침식의 계승자 EP.4 사냥꾼의 밤 9화 리스크 있는 물건
Heleneker 2023-01-09 1
새해에도 잘 부탁드립니다!
시작합니다.
+기준은 모르겠지만 베스트가 되었네요? 3번째 베스트 감사합니다!
+24년도 개정판으로 개편되었습니다.!
"음.... 그냥 보기엔 기분 나쁜 기운을 흘리는 잔해처럼 보이는데."
"말도 마. 녀석들에게도 꽤 귀중한 물건인지, 내가 보였다 하면 덤벼들더라니까?"
"차원종들이 그런 반응을 보이는 거라면 고위급 차원종의 파편같기도 하고.... 잠깐만 확인해볼게."
잔해를 확인하려 손을 뻗자,
우우우우우웅---------!!
"웃.....!"
"우, 우왓...!"
잔해가 마치 울음소리, 혹은 울부짖음 같은 강한 진동한 퍼뜨리며 내 손을 밀쳐냈다.
"이 힘은 분명..... 기계왕.....!!!"
잊으라고 해도 잊을 수 없는 사투를 벌였던 강적, 기계왕. 이 자그마한 파편에서 발하는 힘은 분명히 그의 힘이였다.
"저수지, 너 몸 괜찮아? 어디 이상은 없고!? 아니, 일단 그것부터 당장 버ㄹ... 켁, 쿨럭... 쿨럭..."
순간적으로 흥분한 나머지 가라앉아 있었던 기침이 다시 격해지기 시작했다.
"자온 씨, 몸은 괜찮...."
때마침 내 상태를 확인하러 온 감찰관이 방에 들어왔다. 아니, 내 상태 확인할 필요 없으니까 빨리.....!
진액에 막혀 제 기능을 잃은 호흡기를 떼며 다급히 말했다.
"컬럭, 쿨럭, 쿨럭!! ....감찰관, 마침 잘 왔어요...! 지금 저수지가 들고 있는 잔해, 흑지수보고 박살내 버리라고 하세요... 켁, 켁...!!"
"자, 잠깐. 진정해! 진정하고 천천히 숨 쉬어! 자, 따라해 봐! 후우우.... 후우우....."
저수지를 따라 천천히 호흡하기 시작했다.
"켁... 쿠럭, 쿨럭...... 후...욱..... 후우우......"
"....그래, 그렇게."
내 흥분이 가라앉은 걸 확인한 저수지는 어느새 닦아놓은 호흡기를 내게 다시 씌우며 물었다.
"이 잔해가 도대체 뭐길래 그렇게 흥분한 거야?"
"후우우..... 상당히, 위험한 놈의 일부야. 이쪽으로 넘어온다면 부산에서의 재앙은 귀여운 수준이 될거라고 봐도 무방할 정도로 강하고.... 위험한 놈이지."
"부산의 재앙이라면.... 아폴리온을 말하시는 거죠?"
"아폴리온?"
"나랑 수현의 고향인.... 부산을 괴멸 직전까지 몰아넣었던 차원종이야. 독을 쓰던 거지같은 차원종인데, 이미 죽은 차원종이니까 신경쓸 필욘 없어."
그래. 이미 죽은 놈에 비교하는 것보단.... 지금 이걸 처분하는게 더 중요하지.
"지금 중요한 건 이건데..... 감찰관, 얼른 흑지수 보고 박살내 버리라고 해요. 있어봤자 찜찜한 물건이고 무엇보다 그 뱀ㅅ....쿠르마가 그걸 노리고 있어요."
"쿠르마가 이걸.... 리애니메이터 오리진을 노리고 있었던 거군요."
"뭐가 됐든, 이거 얼른 갖다가 부숴서 없애버려요. 이거 나오는 기운으로 봐서 계속 무언가를 부르는 것 같은데.... 차원종들이 이 기운에 반응해서 끌려오는 거 같아."
"어, 진짜로?"
