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일러스트 포함)침식의 계승자 외전 : 흉성[작별]
Heleneker 2023-03-15 1
자온의 설정 염라의 갑주, 별 하나에 작은 소망을를 참고하시면 더욱 가독성이 편리합니다.
본 내용은 제목 그대로 외전-흉성편입니다. 루시와 애리의 검은 손 스포일러가 야아아악간 섞여 있음을 알려드립니다.
본편을 계속 이어보실 분은 그대로 패스해주셔도 됩니다.
쿠르르르릉--------
밤하늘을 뒤덮은 구름에서 울려퍼지는 천둥 소리가 조용했던 밤도시의 적막을 깨는 와중,
쾅!!!! 콰쾅!!!!
탕!! 타타타-----!!!
탓!! 타다다다닷-------
그 하늘 아래에서 장렬한 폭음과 불꽃, 뜀박질 소리가 도시의 적막을 한층 더 깨트리고 있었다.
"그쪽으로 간다!"
"방심하지 말고 몰아붙여!"
"하여간 유니온의 개들... 개미들마냥 드글드글하게도 몰려다니네."
"차라리 잘 됐다. 이대로 좀 더 시선을 끌도록 하지."
두 그림자가 누군가들에게 쫓기듯 달리고 있었다. 아니, 높은 빌딩 옥상을 뛰어다니고 있으니 날아다닌다고 하는 것이 정확할까. 추적자들도 그림자들처럼 빌딩옥상을 날아다니며 추적을 이어가고 있었다.
"음.... 괜찮긴 한데, 우리가 계속 도망다니면 놈들이 이상하게 생각하지 않을까?"
"어째서지?"
"왜, 우리 모두 1급 수배령 내려지긴 했어도 저수지를 빼고 사살까지 허용된 건 너랑 나뿐이잖아. 유니온의 개들을 가장 많이 죽였던 우리가 도망만 친다? 수상하게 여기지 않겠어?"
"그건..... 그렇겠군."
"그렇지? 그러니까 시선도 끌 겸 해서 적당히 수 좀 줄여보자고."
"그러지. 저기가 괜찮겠군."
"저기 공원? 시야 탁 트인게 괜찮네."
"가지."
쫓기면서도 여유롭게 대화를 나누던 두 그림자는 속도를 내더니, 넓직한 공터 한가운데에 멈춰서곤 서로에게 등을 기대며 무기를 꺼내들었다.
"죽어라! 이 인류의 배신자ㄷ.....!"
멈춰선 그림자들을 향해 한 요원이 무기를 휘둘렀지만,
탕!!
총을 든 그림자-푸른 눈동자의 살수의 총알에 의해 미간에 바람구멍이 생기며 숨이 끊어졌다.
쿠르릉......!
파직....! 파즈즈즉...!!
갑자기 하늘에서 천둥소리가 울리면서 스파크를 마구 튀기더니,
콰과과광!!!!!
번개가 살수와 그 옆의 그림자를 향해 내려치기 시작했다.
"와라, 염라의 갑주."
활을 든 그림자-잿빛 눈동자의 남자가 하늘에 손을 휘젓자, 위상력으로 구현된 실이 살수와 남자 머리 위에 장막처럼 순식간에 짜여 펼쳐져 내려치는 낙뢰를 모조리 막아내었다.
끼기기기긱------ 퉁----!!
낙뢰를 막아낸 남자는 실로 화살을 만들어 저 멀리 어딘가를 향해 쏘아내었고, 화살의 착탄 지점에 있었던 낙뢰 능력자은 피할 새도 없이 화살에 꿰뚫리며 목숨을 잃었다.
타탕! 탕!! 탕!!
"아아악!!!"
슈르르륵------ 퉁!! 투우웅---!!
"어억......"
총성과 활시위를 놓는 소리가 울릴 때마다 그들을 뒤쫓아왔던 요원들의 목숨이 하나둘씩 사그라들었다.
"수만 많아가지고.... 김철수, 저 너머에서 둘 숨어서 온다."
"이미 인지했다. 이거면 충분하지. 그보단 자온, 이 지점에 도착한 후부터 놈들이 적극적으로 공세를 취하지 않고 있다. 마치 우리가 다른 곳으로 가지 못하도록 말이지."
