침식의 계승자 EP.4 사냥꾼의 밤 17화 침식되다(1)

Heleneker 2023-04-03 2

날이 좋으니 무진장 일이 바빠서 늦었네요.... 늦더라도, 멈추지 않고 돌아옵니다.

시작합니다. 오늘도 읽어주시는 유저분들, 감사합니다.




24년도 개정판으로 수정되었습니다.





아.... 머리 아프다....

눈을 뜬 나는 어디론가 향하고 있었다.

나는.... 어딜 가고 있는걸까?

눈이 안개가 낀 것처럼 뿌옇게 보이는데도, 몸에 힘이 전혀 들어가지 않는데도 몸은 어딘가를 향해 가고 있었다.

모르겠다. 하지만 가지 않으면 후회할 것만 같아....

엉망진창인 몸을 질질 끌며 계속해서 앞으로 나아갔다.

...하지만 지금 내가 느끼는 이 감정과 행동...... 정말로, [나]인걸까?

자신의 행동에 의문을 가질만한 것이, 나는 희뿌연 시야 속에서 보이는 누군가를 따라가고 있었기 때문이였다.

저자는 누구인걸까? 적인지도, 아군인지도 알 수 없는데, 나는 왜 따라가고 있는 걸까?
약한 푸른빛이 감도는 하얀 사람은 그저 묵묵히 내 앞을 걷다가 내가 멈추면 나를 이끌고 다시 앞으로 나아갔다.

[.....]

하얀 존재가 발걸음을 멈추더니, 내게 무언가 손짓하기 시작했다. 뭘 하라는 거지....? 휘두르라고....?

뭔진 모르겠지만 그를 따라 손을 휘두르자,

스걱-----

캬아아아앍?!!!!

내 손에 갑자기 생겨난 무언가가 무언가를 베어냈다. 소리로 봐선 차원종인데.... 나는 차원종을 처치하러 나온건가?
하지만 내 앞의 누군가는 다시 발걸음을 옮기며 내게 따라오라고 손짓했고, 나는 홀린 것만 같이 그를 다시 따라가기 시작했다.

갸아아아가가각!!!!

푹!! 서걱!!

그 존재는 자신을 따라 움직이라 손짓했고, 그 행동을 따라할 때마다 차원종들이 하나둘씩 쓰러졌다. 나는.... 어떻게 싸우고 있는 거지? 맨몸인데다 무기들도 없는데... 아니, 아까부터 뭔가를 들고 있긴한데 이건 뭐지....?

희릿한 탓에 보이지 않았지만 무게감과 길이, 펄럭이던 소리를 생각하면 내가 쥐고 있는 건..... 깃발이건가?

쥐고 있는 감촉으론 아주 오래된, 몇번이고 부러지고 고치고를 반복한 산산조각을 억지로 붙여놓은 깃대에서 왜인지 모를 그리움과 익숨함이 느껴져왔다.


쿠궁----- 쿠궁------


저 너머에서 묵직한 기계음이 들려오기 시작하자, 앞장서고 있던 존재가 갑자기 돌아서선 내게 다가와 깃발같은 무언가를 가져가곤, 대신 내 손에 무언갈 건네주었다.

[------]

[------]

[------]

그 존재는 무언갈 말하고선 그대로 홀연히 모습을 감추었다. 대체 뭐였던 거지? 헛것이라도 본 걸까?

------!!

그러나 그것이 헛것이 아니라는 걸 증명이라도 하듯이, 그 존재가 건넨 무언가가 격하게 진동하기 시작했다.

손을 펴보자, 아주 옅게 빛나며 어딘가로 뻗어져 있는 실이 있었다.

콰아아앙!!!!!

....채...채애앵...!

콰.... 콰앙....!

실이 뻗은 방향에서 폭발과 금속 마찰음이 들려왔다.

쾅!!! 쾅!!! 콰아아아아아앙!!!!!!

----------!!!!!!

폭격소리가 커질수록 빛나던 실들이 요동치며 흐려지자, 왠지 모를 초조함에 실이 뻗어있는 방향을 향해 달려가기 시작했다.

이것이 무엇인줄 알고 달리는 거지? 

몰라. 하지만 [내]가 [기대]하던 것일지도, [내]가 [희망]을 걸었던 무언가일지도 모르지.

그러니, 이 실들이 [내] -----이 빛을 잃게 둘 수 없....내가 방금 뭐라고 생각한거지? 방금 그건 내가 생각한게 맞나?
내가 아닌 것만 같은 이질감이 크게 닿아왔지만,

콰아아아아아앙!!!!!!

----------!!!!

