침식의 계승자 EP.4 사냥꾼의 밤 6화 INVADER

Heleneker 2022-12-02 0

본편은 노벨피아에 개재한 계승자 개정판에 기반한 내용입니다. 구판은 공식 홈에, 3부까지의 개정판은 노벨피아에 개재 하였습니다!

글씨 크기의 효과와 특정 단어 금지는 공홈에만 적용됩니다.

프롤로그를 간만에 보고오시면 조금 가독성이 높겠습니다. 오늘도 읽어주셔서 감사합니다.(프롤로그는 구판, 개정판 거의 유사합니다.)


24년도 개정판으로 개편되었습니다.




임시 클로저들이 차원종 토벌을 나간 거점.

"Umm.... 차원종들이 왜 저수지 양을 노렸던 걸까요? 그들이 보기에는 중요도가 높은 인물도 아닐텐데..."

"사건에 휘말려든 일반인 소녀를, 이 성의 차원종들이 표적으로 삼을 이유가 있을까요?"

"아, 혹시 이거 때문인가?"

캐롤리엘과 민수현이 차원종의 이상행동을 분석하는 와중, 저수지가 주머니에서 무언가를 꺼내보였다.

"아까 차원종 잔해 하나를 주워왔거든."

"그건....? 저수지 양, 그걸 어디서 입수하셨나요?"

"응? 어디냐니... 복도에서 주웠지. 차원종이 흘린 물건 같았어. 왜, 그냥 버렸어야 했나?"

"아뇨, 이 물건... 제 친구가 연구를 막 시작한 물건이거든요. 이 물건의 이름은 <리애니메이터>.... 어떤 특수한 차원종의 잔해가 가공된 물건이죠."
"이것을 주목했던 사람은 원래 다른 연구자였는데, 제 친구가 이 성에서 대량으로 발견하게 되었어요. 그것을 차원종들이 노리고 있다니... 예삿일은 아닌 것 같군요. 통신이 회복되면 그 소식도 전달해야겠네요."

"뭐야, 아직도 안돼? 민수현이 고치기로 한 거 아녔어?"

"나도 최선을 다해 봤는네, 기계는 아무 문제 없더라고. 네트워크 쪽 문제일지도 모르겠는데....."

"흐응.... 너도 다 아는 건 아니구나."

"당연하지. 난 그냥 취미로 유니온의 장비를 공부한 아마추어고, 전문적으로 배운 기술자가 아니란 말야."

"그나마 우리 중에서는 가장 잘 아는 사람이니까요. 당신도 애먹을 정도라면 제대로 된 전문 기술자가 필요하겠는데요?"

"끄응, 원인이라도 알 수 있다면 좋겠는데....."

<CONNECTING...... CONNECTING......>

<CONNECTION FAILED>

여전히 연결에 실패한 비둘기를 보며, 민수현이 머리를 싸매며 끙끙거렸다.

"뭐야! 누가 이런 곳에다 잡동사니를 널려놨어!"

"아, 죄송해요! 금방 치울게요."

쿠당당탕!!!

"조용히 치워!"

"죄, 죄송해요!"

"뭐야, 무슨 일이예요?"

"왜 그러세요, 흑지수 씨?"

차원종을 제압하고 돌아온 자온과 루시가 흑지수의 반응을 보는 와중,

"흑지수, 괜찮아...?"

"왜 그렇게 예민해 있어요, 흑지수 언니?"

회복 중인 줄 알았던 미래와 김철수, 은하가 통제구역 방향에서 돌아오는 모습을 보곤 깜짝 놀라며 물었다.

"뭐야, 너희 언제부터 돌아다니기 시작했어?"

"오래 되진 않았다. 다만 토벌 구역이 겹치지 않아선지 마주치진 않았지만."

"아직 상처가 다 아물지 않았는데 그렇게 다니셔도 괜찮을까요?"

"저야 뭐 원래도 많이 안 다쳤으니까 괜찮은데...."

"걱정 하지 마라. 무리하진 않을테니."

"응, 나도. 그래서 흑지수, 무슨 일 있었어....?"

"아니.... 아무 일도 없었어. 그냥 묘하게..... 기분이 나빠졌어."

"너무 까칠하게 굴지 마요. 언니 같은 센 언니가 그런 상태면 다들 불안해하니까."

