침식의 계승자 EP.4 사냥꾼의 밤 2화 이곳에선 무슨 일이 있었는가
Heleneker 2022-10-16 0
24년도 개정판으로 수정되었습니다.
갸하아아아악!!!!
쿠득!!
달려드는 차원종을 밟아 확인사살했다.
"후욱..... 후욱....."
왜 이렇게.... 숨 쉬기 힘들고 심장이.... **듯이 뛰는 거야....? 확연하게 느껴지는 몸의 이상에 원인이 될만한 무언가를 떠올려 보았다.
무장왕의 침식. 수명을 대가로 뷜란트의 힘을 극대화 시키는 그 능력의 추가적인 대가인가 싶었지만,
아니. 지금까지 몇 번 쓰긴 했지만 피곤한 게 다였지 이러진 않았어.
그르르르....!
더 분석해 보려 해도 생각할 여유도 없이 차원종들이 다시 몰려들기 시작하자, 무기들을 다시 구현해 휘두르기 시작했다.
그렇게 한창 처치하다가,
"...쯧. 기분 더럽네. 이 놈들.... 도대체 기척이 왜 이런거야? 무기질적인게 인형 같아서 기분 나빠."
무언가 여러 종을 섞은 것같이 일그러진 형태를 띄고 있는, 외부차원에서 본 적 없는 형태의 차원종들에서 느껴지는 불쾌한 감각에 결국 혀를 차며 표정을 일그러트려 버렸다.
[더러운 인간 놈들의 짓이지]
[우리가 보아도 징그럽고 끔찍하지]
[이런 끔찍한 것들을 아무렇지 않게 만들어내는 인간들...]
[역시 [이번]도 모두 집어삼키자. 키득키득키득키득]
다시끔 선명하게 들린 목소리에 주변을 둘러봤지만, 여전히 차원종들 외에는 그 누구도 보이지 않았다.
와그작!
그러다 갑자기 무언가 으스러지는 소리가 들려 그쪽으로 고개를 돌리자, 커다란 개를 닮은 짐승형 차원종이 다른 차원종의 목을 물어뜯는 모습이 보였다.
차원종끼리 서로 싸우는 거야 이상한 일은 아니지만.... 지금 나타난 저 녀석은 뭔가 다른 느낌이 들었다.
"크르르르.....! 멈춰라...!"
물어뜯은 차원종을 내뱉은 그 차원종은 내 앞을 가로막으며 경고했다. 응? 잠시만. 말할 수 있는 놈은 대부분 상위 차원종인데?
무기를 고쳐 잡으며 경계 태세를 취하며 물었다.
"뭐야, 넌? 여기 널려있는 놈들과는 달라보이기는 한데."
"다시 한 번 경고하지. 그자리에서 멈춰라. 이곳은 사냥터지기들의 집이다. 내게는 이 집을 지켜야 하는 사명이 있다."
내 물음에 대답하지 않고 처음 보았지만... 제법 존중받을 만한 사명을 내세우며 이빨을 드러낸 저 차원종이 살짝 마음에 들었다.
"존중할만한 사명이네. 그래도 나도 이곳에 잠깐 볼일이 있어서 온 거란 말이지."
"볼일이 무엇인지는 모르겠지만 이 일대에서 물러나라. 네가 적이든 아군이든, 이곳은 위험한 곳이다. 적이라면 내가, 아군이라면 차원종이 널 공격할 테니까."
그 차원종은 할 말을 다 끝내자마자 성 정원 중앙을 향해 다시 뛰쳐 나가버렸다.
"자기 할 말만 하고 가다니.... 쫓아가 볼까."
말하는 차원종을 따라 성 정원 중앙으로 뒤쫓아가기 시작했다.
******
촤악!
"크르르르....!"
구어어어어.....
차원종들을 처리하며 뒤따라 왔더니, 말하는 그 차원종이 성의 정원 한구석에서 다른 차원종 하나와 싸우고 있었다. 덩치 차이인지 아니면 상대하고 있는 차원종이 터프해서인진 모르겠지만, 그 차원종은 상당히 지쳐있는 기색이 보였다.
그어어어어.....!
"이런...!"
그 차원종은 서둘러 공격 궤도에서 피하려 했지만, 애석하게도 피하는 속도보다 차원종의 발톱이 다가오는 속도가 더 빨랐다.
이미 늦었다는 걸 깨달은 차원종이 죽음을 각오한 순간,
투캉!
그륵!?
"극각."
투푸어어어엉!!!
그 사이를 검으로 막곤 발차기로 차원종을 저 멀리 날려버리며 말했다.