실이 더욱 크게 요동치며 흐려지기 시작하자, 이질감이고 뭐고 나는 더이상 망설이지 않고 뛰어가, 마침내 실의 끝에 도달했다.

누군가가 무언가와 대치하고 있는데, 형체가 흐릿하게 보여 누구인지 모르겠다.

그럼에도, 내게 소중한 누군가임을 한눈에 알 수 있었다. 그리고 그들의 앞에 있는 거대한 무언가가 지친 두 사람을 겨누고 있다는 것도.

안 돼.

이젠 더 이상 잃을 수 없단 말이야.

-------을, 더 이상 먼저 떠나보내기 싫단 말이야.

지킨다. 이번엔 반드시.....!!

대책도 방도도 없이 나는 간절한 바램만을 가진채로 그들의 앞으로 나서자, 눈 앞이 맑아지며 주위가 선명하게 보이기 시작했고,

콰아아----!!!!

눈 앞에 보이는 거대한 기계 인형이 나와 내 뒤의 이들을 향해 포격을 쏟아내기 시작했다.



*****



[........아직은 조금 부족하지만, 지금의 너라면 조금은 일깨울 수 있겠지.]

[....의 권능은 아직이고, ...의 권능은 스스로 깨달아야 하는 부분이니....]

[너의 [의지]의 권능이 발휘될 수 있도록..... 이번만 도와줄게.]




******



".......광기에 먹히지 않고 돌아온 것도 신기하거늘, 끊임없이 신기한 재주가 나오는구려. 침식황의 계승자."

먼지가 걷히자, 거대한 기계 인형을 조종해 은하와 루시를 유린하고 있었던 쿠르마는 인형을 통해 보이는 광경을 보곤 혀를 내둘렀다.

세 사람의 눈 앞에 펼쳐진 수없이 많은 실들이 서로 엮여 면을 이룬 붉은 빛의 장막. 포격에도 끄떡없이 버텨낸 그 장막은 할 일을 끝냈다는 듯 조용히 흩어지며 사라졌다.

"방금 그건.... 어떻게 한 거지?"

지금까지 써왔던 실과는 전혀 다른 감각에 당황스러웠지만,

챙캉!!!

그럴 생각할 찰나도 없이 흩어지는 실의 틈 사이로 날아가 기계 인형에 맞부딪이는 소리에 정신이 번뜩 들었다.

"돌아와서 다행이긴 한데.... 멍 때리지 마. 저건 아직도 멀쩡하니까....!"

"자온 씨, 저 기계 거인은 쿠르마의 능력으로 조작되고 있어요! 제 힘을 흡수하는 능력은 기계에는 효과가 없고요!"

"방어막도 제법 튼튼해. 우리 힘만으론 뚫기 힘들었는데 너까지 있으면 어떻게든 뚫겠지....!"

"흠..... 꽤나 끈질기구려. 광기에 벗어나지 못할 줄 알았거늘. 게다가 이쪽도 대량살상의 마녀를 닮은 자와 교전을 마무리 해야하니 더는 신경을 쓰기 어려울 것 같군."

"좋소. 그 분전에 경의를 표하며, 이 자리는 양보해 드리지. 하지만 이것으로 끝은 아닐 거요. 오히려 더더욱 치명적인 난국이 그대들을 기다리고 있을테지."

"동료들에게 돌아가 보시오. 흉보가 기다리고 있을 테니까! 하하하하하하!!!"

쿠웅------- 쿠웅------ 쿠웅------

쿠르마가 조종하는 기계인형은 거대한 발구름 소리를 내며 천천히 그 자리를 떠나갔다.

"하아... 겨우 쫓아냈네."

"저희와는 상성이 안 좋았던 점도 있었지만요..."

"뭐, 그것도 있죠. 그건 그렇고 너, 이제 괜찮은거야?"

"저도 듣기만 한거지만.... 괜찮아지신 건가요?"

"...모르겠어. 이걸 괜찮다고 해야할까?"

정신은 돌아왔으나 여전히 그들의 목소리가 조금씩 들려오고 있었고, 몸은 안과 밖 모두 엉망진창인 상태 그대로였다. 그나마도 능력은 일부 돌아온 듯 했으나, 능력에 담겨있던 내실은 모두 발현되지 않는다는 게 느껴져왔으니..... 역시, 안 괜찮은 거겠지.

"쿨럭.....!"

기침하며 나온 진액을 조용히 닦아내며 말했다.

"일단.... 돌아가자. 쿠르마가 했던 말이 신경쓰여."

"흉보가 기다리고 있다고 했죠.... 얼른 돌아가보죠."

"잠깐 기다려."

스륵-----

"은하 씨?!"

은하가 칼을 꺼내어 내 목에 들이밀며 물었다.

