레버넌터리 - 죽음에서 돌아 온 소녀 (P - 1. 소녀의 이야기.)
fithr 2022-12-01 0
나의 어린 시절은 하나의 사건으로 나눠진다.
그렇게 유복하지도 그렇다고 가난하지도 않은 지극히 평범한 가정의 무남독녀로 태어나 양친의 애정을 듬뿍 받으며 행복하게 살아오던 나에게 일어난 하나의 비극.
갑작스럽게 열린 차원 문으로 밀려온 다수의 차원종.
차원 종의 등장과 함께 부서진 폐건물.
그 폐건물의 잔해 아래 파묻혀있던 나는 한동안 의식을 잃었고, 의식을 찾은 순간.
눈앞에서 나를 기다리고 있던 건… 도저히 믿을 수 없는- 아니, 믿고 싶지 않은 진실.
“어… 엄, 엄마…. 아… 빠….”
정신이 든 나의 눈앞에 있는 건.
언제나 자신을 향해 웃어주던 사랑하는 부모님.
이제는 한점의 온기조차 느껴지지 않는 싸늘한 시신이 되어버린 두 분.
“엄마… 아빠… 누, 눈 좀 떠보세요…. 어, 엄마, 아빠…”
늘 다정하고 상냥하지만 엄하기도 하신 어머니와 늘 커다란 산과 같이 자신을 지켜줄 것만 같던 아버지, 이제 아무리 불러도 대답해주지 않는다는 걸 머리로는 알고 있었지만….
“엄마… 아빠… 제발… 제발… 눈 좀 떠줘… 제발…”
그 사실을 받아들이기엔… 그때의 난 너무 어렸다.
너무 어린 시절에 찾아온 부모의 죽음.
그걸 받아들이기엔 너무 미성숙했던 나.
부모님을 깨우려 울부짖던 나의 목소리가 다른 사람들에게 닿아 구조는 되었지만….
“…….”
이미 죽어서 구더기가 생긴 시체 사이에 있던 날 보는 사람들의 시선은.
어린아이가 감당하기엔 너무 아팠다.
잔해 속에 파묻힌 지 2주가 지나 구조된 나는 부모의 몸에 들끓던 구더기를 본 충격과 이제 정말 부모의 죽음을 인정할 수 밖에 없다는 사실과 구더기 끓는 시체의 아래에 생존해 있던 날 바라보던 사람들의 눈빛 때문인지는 모르겠으나.
“…….”
실어증에 걸려 말을 하질 못했다.
구조된 후 일가친척이 없던 나는 곧바로 신 서울에 있는 시설에 맡겨지게 되었고.
그곳에선 내 외향 탓에 행해진 위상력 검사에 위상력을 보유하지 않다 나오자.
이전까진 잘 대해주던 원장이나 다른 선생들이 대놓고 날 무시하고 막대하기 시작했다.
“…….”
아무런 말도 못하고 원장을 비롯한 선생들의 무시와 폭행.
그걸 본 아이들은 무서울 정도로 빨리 학습하여 금세 날 따돌리고 괴롭히기 시작하였다.
부모님의 사후부터 삶에 대한 아무런 의지가 없어진 나였지만… 딱 하나.
죽기보다 더 싫은 게 있었다.
“야, 야 벙어리. 또 ‘혼자’되기 싫으면-”
바로 혼자 있게 된다는 것.
부모님의 시체와 함께 2주 동안 고립돼있던 탓에 혼자라는 사실에 강한 트라우마가 생긴 나는 어떻게든 아이들과 함께 있으려고 하였고, 그 때문에 애들이 하는 말은 그게 어떤 거라도 따르며 지냈다.
“야, 야. 너희 그거 아냐?”
아이들 사이에서 어렵게 껴있던 어느 날.
내가 껴있던 그룹의 아이 중 흔히 대장이라고 할 수 있는 애가 저기 놀이터에서 혼자 쭈그려 앉아있는 나와 나이가 비슷해 보이는 남자아이를 가리키며 무슨 말을 하려 운을 띄었다.
“저기 저 녀석 티비에서 나오는 그 괴물들이랑 싸울 수 있데.”
“뭐? 그럼… 저 애도 영웅인 거야?”
“무슨 소리야! 저런 녀석이 어디가 영웅이냐! 저 녀석은 그냥 그 괴물들이랑 똑같은 괴물일 뿐이라고!”
그때부터 내가 껴있던 시설의 아이들은 그 남자아이를 괴롭히기 시작했고.
만약 같이하지 않으면 다시 따돌린다는 아이들의 협박에 못 이겨 같이 그 아이를 괴롭혔다.
이게 잘못된 일이고 해서는 안 되는 일이라는 걸 알고 있다.
하지만… 하지 않으면 다시 혼자가 된다는 불안감에 아무런 잘못도 하지 않은 아이의 고통을 묵인하고 말았다.
그 후로도 나날이 죄책감이 늘어갔고, 죄책감에 짓눌려 질식할 것 같은 어느 날.
시설의 아이들 몰래 그 남자아이를 찾아다니던 그때.
난 우연히 보고 말았다.
“그만해!!”
퍽-
콰직!
“으, 으어어어!!”
“파… 팔… 내 팔이!!”
“야, 야…!”
“부, 부러졌나 봐….”
아이들의 이유 없는 괴롭힘에 참다못해 저항하자.
단 한번 밀친 것만으로 자기보다 더 큰 남자 애의 뼈를 부러뜨리는 모습을.
‘만약… 내가 사과해도 저 애가 받아주지 않으면…….’
그러면 나도…
나도 저렇게 다칠거야.
순간 엄습해오는 불안감.
그 불안감에 모퉁이 벽 뒤로 몸을 숨긴 채 양손으로 입을 틀어막고 두려움에 벌벌 떨다가 뒤도 돌아** 않고 도망쳤다.
그 뒤로 그 아이에 관한 안 좋은 소문이 퍼졌고, 시설의 아이들도 그 아이의 보복이 두려워 더 이상 괴롭히지도 찾지도 않았다.
하지만-
‘여기도 없나….’
그 일이 있던 뒤로도 난 몇 번이고 그 아이를 찾아다녔다.
그때 하지도 못한 사과.
두려워서 꺼내지도 못한 사과를 하기 위해 용기 내 밖으로 나가 그 아이가 자주 보이던 곳을 둘러 보았지만…
그 후로 한 번도 그 아이를 볼 수 없었다.
“예, 이 아이입니다.”
“아, 네가 ■■구나.”
“안녕, 만나서 반가워. 앞으로 우리가 너의 가족이란다.”
시간이 흘러 다른 계절로 바뀌는 날.
선생님들의 손에 이끌려 처음으로 깨끗이 씻고, 깨끗하고 예쁜 옷으로 갈아입은 내 앞에 보이는 낯선 두 남녀.
그 두 사람은 이제 다섯 살이 된 나를 입양하겠다는 의사를 보였다.
그냥 보기엔 굉장히 깔끔하고 사이좋아 보이는 젊은 부부는 누가 봐도 선인인 것 같았지만…
꽈악-
뭔가… 내 몸에 벌레가 기어 다니는 것 같이 기분 나쁜 감각이 느껴졌다.
시설의 원장과 대화를 나누는 부부는 타인의 신뢰를 얻기 쉬운 제스처와 화법을 구사하였고, 결국 나는 그 부부에게 입양되기로 결정이 났다.
그래…
이 날이었다.
떠올리기도 괴로운…
무의식적으로 그 기억을 의식의 저편으로 보내버리고 싶은…
최악의 나날이 시작된 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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신규 캐릭터 애리 출시에 복귀하면서 올려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