침식의 계승자 EP.3 국제공항 14화 풀려나기 시작한 죄업
Heleneker 2022-06-28 0
"꽃등에(Sylphid).... 그런 뜻을 가진 단어였어요. 꿀벌처럼 생긴 곤충이지만, 엄밀히 따지면 파리에 해당하는 벌레에요."
"벌처럼 꽃에 붙어서 꿀을 먹는데.... 유충시절에는 육식을 한다네요."
온몸에 핏기가 가시는 느낌이 들었다. 감이 좋은 녀석이라면 이 정도로도 진실을 알아버릴 수도 있을텐데....!
홀로 안절부절 하는 도중,
"육식....?"
미래가 나지막이 한 단어를 되뇌었다.
안 돼.
"미래 씨, 왜 그러세요?"
"....전우치는 섬의 사람들을 핑키라고 불렀어. 차원종에게 주는 산 먹이라는 뜻으로. 그리고 나는.... 그 녀석이 알 같은 것에서 나오는 모습을 봤어. 유충이라는 건... 곤충의 어린 시절을 말하는 거지?"
그만.... 그만 생각해....!
"무, 물론 그렇긴 하지만.... 설마, 그럴리가.....! 엄밀히 말하면, 애벌레나 구더기같은 과정을 거치지만... 차원종들이 꼭 그런 생장을 한다는 보장도 없고....."
"그리고 서피드가 나타난 이후로, 나는."
제발.... 그런 걸 아는 건 나 하나면 된단 말이야....!
"한 번도 그 아이들을 만나보질 못했어...."
미래의 마지막 한 마디에, 진상을 얼추 유추한 모두의 안색이 파랗게 질려버렸다.
"그럼, 그 아이들은..... 그 아이들은......!!"
"전우치...... 전우치......!!"
"그 아이들이.... 아라가 죽었다는 거야? 납치당한게 아니라 죽었다고?"
"그, 그럴 리가 없어요! 그 아이들이 그렇게 허무하게 죽을 리가 없어!"
"........"
진실을 알고 침묵하는 한 남자를 제외하고, 그 자리의 모두가 그 사실에 격앙하며 그 사실을 부정하기 시작했다.
".....확인이 필요하겠네요. 그 변 태 놈이랑 망할 벌레를 다시 만나야겠어."
"여, 여러분!"
"미안하다, 민수현. 이 일은 이제 다른 사람에게 맡길 수 없게 됐다. 서피드와 전우치를 없애는 것은 우리들의 일이다."
"민수현, 곧장 감찰관에게 가서... 가루가 묻어도 지배당하지 않도록 도와달라고 부탁해줘. 너희들을 지키기 위해 펼친 이 그림자, 다시 거둬서 내가 쓸게."
거점 틈새를 막고 있었던 미래의 그림자가 모두 미래에게 돌아가며, 모두가 무장을 두르고 서피드와 전우치를 찾아 나섰다.
......역시 모르길 바란건, 내 욕심이었나.
침묵한 채 나도 그들의 뒤를 조용히 따랐다.
******
"더 이상 잃지 않기로 다짐했는데... 반드시 지켜내겠다고 결심했는데..."
"침착해라, 루시. 아직 아이들이 그렇게 됐으리란 확증은 없어."
"그렇게 말하는 당신의 얼굴도.... 무시무시한데요."
"....그런가?"
"응. 그리고 아마 내 얼굴도, 김철수의 얼굴 같을 거야."
"다들, 머리 좀 식혀요. 냉정하게, 우리가 해야 할 일을 하자고요."
"....서피드 제압, 그리고 그 변 태 도사놈한테서 정보를 끌어내는거. 그 두가지만 생각하고 가자."
"그래. 심플하고, 냉정하게 가보자고요."
그렇게 다시 침묵하고 서피드와 전우치를 찾는 와중, 은하가 조용히 다가오더니 속삭였다.
"....그리고 너, 나랑 나중에 얘기 좀 해."
".......그래."
******
탑승동,
와아아아아........
키야아아아........
아직 정신 지배를 받고 있는 테러리스트와 차원종들이 자신들의 전방에 날아다니는 존재를 향해 함성을 보냈다.
"아아.... 서피드 님.... 서피드 님...."
"다들 서피드를 위해 모여줘서 고마워요! 맨 뒷자리까지 잘 보이니까 안심하세요!"
"와아아....... 서피드 님.... 서피드 님....."
"꺄핫! 모두의 성원이 제 힘이 되어주고 있어요!"