"너, 정말로 너 맞아?"

"....."

루시는 당황해하고 있었지만, 나는 지금 은하의 이 행동이 이해가 갔다. 루시는 몰라도 은하는 직접적으로 위협을 받았으니....
잠시 은하의 눈을 바라보던 나는 천천히 칼을 치우며 말했다.

"아직은..... 나야. 걱정 마. 또 그럴 것 같다면.... 알아서 떠날거니까."

"떠날 생각하지 말고 버텨. 그 때 그랬던 것처럼."

은하는 칼을 집어넣으며 내 가슴팍을 팍 쳤다. 너희를 지키려고 자해하면서 나 스스로를 막아세웠던 그 때를 말하는 거겠지. 그런 일을 겪고도 같이 가려고 하니.... 너도 참.... 사람 내치는 건 못하는 구나. 

"그래, 그럴게."

"좋아. 그럼 얼른 돌아가 보자고요."

웃는 모습을 보곤 안심한건지, 은하는 금방 휙 뒤돌아 거점을 향해 발걸음을 옮기기 시작했다.

"은하 씨, 같이 가요!"

"좀 같이 가자."

나와 루시도 은하의 뒤를 따라가기 시작했다.



******


"캐롤리엘, 이것도 챙겨가면 돼?"

"Yes! 민수현 씨, 이것 좀 받아주세요!"

"아, 네!"

"민수현, 그거 말고 그 옆에 거야! 잘 좀 챙겨봐!"

"이, 이거?"

"아니, 반대편 옆 꺼!"

"....뭐예요, 다들 왜 그렇게 서두르고 있어요?"

한창 응급용품들을 챙기는 캐롤리엘과 저수지, 민수현의 모습에 겨우 물어보았다.

"두 분, 오셨군ㅇ..... Ooh? 자온 씨? 깨어나셨군요! 그런데 어떻게 두 분과 같이 계셨나요?"

"이 녀석 어떻게 알았는진 몰라도 우리 쪽으로 왔었거든요."

"너희는 또 왜 이렇게 다쳤어!?"

"쿠르마가 웬 로봇을 조종해서 거점을 공격하려 했거든요. 상성이 안 좋아서 위험했는데.... 얘가 와서 그럭저럭 버티긴 했어요. 우리보다도, 흑지수 언니 쪽은 어떻게 됐죠?"

"그게... 문제가 심각해요. 쿠르마와의 교전으로 입은 부상이 심각해요. 성의 설비들을 이용하지 않으면 치료가 어려워요. 그러니까 리버스휠로 이동하는 건...."

"흑지수 씨가.... 당하셨다고요?"

"쿠르마... 그놈이 벌써 차원압력을 극복한건가요?"

"차원압력을 극복한 건 아니예요. 하지만 그렇게 강한 분이 당하시다니....!!"

"그것도 그렇지만 그 거대 로봇은 또 뭐죠? 성의 지하에 거대 로봇이라니... 무슨 옛날 애니메이션도 아니고."

"그 로봇은 테러리스트들이 주요 전력으로 사용하던 대위상 기동병기예요. 한 때 이곳에서 농성을 벌이던 총장이 성의 수비를 당담할 병기로 뉴욕에서 가져온 것 같아요. 다만 투입되기 전에 총장은 부산으로 달아났고, 로봇은 그대로 지하에 잠들어 있었죠. 엔진이 탑재되지 않은 상태라 위협이 되지 않을 거라 생각했는데... 설마 차원종이 그걸 조종해서 우리를 압박해 올 줄이야...."

"로봇은 상대하기 어렵고 흑지수 언니도 쓰러졌다니, 슬슬 승산은 사라졌다고 봐도 되지 않을까요?"

"맞아요. 하지만 리버스휠로 도주했다간, 흑지수 씨의 생명을 장담할 수 없게 돼요."

"어떻게든 버텨야 한다는 뜻이군요."

"일단 저희는 마저 치료를 하고 올게요. 그때까지 여러분도 잠시 휴식을 취하세요."

캐롤리엘이 서둘러 치료실 방향으로 향하자, 우리도 그 뒤를 따라가 방 앞에서 기다리기 시작했다.



******



"뭐야, 너. 깨어났네?"

"네. 대신 상태는 다 최악같지만요."

"최악이긴 하지. 쿠르마 그 놈이 이 성에 숨겨져 있던 또 다른 리애니메이터를 찾아낸 탓에 거의 온전한 힘을 발휘할 수 있게 됐으니까.

"그보다 흑지수 씨. 몸은, 몸은 괜찮으신가요?"

"젠 장. 괜찮아 보여? 어쩔 수 없이 강한 척 하는 거지."