"이봐, 도와줘?"
"뭐지? 여기까지 쫓아오다니... 게다가 이 차원종의 무리를 뚫고.... 그렇군. 냄새에 가려져 몰랐지만, 힘을 가진 인간이었나?"
이제야 내가 뒤쫓아온 걸 눈치챈 모양이다.
"어. 힘을 가진 인간입니다."
인간의 언어를 구사하는 개체 치곤 좀 약한 것 같은데... 일단 나중에 생각하기로 하고 날려버린 차원종에게서 시선을 떼지 않았다.
"일단 살려준 것에 감사하마. 힘을 가진 인간, 너는 클로저인가?"
"맞아. 다만 정식은 아니고 임시지만 말이지."
"그렇다 해도 우리가 적대해야 할 이유는 없겠군."
"내 이름은 빅터. 이 사냥터지기 성을 지키는 파수꾼이다."
"이제야 이름을 말해주네. 반가워, 빅터. 나는 자온이야. 사연이 좀 있어서 이곳에 온 임시 클로저야."
"좋다. 자온. 초면에 미안하지만 네게 도움을 청하고 싶다. 여기있는 이 차원종들의 제거를 도와주지 않겠나? 나 혼자서는 상당히 힘에 부칠 것 같으니 말이다."
어느새 날려버렸던 차원종을 포함해 슬금슬금 다가온 다른 차원종들이 우리를 포위하고 있었다.
"좋아. 왠지 너는 마음에 들거든. 빨리 정리해보자고. 와라. 첫번째, 두번째 칼날."
차킹! 차킹! 키이이이이잉-------!!
초승과 만월을 닮은 두 칼날이 금속음을 내며 맹렬하게 회전하기 시작하더니, 순식간에 확산하며 주위의 차원종들을 찢어발겨 버렸다.
"...상당히 강하군. 도와줘서 고맙다."
"별거 아닌걸. 혹시 성으로 돌아갈거면 같이 갈래?"
"사양하지 않도록 하지."
주변에 다가오는 차원종들을 마저 처치하면서 사냥터지기 성의 파수꾼, 빅터와 함께 임시 거점으로 삼은 성으로 걸음을 옮겼다.
"...무기들의 위력이 좀 떨어진거 같은데.... 기분 탓인가?"
*******
"캐롤리엘 씨."
"oh, 당신이군요. 차원종 처리 수고하셨어요."
"할 일을 한 것 뿐인걸요. 루시는요?"
"먼저 돌아오셔서 세 분의 상태를 보러가셨어요."
루시가 무사히 귀환했다는 소식에 작은 안도의 한숨을 내쉬었다.
"무사히 돌아왔구나. 그나저나 그 셋은 상태 좀 어떤가요?"
"미래 씨와 은하 씨, 김철수 씨는 많이 좋아지셨어요. 작전에 투입하기엔 아직 부상이 심한 편이지만요."
"그 녀석들 잘 좀 붙잡아줘요. 그 녀석들 고집들이 세니까 멋대로 나가버릴지도 모르거든요."
은하야 둘째치고 미래와 김철수, 그 두사람도 제법 고집있어 보이는 사람들이기에 혹시모를 신신당부를 건넸다.
"그건 그렇고 차원종들을 급한 대로 잡긴 했는데 여긴 별일 없었나요?"
"염려해줘서 고마워요. 치료 도중에 습격 당할 수도 있었다는 걸 생각하면 좀 오싹해지지만.... 다행이 무사해요."
"...흥. 기억에 있는 냄새로군."
"아, 당신은..."
"캐롤리엘이라고 했던가. 다시만나게 되어 반갑다. 그때는 아이들을 돌봐줘서 고맙다는 말도 하지 못했군."
"빅터... 사냥터지기 팀과 함께인 줄 알았는데, 이곳에 있었군요."
빅터와 캐롤리엘이 아는 사이인듯 친근히 대화를 나누었다.
"둘이 구면이였나요? "
"네. 다른 팀의 작전을 도와주면서 만났던 사이예요. 안심하셔도 좋아요. 비록 차원종이지만, 우리 편이니까요."
"소개할게요. 이쪽은 클로저는 아니지만 저희들과 행동을 함께하는...."
"알고 있다. 자온. 잊기 어려운 독특한 냄새를 풍기더군."
"나 냄새나....? 자주 씻는다고 생각했는데..."
냄새난다는 말에 황급히 옷자락을 당겨 냄새를 맡아봤다. 아니, 뭐 땀냄새가 나긴 하는데.... 방금까지 뛰어서 그런 거니까....