"왜 이러지? 별다른 이유도 없는데 묘하게 불쾌해."

흑지수가 불쾌함에 가까운, 무언가 초조한 기색을 보였다.

"여기 공기가 좀 미묘하게 불편하긴 한데.... 그거랑 관련 있나요?"

"아니. 평소에도 그 정도 불쾌함은 있었지만, 평소와는 달라. 이걸 뭐라고 해야할까....."

"공기 자체가 찐득하게 들러붙는 기분이야. 무게 없는 미지근한 물 속을 걷는 기분이라고 해야 할지...."

"사람을 불쾌하게 만드는 뭔가가, 피부에 쩍쩍 달라붙는 그런 감각."

"목덜미에 소름이 돋고.... 딛고 선 지면이 이리저리 흔들리는 듯한, 그런 감각. 바로 조금 전부터 그런 감각이 들기 시작해."

"너희들은 어때, 아무렇지도 않아?"

"나는 아무것도...."

"글쎄, 잘 모르겠다."

"저도 딱히요. 그냥 언니가 무섭다는 생각밖에 안 들어요."

"이봐, 개. 너는 어때. 인간보다 예민한 감각을 가졌으니 알겠지?"

".....미안하군, 나는 잘 모르겠다."

"젠 장, 그냥 기분 탓이면 좋겠는데......"

모두가 공감하지 못한 채 고개만 갸웃거렸다. 나도 긴가민가 해서 조금 더 감각을 예리하게 세워보았다. 음.....

.....슈르르륵

"아, 혹시 이 느낌인가요? 보이지 않는 짙은 안개가 몸에 끈적하게 붙은 느낌.... 뱀 같은게 몸에 들러붙어서 거꾸로 기어가는 느낌. 이거 말하는 거죠?"

그런데 불쾌한 이 느낌이 어딘가 느껴본 적 있는 느낌이였다. 뭐였더라?

"여러분, 잠깐만요! 이야기 중에 죄송한데요!"

"뭐야, 무슨 일인데?"

"이 성을 중심으로, 일정 범위 내의 위상변곡률이 올라가고 있어요."

"어, 잠깐. 위상변곡률? "



[으익. 영감 뭐 했어? 공기 갑자기 왜 이래? 무진장 불쾌한데?]

[경계를 허물었을 때의 감각이란다. 지금은 바로 옆에서 열었으니 느껴졌지만야, 보통은 큰 문이 열리는게 아니면 느끼기 힘들게다.]

[어쨌든 느껴지는 감각은 진짜 별로다. 으이, 으이. 그럼 문 다시 닫으려면 어떻게 해야 해?]

[억지로 여는 건 얘기가 다르지만.... 열리기 전이라면 주변의 차원종들을 보이는대로 처치해야겠지. 문제는....]

[문제는?]

[정말 강한 놈이 거의 다 넘어왔다면, 주위의 차원종을 전부 섬멸하는 것 말고는 답이 없지. 위상의 격을 높이는 것은 아직 인류에겐 거의 불가능이니.]

[위상의 격? 그게 뭐야?]

[아직은 알려줄 순 없고... 때가 되면 자연스레 알게될게다.]

[그게 뭐야.... 또 비밀이네.]

[뭐, 중요한 건 이 감각을 잊지 말거라. 언젠가 도움이 될 수도 있으니.]



"이런.....!!!"

언젠가인가 느껴보았던 감각이 무엇이였는지 알아차렸지만, 이미 늦게 깨달아 버렸다....!

"조금씩이지만, 멈추지 않고.... 아니, 점점 빨라지나?"

"이건.... 이건 위험해요! 감찰관님께 보고해야겠어요!"

"위상변곡률은 저도 확인했어요! 이런 현상이 일어날만큼 차원종이 대량발생한 것도 아니었는데...."

"어째서 이런 일이 일어난거지?"

"대량발생이 아니라면 답은 하나뿐이잖아요! 어디선가 강한 놈이 넘어오고 있다는 거요!"

"그런....!! 이곳에는 대응할 수 있는 클로저가 없는데!"

"이제야 나도 느껴져. 피부를 찌르는 불쾌감이 더 강해졌어....!"

"젠 장! 늦었어....!!"




쿠구구구구구구-----!!!!!



무언가의 굉음과 함께 주위가 흔들리기 시작했다.

"윽.....?!"