흑지수는 자신에게 주렁주렁 달려있는 설비들을 들어보였다. 특히 복부를 크게 다친 것인지 치료 중임에도 피가 울컥울컥 새어나오고 있었다.

"나를 구해주려다가, 흑지수가....."

"미안하다. 내가 함께 움직이고 있었더라면...."

"아.... 그보다도 얘네나 좀 입 다물게 해 봐. 아까부터 둘이 번갈아가면서 자기 잘못이라고 하는데, 정신 사나워 죽겠어."

미래와 김철수가 서로 자기 탓이라며 자책하고 있었다. 듣기로는 두 사람을 보호하느냐 다치셨다고 했지.

"그나저나.... 나간 사이에 거점이 털릴 뻔했다면서? 쿠르마 녀석, 역시 또 다른 일을 꾸미고 있었어."

"흑지수 씨가 이 상태인만큼 대응하기가 곤란하겠는데요. 저희도.... 만전은 아니니까요."

"....그래서 앞으로의 방침을 알려줄려고 하는데 각자한테 맞는 방침을 전달해줄게. 각자 조용히 얘기할 거니까 일단 미래 빼고 다 나가 있어."

"난 남아 있어도 되지? 내가 도움이 될지 모르잖아?"

당돌하게 손을 든 저수지를 바라보던 흑지수는 옅은 한숨을 내쉬며 답했다.

"....그래. 일단 둘 빼고 다 나가있어."

그렇게 미래를 시작으로 김철수, 은하, 루시 순으로 흑지수와 저수지가 있는 치료실에 순서대로 들어가 조언을 듣기 시작했다.



******


[너 정말 뻔뻔하구나. 네 손으로 죽일 뻔한 동료 곁에 태연히 있다니. 키키키킥]

잠시나마 조용했던 광기의 목소리가 다시 들려오기 시작했다.

"....."

하지만 철저히 무시하고 있었다. 한번 귀 기울였다가 마지막의 결말이 어떻게 됐는지..... 생각하기도 싫을 정도로 몸소 체험했으니까.
귀를 막는다고 들리지 않는 것은 아니였지만, 귀를 틀어막고 쪼그려 앉았다.

[무? 무시하고 있]

[키히히. 그런다 정말 시할 수 있을 거라 생봐]

[그래 봤자인데. 우리가 네가 그 걸 한 두번 본 줄 아나봐. 꺄하]

[그게 다 우리를  너는, 네 로 네 친구 다 죽였는데. 키키키]

"시끄러, 시끄럽다고!!!"

"왓, 깜짝이야! 뭐가 시끄러운 건데?"

계속된 도발에 버럭 소리 질렀다가 생각치도 못한 곳에서 돌아온 답변에 깜짝 놀라 고개를 들었다.

"자온, 왜 그래? 무슨 일 있어?"

때마침 방문을 열고 나를 부르려던 저수지가 걱정스레 쳐다보았다.

"아니, 아무것도 아니야. 걱정 끼쳐서 미안."

"알면 됐고. 어쨌든 흑지수가 이제 들어오래. 이번엔 나도 나가라더라. 좀 얘기할게 많다나 뭐라나."

"알았어."

저수지가 자리를 뜨자, 나는 회복실에 들어가 의자에 앉았다.


---------!!!!


"읏......!?"

베일 듯한 싸늘한 기운이 온몸의 피부을 훑으며 흩어졌다. 짙은 살기를 쏘아낸 흑지수는 살기를 거두곤 말했다.

"일부러 살기를 뿌려댔는데 안 덤벼드는걸 보면 지금은 자기 자신인가 봐?"

"....다행이도요."

"다행이라.... 정말로?"

지금의 내가 나 자신이라는 말을 믿지 않으시는 모양이다. 그들의 위험을 가장 가까운 자리에서 감당하셨으니 그럴만하시지만...

"....솔직하게 말하면 억지로 미뤄둔 상태나 마찬가지입니다. 제가 그들에게 조금이라도 흔들리면, 저는 다시 그들에게 삼켜지겠죠."

"흥. 역시나 그렇군."

잠시 침묵이 흐르다가 흑지수가 먼저 입을 열었다.

"뭐, 좋아. 지금은 너 자신인 거 같기도 하고 쿠르마를 상대할 녀석은 하나라도 더 있으면 좋으니까."

"일단 네게 조언하기 전에, 난 돌려말하는건 질색이니까 단도직입으로 물어보겠어."




"지금 너는 누구라고 정의하지? 자온? 광기? 차원종 뷜란트? 그것도 아니면.... 클로저 비운?"


To be continue....

2024-10-24 23:37:11에 보관된 게시물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