침식의 계승자 EP.4 사냥꾼의밤 16화 눈물로 지운 기억[신의 기대, 인간의 희망](3)
Heleneker 2023-03-12 1
24년도 개정판으로 수정되었습니다.
[야, 너 어떻게 이런 몸으로 움직이고 있어?]
[너, 다리 근육이 많이 손상되어 있어. 하지만 더 심한게 폐인데? 너, 네 몸 상태 왜 그런지 정말 몰라?]
유하나가 이해 못할 질문과 이상할 정도로 심각했던 내 폐의 상태가..... 드디어 이해되었다.
넝마가 되어 썩어가는 다리와 독에 절여진 저 모습은 분명..... 내가 기억하지 못하는 나의 과거였다.
기억 속의 나는 고통스러워 하는 티를 내진 않았지만.... 나는 고통 때문에 이 기억을 잊어버린 걸까?
생각할 수록 알 수 없는 점만 많아져 갔다. 이 기억을 잊으라고 해도.... 후유증이 남을텐데 기억이 남지 않을 수가 있었을까? 아니. 그전에, 나는 지금까지 어떻게 후유증을 느끼지 못하고 있었지?
고통을 못 느낀다는 수준이 아니다. 고통은 없어도 숨쉬는 감각이, 근육의 감각은 속일 수가 없는데.... 지금까지 한 번도 그런 생각이 든 적이 없었다. 아니, 생각해 본 적조차도 없었다.
알 수 없는 점만 늘어나는 와중, 새로운 광경이 흘러들어오기 시작했다.
치.......치즈즈즈.......
"오랜만에 뵙습니다."
"오랜만이구나, 새벽녘 별의 아이야."
"오랜만이야, 새벽별! 잘 지냈.... 쿠엑!"
"못 볼 꼴을 보여 미안하군, 새벽별."
"그냥 두셔도 되시는 것을."
"그래도 우리 영토도 아닌데 예의는 좀 갖춰야죠, 바람. 구름, 그정도면 바람도 알았을 테니까 그만해."
"....알았다."
"이쪽으로 오시죠."
아이들과 함께 세상을 가꿔가며 행복한 시간이 흐르는 와중, 동맹도 생겼지만 무엇보다도 벗이라고 부를 이들도 생겼다.
그 중에서도 각별히 친한 두 친구가 있었으니, 하나는 [흉몽]을 제압하고 권능을 차지한 [웃는 가면]이라 불리는 젊은 친구. 또 다른 하나는.....
"오랜만입니다, ---."
"오랜만이야, 대양."
[대양]이라 불리는, 소위 [위대한 의지]라고 불리는 자의 반려인 그녀는 그 둘이 가장 아끼는 아이인 [새벽녘의 별]과 함께 나와 아이들을 안 쪽으로 데리고 들어갔다.
"대양님, 오늘 보여주실게 뭔가요?"
"바람, 너 또 무례를....!"
"후훗. 괜찮아요, 구름. 자, 보여줄게요."
대양이 물가에 손짓하자, 수면이 일렁이며 무언가를 비추기 시작했다.
발톱도, 송곳니도, 몸을 지킬 털이나 갑피도 없는 자그마한 생명체들이였다.
"대양님, 저것들은... 무엇인가요?"
"우리의 두번째 아이들이랍니다, 비. 인간..... 이라고 부르고 있고요."
인간이라 불린 아이들을 잠시 바라보던 나는 그들에게서 어떤 위화감을 느꼈다.
"대양, 저 아이들..... 가진 힘이 너무 미미한 것 아닌가? 네 반려는 완벽에 가까운 아이를 원했던 걸로 알고 있었는데."
"맞아요. 그이의 바람과는 달리.... 아주 연약한 아이들이죠. 그이가 바로 소멸시키려던 걸 제가 막아서 삶을 이어가고 있을 뿐."
"....감히 진언하자면, 이해가 되지 않습니다, 대양님. 어째서 위대한 의지를 막으시면서까지 막으신 건지 여쭈어봐도 되겠습니까?"
구름의 질문하는 것도 당연했다. 위대한 의지, 그는 자신처럼 강한 힘과 지혜를 갖춘 아이를 상당히 원하고 있었으니까. 그 반대인 이 아이들을 무리하게 구해낸 대양의 행동이 이상하게 느껴진 것이겠지.
