침식의 계승자 EP.3 국제공항 15화 시궁쥐
Heleneker 2022-07-03 0
24년도 개정판으로 개편되었습니다
".....알겠어요, 재리. 이쪽에서의 볼일이 끝나는 대로 사냥터지기 성으로 향할게요. 아직 모든 것을 알아내지는 못했지만.... 조사를 시도했던 성과는 있었어요. 유니온이 감추고 있던 어둠은, 우리 생각보다도 더....."
심각한 얼굴로 누군가와 통화하고 있던 캐롤리엘. 통화 상대의 말을 듣곤 살짝 웃었다.
"후후, 걱정 말아요. 당신에게 저녁식사를 얻어먹기 전까지는 죽지 않을 테니까."
"캐롤리엘 씨! 은하랑 미래가... 콜록! 콜록!"
그 순간, 부상당한 임시클로저들이 거점에 귀환했다.
"자, 잠시만요. 재리. 이만 끊을게요!"
연락을 끊은 캐롤리엘이 다급히 부상자들의 상태를 진찰하기 시작했다.
*******
"은하 씨, 자온 씨, 괜찮으세요?"
"저는 괜찮아요. 저보다는 은하한테 신경써 주세요."
"그냥 좀, 어지러울 뿐이거든. ...너야말로 아까부터 기침하고 있잖아."
"지금은 좀 괜찮아. 신경 안 써도 돼. 콜록, 콜록...."
"은하 씨는 탈진 증상 같은데.... 대체 원인이 뭘까요? 이렇게나 위상력이 과다하게 소진되다니..."
"두 분.... 죄송해요."
정신 팔려 은하의 위상력까지 흡수했었던 루시는 울먹였다.
"오버하지 말라니까... 하여간에..."
"그러니까. 사과 안 해도 된다니까. 애초에 나는 진짜로 다른 문제 같거든."
가만히 그때 상황을 되뇌어 보았다. [그]와 싸운 이후부터 환청이 시작되긴 했어도, 모든 능력이 폭주하거나 몸에 이상이 생긴건 이번이 처음이였으니까.
"Umm... 자온 씨의 경우는 탈진 증상도 있지만 호흡기 질환 증상이 보이는데.... 혹시 따로 앓고 있는 지병이 있나요?"
"따로 없어요. 근래에도 따로 이랬던 상황이 없었고요."
부산의 악몽이였던 그 사태가 떠오르긴 했지만, 그걸로 따로 아팠었던 기억은 없었기에 확실하게 대답했다.
"알겠어요. 당분간 두 사람은 안정을 취하는 게 좋을 것 같아요. 미래 씨가 위상력 탈진 때문에 상태가 좋지 않아요. 가서 확인을 좀 해보고 올게요."
"은하 씨...."
"....그런 표정 짓지 마. 넌 잘못한 거 없으니까. 잘못한 건 나야."
은하는 고개를 떨구며 주먹을 꽉 쥐었다.
"아라를.... 지키지 못 했으니까."
"아니에요. 그건 저도 마찬가지에요! 저도 아라 언니를 지키지 못 했어요!"
"우리가.... 아라를, 지키지 못 한 거지. 그러니까 이 일은..."
은하가 죄책감을 혼자 안으려 하자 막았다.
죄책감은, 내가 되려 짊어져야 했으니까.
만약 그 섬에서 그놈을 죽였다면,
만약 미묘한 이변을 미리 알아챘더라면,
만약 내 간파의 능력이 아라에게 발동했다면,
모두는....죽지 않았을테니까.
"아니. 둘은... 이 일에 신경 쓸 거 없어. 꼬마 언니는 그 본체란 걸 되찾고, 뭔가 좀 더 엄청난 것과 싸워야 하고, 넌 형의 복수를 해야 한다며. 해야 할 일들이 있잖아."
그러나 은하는 죄책감을 나누는 걸 거부하며 이어 말했다.
"하지만, 난.... 아무것도 없어. 그냥 이게 다야. 이걸 빼고나면, 시시한 수금원일 뿐이지."
"근데...... 그걸 빼앗겼어..... 그리고 영영 잃어버렸지....."
"이 일의 매듭은 내가 지을 거야. 너희는, 너희가 해야 할 일을 해."
은하의 말에 잠시 입을 꾹 다물었다가, 천천히 말하기 시작했다.
"...맞아. 나도, 우리 꼬마 누님도 해야할 일이 있지. 형의 복수도, 그날의 진상을 밝히는 것도 내겐 확실히 중요한 일이지."
"그런데 말야, 형님은 내게 항상 이렇게 말씀하셨어. 클로저는 사람들을 우선으로 지켜줘야 한다고. 클로저가 되든, 되지 못하든."
"그런데 말이지, 그 변 놈은 형님이 내게 준 그 마음을 비웃고, 짓밟았지. 게다가, 네 말따라나 우리가 지켜야 할 이들을 그 자식한테 빼앗기고... 영영 잃어버렸어."
"그 자식을 내버려두면 나같은, 우리같은 사람이 또 생기겠지. 복수하는 것이 내겐 아무리 중요하더라도 그딴 일은 더 이상 일어나게 두지 않을거야 .