"....그러네요. 미약하게 느껴져요. 누군가를 특정해서 부르는 것 같지는 않지만.... 그것이, 자신을 가져갈 누군가를 부르고 있네요. 아마 쿠르마나 다른 차원종들도 그 신호를 따라 저수지 양을 찾아온 것 같네요."
"그럼, 내가 이걸 갖고 있는 한 차원종들이 계속 날 쫓아온다는 거네."
"그럼... 이걸 밀수업자에게 팔면, 차원종이 날 쫓아오는 일도 없겠네?"
생각치도 못한 저수지의 생각에, 어이가 없으면서도....
"푸흡.... 와아. 저수지, 아이디어 좋은데?"
한편으론 기발해서 웃으며 감탄했다.
"그치? 차원종도 털고, 돈도 벌고. 일석이조잖아?"
저수지도 어깨를 으쓱하면서 씩 웃었다.
"그, 그러면 반금련 씨가 쫓기지 않을까요? 거기다 그걸 돈 받고 파시려고요?"
"음.... 리스크가 있는 물건이니, 비싸지는 않게 팔아야겠지?"
"그런 문제가 아니라...."
"왜? 나랑 밀수업자는 원래 이런 관계였는데."
너무나도 태연하게 대답하니 감찰관이 진땀을 흘리며 곤란해했다.
"푸흐흐흑... 최곤데? 진짜 최고다, 저수지. 푸흐흐... 켁, 쿨럭..."
저 잔해를 받고 차원종에게 쫓기며 짜증낼 반금련 씨를 떠올려보니 자꾸 웃음이 나왔다. 뭐.... 저건 처분해야하니 그럴 일은 안 만들거지만.
감찰관이 곤란해하는 눈빛을 보내자, 저수지가 한숨을 쉬었다.
"....하아. 알았어. 알았다고. 거북이에게는 넘기지 않은 채, 잘 갖고 있으면 되는거지? 그럼 차원종이 날 덮치면 어쩌려고? 보관료 정도는 지불해주지 그래?"
"일단 쿠르마의 상대는 흑지수 씨에게 맡겼으니 다른 분들이 돌아가며 저수지 씨를 보호해드릴 거예요."
"그리고 부수는 거에 관해선... 조금 신중히 고민해야 할 문제겠어요. 원래 성의 물건이기도 하지만 그런 고위급 차원종의 파편을 함부로 부쉈다가 어떤 영향을 끼칠지 모르니까요."
"찜찜하지만 그렇다면야.... 저수지, 가지고 있다가 무슨 일 생기면 얼른 버려야 해. 그 놈이라면 그 파편만으로도 무슨 수를 쓸수도 있으니까."
"그땐 진짜로 밀수업자한테 싸게 팔아버려야지. 근데 이 잔해보고 기계왕이라고 했지? 아는 차원종이야?"
아, 그거? 싸워봤거든."
"ㄴ, 네에에에?"
"아, 깜짝이야...!"
감찰관이 소리지르며 놀랐다. 영감이 이건 알려주지 않은 모양이지만.... 그래도 아픈 사람 옆에서 바로 소리지르면 그 사람 심장 멎어요.
******
"아폴리온보다 강한 차원종의 잔해라.... 쿠르마나 불꽃왕이라는 차원종이 탐내하는 것이라면 부수는 것도 고려해봐야겠는걸요."
"봐서 방법이 정말 없으면. 게다가 부수면 주변에 어떤 영향을 끼칠지 모른다고 감찰관이 말했으니 최대한 미뤄보는 수밖에. 그나저나 영감은 그런건 왜 공유 안 해놔서..."
"형은 기계왕이라 부르는 차원종과 싸워보셨다고 했죠? 그렇게.... 강한가요? 그 아폴리온이 귀여운 수준이라니..."