김철수라 불린 살수는 품 속에 있던 그레네이드를 꺼내 자온이라 불린 남자가 가르킨 방향을 향해 무심히 던진 후, 그레네이드를 향해 총을 쏘았다.
쾅!!!!
"아아악!!!!"
"아하, 어쩐지. 계속 한자리에서 감지되던 것들이 그거였구만?"
주능력인 실 능력을 이용한 색적으로 수상한 움직임을 보이는 방향과 하늘을 바라보았다.
......우우우웅------
하늘까지 펼쳐진 실로 인해 윤곽을 보이는 비공정이 에너지를 모으고 있었고, 지상에 펼친 실을 통해 감지되는 주포가 충전을 마쳤는지 마구 진동하고 있었다.
"와우. 우리 죽이겠다고 주포랑 비공정까지 끌고온 거 실화야?"
"대응이 너무 빠르군. 우리 움직임이 유출된건가?"
"그건 조금 이따 확인해보고..... 쏠 준비 끝난거 같네."
하늘과 저 멀리서 주포가 반짝하고 빛나더니,
-----------------!!!!
살수와 남자를 향해 과하다 싶을 정도의 포격이 쏟아지기 시작했다.
아무리 강한 위상능력자라도 포격의 직격은 결코 무시할 수 없는 것이였으나, 남자는 낙뢰를 막아냈던 방벽을 돔 형태로 만들어 자신과 살수를 감쌌다.
"결전기, 지옥구현."
콰가가가--------!!!!
지상과 상공에서의 동시 포격이 두 사람을 집어삼켰고, 주위를 완전히 초토화 시키기 시작했다.
후득..... 토독....독.....
"해, 해치웠나.....?"
"너무 심한 거 아닙니까....?"
"확인하기 전까지 방심하지 마. 저 둘은 검은손에서도 특히......"
타아아앙!!!
"쿨럭.....?"
"선배!? 구호반!! 구호......"
쐐애애**!!!!
"커, 커헉....."
한 치 앞도 보이지 않는 먼지 속에서 총탄과 화살이 그 틈을 비집고 클로저들을 향해 빗발쳤다.
"아이, 먼지 장난 아니게 날리네. 김철수, 다친데 없지?"
"그래, 전혀 없다. 네 방어는 한번도 뚫린 적이 없으니 늘 신뢰하고 있다."
"그거 참 고마운 말이네."
먼지가 걷힌 그 속에서 두 사내는 천천히 멀쩡한 모습을 드러내었다.
"고, 공격해!!"
콰아아앙!!! 파지지칙!!! 화아아아악!!!!
클로저들은 각자 위상력을 발휘해 두 사람을 향해 능력을 쏟아내었다. 염동, 전격, 불꽃, 포격 등 여러 능력이 두 사람들 덮쳐왔지만,
"자온, 막아만 주면 알아서 처형하도록 하지."
"그래. 먼저 양보한다? 와라, 염라의 갑주."
슈루루루루룩----!!!
클로저들이 필사적으로 짜낸 능력이 자온이 만들어낸 장막에 모두 막혀 무력화 되었고,
타다다다다다다!!!!
공격을 막은 장막의 아주 조그마한 틈 사이로 김철수의 탄환이 클로저들의 머리를 꿰뚫었다.
"어떻게든 거리를 좁혀!!!"
원거리 공격이 다 막히자, 클로저들은 빗발치는 공격을 뚫으며 두사람에게 천천히 접근하기 시작했다.
클로저들이 한걸음씩 전진할 때마다 옆의 동료가 일격에 죽어나갔다. 그럼에도 클로저들은 눈물과 비통을 삼키며 점점 더 가까이 근접해 총과 활의 이점이 없을 정도로 다가갔다.
"슬슬 교체할까, 김철수?"
"그러지. 엄호하겠다."
"간다..... 가속."
장막을 걷은 자온이 클로저들을 향해 달려가고, 김철수는 그 뒤를 엄호하며 저격하기 시작했다.
슈우우우우우------!!
"뭐, 뭐야!? 왜 이렇게 빨라?!!!"
"아, 안 보이잖....."
푸확!!!
털썩
"무슨 일이야!?"
갑자기 동료의 말이 끊기며 쓰러지는 소리에 한 클로저가 고개를 돌아보자,
"....어, 어...어어....?"
