침식의 계승자 EP.4 사냥꾼의 밤 12화 죄업, 그리고 광기(2)

Heleneker 2023-02-01 1

24년도 개정판으로 수정되었습니다



거점, 그 안쪽 깊숙히 숨겨져 있는 쉘터 구호실.

삑....... 삑...... 삑.......

한 때 자온의 옆 방으로 올라왔다가 혹시 모를 쿠르마의 재기습을 대비해 다시 쉘터 구호실로 내려온 한 환자가 여전히 잠들어 있다.

"유정 언니.... 치료도 다 끝났는데 어째서 의식만이 돌아오지 않지...?"

자신의 가장 친한 지인은 그 환자의 상태를 재검토하는 캐롤리엘은 초조한 기색을 보이고 있었다.

짜악!

"What the happen?! 누구시죠?"

갑작스런 큰 소리에 캐롤리엘이 깜짝 놀라며 고개를 돌렸다. 몸의 절반을 검붉은 갑피로 두른 괴인의 모습에 캐롤리엘이 잔뜩 경계하기 시작했지만....

"이제야 정신이 드셨네. 괜찮으세요?"

그는 잠시 보급을 하기 위해 쉘터로 들어온 자온이였다. 

"이 목소리는.... 자온 씨? 자온 씨인가요?"

박수를 친 손을 모은 채 괜찮은지 물어보자, 그제야 목소리를 알아들은 캐롤리엘이 경계를 풀었다.

"아, 이 모습 지금 보셨구나. 좀 사정이 있어서 한동안은 이 모습일 거예요."

"Oh, 이런.... 미안해요."

"그건 괜찮은데.... 캐롤리엘 씨, 무슨 생각을 그렇게 하고 계셨던 거예요?"

"별 일 아니에요. 잠시 진료기록을 체크하다가.... 생각할 일이 있었어요. 워낙 처리해야 할 일이 많았다지만 당신의 몸 상태도 좋지 않은데 신경을 써드리지 못했네요. 죄송해요."

"괜찮아요. 지금 이 모습을 유지하는 동안은... 꽤나 멀쩡하거든요."

"Hmm.... 그래도 몸의 이상이 바로 생긴다면 무조건 다시 안정을 취하셔야 해요. 아셨죠?"

"네. 그보다도 저기 누워있는 분은 누구신가요? 초조해 보이는 걸 보니 소중한 사람인 것 같은데."

"Yes.... 제게 큰 의지가 되어주시던 분이었죠. 상태는 양호한데 어째서인지 의식이 돌아오지 않고 계시거든요."

캐롤리엘 씨가 걱정스런 얼굴로 여성의 손을 잡았다. 그 침대 옆으로 이름이 적혀 있었다.

[NAME : KIM YU JOUNG]

"뭐.... 그렇게 지극정성으로 돌봐주시니 잘 깨어날 거예요. 걱정하지 말고 기다려 봐요."

침상에 붙은 철제 난간을 만지며 말하던 자온은 갑자기 입가를 틀어 올리며 중얼거렷다.


"....깨어면 너에게 난을 일으킬 것이 몸 안에 있는 모만. 득."


"네? 방금 뭐라고 말하셨었나요?"

"....예? 제가 뭐라고 했나요?"

"Umm.... 잘못 들은 모양이네요. 아, 저기 김철수 씨랑 루시 양이 오시네요."

쉘터의 문을 통해, 김철수와 루시가 들어왔다. 낯빛이 어둡던 루시가 날 보더니 뺨을 문질문질 거리곤 미소 지으며 다가왔다.

"자온 씨! 몸은 괜찮아지신 건예요? 그렇게 돌아다니셔도 문제 없으신 거고요?"

"......"

"....자온 씨?"

물음에도 대답이 돌아오지 않자, 루시는 다시 그의 이름을 불렀다.

"....아, 응. 아직도 무기 구현은 안 되지만 문제없어."

