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벤트] 우리가 연병장 100바퀴를 뛰게 된 사연
타이라니트 2014-12-12 0
화창한 오후, 우리들은 부대의 연병장에 집합했다.
총원 5명. 그리고 우리들의 앞에 서류를 든 채민우 경감님. 채민우 경감님은 복잡한 표정으로 우리들에게 말했다.
“자, 그럼 예고한대로 지금부터 연병장 100바퀴를 실시한다.”
“100바퀴라니, 너무한 거 아닙니까?”
“맞아요. 50바퀴도 힘들 것 같은데.”
우리들은 툴툴거렸지만 경감님은 우리들의 의견을 묵살했다.
“시끄럽고 100바퀴, 실시.”
공포가 서린 말을 듣고 우리들은 경악했다.
**, 진짜였어! 연병장 100바퀴라니!
일은 대충 1주일 전에 일어났다.
당시 우리들은 쇼핑몰에 있었다. 보통 클로저들이나 훈련을 위해서 오는 이 쇼핑몰에 우리들이 온 이유는 간단하다. 임무다.
“그건 그렇고 이런 방치 된 쇼핑몰에 뭐가 있을 거라고.”
나 유조선은 툴툴거리면서 최대한 조심스럽게 걸었다.
“최근에 이 근방에서 B 급 차원종이 나타나는걸 봐서는 무언가 있다는 게 높으신 분들의 판단. 때문에 우리들이 투입 되었다는 거지.”
“아니, 그건 브리핑에서 들었다고.”
한숨 나온다. 이런 일은 클로저들에게 맡길 것이지 왜 우리들을 투입하느냐 이거다.
“뭐, 별 수 있나. 우리들은 이런 일을 전문적으로 하는 특경대의 정보 수집 분대 아니야.
상부층 입장에서는 클로저 보다는 더 믿을만하다는 것이겠지.“
내 뒤에 있는 동기 김병태의 말을 듣고 나는 “말이 되는 소리냐“고 중얼거렸다.
“우리들을 여기에 투입시킨 건 그런 게 아닐 거야. 내 예상으로는 100% 높으신 분들이 유니온에게 빚지기 싫어서 그런 걸 거야.”
“권력다툼…… 이라는 건가요? 빚을 지면 나중에 골 때리는 일이 생길지도 모르니……”
“역시 우리 막내야. 이런 쪽으로는 머리가 잘 돌아가네.”
막내 한성남이는 머쓱하게 웃었다.
“내가 불만인건 말이다.”
나는 연극마냥 양 손을 하늘로 향하며 외쳤다.
“저기 클로저들이 대놓고 쌈박질 하는 시점에서 우리들이 왜 투입 되는 거냐고!”
“분대장님, 들었잖아요. 클로저들이 난리치는 시점에서 차원종의 눈이 클로저들에게 집중 될 것이고, 우리들은 그 틈에 정보를 수집하는 거 아니에요.”
“누가 그걸 몰라서 그러는 것 같냐, 엄폐호 자식아.”
“혹시 몰라서 다시 이야기 해 봤습니다.”
“……내가 우리 중대장님인 줄 알아?”
차츰 내 언성이 높아지자 뒤에 있던 양경성이가 조용히 말 했다.
“조용히 해 주십시오 분대장님, 놈들이 알아챕니다.”
“아, 그렇네.”
아무리 클로저들이 난리를 치느라 차원종들이 클로저들에게 달려들고 있는 시점이라고 해도 언성을 높여 이야기를 하는 건 위험하기 짝이 없는 행동이다. 조심할 필요가-
“정지.”
나는 오른손을 주먹 쥐고 들었다. 나의 신호에 방금 전 까지 영양가 없는 대화를 하던 분대원들이 모두 소총을 각자의 방향으로 향했다. 나 역시 등에 매고 있던 방패를 앞으로 향했다.
“전방에 미확인 물체 발견. 거리 30미터. 경계.”
“”““라저.”“”“
우리들은 천천히 전방으로 향했다. 그리고 우리들이 본 것은-
하늘에서 날아오는 버스였다.
“?!”
버스가 하늘에서 떨어져 내리박히는 심히 어이없는 모습을 보며 우리들은 경악했다.
“요즘 차원종은 버스도 소환 하냐!?”