"어. 최상위의 존재들을 제외하면, 그 놈이 가장 강하다고 생각될 정도니까. 영감의 능력이 없었다면 분명히 졌을거야.... 아니, 내 행동을 연산했음에도 일부로 날 놓아준걸지도..."
재생으로 버티며 대등하게 싸웠지만, 기계왕 그 자의 전투법은 폭력적인 힘을 넘어 아주 정교하게 상대방을 연산해 의표를 찌르는 전투법이였다. 공격이 안 통한다는 걸 확인하면 다른 방식으로 날 배제할 수도 있었을텐데.....
그 자의 의중은 여전히 모르겠다. 날 놓아준 것도, 일부러 싸움을 멈추고 그런 정보를 넘겨준 것도.
자온은 나태한 왕이 왜 그런 행동을 했는지 영원히 이해할 수 없을 것이다. 차가운 가슴 속에 마음이라는 것을 알아버린 왕이, 그의 과거를 연민했기에 한 행동임을, 앞으로도 알 수 없을 그는 홀로 생각에 잠겼다.
"다녀왔어.... 자온, 몸은 좀 괜찮아....?"
쿠르마를 추적하다 잠시 돌아온 동료들이 하나 둘씩 방에 들어왔다.
"걱정해줘서 고맙긴 한데 너나 김철수도 꽤 무리하고 있잖아."
"나는 괜찮다. 미래는 좀 더 쉬었으면 좋겠지만."
"아저씨도 쉬어야 할 거 같지만.... 지금은 손이 부족하니까 아쉬어도 어쩔 수 없을 듯요."
모두의 얼굴에 피로가 쌓인 것이 눈에 띄게 보였다. 부상도 부상이지만, 거의 쉬지도 못하고 계속 싸우고 있었으니까. 새삼, 싸울 수 없는 지금의 내 몸상태가 원망스러워졌다.
"그나저나 여기로 모인걸 보니까 다들 역시 빈손인가봐요?"
"그런거 같네요. 그 쿠르마라는 마물.... 교묘하게 모습을 잘 감추고 있어서 찾기 힘드네요."
"꽤 잔머리를 쓰는 놈이니까 찾기 힘들거야. 전쟁 때, 서지수도 쿠르마를 찾아내는데 꽤나 애먹었으니까."
상황을 정리하며 짧은 휴식들을 취하던 도중, 흑지수가 갑자기 눈을 크게 뜨며 고개를 돌렸다.
"이 힘은....!!"
쾅!
타다다닷-----
"이봐요, 언니? 우리도 얼른 따라가 보자고요."
"서두르지. 자온, 몸조리 잘하고 있어라."
흑지수가 급하게 방을 뛰쳐나가자, 다른 이들도 그녀의 뒤를 따라 황급히 방을 뛰쳐나갔다.
모두가 떠난 방에 적막이 돌기 시작했다.
"하.... 나도 나갈 수 있었다면...."
새삼 혼자가 되니 쓸쓸함이 느껴졌다. 그 와중에 힘도 제대로 발현 안 되니 서럽네....
여전히 구현되지 않는 무기들에 한숨을 내쉬며 손을 허공에 휘적거리며 힘을 그러모으던 와중,
"...어라? 실은 되잖아?"
손 끝에서 실이 흩날리며 구현되었다. 하긴, 화살이랑 구속, 주위 탐색 말곤 쓰질 않으니.... 반성해야겠는걸.
"거의 부담도 없고.... 그러고보니 정신을 완전히 잃으면서 매핑이 다 해제됐네. 다시 펼쳐봐야겠다."
다행이도 몸에 부담이 오지 않는 걸 확인하곤 실을 펼쳐 감지를 시작했다. 레이더 감지도, 흑지수 씨의 감각에도 잘 안 걸리는 놈이지만 네 놈이 땅에 발 붙이고 있는 이상 실 감지는 벗어날 수 없겠지....!
"으음...... 어디 있냐... 어디 있냐...."
천천히 감지를 하던 와중,
움찔
꽈악.... 찌직.... 쭈... 쫘아아악!!