자온은 그제야 정신을 차린 것마냥 황급히 대답했다.

"오히려 루시, 너야말로 갈증은은? 지금 힘을 나눠줄만한 사람이 마땅치 않아?"

"....아직은 마물들의 힘만으로 버틸만은 해요."

"루시, 전에도 말했지만 필요하다면 나를 불러라. 나는...."

"말씀은 감사하지만, 저는 역시 당신의 도움을 받고 싶지 않아요."

루시는 김철수의 말을 끝까지 듣지 않고 단칼에 거절했다.

"당신의 상처가 아직 다 낫지 않은 것도 있지만, 무엇보다...저는 아직도 당신을 용서한 게 아닌걸요. 조금만, 조금만 더.... 시간이 필요해요."

김철수와 루시. 두 사람 사이에 다시 냉랭한 기운이 감돌기 시작했다.

"......알았다. 그래도 한팀인 이상, 여전히 나는 널 도울 생각이다. 생각이 바뀌면 바로 말해다오. 그럼, 먼저 나가보겠다."

장비를 간결히 정리하던 김철수는 할 말이 다 끝났는지 쉘터 밖으로 나갔다.

"....네 사정을 알고 있으니까 풀라고는 말하긴 그렇네."

"저 모습을 보면 지금은 확실히 다른 사람이 됐다는 건 머리론 알겠지만.... 그래도 역시....."

"하아.... 복잡하다. 근데 루시, 여기 볼일 있어서 온 거 아니였어?"

"아, 지금 저희의 전투데이터를 수집하고 있었거든요. 저희의 팀웍이 어긋나는 원인을 똑똑한 민수현 씨가 분석해 준다고 하셨요."

"정원에서 수현 봤던 거 같은데. 그런 거면 나도 한 번 나갔다 와야겠네."

"민수현 씨는 올라가면 바로 옆방에 계세요."

"알았어."

쉘터를 나온 자온은 민수현에게 기록 수집 장치를 받아든 후, 통제 구역으로 나섰다.



*****


"흠..... 이정도면 됐을까?"

마지막 차원종을 쓰러트리고 정리하고 있자니,

"다시 보는군, 침식황의 계승자."

성 통로 너머 그림자에서 쿠르마가 조용히 모습을 드러냈다.

타닷!

콰가가가가각-----!!


대답 대신 접근해 난타를 가했지만, 

"허허. 인사가 과격하구려. 몸은 이제 좀 괜찮은가 보구려?"

이미 예측한 것인지, 쿠르마는 자신의 견고한 몸을 이용한 방어를 취한 채, 계속 말을 이어갔다.

"시끄러워. 이번은 주절거리게 두지 않을거다, 뱀 놈."

"저런, 안타깝군. 우리에게 언어라는 수단이 내려진 것은, 서로를 이해하기 위함이거늘."

"백날 이야기 해봐야 네 놈과는 절대 이해할 일 없을 거다! 침식 가동!!"

검붉은 갑피가 한층 불길한 붉은 빛을 발하며 몸을 더욱 촘촘하게 뒤덮었다.

콰아앙!!

쿠르마의 주먹과 내 주먹이 서로 맞붙자,

뚜둑

드득

내 주먹에서 뼈가 부서지는 소리가 울리며 팔이 접힐 수 없는 방향으로 비틀리고 꺾였다.

득, 우

그러나 파랗게 변모하고 으스러졌던 손은 듣기 불쾌한 소리를 내며 빠르게 재생되었다.

쾅! 파콰콰콰---!!


자온과 쿠르마가 서로의 몸을 향해 사정없이 주먹을 내질렀다.

으득! 뿌드드, 구구뜩....

그러나 거북이 같은 외형을 가져 높은 내구력을 지닌 쿠르마의 몸엔 거의 상처조차 남지 않는 반면, 자온은 맞부딪힐 때마다 피부와 뼈, 갑피가 족족 부러지고, 으스러지고, 재생되고를 반복했다.