“위에 보고해야겠는데요?”
모두 각자 떠들고 있을 때, 나는 조용히 말했다.
“경계 해제. 클로저들이다.”
나는 손가락으로 1층, 참고로 우리들은 2층이다, 에 있는 다섯의 그림자를 가리켰다.
“아, 저 사람들이군요.”
멀리서 봐도 알아 볼 수 있을 정도로 이미 얼굴은 알고 있다. 나 역시 관심은 없지만 한명 정도는 이름도 알고 있다.
“쉬는 모양인데, 합류할까?”
다섯 명이 자리에 앉아서 쉬는 것을 보고 병태는 말했지만 나는 고개를 가로저었다.
“괜히 합류했다가 뭔 일이 생길 줄 알고. 우리는 저들에게 있어서 방해일 가능성이 더 높아. 거기다가 우리는 다른 임무가 있어. 저들이 무슨 일을 위해서 여기에 온 것인지 모르는 시점에서 접촉하는 건 여러모로 귀찮아져.”
모두 고개를 끄덕였다.
“그래도 멀리서 지켜보는 건 괜찮겠지. 우리도 휴식하자.”
나의 말에 모두 긴장의 한숨을 뱉어냈다. 우리들은 바닥에 앉아서 아래층의 클로저들을 바라보았다.
“검은 양 팀 이였나? 그런 이름 이였지?”
나의 질문에 엄폐호는 답했다.
“검은 양 팀. 유니온에서 결성한 위상력이 높은 인물들을 모아서 만든 팀, 이라고 합니다.”
“한명 빼고 죄다 어린애들이잖아. 잘도 팀을 결성 했군.”
“뭔가 예상과는 다른 모습인데요?”
막내가 나직하게 말했다. 막내의 말대로 뭐라고 할까, 진지하지 않은 것이 진짜 어린애들을 모아놓은 것 같다.
한명은 주머니에서 꺼낸 휴대용 게임기로 게임하는데 열중하고 있고 긴 머리의 여자애는 즐겁다는 듯이 뭐라 흥얼거리며 자신의 검을 닦고 있다. 가장 나이가 어린 것처럼 보이는 애는 어느 사이에 크레파스를 꺼내서 바닥에 낙서중이고. 보호자로 보이는, 아마 이름이 제이였을 것이다, 남자는 연신 수상쩍은 에너지드링크 같은 것을 빨고 있다.
그나마 한명이 게임하는 녀석을 뭐라고 나무라고 있는 게-
“개판이네요.”
“개판이구만.”
“뭐 팀이 저렇답니까?”
“우리 분대는 안 저래서 다행이네요.”
우리들은 얼굴을 찌푸렸다. 저런 녀석들을 믿고 여기를 탐색하라고? 영 아닌데?
“그건 그렇고 조선아.”
“뭐냐, 병태.”
병태는 씨익 웃으면서 나에게 말했다.
“너는 저 팀에서 누가 취향이냐?”
“……그러니까 너 가 **라고 불리는 거다. **자식아.”
나는 투덜거렸지만 이미 모두 떠들고 있었다.
“참고로 나는 저 긴 머리 여자애가 취향이야.”
“저는 저기 남자애 쪼인트 까는 여자애가 취향.”
“오, 괜찮네요. 근데 저는 제일 어려보이는 여자애가 취향인데요.”
“경성아, 그거 범죄다?”
“철컹철컹.”
“에잇! 말도 못해요?!”
모두 실컷 떠들고 있을 때, 나는 한숨을 쉈다.
“왜 그래요? 취향인 애가 없어요? 아니면 설마?!”
막내의 다음 말이 무엇일지 대충 예상된다. 하지만 내가 할 말은 그게 아니다.
“이것들아, 쉴 때도 사주경계 하라고 했지.”
“갑자기 그게 뭔 소리입니까?”
“무슨 소리긴-”
나는 손가락으로 내 앞에 있는 것들을 가리켰다.
“우리 마중 나왔다는 소리다.”
모두 내 손가락이 가리키는 것을 보고 굳어버렸다. 아아, 그럴 만도 하지 그도 그럴게-
거기에는 보이드들이 우리를 바라보고 있었으니까.
전방 60미터. 쯤 되려나? 나는 방패를 들고 일어나 모두에게 말했다.