"지, 지진이다! 머리를 보호하고, 천장이 튼튼한 곳으로 대피해요!"

"아니! 이건 지진이 아냐!"
"이건..... 발구름이야! 이 성에, 뭔가가 나타났어!"

쿠구구구구구구......

쿠우우우우......

소리와 진동이 조금씩 멎어가자, 웅크리고 있었던 저수지가 살며시 먼저 일어나며 중얼거렸다.

"멎었다... 무슨일이 일어난 거야?"

"민수현 학생, 위상변곡률을 확인해주세요!"

"아, 네! 지금 확인중이에요! .......위상변곡률 곡선이 한동안 크게 치솟았다가, 다시 낮아지지 않고 일정한 직선을 그리고 있어요."
"그리고....."


<위잉> <위잉> <위잉> <위잉> <위잉> <위잉>


성의 경보가 미 친 것처럼 마구 울려대기 시작했다.

"젠 장....!"

"차원문의 개방 사실이...... 확인 되었습니다.... 고위급 차원종이 출현한 것으로 추정 중입니다....."

"위치는요? 겁먹지 말고, 지금은 차원문의 위치를 확인해주세요!"

"아, 네! 위치는.... 잠시만요, 그 위치는.....!"

수현이 떨리는 손으로 위치를 확인해 보더니, 안색이 더 창백해졌다.

"이런...!"

"확인했나요?"

"바로 우리 발 아래예요! 이 성의 지하요!"

"여러분! 우선 흑지수 씨와 함께 상황을 살펴봐주세요! 만약 우리가 감당하기 어려울 정도의 차원종이 확인될 경우..... 김유정 임시지부장님을 모시고 리버스 휠로 탈출하겠어요!"

"따라와! 이쪽이야!"

흑지수의 안내를 따라 성의 지하를 향해 돌입하기 시작했다.



*******



성의 지하 어딘가. 부숴진 체임버와 각종 기구들과 전선이 널부러져 음산한 기운이 감도는 와중,

키겍!!

달려드는 차원종들을 처치하며 여섯 명의 위상능력자가 성 지하 깊숙한 곳을 향해 내달리고 있었다.

"여기는....?"

"뭔가, 불길한 느낌이 드는 곳이예요."

"신경 쓰지 말고 서둘러. 여기가 뭐였는지, 무슨 일이 있었는지 모르는게 더 나으니까."

뭐였길래.... 아옥, 마침 눈이...."

때마침 가동된 간파 능력으로 과거의 흔적이 읽히기 시작했다.

끔찍하게 해체되었다가 자기 것이 아닌 몸을 조립당해 이도 저도 되지못한 괴물들.

그 과정을 수없이 반복해 넝마가 되었음에도 죽지 못한 채 약물에 절여지는 괴물들.

종래엔 뇌라고 불리기도 힘든 고깃덩어리가 되었음에도 끝나지 않는 반응실험에 고통받다가 죽는 괴물들.

그렇게 죽어간 모든 괴물들은 동물이였으며 차원종이였고 그리고.... 인간이였었다.

그리고 그들을 그렇게 만든 존재는.... 같은 인간이였다.

살려달라고, 죽여달라고 애원하는 모습이 보였다.

그러나, 광기의 과학자들은 그저.... 흥미롭게 웃으며 실험을 반복했다.

"우욱....!!"

올라오는 구역질을 급하게 틀어막으며 눈을 질끈 감았다.

"뭐야, 뭘 봤는데?"

"우욱..... 됐어, 진짜 모르는게 나아."

"그런 능력도 있다고 했지... 쓸데없는 말 하지마."

"이런 걸 어떻게 말해요. 계속 보이는 거 일부로 모른 척 하고 있으니까 상기 시키지 마요."

"모두 긴장해. 이제 곧 도착하니까."

차원문이 열린 곳으로 추정되는 한 지하실의 넓은 빈 공간에 도착한 우리는 멈춰서서 주변을 살피며 경계하기 시작했다. 

그러자,


쿠웅..... 쿠웅......


성 지하 어둠, 적막 속에서 커다란 발소리와 함께 무언가가 걸어나온다.

"후우우... 과연 몸을 움직이기 버겁군. 예전 왔을 적에 비해, 더욱 힘들어진 것 같소이다."

어둠 속에서거북이를 연상시키는 형태의 차원종이 걸어나왔다.