그 자리엔 동료였던 것으로 보이는 머리 잃은 시체가 쓰러진 채 피를 울컥울컥 쏟고 있었다.
"한눈 팔 여유가 있나?"
탕!
"컭!"
동료의 죽음을 인지할 시간도, 애도나 위로할 시간도 없이 살수의 총은 빈틈을 보인 클로저들의 목숨을 앗아갔다.
"김철수, 나 금방 갔다온다!"
슈우우우우!!!
자온은 무지막지한 가속을 보이며 조금 전 자신들을 노렸던 지상의 주포를 향해 달려가기 시작했다.
"놈이 온다!"
"충전 중지해! 철수한다! 서둘러!"
"주포는요!?"
"놈이 못 쓰게 자폭시켜! 그게 나ㅇ....!"
"아니, 나 그거 안 쓸건데?"
푸확!!
가장 뒤에 있었던 클로저의 눈 앞에서 다른 클로저들의 머리가 터져나가더니, 자온이 지상의 주포가 있는 곳에 모습을 드러냈다.
"괜히 아까운거 부수지 마. 비싼 거 왜 안 아끼는지 모르겠네."
"서, 선배들......!"
"하여간 사람 몸 참 연약해. 그거 발차기 하나 못 견디고 다 터져나간단 말이지."
"버, 벌써 도착했다고...?"
"잊은 거야, 아니면 전달은 못 받은거야? 내가 누구 제자였는지 전달도 안 해줘?"
"아, 아무리 --의 제자라도 같은 능력도 아닌데....!"
"편견은 전투에 안 좋다? 잘 기억해둬."
자온은 웃으며 클로저의 곁을 지나치더니 비공정이 있는 하늘을 향해 활을 당기자,
슈르르르르륵----!
척 보아도 수천이 넘어보이는 실들이 활시위에 응집되더니, 거대한 붉은 화살을 만들어내었다.
"별 하나에, 작은 소망을."
퉁-----
화살이 비공정을 향해 순식간에 날아가고,
......콰아아아아아앙!!!!!!
포격 이후로 모습을 감추고 있었던 비공정은 화살에 엔진이 파괴되며 곧장 지상을 향해 추락하였다.
"괴, 괴물......!"
단 한발의 화살로 비공정을 파괴시킨 자온의 모습에 클로저는 주저앉으며 중얼거렸다.
"괴물이라니, 말이 심하네. 아니다, 틀린 말은 아니네."
활을 거둔 자온은 클로저를 향해 다가가 귓가에 조용히 속삭였다.
"그런데 그 괴물, 너희 유니온이 만든거야."
푹!!
"크..... 어억.....?"
"안녕. 나쁜 꿈 꾸길."
남은 클로저의 심장을 꿰뚫어 목숨을 앗아가곤 동료가 있던 공원을 향해 발걸음을 돌렸다.
*****
"김철수! 어디 있어!"
공원에 돌아왔지만 죽은 클로저들 말고 아무도 보이지 않자 소리높여 동료의 이름을 부르기 시작했다.
"....자온인가."
공원 수풀 사이로 김철수가 머리에 손을 얹은 채 천천히 걸어나왔다.
"김철수, 너 왜 거기 있어? 다쳤.... 또 그 망할 놈의 노랫소리가 들리는거야?""
다가가 김철수를 부축하며 물었다. 그에게 집착했던 오랜 악연인 환술 능력자가 죽으며 남긴 환술, 그 영향으로 한번씩 헛것이 보이고 들리는 그의 상태는 점차 악화되고 있었었다.
"....들리긴 하지만 임무에 차질이 갈 정도는 아니다."
"쉬고 있어야 진정될 정도면서 괜찮기는 무슨. 됐으니까 먼저 돌아가 있어. 남은 것들은 나 혼자서도 처형할 수 있으니까."
"아니다. 이 정도는.... 견딜 수 있....."
삐삑! 삐삑!
"두 분, 들리시나요?"
거점을 맡고 있던 또 다른 동료에게서 무전이 들어오자 바로 대답했다.
"애리? 무슨 문제라도 생겼어?"
"가족을 배신한 자를 잡았는데 이미 정보가 새나갔는지 유니온이 이쪽으로 몰려오고 있거든요. 저수지를 안전하게 이송시키고 싶은데, 한 분만 이쪽으로 지원 와줄 수 있나요?"