“내가 잠시 막고 있을 테니까 튈 준비해.”
내가 말하기 무섭게 보이드가 공격을 시작했다. 광선 같은 공격을 방패로 막아서며 나는 시간을 벌었다.
“내가 신호를 보내면 모두 달려.”
병태가 이렇게 말하고는 숫자를 거꾸로 세기 시작했다.
5…… 4…… 3……
“2…… 1!”
“후퇴! 후퇴!”
모두가 뛰는 것을 확인하고 나도 따라서 뛰기 시작했다.
얼마나 뛰었을까, 뒤따라오던 보이드들이 사라진 것을 확인하고 우리들은 적당히 근처에 있던 가게에 숨어들었다. 어찌되었든 보이드들에게 들킨 이상 여기서 잠시 대기를 해야겠다.
“막내야 지도 좀.”
막내가 가지고 있던 지도와 현재 위치를 대조해보며 나는 중얼거렸다.
“지금 우리들이 있는 곳은…… 샐러드 바 군.”
“아니, 그건 대충 보면 알 수 있어.”
하긴, 병태의 말 대로다. 뷔페식으로 있는 그릇들과 탁자들이 이 가게가 샐러드 바 였다 라는 것을 증명해 준다.
“여기 계속 있는 건 위험하고 일단 안으로 들어가자.”
“안 이라뇨?”
폐호의 질문에 나는 답했다.
“여기는 엄폐물이라고 해 봤자 유리뿐이야. 들키기 쉬우니까 차라리 주방 같은 곳으로 들어가자고.”
주방은 협소하긴 하겠지만 일단 차원종이 주방까지 들어오기 이전에는 차원종에게 들킬 염려도 없다. 모두 내 의견에 고개를 끄덕였다.
“생각보다는 넓네.”
주방에 들어온 내가 할 말은 이것 이였다. 우리 다섯 명이 앉아도 부족하지 않을 정도였다.
“하긴, 샐러드 바니까 음식을 많이 만들 필요가 있으니 주방이 넓을 수 밖에.”
나는 폐호에게 경계를 맡기고 일단 주방 안을 뒤졌다. 운이 좋다면 쓸 만한 물건을 발견 할지도 모른다. 그런 기대로 찾아봤지만-
“없군.”
쓸만한 물건은 없다. 일단은 말이다. 나는 시선을 냉동 창고로 향했다.
“여기는 뭔가 쓸만한 물건이 있으려나?”
“포기해라 조선아. 먹을 거 찾는 거라면 내가 포장마차에서 한턱 쏠 테니까.”
“음, 거기가 맛있기는 하다만…… 사람은 계속 떡볶이만 먹고 살 수는 없지.”
나는 냉동 창고로 들어갔다. 물론 기대는 안한다. 3년 전에 폐쇄된 백화점에서 먹을 것을 찾는 것은…… 정신나간 짓이기는 하다.
“춥다?”
생각보다 냉동 창고 내부는 차가웠다. 폐쇄 된 이후에 아무도 안 열어서 냉기가 안 빠져 나갔나?
“이거 작동하는데요?”
경성이가 내부에 들어와 보고는 말했다. 잘 들어보니 연신 쉐액 쉐액 거리는 냉각기가 돌아가는 소리가 들리기는 한다. 전기가 들어오는건가.
컨트롤러는 망가져서 온도를 컨트롤 할 수는 없지만 어쨌든 이 냉동 창고는 살아 있다. 그럼 혹시?
나는 안을 뒤지다가 원하는 것을 발견하고 씨익 웃었다.
“찾았다.”
“뭔가 찾으셨어요?”
나는 경성이에게 내가 찾은 물건을 보여줬다.
“셀레느 치킨?”
“거기다가 냉동만두도 있어.”
“뭐? 냉동이 있다고?
“진짜요?!”
내 말을 듣고 폐호를 제외한 모두가 냉동 창고로 들어왔다. 하지만 이내 모두의 얼굴이 어두워졌다.
“먹을 수는…… 없겠죠?”
“하긴, 이거 유통기한이 넘었어.”
잘 보니 진짜로 유통기한이 1년이나 넘었다. 하지만-
“상관없겠지. 먹는다고 죽겠어?”