"그러니 노래하고! 춤추고! 마지막까지 ! 최선을 다해! 힘낼게요!"
"아아, 훌륭하십니다. 서피드 님. 이런 당신을 모시게 되어 무척 기쁘네요."
그들의 환호성을 들으며 노래를 부르는 서피드의 모습에 전우치는 흡족해하며 웃었다.
"너희들....!"
팬들 너머에서 우리가 다가온 걸 확인한 서피드의 얼굴이 찌푸러졌다.
"매니저.... 왜 계속 이 안티팬들이 제 앞에 나타나는 거예요? 이러면 제가 공연에 집중할 수가 없잖아요. 이렇게 우글거리면 한 명 정도는 잡아먹어도 되지 않나요? 되지 않나요?"
"송구스럽습니다, 서피드 님. 하지만 조금만 기다려 주심시오. 저들에게는 아직 쓸모가 있습니다. 언젠가 서피드 님의 매니저로 거듭날 자질이 있어요."
"....아. 저기 있는 붉은 남자와 작은 소녀는 드셔도 괜찮습니다. 저 둘은 공연을 방해하는 안티팬에 가까우니까요."
전우치가 경멸의 눈빛으로 루시와 나를 바라보며 말했다.
"음---- 저 둘보다는 기왕이면 저 무뚝뚝한 안티팬이 좋겠어요. 제일 맛있게 먹었던 음식이랑 비슷한 냄새가 나요."
서피드는 우리 곁에 서있던 은하를 가르켰다.
"아. 그 아이 말이군요. 예리하시네요. 저 둘도 그 아이와 만났지만 저 소녀가 더 자주 붙어있었으니까요. 냄새가 밴 거겠죠."
"그거... 아라 이야기 맞지?"
"설마, 정말로......?!"
"그 아이들을, 먹은 거냐?"
"흐흥♬ 저는 아이돌이니까, 아무 음식이나 먹지 않아요, 아무 음식이나 먹지 않아요. 아이돌은 관리를 해야 하니까, 식단 조절을 잘 해야 하는 거예요."
"그럼요. 특별히 관리된 음식만을 드셔야 합니다. "
"아주 특별한 핑키들을요."
특별한 핑키들이 섬의 아이들이라고 유추한 모두의 얼굴에 급속하게 분노가 서리기 시작했다.
"더더욱 용서할 수 없어졌군."
"...용서할 수 없어! 당신을... 용서할 수 없어요!"
"....루시, 침착해."
침착하라는 말과 달리, 은하의 얼굴에도 분노가 서려있었다.
"아저씨랑 미래는 서피드 쪽을 부탁해요. 우리는 저 변 태 놈을 맡을게요. 저변 태 놈의 수법은 파악하고 있으니까."
"알았다. 그렇게 하지."
"........나도, 용서하지 않을거야...! 우리가, 녀석을 없애버리겠어...!"
"자온, 저 변 태놈 지금 어디있는지 알겠어?"
"미안, 조금 시간이 필요해."
한껏 힘을 주며 눈가를 찌푸려봤지만, 역시나 간파의 능력은 발동하지 않았다.
그렇다고 영감처럼 미세한 감각의 어긋남을 찾을 능력은 안 되니...
"그 사이에 너희는 저 변 태놈이랑 서피드한테 집중하고 있어줘. 나머지들 맡으면서 중간에서 돕고 있을게."
일단 내가 미리 준비해두었던, 할 수 있는 일을 먼저 시작했다.
슈루루룩!!!
어느새 주변에 뿌려져 있었던 실구슬들이 풀어지며 주변의 적들을 붙잡자, 미래와 김철수는 서피드를, 은하와 루시는 전우치를 향해 달려갔다.
구속을 벗어난 일부 차원종들과 테러리스트들이 그들의 발목을 붙잡으려 했지만,
퍼버벅!!
구속을 벗어난 개체들을 빠르게 제압하며 다시 구속시켰다.
양쪽을 둘러보자, 전우치 쪽에선 은하가 나이프를 휘두르며 동태를 살피고 있었으며, 루시는 격앙했는지 관을 무자비하게 휘두르고 있었다. 그 와중에 루시가 힘을 흡수하고 있는지 전우치의 표정이 조금씩 일그러지고 있는 것이 보였다.
반면 서피드 쪽, 두 사람의 표정이 좋지 않아 보였다. 서피드는 미래의 그림자와 김철수의 정확한 사격을 막아내며 피하다가, 종내엔 귀찮다는 듯 잘 막지도 않고 그들을 잡기 위해 접근하고 있었다.
