침식의 계승자 EP.4 Prologue 어느 한 신의 기억

Heleneker 2022-09-26 1

24년도 개정판으로 개정되었습니다.


일렁이는 잿빛의 구름. 부슬거리며 내리는 와 잔잔히 불어오는 바람......
 
그것은 나의 시작과 끝을 함께해줄 [나]의 근원이자 태초의 모습이였다.
 
세상에 혼돈만이 가득하여, 문득 외로움을 느낀 나는 세상을 바라보았다.
 
그 혼돈 속에서 나와 탄생을 같이한 존재들은 각자 스스로 힘을 발하여 세상을 창조하고 있었다.
 
다양한 모습을 한 그들이 혼돈에 숨결을 불어넣자 그들의 세상이 창조되었다.

어떤 이들은 한 번의 손짓으로, 어떤 이들은 서로를 겹침으로서 그들을 따르는 무수하고 작은 아이들을 탄생시켰다.
 
그 모습이 참으로 아름다웠다. 내 곁엔 서로 겹칠 반려는 없었느나, 그들처럼 숨결과 손짓으로 세상을 만들기 위해 숨결을, 손짓을 휘저었다.
 
 
 
.....그러나 그 무엇도 창조되지 않았다. 같이 탄생한 나의 동족들과 달리, 나는 그 무엇도 창조하지 못하는 존재였던 것이였다.
 

 
창조하지 못하는, 완전하지 못한 태초의 단 하나의 오류. 그것이 그들이 나를 경시하며 부르는 이름, 그 모든 것이였다.
 
억겁의 시간을 그저 그들의 세상을 바라보았다. 오류에 불과한 나는 타인의 세상과 아이들을 바라보는 것만이 내게 허락된 것이였으니까.
 
끝을 알 수 없는 고독의 시간에, 너무나도 외로워져 버렸다.
 
그럼에도 나도 창조할 수 있을 거란 작은 희망을 가져보았지만, 그 무엇도 창조하지 못 했다. 반려도 들여보았지만, 모두 내 힘을 견디지 못하고 떠나가 버렸다.

고독을 잊고자, 나는 오랜 시간을 잠을 청하고 깨기를 반복하기 시작하였다.

수많은 시간이 흘렀다. 수많은 세상이 창조되고 부서졌으며, 새로운 동족들이 탄생하고 기존의 동족들이 시류에 사라져 갔지만.... 아무것도 할 수 없는 나는 그저 잠에서 깨면 바라만 보고, 다시 잠을 청하였다.

그렇게 억겁의 시간이 또 흘렀다.   
 
그 날은 어느 때처럼 외로움에 고단한 날이였다. 눈을 떠 보니 시간 속에서 무너져가는 주인 잃은 한 세계와, 작은 세 아이를 보게 되었다.
 
생명과 주인을 잃고 무너져가는 세계. 살아보고자 했으나, 꺼 져버릴 듯한 아주 작은 생명들. 그 모습이 안타까워 나는 그들이 끝이 평온하길 바라며 나의 힘을 세계와 아이들에게 나눠주었다.
 
그러자,
 
 
세 아이들은 나의 아이들로 다시 태어났으며, 그 아이들이 속한 세계가 나의 세계로 새롭게 다시 탄생하였다.
 
 
새로 삶을 받은 그 아이들은 나를 향해 웃어주었으며, 세계는 언제 무너져갔냐는 듯 푸른 초목을 드리우기 시작했다.
 
기뻤다. 이 한때를 위해, 나는 그 고독을 버텨왔구나.
 
기쁨에 찼던 나는, 버려진 아이들과 세계를 그러모아 나의 세계와 아이들을 만들어내었다.
 
그렇게 나의 영역을 다른 동족들보다 거대해졌고, 새로 생명을 받은 아이들은 멸망할 뻔했던 자신들의 세상을 가꿔 아름답게 번성시켰다.