"사람들을 구하고 지키는 것. 형님이 내게 남겨준 마음 그 전부를, 다시는 그런 놈들에게 빼앗기지 않을거야."
"저도 그래요."
루시도 한 마디 거들었다.
"본체를 되찾는 것도, 사악한 용을 상대하는 일이 있더라도......저도 은하 씨처럼 사람들을 흐윽..... 구하는게 전부예요.... 그런데..... 흐윽....!"
모든 것을 지키고자 했으나 모든 것을 잃었던 고대의 왕녀의 마음을 투영한 걸까, 루시가 구슬같은 눈물을 뚝뚝 흘리기 시작했다.
"울지 마, 꼬마 누님.... 괜스레.... 울고 싶어지잖아....."
눈물 닦을 것을 건네주면서 나도 붉어진 눈가를 향해 부채질했다. 하... 아무리 시간이 지나도 이 무른 마음은 나아지질 않네.
"하.....젠.장.... 히어로 같은 말들이나 해대고 말이야. 모지리랑 생긴 건 꼬맹이 주제에."
눈물콧물 짜내고 있던 우릴 보곤 욕인지 칭찬인지 모를 말을 하더니,
".....아빠한테는, 내가 저렇게 보였으려나?"
조용히 중얼거렸다.
"네....? 아빠.....?"
"나중에 이야기해줄게. 그보다도.... 슬슬 매듭 지으러 가봐야겠다."
"야, 은하! 누워 있어! 아직 제 컨디션 아니잖아."
"대충 괜찮아졌어. 총알받이 정도는 할 수 있겠지."
"그딴 소리하지말고 누워있어. 지금은 나랑 꼬마 누님에게 맡기고.... 콜록... 콜록...."
잦아들었던 기침이 다시 나기 시작했다.
"싫거든? 너도 제 컨디션 아니면서 나가려고 하잖아. 게다가.... 나말고도 포기하기 싫어하는 애가 한 명 더 있잖아?"
은하가 가르킨 방향을 보자, 비틀거리며 걸어오는 미래의 모습이 보였다.
"미래? 왜 일어났어? 네가 제일 상태 안 좋잖아."
"나에게도... 책임이 있어. 그러니까, 다시 나가야 해.... 나가지 않으면...."
"그렇게 비틀거리면서 뭘 하려고! 제대로 누워서 쉬ㄱ....."
"관둬. 말로 해서 들을 상황이 아닌 거 같으니까."
"유하나 씨?"
"위상력을 다시 쓸 수 있을 정도로만 회복하면 되는 거지? 전부 다 회복시킬 자신은 없어. 가만있어. 도와주려고 그러는 거니까."
유하나가 미래의 팔을 잡곤 눈을 감으며 힘을 불어 넣더니,
"후우우......"
창백했던 미래의 안색이 눈에 띄게 좋아지기 시작했다.
"Oh! 혈색이 좋아지고 있어요. 탈진 증세가 급속도로 회복 중이에요."
"이게 유하나 씨의 치유 능력....."
"흥. 이걸로 카밀라를 구해준 빚은 갚았어. 다음은 너지? 이리 와!"
"난 괜찮아요. 테러리스트의 도움을 받을 정도로 지치진 않았는데."
"잔말 말고 이리와! 마음 바뀌기 전에. 그리고 명심해! 내가 도와줄 수 있는 건 여기가지야! 이 이상은 나도 한계니까. 지나치게 다치거나 소모하는 건 피하도록 해!"
"야! 너도 이리와! 괜히 골골대다가 다치지 말고!"
"난 됐어. 힘이 제법 회복됐으니까. 저 둘이나 마저 봐줘."
"잔말 말고 빨리 안 와!!?"
"윽.... 알았어."
내 팔을 잡은 유하나가 힘을 불어넣기 시작했다. 그러다 갑자기 유하나가 눈가를 찌푸리더니,
"....야, 너 어떻게 이런 몸으로 움직이고 있어?"
치료하다 말고 갑자기 무슨 소리지? 내가 고개를 갸웃거리니 나를 노려다 보며 말했다.
"너, 다리 근육이 많이 손상되어 있어. 하지만 더 심한게 폐인데?"
"무슨 소릴 하는 거야? 멀쩡히 다니고 있는 사람한테."
"그러니까 물어보는 거잖아! 너, 네 몸 상태 왜 그런지 정말 몰라?"
유하나가 하는 말도 이해가 되지 않았지만, 전혀 짐작가는 것도 없었다. 지금 내가 기침이 계속 나는 것과 관련있는 건가?
"어쨌든 지금 이거는 당장 치료 못 해줘. 힘을 다 쓰기도 했지만 이 정도로 심한 상태는 내 상태가 만전이여야 겨우 치료할 정도니까."
의문만 남은 채, 조용히 체력 회복 치료를 받았다.
******
"미래는 어때? 좀 괜찮아?"
"몸은 좀 회복되긴 했지만 다시 나가려고 벼르고 있어. 벼르고 있는건 나도, 그 녀석들도 마찬가지라서 다 간당히 참고 있지만."