쿠당탕!!
타다다닷!!!
자온의 안색이 창백해지더니, 다급하게 구속구를 뜯어내곤 침대를 뛰쳐내려와 어디론가 급하게 달리기 시작했다.
"설마...!! 하지만 어떻게...!!?"
******
"흑지수 씨!"
"너희는 왜 따라온거야?"
"무슨 일이길래 급한거예요?"
"이 근처에서 쿠르마의 힘이 크게 증폭됐었어. 무슨 수작을 부린 거 같은데 그전에 얼른 쓰러뜨려야지. 기왕 온 김에 찾으면 바로 불러!"
"하지만 여긴 우리말고는 아무도 없는거 같아.... 그림자에는 아무것도 잡히는 게 없어."
"잠깐, 저쪽에서 무언가 느껴진다."
"그 쪽이냐, 쿠르마!!"
쾅!!!
흑지수가 성의 한쪽에 숨겨진 방을 부수며 들어갔다.
"....이게 뭐야?"
그곳엔 쿠르마 대신, 기계의 파편 같이 보이는 무언가가 한가득 쌓여있었다. 서슬퍼런 기운을 뿜어내는 그것들은 서로 공명하듯 작게 울리고 있었다.
"이건... 저수지 씨가 가지고 계시던 잔해 아니였나요? 왜 이런게 여기 잔뜩...?"
"아니야. 이건 가공된 것들이야. 근데 왜 여기서 쿠르마의 기운이..... **, 함정이였나!!"
"함정이라니 무슨 말이냐, 흑지수?"
"이걸 어떻게 모았는지 모르겠지만.... 쿠르마는 저거에 자기 힘을 불어 넣은 다음 한꺼번에 증폭시켜서 우리 시선을 끌은 거야! 거점으로 침입하기 위해서!"
유인당했다는 걸 뒤늦게 알아차린 흑지수의 감각이 쿠르마를 감지하기 시작했다.
비전투원과 부상으로 남아있는 자온이 있는 거점 방향을 향해.
******
"어떻게..... 어떻게 네가 이 안에 들어온 거냐, 쿠르마....!!"
"말도 마. 녀석들에게도 꽤 귀중한 물건인지, 내가 보였다 하면 덤벼들더라니까?"
"차원종들이 그런 반응을 보이는 거라면 고위급 차원종의 파편같기도 하고.... 잠깐만 확인해볼게."
잔해를 확인하려 손을 뻗자,
우우우우우웅---------!!
"웃.....!"
"우, 우왓...!"
잔해가 마치 울음소리, 혹은 울부짖음 같은 강한 진동한 퍼뜨리며 내 손을 밀쳐냈다.
"이 힘은 분명..... 기계왕.....!!!"
잊으라고 해도 잊을 수 없는 사투를 벌였던 강적, 기계왕. 이 자그마한 파편에서 발하는 힘은 분명히 그의 힘이였다.
"저수지, 너 몸 괜찮아? 어디 이상은 없고!? 아니, 일단 그것부터 당장 버ㄹ... 켁, 쿨럭... 쿨럭..."
순간적으로 흥분한 나머지 가라앉아 있었던 기침이 다시 격해지기 시작했다.
"자온 씨, 몸은 괜찮...."
때마침 내 상태를 확인하러 온 감찰관이 방에 들어왔다. 아니, 내 상태 확인할 필요 없으니까 빨리.....!
진액에 막혀 제 기능을 잃은 호흡기를 떼며 다급히 말했다.
"컬럭, 쿨럭, 쿨럭!! ....감찰관, 마침 잘 왔어요...! 지금 저수지가 들고 있는 잔해, 흑지수보고 박살내 버리라고 하세요... 켁, 켁...!!"
"자, 잠깐. 진정해! 진정하고 천천히 숨 쉬어! 자, 따라해 봐! 후우우.... 후우우....."