"이해해요, 구름. 하지만 나는 당장 약하다는 이유로 있을지도 모를 가능성조차 짓밟는 건, 아니라고 생각해요. 당신도 그렇게 생각하지 않나요?"
대양이 나를 바라보며 물어왔다. 부정하지는 않았다. 처음 아이들을 살렸던 것은 연민이였고, 중간부터는 아이들이 늘어나는 것에 기뻐한 것이였지만..... 점차 시간이 지날수록 아이들과 세계가 가질 수 있는 가능성을 안타까워하며 그 가능성을 살려보고자 힘을 써왔으니까.
".....그래. 가능성이란 아름다우니까. 우리조차 놀라게 할 무한한 가능성이 있을지도 모르겠군."
인간들을 바라보며 잠시 생각에 잠겼던 나는 대양에게 물어보았다.
"대양, 괜찮다면 내가 저들 곁에서 조금만 시간을 보내도 되겠나? 너희에게 민폐가지 않도록 하마."
"""신님?!"""
그 자리에 있던 모두가 크게 놀라며 나를 보았다.
"그이가 별로 신경 쓰지 않는 이들이니 괜찮지만.... 이유가 있으신가요?"
"대양 네가 그렇게까지 말하니 궁금해서 말이다. 힘 없는 저 아이들의 가능성을 곁에서 지켜보고 싶구나."
그렇게 대답하긴 했지만..... 왜인지 저 아이들이 신경 쓰였다. 버려질 뻔한 아이들이라서 그런걸까?
"신님. 아무리 그렇다 해도 이번 건은 쉽게 동의할 수 없습니다!"
"맞아요, 신님! 그동안 저희는요?"
"대양님을 믿지 못하는 건 아니지만, 구름과 바람 말대로 그건 아닌 것 같습니다. 신님."
세 아이 다 맹렬하게 반대했다. 그럴만도 한 것이, 외면하는 곳이라곤 해도 다른 존재의 세계에 정식으로 들어가려면 힘을 일부 내려놓고 들어가야 하니까.
"본체로 가겠다는 얘기가 아니다. 저 아이들과 비슷한 육체로, 저들과 함께 지내보고 싶은 게지."
뭐, 그렇다 해도 힘을 제법 할애해야 하는 건 비슷하지만.
"하지만 신님....."
"그러니 같이 가** 않겠느냐, 아이들아? 함께 저들과 살아보자꾸나."
아이들이 눈을 동그랗게 뜨며 내게 다가왔다. 이, 이것 참 부담스럽게.....
"저희도요? 신님만 가시는게 아니고요?"
"그럼. 마음같아선 다른 아이들과 다함께 가보고 싶다만.... 그건 민폐일테니 정말 아끼는 너희 셋이라도 함께 가보고 싶구나."
지금의 아이들도 많이 사랑하지만, 세를 넓힌 이후부터 이 아이들만 함께 따로 다닐 일이 없었다.
좋"던 나쁘던 간만에 우리끼리의 시간을 보내며 저들을 알아보자꾸나. 안 되겠느냐?"
"....치사하십니다, 신님. 그렇게 말씀하시면 어떻게 거부하겠습니까."
"저희 셋이랑만이죠? 이게 얼마만이예요! 기대된다! 안 그래, 구름?"
"....그래."
"둘 다 참...... 대양님, 감히 저희도 함께 가도 괜찮습니까?"
"괜찮아요. 아, 이 아이도 함께 데리고 가주시겠어요? 저처럼 인간에게 관심이 많은 아이인지라."
"여부가 있겠습니까, 대양님."
"우리만 가고 싶지만.... 새벽별이면 괜찮을지도."
"새벽별이면..... 괜찮습니다."
"정해졌구나. 대양, 준비할테니 그에게는 따로 언질만 해다오."
"그러죠."
허가를 받은 나는 아이들과 새벽별, 그리고 내가 활동할 인간에 가까운 몸을 만들어 인간들의 세상으로 내려가 보았다.
처음 내딘 땅의 인간들은 우리를 보고 경외하며 모시기 시작했다. 인간과 닮긴 했어도, 조금 남았던 우리의 위광이 저들을 자연스레 압도했던 것이라.
그럼에도 우리는 그들의 속으로 들어가 그들의 세상을 구경하고 체험하며, 그들과 함께 살아가보기 시작했다.