"너는.....?"

"거북이? 아니야, 이 느낌은..... ?"

"환대는 어려우나, 기꺼이 마음을 다해 환영하지."

경계하는 우리들에게 그 차원종은 정중하게 인사를 건네왔다.

"본인으로 말할 것 같으면, 한 때 용의 군단에 서서 지휘를 했던 노장. 그리고 지금은 불꽃왕의 자랑스러운 수집품이 된 자. 그대들의 언어로는......"

".....쿠르마!"

"오, 그렇지. 쿠르마. 그대들의 언어체계는 너무 복잡하구려. 그렇소. 그대들은 나를 <쿠르마>라고 불렀지."

흑지수가 그의 이름을 입에 담았고, 쿠르마라 불린 차원종은 고개를 끄덕이며 긍정했다.

"용의 군단이라면.... 영감이 예전에 말했던 뱀 소굴이잖아?"

"뱀 소굴이라.... 초면에 꽤 실례되는 말을 하는구려. 그래도 한 땐 지혜로운 늙은 용이 이끄는 군단이라 칭송받았는데... 썩 듣기 좋지는 않구려."

"어이, 거북이. 중요한 건 그쪽이 아니잖아. 너... 전쟁 때 죽은 줄 알았는데..."

"호오? 나를 아는 자가 있는가. 아니, 아니군. 이건 내 기억에 남은 목소리로군....."
"그 위협적인 기세, 조금 인상이 변하기는 했소만.... 그대야말로 살아있었나, 대량살상의 마녀."

"흥. 사람 잘못 봤어. 난 네가 아는 그 여자가 아냐. 하지만 나는 너를 알아, 쿠르마. 병법가임을 자처하며, 치졸한 전략으로 클로저들을 위협했던 고위급 차원종."

"치졸하다니. 통신을 막는 것은 중요하지."

"무저항의 민간인을 죽이면서, 클로저들의 후퇴를 막기도 했었고 말야!"

"그것은 그대들을 통해 배운 병법이었지. 우리 군단은 그런 병법이 통용되지 않았으니. 그 때는 참으로 신선한 체험이었소이다. 늙은 용께서도 무척 흡족해하셨지."
"먼 옛날, 위대한 태초의 어머니를 모셨던 이래 아주 즐거운 정벌이었소이다. 다른 동포들은 나의 병법을 시시한 잔꾀라며 비웃었지만 말이지."

"이제와서 내부 차원에 무슨 볼일이지? 용군단은 해체된줄 아는데."

"가슴 아픈 일이지. 우두머리를 잃은 동포들이, 이곳을 헤매고 있단 말은 들었소."
"허나, 지금의 나는 용군단의 군사가 아닌 불꽃왕의 수집품. 용의 위명을 걸고 용맹과 지혜를 증명하기 위함이 아니라, 불꽃왕의 끝없는 수집욕을 채우기 위해 찾아왔음을 알리노라."

들어본 적 있는 이름이였다. 불꽃왕. 세상 모든 희소한 것을 수집한다는 업화의 군단장. 인간 세상에는 별 관심이 없는걸로 알고 있는데....

"불꽃왕....? 그게 누구지?"

흑지수 씨는 아무래도 모르는 눈치였다.

"수집품 된 자가, 주인에 대해 함부로 말할 수는 없지."

"자, 이것으로 선전포고는 끝났소이다. 선전포고의 자리에서 투쟁을 시작하는 것은 예의가 아니니.... 이 자리에서는 그대의 체면을 세워주도록 하지."
"이제 남은 것은 서로의 용맹과 지혜를 겨루며, 승자가 될 자를 나누는 것 뿐이니. 기회를 줄 때 도주를 선택하는 것도 현명한 판단이겠지. 나로서는 다시 만나 경합을 벌이는 것을 기대하겠소."

모든 선언을 마친 쿠르마가 우리를 순순히 보내주려 했지만,

"헛소리 마. 뱀들이 혓바닥이 길 때면 꿍꿍이가 있다는거니까 바로 잡아버리는게 상책이라고 영감이 가르쳐줬거든?"

되려 나는 활을 들어 쿠르마를 향해 겨누었다. 거의 대부분의 군단이 꿍꿍이가 있지만, 그 중에서도 용의 군단이 숨기고 있는 속셈의 깊이가 더 깊다고.
다들 나를 따라 무기를 들어 전투 준비를 하려는 찰나,

"기다려, 가게 놔둬.