저수지를 따라 천천히 호흡하기 시작했다.
"켁... 쿠럭, 쿨럭...... 후...욱..... 후우우......"
"....그래, 그렇게."
내 흥분이 가라앉은 걸 확인한 저수지는 어느새 닦아놓은 호흡기를 내게 다시 씌우며 물었다.
"이 잔해가 도대체 뭐길래 그렇게 흥분한 거야?"
"후우우..... 상당히, 위험한 놈의 일부야. 이쪽으로 넘어온다면 부산에서의 재앙은 귀여운 수준이 될거라고 봐도 무방할 정도로 강하고.... 위험한 놈이지."
"부산의 재앙이라면.... 아폴리온을 말하시는 거죠?"
"아폴리온?"
"나랑 수현의 고향인.... 부산을 괴멸 직전까지 몰아넣었던 차원종이야. 독을 쓰던 거지같은 차원종인데, 이미 죽은 차원종이니까 신경쓸 필욘 없어."
그래. 이미 죽은 놈에 비교하는 것보단.... 지금 이걸 처분하는게 더 중요하지.
"지금 중요한 건 이건데..... 감찰관, 얼른 흑지수 보고 박살내 버리라고 해요. 있어봤자 찜찜한 물건이고 무엇보다 그 뱀ㅅ....쿠르마가 그걸 노리고 있어요."
"쿠르마가 이걸.... 리애니메이터 오리진을 노리고 있었던 거군요."
"뭐가 됐든, 이거 얼른 갖다가 부숴서 없애버려요. 이거 나오는 기운으로 봐서 계속 무언가를 부르는 것 같은데.... 차원종들이 이 기운에 반응해서 끌려오는 거 같아."
"어, 진짜로?"
"....그러네요. 미약하게 느껴져요. 누군가를 특정해서 부르는 것 같지는 않지만.... 그것이, 자신을 가져갈 누군가를 부르고 있네요. 아마 쿠르마나 다른 차원종들도 그 신호를 따라 저수지 양을 찾아온 것 같네요."
"그럼, 내가 이걸 갖고 있는 한 차원종들이 계속 날 쫓아온다는 거네."
"그럼... 이걸 밀수업자에게 팔면, 차원종이 날 쫓아오는 일도 없겠네?"
생각치도 못한 저수지의 생각에, 어이가 없으면서도....
"푸흡.... 와아. 저수지, 아이디어 좋은데?"
한편으론 기발해서 웃으며 감탄했다.
"그치? 차원종도 털고, 돈도 벌고. 일석이조잖아?"
저수지도 어깨를 으쓱하면서 씩 웃었다.
"그, 그러면 반금련 씨가 쫓기지 않을까요? 거기다 그걸 돈 받고 파시려고요?"
"음.... 리스크가 있는 물건이니, 비싸지는 않게 팔아야겠지?"
"그런 문제가 아니라...."
"왜? 나랑 밀수업자는 원래 이런 관계였는데."
너무나도 태연하게 대답하니 감찰관이 진땀을 흘리며 곤란해했다.
"푸흐흐흑... 최곤데? 진짜 최고다, 저수지. 푸흐흐... 켁, 쿨럭..."
저 잔해를 받고 차원종에게 쫓기며 짜증낼 반금련 씨를 떠올려보니 자꾸 웃음이 나왔다. 뭐.... 저건 처분해야하니 그럴 일은 안 만들거지만.
감찰관이 곤란해하는 눈빛을 보내자, 저수지가 한숨을 쉬었다.
"....하아. 알았어. 알았다고. 거북이에게는 넘기지 않은 채, 잘 갖고 있으면 되는거지? 그럼 차원종이 날 덮치면 어쩌려고? 보관료 정도는 지불해주지 그래?"
"일단 쿠르마의 상대는 흑지수 씨에게 맡겼으니 다른 분들이 돌아가며 저수지 씨를 보호해드릴 거예요."