나약하고 어리석었던 그들은 수없이 다투고, 분쟁을 일으켰다. 그 모습에 상당히 실망스러웠었으나.....
그러나,
서로 행복과 즐거움을 나누었다.
누군가의 불행에 공감하고 울어주었다.
힘겨운 일이 닥쳤을 땐, 모두 손을 모아 이겨냈다.
그럼에도 넘어설 수 없는 절망이 다가왔을 땐...... 생각치도 못 했던, 막연하게 기대했던 무한한 가능성을 증명한 이들이 나타나, 역경을 이겨내었다.
"인간들 말이예요, 왠지 신님이랑 닮은 것 같지 않아요?"
"무슨..... 말이느냐?"
"많은 시간을 기대하고 보낸 끝에, 저 아이들처럼 기적을 일으키는 거요. 왠지 신님이랑 닮은 거 같아요."
"그리고 저들의 좋은 점..... 신님과 닮은 것 같습니다. 안 그래요, 구름."
"흥. 저 녀석들이 신님과 닮았다니, 과분한 칭찬이로군."
"그래도.... 저들의 아름다운 점은.... 조금, 이해한 것 같다."
"구름도 참~ 솔직하지 못하다니까..... 잠깐, 잠깐만! 그거 들고 다가오지마! 살려줘, 비! 살려주세요, 신니이임!!!"
"하핫..... 하하하하하하----"
"웃지 말고 도와주세요오오옷!!!!"
인간들과의 좋은 시간을 마치고 돌아온 우리는 그 경험을 통해 우리의 세상을 더욱 가꾸었고, 우리의 세상을 더 아름답게 꽃을 피워냈다.
즈즈즈...... 츠직...직.....
"저런 미소도.... 지을 수 있었구나, 영감."
자신이 아끼는 세 아이들과 함께했던 그 시절의 영감은 정말로 행복해보였다.
하지만 지난 10년간 만난 적이 없는 건..... 이제는 없는 자들이겠지.
또똑
옷 위에 물방울이 떨어져 적셔졌다. 웬 물인가 해서 둘러보다가,
똑..... 또르르륵
".....어?"
데일 것만 같은 뜨거운 감각이 뺨에 느껴져 만져보자, 눈물이 내 뺨을 타고 흐르고 있었다.
갑자기 벅차오르는 행복감과 동시에, 가슴이 찢어질 것만 같은 비통이 느껴져왔다.
왜? 어째서? 내가 이런 감정을 가질 이유가 없는데? 영감의 힘의 섞인..... 그의 감정인 걸까?
하지만 어째서인지 그들을 향한 이 감정은.... 내 것처럼만 느껴졌고,
즈치짓즈...... 츠직...직.....
노이즈와 함께, 새로운 광경이 재생되기 시작했다.
******
나이트의 지원으로 아폴리온이라 명칭이 붙은 부산을 반궤멸시켰던 차원종은 토벌되었다.
하지만 나처럼 완전히 멀쩡한 사람은 고사하고, 작게는 가벼운 호흡질환부터 크게는 장기를 반 넘게 절개하는 경우가 다수일 정도로 아폴리온은 살아남은 많은 사람들에게 지우기 힘든 깊은 흉터를 남겼다.
삑......삑......삑......
호흡기를 단 채 누워있는 해랑이도.... 마찬가지였다. 아니, 차라리 다른 사람들처럼 폐를 일부 절개하면 가능성이라도 있었겠지만....
"....이건 무리입니다. 폐의 반이 녹았어요. 장기 대부분도 오염이 심하고요. 마음의 준비를 하시는 편이...."
아폴리온의 시체를 연구하려, 그 독에 중독된 사람들을 치료하러 많은 연구원들과 의사가 왔지만 그들은 모두 같은 답을 내놓았다.
"차라리 장기만 그런 거면 인공 장기로 어떻게든 걸어볼텐데..... 이 다리 보이시죠? 절단하던, 의족으로 바꾸던 그 과정에서 얘가 못 버텨요. 그렇다고 다리 먼저 해도 장기 쪽 손대면 못 버틸거고."
랑이의 장기 사진이나 거의 다 썩어간 랑이의 다리를 보여주며, 그들은 연민과 동정을 건네면서 포기하라는 절망을 담은 차가운 말을 내뱉었다.
"이런 말 하면 안 되는데...... 하아..... 얘 고통이 심할테니 그만 포기하고 놓아주시는 것을....."
"조용히!"