"인간 치고는 독특한 냄새라서 말한 거다. 짐승들 같이 자연의 냄새.... 바람이나 비 냄새가 섞인 듯한... 그런 냄새가 몸에 배어 있다."
"그런 냄새가 배어 있다고? ....뭔지 모르겠네."
[위선적인 그분과 함께 있었던 건, 기억 못 하나 봐? 바보같긴, 키킥]
또 다시 선명하게 들려온 목소리에 주변을 둘러보았지만, 역시나 주변엔 캐롤리엘과 빅터 외에는 누구도 없었다. **, 대체 뭐지?
"헌데 빅터, 어떻게 된거죠? 저는 재리에게 김유정 임시지부장님을 부탁받아서 왔는데... 사냥터지기 성이 이런 상황이란 말은 듣지 못했어요."
"그렇겠지. 이곳에서의 차원종들은 세 개의 클로저 팀이 완전히 제압했었다. 그래서 그들도 안심하고 떠날 수 있었지."
"하지만 그들이 떠난 뒤에... 이변이 발생했지. 전부 해치운 줄 알았던, 닥터 호프만의 피조물들이 다시금 나타나기 시작한 것이다."
"피조물? 그럼 저 바깥에 있던 차원종들은 만들어진 존재라는 거야?"
"그래, 맞다. 느닷없이 나타난 녀석들은, 보란 듯이 성의 경비 시스템들을 파괴해나갔다."
"나와 린, 흑지수와 김유정... 이 넷만으로는 상대하기 벅찰 지경이었지. 사실상 차원종과 제대로 싸울 수 있는 것은 흑지수 분이니, 흑지수가 느끼는 부담감은 더욱 컸을 터. 그래서 싸움이 본격적으로 시작되기 전에, 린을 긴급 포트에 태워 다른 곳으로 이송시켰다."
"그럼, 김유정 언니.. 김유정 임시지부장님은!"
"안심해라. 성의 쉘터에서 쉬고 있으니가. 떠나기 전 김재리로부터 치료는 끝났다고 들었는데, 왜 그런지 깨어날 기미가 없군. 괜찮다면 네가 한 번 확인해다오. 전문가인 너라면 나나 흑지수보다는 잘 알겠지."
"네 맡겨주세요. 쉘터는 어디에 있죠?"
"그건 내가 안내하지. 다만... 곤란하군. 차원종들이 경로를 막고 있으니. 비전투원의 이동을 고려하면, 단순히 진입로를 뚫는 것만으로는 모자라. 너희 중 일부는 진입로를 열어주고, 나머지는 복귀 경로를 열어줘야 안전할 테지."
"자온, 부탁해도 되겠나?"
"물론. 그 정도야 얼마든지. 안내해줘, 빅터."
빅터의 안내를 받으며 김유정이라는 사람이 있는 쉘터로 돌입하기 시작했다.
********
"아, 자온 ㅎ..... 흐, 으아아아!!"
"뭐야!? 무슨 일인데?!"
절규에 가까운 수현의 비명에 기습인가 싶어 황급히 무기를 구현하면 주위를 둘러보았지만....
"아무 것도 없는데...? 수현 너 왜 그래?"
내 등에 찰싹 붙어 있던 수현은 손을 빼꼼 내밀어 어딘가를 가리켰다.
"개, 개잖아....!!!"
가리킨 방향을 있던 빅터가 우릴 멀뚱히 바라보았다. 나도 잠깐 당황해서 할 말을 잃었다가 겨우겨우 물어보았다.
"수현 너 개 무서워 해....?"
"이, 이렇게 큰 개가 가까이에 있잖아요...! 당연한 반응이라고요...! 서, 설마 물진 않겠죠?"
"물거 같진 않다만야.... 빅터, 혹시 입질 있진 않지?"
"실례되는 말은 그만둬라. 난 함부로 인간을 물지 않는다. 입 안이 가렵다면 인간보다는 뼈다귀를 무는 게 낫지."
"마, 말을 하잖아...? 서피드 말고 또 말을 하는 차원종이 나타나다니..."
"빅터가 작전에 참가한지 꽤 지났는데 처음 봤나보네.... 수현, 바빴어? "
"잠깐 다른 일을 하고 있었거든요. 감찰관님과 통신장비를 손보고 있었어요. 덧붙여 저수지는 캐롤리엘 씨를 돕는 중이고요. 저희는 싸우는 데 크게 도움이 못 되니, 자질구레한 일이라도 맡아야죠."
"후방지원이 얼마나 중요한데. 감찰관이나 네가 도와주고 있으니까 우리도 마음놓고 싸우는 거야."