[싸워]


[증오해]


[막아서는 모든 것을 증오해]


[증오하는 모든 것을 네 아래로 굴복시키, 우리로 만들자. 키득키득키득]




목소리가 짙게 들려올수록 재생이 더 빨라졌다. 갑주의 재생 또한 빨라졌다. 그의  따 증를 아 주먹을 지르, 쿠 몸에 조금 상가 생겨나기 시.

"그대의 재생능력 상당히 성가시구려. 게다가 그 갑주... 부숴질수록 더욱 단단해지는 것이 상당히 곤란하군."

어느새 몸을 뒤덮고 있던 갑주는 더 탁하고 검붉게 변해있었다. 재생되는 매 순간마다, 놈의 몸에 상처를 입히는 순간마다 서로의 피를 머금고 강해지는 것처럼 갑주는 더욱 거칠고 날카롭게 벼려져갔다. 우리는 씩 웃으며 쿠르마를 향해 말했다.

"반 넌 제약 때문이지만 생각보다 더 실망스운걸?  그 이름이 아깝군, 현명하고 사나운 견의 용. ."

"그대가... 어찌 그 이름을 알단 말이오? 본인은 한번도 이곳에서 이름을 발언한 적이 없었거늘...?"

"아아, 역시 우리가 누구인지 잊었구나 키키킥."

우리는 눈 앞의 뱀을 비웃으며 말했다.

"어나, 어구나. 감히 고개조차 지 못할 미 따위가 를  그저 광기 로 릴 하고 있으니..."

검게 물든 공막 속에서 검붉은 눈동자가 쿠르마를 향해 안광을 번뜩였다.

"[이번 세상]서 음 집어 삼 것은..... 너 정하마. 영로 알, 미."

우리가 쿠르마를 웃으며 쿠르마를 바라보자,

섬짓------

쿵, 쿵....!

쿠르마가 갑작스레 뒷걸음질을 치더니, 자신의 몸을 내려다 보았다. 확실하게 뒤로 끌린 발과 땀으로 젖어가는 자신의 몸을 확인한 쿠르마는 당황하기 시작했다.

본인이.... 겁을 먹었다고? 침식황의 힘을 가졌다고 해도, 고작 인간 따위에게 말인가....!?

속으로는 여전히 그를 무시하고 있지만, 생각과는 다르게 몸은 점점 그에게서 멀어지고 있었다.
본능으로 느끼고 있었던 것이다. 지금 당장 도망쳐야 한다고. 지금 [저것]과 상대하면, 죽는 것만도 못한 끝을 맞이할 것이라고.

"니~ 어디가니~ , 우 자~"

한껏 더욱 웃으며 쿠르마에게 다가가는 와중,


"어이! 뒤로 물러나 있어!!"

콰쾅!!!!!!

그새 쿠르마를 쫓아온 흑지수가 우리 사이로 뛰어들어 쿠르마를 향해 검을 휘두르며 폭발을 일으켰다.

"혼자 남는 녀석들은 한 번씩 다 찔러봐야 직성이 풀릴거냐?"

"역시 재빠르구려, 대량학살의 마녀를 닮은 이여."

흑지수가 공격간 그 순간에 바로 방어 자세를 취했던 쿠르마는 몸을 휘감고 있던 불꽃을 뿌리쳤다.

"너, 지금 당장은 괜찮겠지만 몸, 다시 악화될 수도 있을 수도 있지? 무리하지 말고 얼른 후퇴해."

"....는데."

"뭐?"

"는데, 방해 마."

무언가 어긋난 답변에 잠시 뒤를 흘긋 본 흑지수의 등으로 검붉은 손이 뻗어왔다.

콰각!!

"큿!?"

드..드득---

자신을 급습하려는 배후의 일격을 막아낸 흑지수가 자온의 모습을 한 그것을 멀리 튕겨내었다.

"너.....!!"

