IF 누군가에 의해 지워진 세계
Kstriker 2022-12-07 2
자신이 섬기는 왕은 실로 지성이 뛰어나시며, 대비한 책략 또한 겸비함이 뛰어날지어다. 그렇기에 왕으로 칭송받기에 걸맞고, 그를 하나 둘씩 섬기는 이들이 존재하기 마련이다. 왕위에 오르고 명한다.
“명한다, 너희들의 왕은 본래 너무나도 허약했다. 생을 오가는 병에 걸려 옳은 판단을 내리지 못 하고 본인의 명줄에 못 이겼다.”
이를 들은 군단의 병사들은 동조하는 눈치를 보였다. 그 누구하나 반박할려고 이를 가는이는 없었으며, 오히려 새로운 왕의 언변에 감탄을 금치 못하는 자들이 보이기만 했을 뿐이였다.
“오늘을 기준으로, 이 몸이 아바돈의 명예와 의지를 되찾고자 새로운 폭식의 왕으로 강림하려 한다.”
벨제부브는 들고있던 잔을 높이 치올려서 자신을 바라보는 군단의 병사들을 내려다보며 말했다. 이에 동조하는 듯 병사들 또한 일제히 들고있는 잔을 들어올려서 새로운 왕을 맞이했다. 그리고 이를 못 마땅하게 여기는 군단장들 또한 존재했다.
“본인이 그 자리를 무력으로 쟁탈하면서 잘도 지껄이는군, 참으로 우스워.”
“지성의 가면을 본성으로 연기하는 광대라니, 가당치도 않아. 그리고 그 광대를 치켜세우는 광대들 또한 어리석어 보이는군.”
환희의 축제를 즐길 무렵, 다른 곳에서 군단장들은 이를 보며 혀를찼다. 그리고 이들의 대화를 들은 새로운 왕의 자식 중 한 명이 다가와 말한다.
“그 입 조심하시오, 우리 아버지.. 아니 새로운 왕은 절대적으로 선견지명이 깊고, 당신들보다 몇 수는 앞을 보고있으니.”
“그 아비에 그 자식이라더니, 본성은 못 따라간다더니. 어처구니없구나 실로..”
새로운 왕의 자식(무스카)은 지 아비를 감싸기 바빴다. 하지만 아들도 알고있었다. 아버지는 본래 황충의 왕 아바돈의 지휘하에 이끄는 일개의 병사 중 한 명이셨거늘, 계략을 세우시고 직접 그 왕을 끌어내리어 왕위를 차지하신걸 말이다. 더욱이 알고있기에, 아들이란 작자는 지 아비를 감쌀 수 밖에 없었다.
세상 그 누가 내 아버지를 욕보이더라도 적어도 우리 3형제 아니, 나 만큼은 아버지를 배반하지 말자고.
벨제부브의 새로운 왕의 강림으로 이번 성대한 취임식은 다른 군단장과 참모급 간부들의 이목을 끌기에는 충분했다. 좌석에 참석하지 못 한 다른 이들은 바람에 타는 소문을 듣고, 이를 업신여기거나 별 관심을 가지지않는 이들 뿐이였다. 하지만 업신여기는 이들 뿐만이 아니라 관심없는 이들 또한 이번 취임식을 그리 좋게는 보질 않을 것이다. 이는 벨제부브 또한 처음부터 상정했던 사실이다. 새로운 왕이 될려면 그에 따라오는 시선은 감수해야 한다는걸 말이다.
약육강식. 적어도 다른 군단장이라면 몰라도 폭식의 군단을 이끄던 아바돈의 시절에서도 그 집단에서는 약육강식은 질서나 마찬가지였다. 그렇기에 왕위를 쟁탈하고, 새로운 왕위를 독차지한 쿠데타를 일으킨 벨제부브라 할지라도 이에 반박하는 이는 절대 없었다. 마치 반박을 하는 것이 오히려 이상한 것으로 취급하는 것 마냥 말이다. 당연하게 여긴 것이다.
“무스카여, 서신과 펜을 가져오라.”