"그래. 세상에 도움이 되지 않는 자란 없는 법이지. 의외로 스스로는 잘 모르는 법이지만."
"개에게 이런 충고를 듣게 되다니...."
"나는 개가 아니다. 여러번 말하게 하지 마라."
"그래. 무려 이 성의 파수꾼이라고 소개했으니까 그런 부분은 존중해 줘야지."
"그렇게 말하면서 쓰다듬지 마라. 나는 개가 아니.... 아니 조금은 더 쓰다듬어도 된다. ...헥헥."
자꾸 동물 얘기를 하다보니 개랑 비슷한 거 같아서 쓰다듬어보긴 했지만.... 진짜로 개랑 비슷한 반응을 보이니 좀 귀여워 보이는 거 같기도 하고...?
"지, 지금 헥헥거린 거 아니야? 역시 개인 게...."
"자, 잘못 들은 거다. .....본능에 져버리다니. 역시 내 몸은 약해진 모양이다."
수현의 말에 정신을 차렸는지 빅터가 황급히 내 손길을 빠져나왔다. 막상 서둘러서 빠져나가니까 좀 아쉽네....
"말이 나온 김에 설명하자면 나는 지금 많이 쇠약해진 상태다. 나는 본래 냄새를 통해 위험을 파악하고, 순간적으로 몸을 빠져나오는 것이 특기인 자였다. 헌데... 모종의 사건을 겪고나서, 몸이 어쩐지 제대로 움직이지 않게 된 것 같군."
그렇게 말하며 조금 의기소침해진 빅터의 꼬리가 축 쳐졌다.
"원래 나였다면, 네가 위상력을 쓸 수 있는 인간이란 사실을 곧장 알아차렸을 것이다. 쉽게 할 수 있었던 것을, 할 수 없게 된 상실감... 제법 괴롭군."
"크게 다치기라기 한 거야? 무슨 일이 있었는데?"
"별 일은 아니다. 그저, 위상력을 잃었을 뿐."
"위상력을 잃어? 차원종이?"
"사정이 있었다. 목숨과 맞바꿀만한 사정이. 아니, 내 존재의의와 맞바꿀만한 사정이라 해야겠군. 덕분에 여러가지 재주를 잃었지. 그래도 너희가 염려할 일은 아니다."
"...깊이 물어보진 않겠지만 네가 말하던 것들을 생각하면 네 긍지와 관련된 거겠지. 역시 왠지 모르게 네가 마음에 드네. 앞으로 잘 부탁할게."
"이쪽이야말로 잘 부탁한다. 아. 그리고 한 가지 전달해줄 사항이 있다. 전선에 나가있는 내 동료... 흑지수란 자에게 교신을 보내둬라. 서로 적이라 오해하여 싸울 것이 걱정되니까."
"어디보자. 흑지수라는 사람의 아이디는.... 아, 이거네요. 통신을 시도해볼게요."
수현이 비둘기에 흑지수란 이의 아이디를 입력하고 통신을 시도하기 시작했다. 그나저나 흑지수라..... [그 분]이랑 이름이 똑같아서 그런지 묘하게 소름이 돋네.
[작렬.]
[아아아아아!!!!]
[작렬.]
[크아악.... 으, 어떻게 된....]
[작렬.]
[쿠에엑!! 저 잠시만...]
[작렬....!!]
[끼야아아아악?!!! 살려어어어!!!]
어후, 아직도 생각만 하면 소름이 돋네.
외부차원에 있을 적 트라우마가 될 뻔한 어떤 기억을 고개를 힘차게 저으며 털어내곤 수현의 작업을 구경하였다.
"여기서도 비둘기에 신세를 지게 되네. 보다 보니까 동체 모양이 둥글거려서 귀여운 거 같기도 하고...."
"그렇죠? 저도 그런 기분이에요. 오래 만지다 보니 정이 들었달까..... 아, 연결 됐어요."
"흑지수, 들리나? 빅터다."
"통신...<지지직>"
"아, 빅.....<지지직>"
"무슨.....<지지직>"
심한 노이즈로 통신이 끊어지며 들리더니, 이내 통신이 두절되었다.
"잡음이 너무 심한데? 기계가 낡아서 그런가?"
"기기 이상과 관련된 건 아니에요. 보자.... 신호 불량으로 끊어졌네요. 차원종이 방해전파라도 흘리는 걸까... 스내쳐 타입은 안 보였었는데."
"비둘기가 고장난 건 아니고?"
"으음, 기기에는 이상이 없어요. 에러코드가 뜨긴 했지만, 기기 이상과 관련된 건 아니에요."