그제야 흑지수가 그의 모습을 확인하곤 얼어붙었다.

이미 몸의 반에 녹아들어 피부처럼 딱 달라붙은, 선혈을 연상시키는 검붉은 갑피.


빛이 반사조차 하지 못하는 검은빛으로 점차 탁해지며 물들어가는 머리칼.


이미 검게 물든 양눈 속에서 불길하게 번뜩이는 붉은 눈동자.


그리고.... 이전의 그와 전혀 다르게 느껴지는, 감지하는 것조차 현기증이 생기고 구역질이 올라올 것만 같은 사악한.... 힘이 느껴져왔다.


"감 우리의 흥 깼으니.... 저 집어삼록 하마, 가."

뼈 속조차 얼어붙는다는 착각이 드는 목소리로 선언한 그것은 흑지수를 향해 무차별적인 난격을 휘두르기 시작했다.

"....푸, 푸하하핫!!! 그래, 그대들이였구려!!"

서로 치고받는 둘의 모습을 지켜보던 쿠르마는 그제야 무언가 기억난 듯 마구 웃어대기 시작했다.

"침식황의 힘을 노렸다가 그에게 되려 패배한 과거의 위대한 존재들! 그가 약해졌을 때 위대한 의지께 힘을 요구했지만, 되려 위대한 의지에 의해 하나로 뒤엉켜져 강욕의 광기로 변질되어버린, 그대들이였구려!! 그래. 침식황을 증오하여 그를 집어 삼키려던 그대들이 그가 아끼던 인간들에 애착 따윌 가질리가 없지!"

"자, 그럼 그대들이 마녀를 닮은 이를 막아주고 있으니, 본인은 해야 할 일을 하러가지."

쿠르마가 조용히 자리를 뜨려고 하자,

"뭘 웃고 있고, 리가 무을 막아준다는 것이냐, 등한 것."

흑지수를 한창 몰아붙이고 있던 그것은, 순식간에 쿠르마의 품 안으로 들어가 난타를 가했다.

"커흣!!"

쿠웅......!

흑지수의 공격에도 조금도 밀리지 않았던 쿠르마가 그것의 난타에 무릎 꿇었다.

"그래. 우겐 인간 따위에 대한 애은 전혀 없고, 지킬 생각 더더욱 없다."

"지만, 리는  ."

"네놈이 금 섬고 있는 자의 아버지, 위대한 의지가 우리를 하나의 죄의 덩어리로 만드 때에, 하하기 짝 없는 네놈들이 우릴 보 비웃던 것을 기한다."


"그러니 우리는, 너희 모두에게 고한다."


"우리는, 그분이 편애했던 그들을, 인간을 증오한다."



"우리를 침식해 비틀어버린 그분을, 우리를 죄와 광기 따위로 뒤틀어버린 너희의 아버지를 증오한다."


"우리의 모습을 비웃던, 하등한 너희 모두를 증오한다."


"우리에게 남은 것은 증오. 그 증오 속에서 남은 것은 너희의 세계도, 네 놈들의 세계도 모두 침식하여 우리의 것으로 만들겠다는 강욕의 바램 뿐."


"보아라. 우리는 증오로 뭉친 광기며, 모든 것을 침식하는 강욕의 죄의 열망이니,"


"모두, 멸하라. 우리에게 집어삼켜져, 침식당하라."


"크하하, 크하하하하하하!!!!!"

쿠르마와의 전투에서 떨어져 나갔던 그것의 뭉게진 육편들이, 핏방울들이, 그 광소에 동조하듯 각자 재생하며 형태를 갖추었다.

차원종의 형태도, 인간의 형태도 갖추지 못하고 검붉고 일그러진 모습으로 재생된 광기의 패배자들은 흑지수에게, 쿠르마에게, 차원종들에게 광소를 흘리며, 달려들었다.



TO BE CONTINUE.....

2024-10-24 23:37:08에 보관된 게시물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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