벨제부브는 곁에서 호위를 지키고있던 무스카에게 명했다.
“알겠나이다.”
비록 그라 할지라도, 이번 사태로 인해 말이 많이 나올 것을 차근차근 해결 할 생각이다. 시간이 지나면 점차 사그러들겠지만, 쿠데타를 통해 집권한 것이니만큼 이를 만만하게 보면서 다시 한 번 왕위를 쟁탈할 이들 또한 상정할 수 없었기에 말이다.
군단을 이끄는 자라면, 늘 지혜로워야 한다. 작은 하나하나의 일에 예민해서는 안된다. 감쌀 줄 알아야하며, 만만히 보여서는 안된다. 하지만 언젠가 자신과 동급이거나 자신을 적대시하는 이가 나타난다면, 그것이 나와 동급이거나 이상이면 예우를 갖춰야만한다.
설령 그것이 자신 이상의 위대한 존재일지라도 그에 맞는 예우를 갖춰야 하는 것이 새로운 왕의 생각이다.
‘늙은 용이여, 이번 취임식의 소식을 분명 들었을거라 생각하오.
자리에 참석하지 못 해준 것이 실로 아쉽지만, 이해할려고 노력하겠소.
언제 한 번 밤하늘 아래에서 잔을 기울이며 축하주를 들고싶소, 자식을 통해 서신을 보낼테 니 이를 보면 심부름꾼(자식)을 통해 답문을 전해주길 바라오. 부디 몸 건강하시길.’
쥐고있던 서신을 아들에게 건네며 말했다.
“이것을 들고, 늙은 용에게 전달해다오. 아비는 마저 해야할 일이 있어, 직접 함께 해주지 못 해 미안하구나.”
“명, 받들겠습니다.”
무스카는 서신을 쥐고서 등 뒤의 거대한 날개를 힘차게 펼쳐올렸다. 그리고는 지혜롭고 늙은 용이 거주하는 곳으로 방향을 잡고 부리나케 이동했다.
왕은 실로 앞으로 견뎌내여야할 걱정과 고난이 우려해지기만 했다. 하지만 이 또한 한 순간일 것이다. 극복해내야만 한다. 여기까지 올 동안의 수많은 희생을 치뤘지 않은가. 선대왕은 실로 경솔했다. 아니 어쩌면 내가 이 자리를 탐낼 것을 예상하고 있었을지도 모른다. 그렇기에 애초부터 만반의 준비나 대책또한 마련을 하지 않은 것이겠지.
성대한 취임식이 진행되면서 폭식의 군단과 자리에 참석한 몇 명의 군단장과 참모들은 자리를 즐겼다. 그러한 자리를 뒤로한 채, 왕은 저 멀리 어둠 속에서 보이는 희미한 먹구름을 바라보며 생각을 정리하기 시작했다. 분명 언젠가 이 날을 기억할 날이 올 것이라고.
그리고 이후에는 날 잡아먹으려고 기어오르는 자들 또한 생겨날 것이라고.
내가 섬기는 이는 절대 변치 않을 것이라고 말이다. 참으로 실로 아름다운 밤이구나. 지혜롭고 늙은 용을 만나서, 서로 술잔을 기울이며 허심탄회하게 이야기를 나누고 싶구나 ..
용이여, 그대가 바라보기에는 내가 고상해보이는가. 난 모르겠다. 솔직히 티를 내진 않지만, 한 편으로는 의구심마저 드는구나.
왕은 한 참동안을 침묵만을 유지한 채, 수놓인 먹구름 사이를 바라볼 뿐이였다.
Episode 1. 파리대왕
왕은 꿈을 꾼다. 새로운 왕은 폭식의 군단, 자신의 병사시절을 회상한다. 그는 한때 황충의 왕이 이끄는 일개의 병사인 반면, 왕의 총애를 한몸에 받은 기사이기도 했다. 황충의 왕은 그를 군단의 최고 자산으로 취급했다. 실로 다른 군단과 전쟁이 발발할 당시, 벨제부브의 전술과 계략은 필히 군단을 승리로 이끌었다.