"단순 고장은 아닐 거예요. 리버스 휠의 통신기능도 마비됐거든요."
쿠득!!
달려드는 차원종을 밟아 확인사살했다.
"후욱..... 후욱....."
왜 이렇게.... 숨 쉬기 힘들고 심장이.... **듯이 뛰는 거야....? 확연하게 느껴지는 몸의 이상에 원인이 될만한 무언가를 떠올려 보았다.
무장왕의 침식. 수명을 대가로 뷜란트의 힘을 극대화 시키는 그 능력의 추가적인 대가인가 싶었지만,
아니. 지금까지 몇 번 쓰긴 했지만 피곤한 게 다였지 이러진 않았어.
그르르르....!
더 분석해 보려 해도 생각할 여유도 없이 차원종들이 다시 몰려들기 시작하자, 무기들을 다시 구현해 휘두르기 시작했다.
그렇게 한창 처치하다가,
"...쯧. 기분 더럽네. 이 놈들.... 도대체 기척이 왜 이런거야? 무기질적인게 인형 같아서 기분 나빠."
무언가 여러 종을 섞은 것같이 일그러진 형태를 띄고 있는, 외부차원에서 본 적 없는 형태의 차원종들에서 느껴지는 불쾌한 감각에 결국 혀를 차며 표정을 일그러트려 버렸다.
[더러운 인간 놈들의 짓이지]
[우리가 보아도 징그럽고 끔찍하지]
[이런 끔찍한 것들을 아무렇지 않게 만들어내는 인간들...]
[역시 [이번]도 모두 집어삼키자. 키득키득키득키득]
다시끔 선명하게 들린 목소리에 주변을 둘러봤지만, 여전히 차원종들 외에는 그 누구도 보이지 않았다.
와그작!
그러다 갑자기 무언가 으스러지는 소리가 들려 그쪽으로 고개를 돌리자, 커다란 개를 닮은 짐승형 차원종이 다른 차원종의 목을 물어뜯는 모습이 보였다.
차원종끼리 서로 싸우는 거야 이상한 일은 아니지만.... 지금 나타난 저 녀석은 뭔가 다른 느낌이 들었다.
"크르르르.....! 멈춰라...!"
물어뜯은 차원종을 내뱉은 그 차원종은 내 앞을 가로막으며 경고했다. 응? 잠시만. 말할 수 있는 놈은 대부분 상위 차원종인데?
무기를 고쳐 잡으며 경계 태세를 취하며 물었다.
"뭐야, 넌? 여기 널려있는 놈들과는 달라보이기는 한데."
"다시 한 번 경고하지. 그자리에서 멈춰라. 이곳은 사냥터지기들의 집이다. 내게는 이 집을 지켜야 하는 사명이 있다."
내 물음에 대답하지 않고 처음 보았지만... 제법 존중받을 만한 사명을 내세우며 이빨을 드러낸 저 차원종이 살짝 마음에 들었다.
"존중할만한 사명이네. 그래도 나도 이곳에 잠깐 볼일이 있어서 온 거란 말이지."
"볼일이 무엇인지는 모르겠지만 이 일대에서 물러나라. 네가 적이든 아군이든, 이곳은 위험한 곳이다. 적이라면 내가, 아군이라면 차원종이 널 공격할 테니까."
그 차원종은 할 말을 다 끝내자마자 성 정원 중앙을 향해 다시 뛰쳐 나가버렸다.
"자기 할 말만 하고 가다니.... 쫓아가 볼까."
말하는 차원종을 따라 성 정원 중앙으로 뒤쫓아가기 시작했다.
******
촤악!
"크르르르....!"
구어어어어.....
차원종들을 처리하며 뒤따라 왔더니, 말하는 그 차원종이 성의 정원 한구석에서 다른 차원종 하나와 싸우고 있었다. 덩치 차이인지 아니면 상대하고 있는 차원종이 터프해서인진 모르겠지만, 그 차원종은 상당히 지쳐있는 기색이 보였다.
그어어어어.....!
"이런...!"
그 차원종은 서둘러 공격 궤도에서 피하려 했지만, 애석하게도 피하는 속도보다 차원종의 발톱이 다가오는 속도가 더 빨랐다.
이미 늦었다는 걸 깨달은 차원종이 죽음을 각오한 순간,
투캉!
그륵!?
"극각."
투푸어어어엉!!!
그 사이를 검으로 막곤 발차기로 차원종을 저 멀리 날려버리며 말했다.
"이봐, 도와줘?"