"김철수 보낼게. 들었지? 마침 일 생겼네. 가 봐. 가서 저수지랑 가족을 지키러 가 달라고, 보스의 오른팔 씨?"
"....알겠다. 상황이 정리되면 연락하지."
김철수를 거점으로 돌려보내자, 하늘에서 비가 한두방울씩 떨어지기 시작했다.
"자아.... 그럼 본격적으로 움직일까."
자온은 후드를 쓰면서 허리춤에 달려있던 탈을 쓰고 남아 있는 클로저들을 향해 다가가기 시작했다.
******
"......으....으윽"
"이걸로 아홉. 처형한다."
"멈추세요!!!"
누군가의 외침에 고개를 돌리자, 그곳엔 한 명의 클로저가 서 있었다.
평소였다면 무시하고 할 일을 했겠지만 그럼에도 고개를 돌린 것은, 그에게 매우 친숙한 목소리였었기 때문일지라.
"와.... 이게 누구예요? 오랜만이예요, 감찰관!"
탈과 후드를 벗은 자온이 환하게 웃으며 인사했다.
"아니지, 감찰관이라 부르면 너무 딱딱한가? 어쨌든 오세린 씨, 건강해보여서 다행이예요."
"......"
"오세린 씨가 있는 줄 알았으면 머리칼도 좀 정리히고 왔을텐데. 바쁘다보니 머리가 처음 만났을 때처럼 너무 길어져버렸거든요."
자온은 자기 머리칼을 살짝 들어보이며 웃었으나, 오세린은 굳은 얼굴로 그를 바라만 보다가 천천히 입을 떼었다.
"그 분, 놓아주세요."
"응?"
으.... 으으....
밑을 힐끗 보자, 죽이려다 멈췄던 클로저 한명이 신음을 내며 꿈틀거리고 있었다.
"발 밑의 그 분, 놓아주세.....!"
푸즉!!
"내 발 밑엔 쓰레기 밖에 없었는데 무슨 말인지 모르겠는걸요?"
그러나 오세린의 다음 말이 끝나기도 전에, 자온은 발 밑에 있던 클로저의 머리를 과일 으깨듯이 으스러뜨리곤 여전히 웃으며 말했다.
"그런 것보단 오세린 씨는 잘 지냈나요? 그런게 궁금한데 천천히 애기나 해요."
".....역시 그날 이후로 당신도 망가져 버린거군요."
"하하, 망가졌다라..... 그럴지도요."
지금의 자신과 동료들이 변할 수 밖에 없었던 그날의 기억이 떠올랐다. 눈을 감은 채 웃으며 물었다.
"오세린 씨, 우리가 교단의 본거지로 처들어간 그날의 전말, 어디까지 들었나요?"
"...여러분에 의해 궁지에 몰렸던 교단이 루시 양의 본체를 폭주시켜 역병이 퍼져버렸고, 그걸 막던 루시 양이 스스로 본체를 부서버렸죠."
"역병을 수습하려던 루시 양은 그 과정에서 사람의 생명까지 흡수해버려 폭주했고... 그걸 자온 씨가 무리하게 막다가 빈사 상태... 그 이후 두 사람의 가치관이 변해버렸다...로 알고 있어요."
"얼추 맞긴 한데, 제가 어떻게 비틀렸는지는 정확히 모르나 보네요? 마침 시간도 보낼 겸 얘기나 들려줄게요."
자온은 골목 벽에 기대며 그 날 이후의 이야기를 꺼내기 시작했다.
"루시의 폭주를 막고 빈사 상태였던 저는, 영감의 힘 가까스로 죽는 건 면했지만.... 하지만 그 과정에서 파괴된 루시의 본체에 남아있던 전 흉몽의 군주.... 용의 어머니의 저주에 의해 그 힘이 오염되어 비틀려버렸죠."
"영감이 절 살렸던 방법, 권능으로 마음에 남은 단 하나의 미련을 증폭시켜서 힘을 활성시키는 방법이였는데.... 그래서 저는 단 하나의 미련을 친구를 지키고 싶다라고 바랬어요."