또한 주위 병사들의 신뢰 또한 두터웠다. 벨제부브가 말하는 것이 곧 진리이고, 실제로 그렇게 될 가능성 또한 백발백중이였기에 모두 그를 우러러보았다. 하지만, 황충의 왕은 이를 너무 안일하게 생각하여 최고로 믿었던 부하의 배신으로 죽음을 맞이한다.
“이제 당신은 한 편의 역사 속으로 사라지겠지, 그리고 새로운 왕이 강림한다.”
아바돈은 무기력하게 쓰러져갔다. 기괴하게 오른팔이 칼날의 낫으로 변형된 무기가 아바돈의 급소를 찔렀다.
“약육강식의 법률 안에서, 이것은 정당하다. 그대 또한 예상했을 터. 그럼 편히 쉬소서, 황충의 왕이여.. ”
정확하게 급소를 찌른 부위는 분수를 내뿜으며 황충의 왕은 무기력하게 쓰러져갔다. 보고있나, 위대한 존재여. 폭식의 군단은 지금 새로운 왕을 맞이하기로 한다. 그리고 이 사실은 곧 모든 군단들이 알게되고, 나를 노릴려는 자객들 또한 올 것이다. 그러나 새로운 왕은 걱정없다. 상정하지 못 했던 것도 아니고, 애초부터 그럴 작정으로 여기까지 온 것이니 말이다.
변명거리는 충분하다. 아바돈의 죽음을 믿지 못 하는 이들도 있겠지만, 약육강식의 법률 안에서 그 누가 저항하리라. 그저 아바돈은 죽음을 오가는 병에 걸려, 침실에서 죽음을 맞이했다고 하면 된다. 이것은 스스로를 다른 암살자로부터 보호하기 위한 변명거리에 불과하지만 말이다.
파리대왕.
그 몸집은 마치 두터운 기사의 갑옷을 두르면서도 기괴하리라. 그 어떤 공격에도 상처없고, 자유로이 변형이 가능한 그의 양쪽 팔은 무기로 바꾸기에 충분하더라. 등 뒤의 거대하고 웅장한 날개, 금방이라도 살점을 물어뜯고서 양분으로 삼기에 충분한 그의 구강, 군단의 약점을 보완하고 인해전술로 군단을 승리로 이끈 그의 지식. 모든 것이 새로운 왕(파리대왕)으로 칭송하기에 더할나위 없더라.
왕은 지난 날의 꿈을 다시 한 번 상기시킨다. 이것은 두고두고 왕의 잠자리를 방해할 것이다. 딱히 도망가거나 괴롭다는 생각은 들지 않는다. 이 또한 업보일지니. 이를 이겨내야지만 지금의 왕위를 유지시킬 수 있을 것이니 말이다.
“아버지, 꿈이라도 꾸셨나이까.”
성대한 취임식을 뒤로하고, 왕은 참석한 군단장들에게 인사를 올리며 자리를 떠났다. 그대로 침실로 돌아와 하루를 마무리하며 잠에 들었다. 이 이후에 취임식은 군단의 병사들이 통제하여 마무리를 지은 것으로 알고 있다. 그리고 지금 현재.
“그래, 이 아비가 왕위를 차지하고 후환이 두렵나보다. 전(前)왕의 죽음을 이 내 손으로 끝맺는 꿈을 꾸다니 말이다.”
“안색이 좋지 않습니다, 오늘 하루는 휴식을 취하시는게 어떨련지..”
아들 무스카는 무릎을 땅에 꿇으며 왕의 안위를 살폈다.
“걱정은 고맙구나, 하지만 앞으로 해야 할 일도 많기에 왕이 게을러서야 되겠느냐?”
벨제부브는 저 멀리 벽돌탑으로 쌓은곳에서 불타오르는 등화를 보며 말했다. 왕은 게을러서는 안되거늘, 언제 어디서라도 전쟁이 발발할 것을 상정해야만 한다. 그렇게 해서 지금까지 우리 폭식의 군단이 여기까지 온것이니라.