"뭐지? 여기까지 쫓아오다니... 게다가 이 차원종의 무리를 뚫고.... 그렇군. 냄새에 가려져 몰랐지만, 힘을 가진 인간이었나?"
이제야 내가 뒤쫓아온 걸 눈치챈 모양이다.
"어. 힘을 가진 인간입니다."
인간의 언어를 구사하는 개체 치곤 좀 약한 것 같은데... 일단 나중에 생각하기로 하고 날려버린 차원종에게서 시선을 떼지 않았다.
"일단 살려준 것에 감사하마. 힘을 가진 인간, 너는 클로저인가?"
"맞아. 다만 정식은 아니고 임시지만 말이지."
"그렇다 해도 우리가 적대해야 할 이유는 없겠군."
"내 이름은 빅터. 이 사냥터지기 성을 지키는 파수꾼이다."
"이제야 이름을 말해주네. 반가워, 빅터. 나는 자온이야. 사연이 좀 있어서 이곳에 온 임시 클로저야."
"좋다. 자온. 초면에 미안하지만 네게 도움을 청하고 싶다. 여기있는 이 차원종들의 제거를 도와주지 않겠나? 나 혼자서는 상당히 힘에 부칠 것 같으니 말이다."
어느새 날려버렸던 차원종을 포함해 슬금슬금 다가온 다른 차원종들이 우리를 포위하고 있었다.
"좋아. 왠지 너는 마음에 들거든. 빨리 정리해보자고. 와라. 첫번째, 두번째 칼날."
차킹! 차킹! 키이이이이잉-------!!
초승과 만월을 닮은 두 칼날이 금속음을 내며 맹렬하게 회전하기 시작하더니, 순식간에 확산하며 주위의 차원종들을 찢어발겨 버렸다.
"...상당히 강하군. 도와줘서 고맙다."
"별거 아닌걸. 혹시 성으로 돌아갈거면 같이 갈래?"
"사양하지 않도록 하지."
주변에 다가오는 차원종들을 마저 처치하면서 사냥터지기 성의 파수꾼, 빅터와 함께 임시 거점으로 삼은 성으로 걸음을 옮겼다.
"...무기들의 위력이 좀 떨어진거 같은데.... 기분 탓인가?"
*******
"캐롤리엘 씨."
"oh, 당신이군요. 차원종 처리 수고하셨어요."
"할 일을 한 것 뿐인걸요. 루시는요?"
"먼저 돌아오셔서 세 분의 상태를 보러가셨어요."
루시가 무사히 귀환했다는 소식에 작은 안도의 한숨을 내쉬었다.
"무사히 돌아왔구나. 그나저나 그 셋은 상태 좀 어떤가요?"
"미래 씨와 은하 씨, 김철수 씨는 많이 좋아지셨어요. 작전에 투입하기엔 아직 부상이 심한 편이지만요."
"그 녀석들 잘 좀 붙잡아줘요. 그 녀석들 고집들이 세니까 멋대로 나가버릴지도 모르거든요."
은하야 둘째치고 미래와 김철수, 그 두사람도 제법 고집있어 보이는 사람들이기에 혹시모를 신신당부를 건넸다.
"그건 그렇고 차원종들을 급한 대로 잡긴 했는데 여긴 별일 없었나요?"
"염려해줘서 고마워요. 치료 도중에 습격 당할 수도 있었다는 걸 생각하면 좀 오싹해지지만.... 다행이 무사해요."
"...흥. 기억에 있는 냄새로군."
"아, 당신은..."
"캐롤리엘이라고 했던가. 다시만나게 되어 반갑다. 그때는 아이들을 돌봐줘서 고맙다는 말도 하지 못했군."
"빅터... 사냥터지기 팀과 함께인 줄 알았는데, 이곳에 있었군요."
빅터와 캐롤리엘이 아는 사이인듯 친근히 대화를 나누었다.
"둘이 구면이였나요? "
"네. 다른 팀의 작전을 도와주면서 만났던 사이예요. 안심하셔도 좋아요. 비록 차원종이지만, 우리 편이니까요."
"소개할게요. 이쪽은 클로저는 아니지만 저희들과 행동을 함께하는...."
"알고 있다. 자온. 잊기 어려운 독특한 냄새를 풍기더군."
"나 냄새나....? 자주 씻는다고 생각했는데..."
냄새난다는 말에 황급히 옷자락을 당겨 냄새를 맡아봤다. 아니, 뭐 땀냄새가 나긴 하는데.... 방금까지 뛰어서 그런 거니까....
"인간 치고는 독특한 냄새라서 말한 거다. 짐승들 같이 자연의 냄새.... 바람이나 비 냄새가 섞인 듯한... 그런 냄새가 몸에 배어 있다."