"그리고 부수는 거에 관해선... 조금 신중히 고민해야 할 문제겠어요. 원래 성의 물건이기도 하지만 그런 고위급 차원종의 파편을 함부로 부쉈다가 어떤 영향을 끼칠지 모르니까요."
"찜찜하지만 그렇다면야.... 저수지, 가지고 있다가 무슨 일 생기면 얼른 버려야 해. 그 놈이라면 그 파편만으로도 무슨 수를 쓸수도 있으니까."
"그땐 진짜로 밀수업자한테 싸게 팔아버려야지. 근데 이 잔해보고 기계왕이라고 했지? 아는 차원종이야?"
아, 그거? 싸워봤거든."
"ㄴ, 네에에에?"
"아, 깜짝이야...!"
감찰관이 소리지르며 놀랐다. 영감이 이건 알려주지 않은 모양이지만.... 그래도 아픈 사람 옆에서 바로 소리지르면 그 사람 심장 멎어요.
******
"아폴리온보다 강한 차원종의 잔해라.... 쿠르마나 불꽃왕이라는 차원종이 탐내하는 것이라면 부수는 것도 고려해봐야겠는걸요."
"봐서 방법이 정말 없으면. 게다가 부수면 주변에 어떤 영향을 끼칠지 모른다고 감찰관이 말했으니 최대한 미뤄보는 수밖에. 그나저나 영감은 그런건 왜 공유 안 해놔서..."
"형은 기계왕이라 부르는 차원종과 싸워보셨다고 했죠? 그렇게.... 강한가요? 그 아폴리온이 귀여운 수준이라니..."
"어. 최상위의 존재들을 제외하면, 그 놈이 가장 강하다고 생각될 정도니까. 영감의 능력이 없었다면 분명히 졌을거야.... 아니, 내 행동을 연산했음에도 일부로 날 놓아준걸지도..."
재생으로 버티며 대등하게 싸웠지만, 기계왕 그 자의 전투법은 폭력적인 힘을 넘어 아주 정교하게 상대방을 연산해 의표를 찌르는 전투법이였다. 공격이 안 통한다는 걸 확인하면 다른 방식으로 날 배제할 수도 있었을텐데.....
그 자의 의중은 여전히 모르겠다. 날 놓아준 것도, 일부러 싸움을 멈추고 그런 정보를 넘겨준 것도.
자온은 나태한 왕이 왜 그런 행동을 했는지 영원히 이해할 수 없을 것이다. 차가운 가슴 속에 마음이라는 것을 알아버린 왕이, 그의 과거를 연민했기에 한 행동임을, 앞으로도 알 수 없을 그는 홀로 생각에 잠겼다.
"다녀왔어.... 자온, 몸은 좀 괜찮아....?"
쿠르마를 추적하다 잠시 돌아온 동료들이 하나 둘씩 방에 들어왔다.
"걱정해줘서 고맙긴 한데 너나 김철수도 꽤 무리하고 있잖아."
"나는 괜찮다. 미래는 좀 더 쉬었으면 좋겠지만."
"아저씨도 쉬어야 할 거 같지만.... 지금은 손이 부족하니까 아쉬어도 어쩔 수 없을 듯요."
모두의 얼굴에 피로가 쌓인 것이 눈에 띄게 보였다. 부상도 부상이지만, 거의 쉬지도 못하고 계속 싸우고 있었으니까. 새삼, 싸울 수 없는 지금의 내 몸상태가 원망스러워졌다.
"그나저나 여기로 모인걸 보니까 다들 역시 빈손인가봐요?"
"그런거 같네요. 그 쿠르마라는 마물.... 교묘하게 모습을 잘 감추고 있어서 찾기 힘드네요."
"꽤 잔머리를 쓰는 놈이니까 찾기 힘들거야. 전쟁 때, 서지수도 쿠르마를 찾아내는데 꽤나 애먹었으니까."