“알겠나이다. 이 아들, 아비의 안위를 살피기에만 눈이 멀어서 당장의 일을 헤아리지 못 했나이다. 그리고 늙은 용으로부터의 전언이 도착하였습니다.”
무스카는 쥐고있던 서신을 펼쳐올리며 왕이 들리기에 적당한 목소리로 하나하나 뜻을 담아서 읇조렸다.
‘서신은 잘 받았소, 선대 왕의 죽음은 실로 안타깝게 생각하고 있소이다. 애도를 표하도록 하지. 그리고 그대의 새로운 왕의 취임식에 참석하지 못 하여 실로 미안하게 생각하고 있소. 우리 사이에 이렇게 축하해줘도 모자를 자리에 이 소인이 없었으니 말이오. 좋소, 내일 운하구의 횃불이 꺼지기 직전, 그 앞에서 만납시다. 내일을 위해서 소인도 몸단장을 하고 만나뵙도록 하겠소. 그럼 뜻 깊은 날을 보내시길.. ’
“이하, 늙은 용의 전언입니다.”
벨제부브는 전언을 듣고, 잠깐이나마 다행이라고 생각이 들었다. 이 고독한 왕의 자리를 누군가와 함께할 전우가 있다는 것이 큰 위안이라고 생각했던 것이다. 늙은 용이여, 괜찮소. 그대가 자리에 참석해주지 않을지언정, 난 그대를 이제는 존경하고 있나이다. 한 때 못 마땅하게도 시기와 질투로 바라본 나를 용서해주길 언젠가 바라며 내일을 기대하도록 하지.
“무스카여, 곧 있으면 난 최고 회의 소집으로 인해 자리를 비울 것이다. 내가 없는 동안, 왕의 자리를 잠시나마 지켜줬으면 좋겠구나.”
“이동하실 때, 병사 2명 정도와 함께하소서. 혹시 모를 자객으로부터 걱정되나이다. 하다못해 저희 형제 중 누님이라도 데리고 가시는 편이 어떠실지..”
“괜찮다, 지금 병사들은 새로운 왕의 재건으로 다들 바쁠테지. 더군다나 너희 누이는 출정으로 인해 귀가가 늦지않더냐. 오늘은 혼자 이동하도록 하겠다.”
아들은 걱정한다. 지 아비가 왕으로 강림한지 어언 일주일 채 안되는 날. 당신은 괜찮겠지만, 뒤에서 왕을 노릴 적수는 항상 대비해야하나이다. 제 아무리 아버지라고 하셔도, 이 못난 자식은 걱정에 눈이 멀어서 당신 곁을 떠날 수가 없나이다. 부디, 이 점을 헤아려주셨음 하지만.. 왕의 입장을 이길려는건 반역이나 마찬가지.
“알겠나이다, 그럼 몸 조심히 다녀오십시오. 그때까지 왕의 자리는 말끔히 청소하고 청결을 유지하겠나이다.”
왕은 웃었다. 아들이 말한 청소와 청결이라는 단어 때문인 것이다. 지상에는 구더기들로 절반 가득차 비린내가 진동하는 왕의 안식처. 그리고 그 주위에서 파리의 형체를 띄우는 괴물의 병사들이 진을 지키는 통에 그를 다스리는 자리를 청소와 청결로 유지한다라.. 이 어찌 실로 웃긴 말이 아닐 수가 있던가.
왕은 아들에게 자리를 잠시 맡기고, 홀로 이동할 채비를 꾸렸다. 오늘 최고 회의의 소집은 모든 군단장의 장교급들이 자리를 함께하는 자리이다. 이는 통상적으로 보건데, 군단을 위협하는 새로운 존재, 혹은 반역자의 처단. 그리고 새로운 왕의 취임을 목적으로 두고 모이는 자리이다. 오늘같은 경우는 후자에 해당하겠지만 말이다.
왕은 비장한 날개를 위로 치켜세워 올리며, 최고회의의 소집이 있는 ‘별동대’ 로 향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