내가 처음 구했던 세 아이들은 내 곁을 보좌하기 시작했고, 앞으로 내가 무엇을 할지 물어보았다.

"별 거 없단다. 너희를 처음 구할 때처럼 사라져가는 세상을 구하고, 살아가고자 하는 아이들에게 손을 내밀어 주는 게지."
"그렇게 살아난 아이들이 지금 내가 보는 이 광경을 보며 웃는 것. 이 이상 바라는 것이 없구나."

눈 앞에 펼쳐진 푸른 하늘과 형형색색의 작은 꽃밭을 바라보며 웃는 나를 보곤, 세 아이들은 고개를 숙이며 살며시 웃으며 다짐했다.


"""우리의 신이시여. 당신께서 기대하시는 미래를 이루도록 하겠습니다. 저희의 마지막 그 날까지."""
 

그렇게 시간이 흘러 그런 아이들과 세계를 모아 나의 세를 확장하던 중, 지금껏 나에게 관심조차 주지 않았던 동족들이 나를 찾아왔고, 습격하였다.
 
자신들이 멸망시키고 내버린 것들이 거슬렸던 것이였을까, 동족들은 나를 강욕이라 부르며 자신들의 힘을 무자비하게 행사하였다.
 
크게 미련은 없던 삶이였었다. 그러나 지금의 내겐 지켜야 할 세계와 아이들이 있다. 내가 죽으면 세계도, 아이들도 죽어가던 그 때로 돌아갈 것이였다.
 
그렇기에 나는 그들을 지키기위해 처음으로 동족들에게 내 힘을 휘두르며 저항을 시작했다.
 
 
그러자 그들은 허무할 정도로, 나의 힘에 침식당해 나의 권속이 되어버렸다.
 
 
거대해도, 작아도, 약해도, 강하더라도 나의 힘에 노출되어 침식당한 모든 존재들이, 그 의지와 상관없이 손쉽게 나의 권속이 되어 휘하에 들어오게 되었다.
 
그 모습을 보고 들은 다른 동족들은, 그제서야 나에게 화친을 요청하였고, 세계와 아이들에게 해를 끼치지 않는다면 나 또한 저들을 적대할 필요가 없기에 화친을 받아들였다.
 
그렇게 동족과 나 사이에 평화가 찾아왔고, 나는 나의 권속들을 바라보며 시간을 유의미하게 보내었다.
 
어느새 신이라고 불리고 추앙될 무렵, 나는 나의 일부를 뭉쳐 넓어진 세상을 이어주기 위한 어떤 것을 창조를 해내는데에 성공하였다.
 
창조된 것은 아주 작은 씨앗. 나의 비와 구름, 바람을 머금은 그 씨앗은 내가 처음 발을 디딘 세계에 깊게 뿌리내렸다.
 
그것은 급속도로 성장하여 내가 침식한 모든 세상에 뿌리내려 침식함으로써 그 세상들을 하나로 묶어, 나의 세상을 단단히 결속시켜 주었다.
 
나는 그 나무 아래에서 아이들을 향해 얘기한다.
 
"나는, 너희가 자유롭게 살았으면 한다. 너희를 침식해서 나의 아이로 만든 내가 할 말은 아니다만, 그래도.... 너희가 자유롭게 살아 삶을 빛냈으면 한단다."
 
"자유롭게 살다가 문득 지치고 외로워지는 날엔, 이 곳으로 돌아오거라. 나는 이 나무 아래에서 너희를 항상 기다리고 있으마."

권속이 되어버린 동족들은 못마땅해 했으나, 멸망에서부터 구해진 대부분의 아이들은 내게 진심을 담은 충의를 내보였다.
 
그렇게 또 오랜시간이 지나 [신단수]라 불리게 된 그 나무 아래에서, 그는 여느때처럼 잠을 청하며 시간을 보내던 무렵, 가장 아끼는 나의 세 아이들이 조용히 다가왔다.
 
"....님. 또 여기 계셨어요?"

"오늘도 주무시고 계셨군요."
 