"그렇구나. 하긴, 솔직히 그 변.태 자식이 한 일을 생각하면 당장 한 대 갈겨도 시원하지 않을 거 같으니까. 그 변.태 자식이 저지른 일, 나도 들었거든."
"......희망 오빠에 관한 이야기도."
"....숨겨서 미안."
"우릴 생각해서 그런 거겠지만, 그럴 필요 없어. 어쨌든 이걸로 해야 할 일은 분명해진 셈이야."
"감찰관은 우리가 아니라 다른 전력으로 녀석들을 처리하려고 하느 것 같은데, 나는 도저히 용납할 수 없어."
"녀석들을 직접 박살 내야 직성이 풀리겠어...!"
"...자기가 말하고도 좀 우습네. 내 힘으론 녀석들을 어떻게 할 수 없는데 말이야."
"...말했잖아. 희망이 그 녀석한테 잔뜩 보수를 받았으니까 팍팍 부려먹으라고. 말 바꿀 생각은 없으니까 뭐든 부탁하라고."
<치이이이이이잉>
<치이이이이이잉>
"이 타이밍에 통신이라..... 그 망할 놈밖에 없겠지."
<CONNECT..... COMPLETE>
"후후, 아직 이 회선을 살려두고 있었군요."
"너 이자식! 감히 그 애들을!"
"어라, 당신도 아직 살아있었습니까? 방류된 핑키가 살아있는 모습을 보니 썩 유쾌하지는 않군요."
전우치는 저수지의 모습을 보더니 눈가을 살짝 찌푸렸다.
"입 다물어! 누구더러 핑키라는 거야!"
"아, 맞는 말이에요. 그만큼 컸으면 핑키라고 할 수 없겠군요."
"그래요..... 굳이 따지자면, 더러운 <시궁쥐>가 아닐까요?"
"이 망할 변.태가.....!!"
"닥.쳐라, 시궁쥐. 내가 볼일이 있는 것은 저 이단 놈이니까."
"왜 날 찾는데?"
"서피드 님이 분노로 이성을 잃기 직전이건든. 다시 한번 서피드의 눈길에 닿는다면, 뒷일을 장담할 수가 없어."
"그 와중에 서피드 님이 저 소녀들을 잡아먹고 싶다고 난리를 내시니... 제 입장에선 두 소녀 다 놓치기 곤란한 분들이거든요."
"그래서, 하고 싶은 말이 뭔데?"
"아시잖아요? 그 몸뚱이나 헌납해라. 이단이지만 네 몸뚱이 하나면 서피드 님도 만족하실만한 식사를 하실테고, 내 입장에서도 두 소녀 다 놓치지 않을 수 있을테니."
"뭐, 운이 좋으면 남은 몸뚱이를 가져다 우리가 유용히 사용할 가능성도 있을테고."
사람이 너무 어이가 없으면 할 말이 없다더니, 정말 말그대로 어이가 너무 없어진 나머지 할 말이 없어져 버렸다.
"이단인 네 몸뚱이 하나로 모든 걸 만족시킬 수 있다. 쓸데없이 우리의 신을 모독하지 말고 얌전히 서피드 님의 식사나 되어라, 이단."
"더 들을 가치조차 없군. 기다리고 있어라. 이번에야 말로 네 놈을 처형하러 갈테니....!"
"아, 나의 ㅂ..."------<DISCONNECT>
전우치가 더 말하기 전에, 옆에서 그의 말을 듣고 있던 김철수가 불쾌하다는 듯 더이상 말을 듣지 않고 통신을 꺼버렸다.
".....아아, 짜증나! 우릴 핑키라고 했겠다? 게다가 순순히 먹이나 되라는 헛소리까지 하고 진짜 열받게 하고 있어!"
통신이 끝나자마자 저수지는 그자리에서 방방 뛰며 울분을 터트렸다. 나는 하도 어이없어서 저러지도 못하고 있지만...
그러다 딱 멈춘 저수지는 우리를 가르키며 소리쳤다.
"너희들! 이번에는 꼭 이기고 돌아와! 나도 내 나름대로 너희를 도와줄 수 있는지 생각할테니까!"
"응. 갔다 올게. 저수지.....! 이번엔.... 쓰러뜨고 돌아올게....!"
"미래의 상태는 내가 확인할테니 걱정하지 말아라, 저수지."
"여러분. 바로 나가실거죠? 구상한 작전은 가시는 동안 공유해 드릴게요."
"지휘 좀 부탁해요, 수현 형씨. 가자고요. 그 망.할 놈이랑 벌레 놈 멱따러."
"네. 열심히 서포트 해드릴게요!"
통신이 발신된 위치를 파악한 우리는 전우치와 서피드가 있는 곳으로 발걸음을 향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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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슬슬 한계인가...."
눈을 띈 뷜란트는 자신의 상태가 한계임을 깨닫곤 중얼거렸다.
"내가 준비할 수 있는 건 다 해놨으니.... 마지막까지 조언을 해줘야겠지."
다시 감길 것 같은 눈꺼풀에 힘을 주며, 언제 다시 볼지 모를 그 아이에게 할 말을 전하기 시작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