"그런데 그 미련이 저주로 비틀려 버려서 조금이라도 내 친구들에게 위협이 되는 놈들을.... 전부 죽이는 걸로 비틀려 버렸지 뭐예요? 거기에 영감의 힘이랑 저주, 제 힘이 마구 뒤섞여 버려서 오염된 탓에 영감과의 계약이 끊어져버리고... 한동안은 제정신도 유지가 되질 않아서 누구든 막 보면 해칠려고 그랬어요"
"그래서 멀쩡할 때 생각해낸게, 형님이 살수로 활동할 때처럼 탈을 매개체로 제 자아를 나누었어요. 형님이 그랬던 것처럼 탈을 안 쓰면 제 자아를, 탈을 쓰면 살육에 주저하지 않는 자아로요."
"영감의 힘을 잃긴 했지만.... 뭐 어떻게든 몇가지 능력은 안 잃은데다, 무엇보다도 저 자신을 잃지는 않았죠. 덕분에 변하지 않고 이렇게 이야기 나눌 수 있어서 좋단 말이죠. 그렇지 않나요?"
자온은 환한 미소로 물어보았지만,
"아니요.... 변했어요, 당신은... 그 때의 자온 씨가 아니예요."
오세린은 그런 그를 보며 뒷걸음질을 쳐 그를 거부했다.
"당신은 뷜란트 씨가 스스로에게 어떤 존재였는지를 잊었어요. 방금 당신은 뷜란트씨의 인연을 잃을 걸 슬퍼한게 아닌, 힘을 잃은 것에 아쉬워했죠. 당신에게 있어 가장 컸던 인연을 잃었는데도 아무렇지도 않은 당신이... 정말로 변하지 않았다고요?"
"게다가 자신을 잃지 않았다고요? 적이여도 사람을 해치는걸 무의식적으로 항상 망설이던 당신이였어요. 아무렇지도 않게 당신이 존경하던 분들의 기술로 사람을 꿰뚫고, 자신의 발 밑을 피웅덩이로 만든 채로 웃는.... 그런 사람이 아니였다고요...."
"소중했던 인연을 끊어버리고, 남은 인연만을 탐욕스럽게 품으려던 사람이 아니였다고요!!!"
오세린이 손을 모아 힘을 발현하자, 한쪽 뿔이 부러진 악마를 연상시키는 한 거대한 차원종의 형상이 구현되었다.
"이건 제가 만난 가장 강한 적의를 형상화 시킨 거예요. 사람을 향해 적의를 뿜어내는 건, 하고 싶지 않았어요. 할 수 없을 줄 알았고요."
"하지만 이제는 선택의 여지가 없어요! 여기서 당신을 막아 보이겠어요!"
"오세린 씨, 루시와 제 문제는 제치더라도 우리가 이러는 건 그저 저수지를 지키려고 하는 건데 너무 필사적인거 아니예요?"
"그래요. 그것도 있죠. 비단 두 사람뿐만이 아니라 기계왕의 문이 되어 그들의 침공로가 되어버린 저수지 씨를 지키려고 그랬었죠."
"모두가, 여러 과학 분야의 최고 권위자들도 더이상 되돌릴 수 없다고 단언한 저수지 씨를 지키려고... 당신들은 많은 사람들을 학살하셨죠!!"
"그저 가족을 해하려고 침입한 쓰레기를 치운 것 뿐이였..."
"저기 있다!!"
"지원하겠습니다, 오세린 요원님!!"
난입한 클로저들에 의해 대화가 끊기자, 자온의 미간이 살짝 찌푸려졌다.
"하아.... 이야기를 하질 못하겠네. 거기서 잠시만 기다려요, 오세린 씨."
쿠어어어어-----!!!
오세린이 구현한 차원종과 지원 나온 클로저들이 그를 향해 달려들고, 자온은 천천히 탈과 후드를 쓰며 나지막히 자기 암시를 걸었다.
"대상, 오세린 씨를 제외한 움직이는 것 전부. 와라, 염라의 갑주."
여러 클로저들의 무기가 그의 주위로 짜여진 붉은 실의 장막이 닿자, 닿은 클로저의 무기를 타고 클로저의 손을, 팔을, 얼굴을, 전신을 순식간에 태우기 시작했다.
"끄아아아악!!!! 뜨거워, 살려줘!!!!"
"닿지 마라!! 다행히 저 불꽃은 저놈 근처에만 발현되니 거리를 둬라!! 저 놈은 무조건 사살하도록!!"
"여러분! 거리를 두면 안 돼요!! 도망치세....!"
"별 하나에, 작은 소망을."
