가 한 일은 무엇보다 가치가 있고 또 아주 용감한 일이에요.”

용기라고요.”

 

가연에 말에 대체 무슨 말인지 모르겠다는 한 기남을 향해 가연은 살며시 미소 지을 뿐이었다.

 

. 저랑은 달리 아주 용기 있는 일을 해내셨어요.”

? 그게 대체 무슨……

 

가연이 한 말에 의문을 표하던 그때.

 

……? 잠깐. 이건?”

 

탐지기에 반응이 있습니다! 아무래도 근처에 사람이 있는 모양이에요.”

섬의 관리자일지도 모르겠군요!”

그렇다면 이쪽도 나서야겠지. 같이 가자고요, 언니, 금발.”

 

어느샌가 가연의 바로 뒤에서 나타난 두 사람.

 

은하와 루시, 두 사람과 같이 스카이워크로 향하자 어느새 날이 저물어 어두운 밤이 되었고.

 

그곳에 서 있는 한 남자.

 

분명 아직 육안으로도 제대로 식별이 되지 않는 위치였지만, 그녀의 눈에 똑똑히 비치는 고풍스러운 외눈 안경과 아름다운 은발을 어깨로 넘긴 사람 좋은 인상의 남자. 그 모습에 순간 머릿속이 하얗게 질렸지만 애써 아니라며 자기를 속여 루시와 은하의 뒤를 따라간 가연.

 

외눈 안경에 은발! 확실해요! 저 남자, 저를 습격했던 그자예요!”

그리고 내가 찾는 빚쟁이란 말이지?”

“?!”

 

두 사람의 격양된 말에 가연은 놀랄 수 밖에 없었다.

 

그럼 저 사람이저 사람이

 

잊고 싶었던 기억.


지우고 싶어도 지워지지 않는 괴로운 나날의 시작.

 

그 시작을 연 존재.

 

그 남자가

 

이 섬에 아이들을 가둔 섬의 관리자.

 

바로… 나의 양 아버지.

 

 




생존 신고합니다.

2024-10-24 23:37:15에 보관된 게시물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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