“……제 정신이세요, 분대장님? 잘못 먹으면 진짜 죽는다고요!”
아, 시끄러. 나는 지금 배고파서 뒤지실 것 같다고. 나는 능숙하게 냉동의 포장을 뜯었다.
“싫음 먹지 마. 나 혼자서라도 먹을 거야.”
나는 주방으로 나와서 주방 한 구석에 있는 전자레인지가 작동하는지 확인했다. 전원이 들어온다. 잘 열린다. 테스트로 한번 돌려보니 소리도 잘 나는 것이 정상으로 작동하는 모양이다.
나는 적당한 그릇 하나에 냉동치킨을 올리고 전자레인지에 넣었다. 그리고 4분간 돌렸다.
지이잉 거리는 소리가 내 뱃속을 자극한다. 입에 침이 고인다.
“이게 얼마만의 치느님이냐.”
이내 땡! 하는 소리가 들리면서 전자레인지가 다 데워졌음을 알렸다. 나는 치킨을 꺼내서 한 입 물어봤다.
진짜 이거 유통기한 1년 지난 거 맞아? 아직도 육즙이 풍부하면서 겉이 바삭바삭 한 게 엄청 맛있다. 유통기한 많이 지난 물품을 먹을 때 나는 특유의 악취 따위도 없다.
“……괜찮습니까?”
막내의 말에 나는 고개를 끄덕였다. 나는 치킨 한 부분을 주면서 말했다.
“먹을래?”
막내는 잠시 고뇌했다. 하지만 막내의 고뇌는 금방 끝났다 그도 그럴게-
지금 막내의 뱃속은 꼬르륵 거리면서 배고픔에 비명을 지르고 있었으니까.
막내는 내가 준 치킨을 먹고는 고개를 끄덕였다. 이 녀석도 꽤 괜찮다고 인정 한 모양이다.
“……진짜 괜찮아요, 그거?”
“괜찮다니까.”
“맛있는데요?”
내 말을 듣고 경성이도 잠시 생각한 끝에 냉동 창고에서 만두를 꺼내 와서 전자레인지에 돌리기 시작했다.
“치킨도 먹을 수 있는데 설마 만두라고 못 먹겠어요?”
“먹을 수 있을 때 먹어둬. 먹는 게 남는 거야.”
만두가 다 데워지고, 역시 만두도 엄청 맛있었다. 고기의 육즙이 뜨거웠지만 그 정도는 참을 수 있었다.
“이게 얼마 만에 먹는 먹는 찐만두냐!”
“앗, 뜨거!”
“제 것도 좀 남겨주세요.”
폐호의 말에 나는 고개를 끄덕였다. 당연히 남겨줘야지.
그리고 병태 역시 인내심의 한계에 도달했는지-
“크흑!, 이렇게 된 이상 모두 먹을 수 밖에 없잖아! 너도, 나도!”
이러면서 냉동 창고에서 냉동들을 엄청나게 가져왔다.
그렇게 우리들은 만족스러울 정도로 배를 채우고, 복귀했다.
채민우 경감님은 수확이 없다는 사실에 “그런가……” 라고 중얼거리고는 바로 다음 일에 들어갔다.
나는 분대원 들을 향해서 씨익 웃으면서 말했다.
“자, 그럼 2차를 시작해 볼까?”
“너 가 쏘는 거냐?”
“아니, 병태 너 가 쏜다고 했잖아.”
“……그랬지.”
병태는 한숨을 내뱉었지만 별수 없다는 듯 어깨를 으쓱했다.
“좋아, 조선이 덕에 맛있는 것도 먹었다, 오늘은 내가 한턱 쏜다!”
여기까지는 좋았다. 2차가 한창일 때 우리들이 복통을 호소하며 쓰러진 것 까지는 기억을 한다.
그리고 정신을 차려보니, 우리보고 식중독이라더라.
그게 우리들이 연병장을 100바퀴 뛰게 된 사연이다. 다른 사람들에게는 포장마차를 지킨 검은 양 팀의 활약상 이였겠지만
우리들에게는 씁쓸하기 그지없는 이야기일 뿐이다.
“아직 50바퀴도 안 돌았는데 벌써 지친 거냐!”
히익!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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중간에 나오는 식중독 퀘스트의 실상을 한번 상상해서 써 봤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