파앙-----!!!
오세린의 경고가 무색하게 차 선명히 빛나는 붉은 화살들이 그들은 심장을 꿰뚫었고, 그들은 단달마도 내지 못한채 뚫려버린 공허한 가슴에서 피를 쏟아내며 쓰러졌다.
크아아아아!!!!
구현된 차원종의 예리한 발톱이 빠른 속도로 그를 향했지만,
"극각-스피드스터."
자온은 공격의 궤도에서 순식간에 빠져나가며 실을 펼쳐내었다.
슈륵!! 그득.....으드득.....
쿠어!!! 크어어어어어!!!!
"발버둥 치지 마라, 극각."
뚜둑!!
어어어얽!!!!!
실에 묶인 구현 차원종이 발버둥치자, 실로 강화한 발차기로 사지를 부러트리곤,
"불타버려라."
화르륵----!!!
그대로 실을 불꽃으로 바꾸어 구현 차원종을 불태워버렸다.
쿠어어어어!!!!
고통에 몸부림치던 구현 차원종은 그대로 몸이 무너지며 재가 되어 흩어져 버렸다.
"아, 끝났다."
오세린만을 남겨놓은 채 움직이던 모든 것이 재가 되거나 피를 흩뿌린 채 숨을 거두자, 그제야 자온이 탈과 후드를 벗고 오세린에게 다가가 손을 내밀었다.
"오세린 씨, 이번 기회에 곪아빠진 유니온 말고 우리의 가족이 되지 않을래요? 저도 좋고, 그 녀석들도 좋아할텐데. 아, 애리랑은 좀 어색할지도 모르겠다. 그렇게 많이 본 적이 없어서. 그래도 가족이 되면 제일 살가운 사람이니까 금방 친해질 거예요."
찰싹!!!
내밀었던 손이, 날카로운 소리와 함께 뿌리쳐졌다.
"당신과는.... 절대로 같이 가지 않아요....! 소중했던 인연을 스스로 끊어버리고, 남은 인연만을 위해 모든 걸 끊어내는 당신과는 절대로요.....!!!"
잠시의 적막이 흐르고, 자온은 씁쓸히 웃으며 말한다.
"그렇군요.... 그럼, 당신과의 인연도 이제.... 끊어내야겠네요."
"오세린 씨, 이것만 말할게요."
"나는 내게 남은 가족을 지킬거예요. 내가 도구 취급받더라도... 소중했던 인연을 끊더라도.... 상관없어요. 지금의 나는 가족을 지키기 위한, 성채니까요."
"그럼.... 저도 이 말만은 해야겠어요."
"구해주지 못해서..... 미안해요."
"미안해 하지 마요. 결국 모든 건.... 내 선택이였으니까요."
오세린을 향해 활을 천천히 당기기 시작했다.
"안녕.... 우리가 가장 믿었고 존경했던.... 오세린 씨."
퉁------
쏴아아아아아-------
갑자기 장대비가 쏟아지면서, 그녀의 심장이 꿰뚫리는 소리가 거센 빗소리에 묻혀 사라졌다.
그녀의 시신을 반듯히 눕힌 자온은 건물 외벽에 기댄채 하늘을 바라보며 웃었다.
"또 다시..... 내 소중했던 인연을, 끊어버렸네..... 하....하하."
"영감이, 형님이, 스승님이 지금의 내 모습을 보면 뭐라고 했을까.... 아니, 의미 없네. 어짜피.... 다 내가 스스로 끊어버린 인연인데...."
삐빅! 삐빅!
"어이, 자온. 다 처리했지? 지금 좌표 새로 보내줄테니까, 얼른 그쪽으로 합류하러 와."
"....그래, 알았어. 은하."
무전을 끊고 오세린의 시신을 잠시 바라보았다.
"안녕.... 영원히.... 안녕."
그 자리를 떠나가는 자온의 뒷모습은, 비와 그림자에 침식당하며 사라졌다.
검은손 헤어 - 머리칼, 어느순간 다시 길어져 있더라. 처음 이곳에 왔던 그날처럼.
검은손 수트 - 형..... 당신이 그렇게 증오하면서 입었던 걸, 이젠 내가 입고 있네.
검은손 장궁 - 피에 물들고 물들어서.... 조금씩 검은 부분이 늘어나고 있단 말이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