"....외람되지만 무엇을 위해 그리... 주무십니까?"
 
"그 옛날... 외로움이 너무 길어 고단하였었단다. 그래서 잠을 청하였더니 지금은 습관이 되어버렸단다."
 
"이제는 너희가 한번씩 돌아오길 기다리며 잠을 청한단다. 잠에서 깨어났을 때, 너희들을 가장 먼저 보는 것이 나에겐 너무나 소중한 순간이기에, 이리 잠을 청한단다."
 
한 땐 죽어있었지만, 이제는 푸르고 아름답게 피어난 세계를 바라보며 부드럽게 웃어보였다.

"황송하신.... 말씀을..."

"....님! 그만 주무시고 같이 산책하러 가요!"

"너는 정말.... 하지만 괜찮으시다면, 당신의 마실을 모실 영광을 주시겠습니까?"

"영광은 무슨. 너희라면 시간을 만들어서라도 같이 가야지."

바람을 닮은 아이는 환히 웃었고, 구름을 닮은 아이는 예를 갖춰 나를 일으켜 세웠으며, 빗방울를 닮은 아이는 흥분한 바람의 아이를 진정시키며 앞장 섰다.
 
걸을 때마다 느껴지는 산들거리는 바람.... 햇빛을 적절히 가리는 구름과 간간히 부슬거리며 열을 식히는 비...  다시 눈을 감으며 벅차오르는 기쁨을 느꼈다.
 
"아---- 평안하구나. 이 시간이 영원하였으면...."
 
 
 
신님. 저는... 강해지고 싶어요. 당신과의 계약으로 제가 사라진다해도 상관 없어요.
 


한에 맺힌, 어린 아이의 목소리가 들렸다.
 
다시는 소중한 것을.... 소중한 사람들을.... 잃고 싶지 않아요....
 
제 한 몸 가누지 못하는 작은 핏덩이의 간절한 바램이 들려왔다.
 
저를 강하게 만들어주세요. 다시는 무엇도 잃지 않을 정도로.....!
 
눈물로 소중한 것을 보낸 나의 마지막 아이의 목소리가 들려왔다.

다시 눈을 뜬 신의 앞엔, 싸늘하게 식어버린 권속들의 시신과 황폐해져버린 세계가 그를 맞이하였다.
 
".....크흐흐."
 
 말을 잃었던 신은, 웃기 시작했다.
 
"크하하하하!!!!!"
 
"하........하하......"
 
미 친듯이 크게 웃는 그 신은 눈물을 흘리며 깨달았다.

소중했던 오랜 옛 기억을 꿈꾸고 있었다는 것과, 지금 그걸 깨달은 이 순간 자체도 꿈 속이라는 것을.
 
"참으로, 참으로도 지독한, 봄꿈이구나."

현실을 자각한 신은, 피눈물을 흘렸다. 눈물이 되어버린 추억이 그리워서, 현실에 살아있을 마지막 아이의 도움이 되어주지 못한다는 현실에 씁쓸해서.
 
"그래. 나를 오랫동안 그 아이와 떨어뜨릴려면 꿈 속에 가두는 것이 최고지. 지금의 나는, 이런 꿈을 벗어날 힘도 권능도 모두 없으니까."
 
"그러니.... 너희가 바라는대로 얌전히 그 날의 꿈이나 다시 꾸도록 하마."
 
 
 
"너희가 바라지 않는, 껍데기를 깨부수고 돌아올 그 아이를 기다리면서 말이다."
 
 
 
그는, 뷜란트는 다시 눈을 감고 아무것도 모르며 시간을 보냈던 태초의 자신을 다시 꿈꾸기 시작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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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여러분, 거의 다 왔어요! 조금만 버티세요!"


"저 곳이.... 사냥터지기 성....!"




THE SUCCESSOR OF EROSION


THE FORTH CHAPTER. 사냥꾼의 밤
2024-10-24 23:36:58에 보관된 게시물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