알고 있다. 차라리 랑이를 보내주는 게 더 나은 길일지도 모른다는 걸. 하지만 내 어리석은 아집이..... 그걸 받아들이지 못하고 있을 뿐.
".....알고 있으니.... 생각할 시간을 주세요."
절망의 말들이 내 머리 속을 맴돌았다. 차라리 이 고민만 하고 있으면 얼마나 좋았을까...
"비운 씨? 유니온 관리국에서 나왔습니다."
악재는, 늘 항상 겹쳐서 다가왔다.
"위상능력자 관련법안에 따라 무조건 위상능력자로 등록 후 저희를 따라주셔야 합니다."
"아시잖습니까. 동생에게 가족은 이제 저 뿐입니다. 돌봐줄 사람이 없어요."
"사정은 알겠지만, 신속히 결단해주시기 바랍니다. 이행하지 않거나 도주, 불응하는 경우, 관련법에 따라 체포, 최고 사살도 행해질 수 있다는 점 명심해주십시오."
유니온에서 온 요원들은 위상능력자로서의 의무를 다하라는 무정한 말들로 집요히 내 숨을 조여왔다.
"금방..... 답을 드릴테니 오늘은 가주세요."
모두 떠나고 너와 나만이 남은 병실에서, 나는 조용히 숨죽여 울었다.
그 압박 속에서 그 무엇도 선택하지 못하는 나는 나약한걸까? 행복을 바란 것이 너무나도 큰 탐욕이였던 걸까?
그저.... 그저 행복하고 싶다는 작은 바램이였을 뿐인데..... 행복을 바라던 그 때의 내 바램은 점점 더 작아져서.... 이젠 눈에 보이지도, 잡을 수 조차 없는 작은 바램들 밖에 남지 않았어.
눈물이 멈출줄 모르고 흘러내렸다.
삑......삑......삑......
무정하고 규칙적으로 울리는 바이탈 사인. 그 속에서 조용히, 힘겹게 숨을 쉬는 따뜻한 너. 나의 작은 희망.
"그 작은 바램만으로 너를 지키기엔..... 나는 그 무엇도 선택하지도 못하고, 되어주지도 못하는구나."
"무의미하구나. 나약하고, 어리석은 나."
흐르는 눈물 속에서 나는 창 밖을 바라보며 하늘에 또 다시 바래보았다.
"당신이 없다는 걸 알면서도 나는, 다시 당신께 바래봅니다."
"신이여, 나의 작은 희망이 행복해질 수 있길."
"그것이 나의 바램, 나의 마음 그 모든 것입니다."
"그러니 당신께서 저 별에 존재한다면, 이 어리석은 저의 이 작은 소망이 부디 당신에게 닿기를."
비탄이 넘쳐흐르는 바램이 노이즈와 섞이며, 또 다른 광경을 재생하기 시작했다.
츠츠즈즈.....즈직직... 지직......
카드드드드------
쾅!! 콰과과!!!!
오랜 시간을 가꿔온 비옥한 대지가 무너져내리고, 다함께 정돈했던 푸른 강줄기가 증발하고 메워졌다.
다 함께 심고, 피어나는 걸 기다려왔던 작은 꽃들이 으스러지고 짓밟혔다.
"뭐하는..... 짓이냐....!?"
가꿔원 나의 세상을 짓밟는 존재들은, 갑자기 찾아온 동족들과 그들의 가장 강한 아이들이였다.
"사라져야 할 것들을, 그 세계들을 모두 침식하고 영원히 가지고자 감히 스스로 불멸을 가진 그대."
"그 모든 것은 강욕일지니, 그 강욕을 모두 내려놓아라."
"그대의 힘은 모두를 멸망에 빠트릴지니, 그 강욕과 함께 사라질지어다."
그들은 내게 고하며 다시 나의 세상에 흉터를 새기고 파괴하기 시작했다.
"신님이.... 강욕이라고....? 헛소리 하지 마라아아!!!!"
"당신들, 우리의 옛 아버지에와 세계에서 원하는 것만 챙겨서 다 멸망시켰으면서 그딴 소릴 한다고요?!!!"
"강욕은 무슨....! 신님의 권능과 이 엄청난 규모의 세상을 노리고 온 주제에.....!"
내가 모욕당하자 구름이 분노하고, 저들을 만행을 기억하는 바람이 큰 소리를 내었으며, 늘 온화했던 비가 적의를 쏟아내었다.