상황을 정리하며 짧은 휴식들을 취하던 도중, 흑지수가 갑자기 눈을 크게 뜨며 고개를 돌렸다.
"이 힘은....!!"
쾅!
타다다닷-----
"이봐요, 언니? 우리도 얼른 따라가 보자고요."
"서두르지. 자온, 몸조리 잘하고 있어라."
흑지수가 급하게 방을 뛰쳐나가자, 다른 이들도 그녀의 뒤를 따라 황급히 방을 뛰쳐나갔다.
모두가 떠난 방에 적막이 돌기 시작했다.
"하.... 나도 나갈 수 있었다면...."
새삼 혼자가 되니 쓸쓸함이 느껴졌다. 그 와중에 힘도 제대로 발현 안 되니 서럽네....
여전히 구현되지 않는 무기들에 한숨을 내쉬며 손을 허공에 휘적거리며 힘을 그러모으던 와중,
"...어라? 실은 되잖아?"
손 끝에서 실이 흩날리며 구현되었다. 하긴, 화살이랑 구속, 주위 탐색 말곤 쓰질 않으니.... 반성해야겠는걸.
"거의 부담도 없고.... 그러고보니 정신을 완전히 잃으면서 매핑이 다 해제됐네. 다시 펼쳐봐야겠다."
다행이도 몸에 부담이 오지 않는 걸 확인하곤 실을 펼쳐 감지를 시작했다. 레이더 감지도, 흑지수 씨의 감각에도 잘 안 걸리는 놈이지만 네 놈이 땅에 발 붙이고 있는 이상 실 감지는 벗어날 수 없겠지....!
"으음...... 어디 있냐... 어디 있냐...."
천천히 감지를 하던 와중,
움찔
꽈악.... 찌직.... 쭈... 쫘아아악!!
쿠당탕!!
타다다닷!!!
자온의 안색이 창백해지더니, 다급하게 구속구를 뜯어내곤 침대를 뛰쳐내려와 어디론가 급하게 달리기 시작했다.
"설마...!! 하지만 어떻게...!!?"
******
"흑지수 씨!"
"너희는 왜 따라온거야?"
"무슨 일이길래 급한거예요?"
"이 근처에서 쿠르마의 힘이 크게 증폭됐었어. 무슨 수작을 부린 거 같은데 그전에 얼른 쓰러뜨려야지. 기왕 온 김에 찾으면 바로 불러!"
"하지만 여긴 우리말고는 아무도 없는거 같아.... 그림자에는 아무것도 잡히는 게 없어."
"잠깐, 저쪽에서 무언가 느껴진다."
"그 쪽이냐, 쿠르마!!"
쾅!!!
흑지수가 성의 한쪽에 숨겨진 방을 부수며 들어갔다.
"....이게 뭐야?"
그곳엔 쿠르마 대신, 기계의 파편 같이 보이는 무언가가 한가득 쌓여있었다. 서슬퍼런 기운을 뿜어내는 그것들은 서로 공명하듯 작게 울리고 있었다.
"이건... 저수지 씨가 가지고 계시던 잔해 아니였나요? 왜 이런게 여기 잔뜩...?"
"아니야. 이건 가공된 것들이야. 근데 왜 여기서 쿠르마의 기운이..... **, 함정이였나!!"
"함정이라니 무슨 말이냐, 흑지수?"
"이걸 어떻게 모았는지 모르겠지만.... 쿠르마는 저거에 자기 힘을 불어 넣은 다음 한꺼번에 증폭시켜서 우리 시선을 끌은 거야! 거점으로 침입하기 위해서!"
유인당했다는 걸 뒤늦게 알아차린 흑지수의 감각이 쿠르마를 감지하기 시작했다.
비전투원과 부상으로 남아있는 자온이 있는 거점 방향을 향해.
******
"어떻게..... 어떻게 네가 이 안에 들어온 거냐, 쿠르마....!!"
TO BE CONTINUE.....