"그런 냄새가 배어 있다고? ....뭔지 모르겠네."
[위선적인 그분과 함께 있었던 건, 기억 못 하나 봐? 바보같긴, 키킥]
또 다시 선명하게 들려온 목소리에 주변을 둘러보았지만, 역시나 주변엔 캐롤리엘과 빅터 외에는 누구도 없었다. **, 대체 뭐지?
"헌데 빅터, 어떻게 된거죠? 저는 재리에게 김유정 임시지부장님을 부탁받아서 왔는데... 사냥터지기 성이 이런 상황이란 말은 듣지 못했어요."
"그렇겠지. 이곳에서의 차원종들은 세 개의 클로저 팀이 완전히 제압했었다. 그래서 그들도 안심하고 떠날 수 있었지."
"하지만 그들이 떠난 뒤에... 이변이 발생했지. 전부 해치운 줄 알았던, 닥터 호프만의 피조물들이 다시금 나타나기 시작한 것이다."
"피조물? 그럼 저 바깥에 있던 차원종들은 만들어진 존재라는 거야?"
"그래, 맞다. 느닷없이 나타난 녀석들은, 보란 듯이 성의 경비 시스템들을 파괴해나갔다."
"나와 린, 흑지수와 김유정... 이 넷만으로는 상대하기 벅찰 지경이었지. 사실상 차원종과 제대로 싸울 수 있는 것은 흑지수 분이니, 흑지수가 느끼는 부담감은 더욱 컸을 터. 그래서 싸움이 본격적으로 시작되기 전에, 린을 긴급 포트에 태워 다른 곳으로 이송시켰다."
"그럼, 김유정 언니.. 김유정 임시지부장님은!"
"안심해라. 성의 쉘터에서 쉬고 있으니가. 떠나기 전 김재리로부터 치료는 끝났다고 들었는데, 왜 그런지 깨어날 기미가 없군. 괜찮다면 네가 한 번 확인해다오. 전문가인 너라면 나나 흑지수보다는 잘 알겠지."
"네 맡겨주세요. 쉘터는 어디에 있죠?"
"그건 내가 안내하지. 다만... 곤란하군. 차원종들이 경로를 막고 있으니. 비전투원의 이동을 고려하면, 단순히 진입로를 뚫는 것만으로는 모자라. 너희 중 일부는 진입로를 열어주고, 나머지는 복귀 경로를 열어줘야 안전할 테지."
"자온, 부탁해도 되겠나?"
"물론. 그 정도야 얼마든지. 안내해줘, 빅터."
빅터의 안내를 받으며 김유정이라는 사람이 있는 쉘터로 돌입하기 시작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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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 자온 ㅎ..... 흐, 으아아아!!"
"뭐야!? 무슨 일인데?!"
절규에 가까운 수현의 비명에 기습인가 싶어 황급히 무기를 구현하면 주위를 둘러보았지만....
"아무 것도 없는데...? 수현 너 왜 그래?"
내 등에 찰싹 붙어 있던 수현은 손을 빼꼼 내밀어 어딘가를 가리켰다.
"개, 개잖아....!!!"
가리킨 방향을 있던 빅터가 우릴 멀뚱히 바라보았다. 나도 잠깐 당황해서 할 말을 잃었다가 겨우겨우 물어보았다.
"수현 너 개 무서워 해....?"
"이, 이렇게 큰 개가 가까이에 있잖아요...! 당연한 반응이라고요...! 서, 설마 물진 않겠죠?"
"물거 같진 않다만야.... 빅터, 혹시 입질 있진 않지?"
"실례되는 말은 그만둬라. 난 함부로 인간을 물지 않는다. 입 안이 가렵다면 인간보다는 뼈다귀를 무는 게 낫지."
"마, 말을 하잖아...? 서피드 말고 또 말을 하는 차원종이 나타나다니..."
"빅터가 작전에 참가한지 꽤 지났는데 처음 봤나보네.... 수현, 바빴어? "
"잠깐 다른 일을 하고 있었거든요. 감찰관님과 통신장비를 손보고 있었어요. 덧붙여 저수지는 캐롤리엘 씨를 돕는 중이고요. 저희는 싸우는 데 크게 도움이 못 되니, 자질구레한 일이라도 맡아야죠."
"후방지원이 얼마나 중요한데. 감찰관이나 네가 도와주고 있으니까 우리도 마음놓고 싸우는 거야."
"그래. 세상에 도움이 되지 않는 자란 없는 법이지. 의외로 스스로는 잘 모르는 법이지만."