그들은 더이상 웃음을 감출 생각도 없이 폭력적인 발톱을 휘두르며 세상을 무너트려갔다.
동족들은 무기와 권능를 휘둘러 나의 아이들을 상처입혔고, 그들의 아이가 쓰러진 내 아이들의 시신을 모욕하며 우릴 비웃었다.
나의 힘을 펼쳐 아이들을 어떻게든 지키고 있지만, 다시 되살린 세상은 서서히 무너지기 시작했다.
"너희의 재미로, 너희의 탐욕으로 부숴지고 사라져간 아이들이다."
"보살피고, 함께 다시 가꿔서 피워낸 우리의 세상이란 말이다."
"기대하고 이뤄내며, 다시끔 내일을 기대할 수 있던 우리의 세상이란 말이다."
"아이들과 함께하는 기대를 부수지 마. 인간 아이들과 만나, 내 아이들과 함께 이야기할 내 기대를 망가뜨리지.... 말란 말이다!!!!"
그러나 내 부르짖음에도 그들의 탐욕어린 공격은 멎을 줄 몰랐고, 그 공격들은 나의 목숨을 노리기 시작했다.
"""신님!!!!!"""
"오지 말거라!!!!"
세 아이들이 나를 지키고자 돌아왔지만, 그들이 노린 것은 오히려 내가 가장 아끼는 세 아이들이였다.
잃어야 한다고? 내가.... 어떤 심정으로 그 고독을 보내왔는데.....!?
잃을 수 없다. 잃을 수 없어.
그래. 말로 안 된다면, 나는 투쟁하겠다.
먼 미래를 비춘 나의 기대를, 너희의 행복을 위해, 나는 영원불멸의 재앙이 되어 너희를 지키겠다.
그것은 나의 마음, 나의 모든 것일지니.
너희의 탐욕을 무너뜨릴 재해가 되겠다.
너희에게 맞설 불굴의 존재가 되겠다.
너희의 욕망을 꿰뚫어보아, 침식하겠다.
그 순간, 나의 권능이......
쿠구구구구구구------!!!!
갑자기 재생되던 광경이 끊어지더니, 동시에 공간이 뒤틀리며 무너지기 시작했다.
"들어라, 인간들!"
"나는 한 때 용 군단의 군사로서, 주군의 승리를 위해 책략을 짜내던 자!"
"그러나 지금은 불꽃왕 수집품 중에서, 가장 탐욕스럽게 주인의 보물을 그러모으는 자!"
"그대들이 붙인 나의 이름은 쿠르마!"
"태초의 어머니 되신 용께서 지어주신 이름은, 현명하고 사나운 견고의 용!"
"지금부터, 유린을 시작하겠소이다!"
쿠르마의 목소리가 공간에 울려퍼지며 공간이 완전히 무너져 내렸고, 갈 곳 잃은 내 몸이 추락하기 시작했다.
[꺄하하하하하하핫!!!!!]
동시에 벽이 허물어지면서 나와 함께 떨어지는 광기들이 나를 잡으려 그 검붉은 손을 뻗어왔다.
하지만 그 순간, 누군가가 내 손목을 붙잡아, 흐릿하게 반짝인 빛을 향해 나를 내던졌다.
[아직 마음의 계승은 끝나지 않았어요.]
[계속할 순 있지만.... 당신이 무한한 시간을 반복하면서까지 지키고자 한 걸 잃으면, 의미 없겠죠.]
[더 힘든 계승이 될 것이다. 하지만 그대, 그릇된 광기의 탐욕에 흔들리지 말지어다.]
[외부의 탐욕으로부터 당신이 바라던 것을 지키고, 내부의 탐욕으로부터 그대의 길을 찾길 바래요.]
[그것이 우리의 [그분]의, 그 [대행자]의, [잊혀진 시간]의, 그리고.... 우리가 마지막으로 바랜 마음, 그 모든것이니....]
나를 내던진 흐릿하게 반짝이는 [여섯]의 빛무리가 내게 미소 지으며 말을 전했다.
[--------------]
마지막 말이 흩어지는 것처럼 들리지 않았다.
******
캬아아아아아아악!!!!!!!!!
눈을 뜬 내 귀에... 사기(邪氣) 가득한 차원종들의 괴성이 들려오고 있었다.
TO BE CONTINUE.....