그러나 흑지수가 우리 앞을 가로막았다.

"왜요, 흑지수 씨? 지금 잡아버리는게 우리한테 유리하잖아요?"

흑지수 씨가 목소리를 낮추곤 조용히 속삭였다.

"유감이지만 너희들로서는 놈을 못 당해. 지금 너희들이 뭉쳐있는건 아무 도움이 안 되거든."

"....무슨 소리지?"

"너희들, 팀워크가 엉망진창이야. 오히려 혼자서 싸울때가 나을 정도로. 이 상황에서 놈과 싸우면 나랑 얘 빼고 다 죽을걸? 너희, 집단전 경험이 거의 없는 것 같아."

흑지수 씨는 나와 자신을 번갈아 가르키며 말했다. 반박하려고 해도 흑지수의 말대로 우리 팀은 결성된지 얼마 안 된 상태라 미래와 김철수끼리, 혹은 은하와 루시, 나끼리의 두 팀이면 나아도 한팀일 때엔 오합지졸이나 마찬가지였다.

"여기서는 일단 물러나자. 녀석도 꿍꿍이가 있겠지만, 지금은 그게 나아. 전력은 온존하고 돌아가서 대비를 하자고."

"하지만..... 언니.....!"

"잠깐만요! 아직 할 이야기가.....!"

"그만. 지금은 한 명이라도 전력이 더 필요한 상황이야. 멋대로 나갔다가 당해서 전력이 감소당하는 건 사양이야."

"....알겠다."

".....젠 장. 알겠어요. 다시 보자, 뱀 놈."

 결국 설득당한 우리는 혹시 모를 기습을 경계하면서 지상으로 돌아갈 준비를 마쳤다.

"얘기가 끝난 모양이구려. 그럼 나중에 보게나, 마녀를 닮은 자와 인간들이여..... 아니, 잠깐. 거기 활을 든 인간."

"왜 부르는데? 뱀 놈."

갑자기 쿠르마가 나를 불러세우자, 퉁명스레 대답하며 돌아보았다.

"그 은.....! 허허허!"

내 눈을 세심히 바라보던 쿠르마가 놀라워하더니, 무언가 유쾌한듯 갑자기 웃음을 터트렸다. 

"소문은 듣긴 했다만 설마, 정말로 필멸의 눈 인간이 가지고 있었을 줄이야!"

"필멸의 눈이라고?"

필멸의 눈. 분명 이전에 전우치가 내게 건냈던 한 과학자의 일기에 적혀있던 단어였다. 놈이 형님에게 실험하다가 나온 단어를 저 놈이 어떻게 아는 거지?

"뭐야, 네 놈. 이 눈에 대해서 아는 거야?"

"알다마다. 지금이야 유폐당해 필멸 따위로 불리지만, 한때는 재해라 불리며 그 강대한 힘을 칭송받던 위대한 존재, 침식황의 눈을 어찌 몰라 보겠는가!"

재해....? 침식황....? 이게 다.... 무슨 말이지? 

"무슨 소리야, 영감은 자기가 그저 좀 강했던 차원종이였다고 했었는데....?"

"그저 좀 강했다라.... 쿳, 크하하하하!!!! 그렇군. 이름도, 권능도, 권속도 모두 잃고 유폐되었으니 자신에 대해 한마디도 말하지 못했을터!"

"뭐해! 거북이 말 신경쓰지말고 얼른 돌아와!"

"침식황의 눈을 가진 인간이여, 좀 더 자세히 알고 싶다면 마녀의 눈을 피해 나를 다시 만나러 오시게나. 그의 힘을 가졌으니 감각 또한 남다를테니 나를 쉽게 찾아내겠지. 이야기를 준비해놓도록 하겠소."

쿵....... 쿵......

자기 할 말을 마친 쿠르마는 그대로 어둠 속으로 다시 녹아들며 사라졌다. 당황한 채 잠시 망설이던 나는 이내 퇴각하는 일행들을 따라 지상으로 발길을 돌렸다.


TO BE CONTINUE.....


곧 뷜란트에 관한 설정들이 풀릴 예정입니다....!
2024-10-24 23:37:03에 보관된 게시물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