"개에게 이런 충고를 듣게 되다니...."
"나는 개가 아니다. 여러번 말하게 하지 마라."
"그래. 무려 이 성의 파수꾼이라고 소개했으니까 그런 부분은 존중해 줘야지."
"그렇게 말하면서 쓰다듬지 마라. 나는 개가 아니.... 아니 조금은 더 쓰다듬어도 된다. ...헥헥."
자꾸 동물 얘기를 하다보니 개랑 비슷한 거 같아서 쓰다듬어보긴 했지만.... 진짜로 개랑 비슷한 반응을 보이니 좀 귀여워 보이는 거 같기도 하고...?
"지, 지금 헥헥거린 거 아니야? 역시 개인 게...."
"자, 잘못 들은 거다. .....본능에 져버리다니. 역시 내 몸은 약해진 모양이다."
수현의 말에 정신을 차렸는지 빅터가 황급히 내 손길을 빠져나왔다. 막상 서둘러서 빠져나가니까 좀 아쉽네....
"말이 나온 김에 설명하자면 나는 지금 많이 쇠약해진 상태다. 나는 본래 냄새를 통해 위험을 파악하고, 순간적으로 몸을 빠져나오는 것이 특기인 자였다. 헌데... 모종의 사건을 겪고나서, 몸이 어쩐지 제대로 움직이지 않게 된 것 같군."
그렇게 말하며 조금 의기소침해진 빅터의 꼬리가 축 쳐졌다.
"원래 나였다면, 네가 위상력을 쓸 수 있는 인간이란 사실을 곧장 알아차렸을 것이다. 쉽게 할 수 있었던 것을, 할 수 없게 된 상실감... 제법 괴롭군."
"크게 다치기라기 한 거야? 무슨 일이 있었는데?"
"별 일은 아니다. 그저, 위상력을 잃었을 뿐."
"위상력을 잃어? 차원종이?"
"사정이 있었다. 목숨과 맞바꿀만한 사정이. 아니, 내 존재의의와 맞바꿀만한 사정이라 해야겠군. 덕분에 여러가지 재주를 잃었지. 그래도 너희가 염려할 일은 아니다."
"...깊이 물어보진 않겠지만 네가 말하던 것들을 생각하면 네 긍지와 관련된 거겠지. 역시 왠지 모르게 네가 마음에 드네. 앞으로 잘 부탁할게."
"이쪽이야말로 잘 부탁한다. 아. 그리고 한 가지 전달해줄 사항이 있다. 전선에 나가있는 내 동료... 흑지수란 자에게 교신을 보내둬라. 서로 적이라 오해하여 싸울 것이 걱정되니까."
"어디보자. 흑지수라는 사람의 아이디는.... 아, 이거네요. 통신을 시도해볼게요."
수현이 비둘기에 흑지수란 이의 아이디를 입력하고 통신을 시도하기 시작했다. 그나저나 흑지수라..... [그 분]이랑 이름이 똑같아서 그런지 묘하게 소름이 돋네.
[작렬.]
[아아아아아!!!!]
[작렬.]
[크아악.... 으, 어떻게 된....]
[작렬.]
[쿠에엑!! 저 잠시만...]
[작렬....!!]
[끼야아아아악?!!! 살려어어어!!!]
어후, 아직도 생각만 하면 소름이 돋네.
외부차원에 있을 적 트라우마가 될 뻔한 어떤 기억을 고개를 힘차게 저으며 털어내곤 수현의 작업을 구경하였다.
"여기서도 비둘기에 신세를 지게 되네. 보다 보니까 동체 모양이 둥글거려서 귀여운 거 같기도 하고...."
"그렇죠? 저도 그런 기분이에요. 오래 만지다 보니 정이 들었달까..... 아, 연결 됐어요."
"흑지수, 들리나? 빅터다."
"통신...<지지직>"
"아, 빅.....<지지직>"
"무슨.....<지지직>"
심한 노이즈로 통신이 끊어지며 들리더니, 이내 통신이 두절되었다.
"잡음이 너무 심한데? 기계가 낡아서 그런가?"
"기기 이상과 관련된 건 아니에요. 보자.... 신호 불량으로 끊어졌네요. 차원종이 방해전파라도 흘리는 걸까... 스내쳐 타입은 안 보였었는데."
"비둘기가 고장난 건 아니고?"
"으음, 기기에는 이상이 없어요. 에러코드가 뜨긴 했지만, 기기 이상과 관련된 건 아니에요."
"단순 고장은 아닐 거예요. 리버스 휠의 통신기능도 마비됐거든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