활을 당기며, 결전기를 내쏘았다.
"두번째 활, 후회."
슈우우우욱---------
서피드가 이동하는 궤적을 계산해 날아가는 화살이 두 사람을 서피드에게서 떨어뜨리기 시작했다.
미래와 김철수가 위험 할 때마다 화살로 서피드를 계속 견제했지만, 아라가 계속 겹쳐보이는 탓에 서피드를 상처입히지는 못했다.
그러나 견제가 확실했는지 서피드는 나를 신경쓰느냐 두 사람에 대한 경계가 느슨해지는게 보이기 시작했다.
이에 나는 전우치 쪽의 은하와 루시가 괜찮은지 시선을 잠시 돌리던 중,.
욱씬
눈이 타들어가는 듯한 통증과 함께 간파의 힘이 다시 작동하는 확인한 나는 서둘러 주변을 살펴 전우치의 위치를 찾기 시작했다.
환각에 숨어 태세를 정비한 전우치가 두 사람을 습격하려는 모습이 시야에 들어오자,
"찾았다. 이번에야 말로 죽어버려, 전우치...!"
활을 당겨 전우치의 본체에 쏘려는 순간,
[너 혼자만 하고 싶은 것을 이루려고?]
[안 되지. 우리의 소망은 그 분의 이루지 못할, 우매한 소망에 흩어져 버렸는데]
[불공평하지. 하지만....마침내 그 분께서 널 지금 비호하지 못 하시니,]
[그 분과 모든 것이 끊겨 봐. [이번]의 너도 죄업에 침식 당해서, 무너지는 거야. 키득, 키득]
갑자기 들려온 누군가의 속삭임이 끝남과 동시에,
"커, 컬럭, 쿨럭, 쿨럭!"
푸확!
갑자기 목 너머로 끈적한 녹색 진액과 피가 격렬한 기침과 함께 나왔다.
뭐야....? 갑자기, 갑자기 숨을 쉬기가....!
숨을 들이 쉴 때마다 폐가 온갖 날붙이로 찔리고 베이는 고통이, 내쉴 땐 온갖 이물이 같이 토해져 나오는 고통이 한없이 덮쳐왔다.
그럼에도 차원종과 테러리스트를 붙잡아둔 실은 사라지지 않았지만, 정신을 잃으면 구현도 풀리기에 고통을 억지로 버티며 몸의 이변을 확인해 봤지만,
그러나, 눈에 새겨진 간파의 능력이 마구잡이로 정보를 받아들여 정신을 어지럽히기 시작했고, 무기는 구현되다 소실되다를 반복했으며 갑주와 재생 능력은 발현하다 사그러들다가를 반복하며 몸을 괴롭히기 시작했다.
거기에 목 안, 아니. 폐 안에서 느껴지는 알 수 없는 이물감들이 호흡을 방해하고 있었다. 아무리 피와 함께 토해내 봐도, 되려 심해질 뿐이였다.
"쿠헉.... 쿠러..럭허억.....!!"
수없이 싸워왔지만, 수없이 다치고 재생하기를 반복했지만, 차라리 사지나 머리가 찢겨나가는 고통이 낫다고 느껴질 정도로 견디기 힘들어지고 있었다.
"!? 무슨 일이야? 왜 그... 으읏......!"
은하가 내 이상을 눈치챘으나, 누구할거 없이 무분별하게 힘을 흡수하는 루시의 흡수에 힘이 빨리며, 그 자리에 주저 앉아버렸다.
"먹어주겠어요! 당신의 죄악을 모조리 삼켜주겠어요!"
"후... 후후... 그래요. 좋은 핑계거리가 생겼죠? 사람을 잡아먹어도 되는 핑계가 말이에요."
위상력을 많이 흡수당해 본모습을 드러냈음에도, 전우치는 비아냥을 멈추지 않았다.
"기쁘신가 보네요. 어찌나 기쁘신지, 같은 편의 존재도 잊으신 거 같아요."
"같은편....?"
그 말을 들은 루시가 뒤를 돌아보았다.
"아아....?!"
주저앉은 은하의 모습을 본 루시는 그제야 힘의 흡수를 중단시켰다.
"죄, 죄송해요, 은하 씨! 저도 모르게.... "
"거, 걱정 마. 이정돈 괜찮으니까.... 그러니까 멈추지마. 저 녀석을 궁지에 몰아넣는거야."
"하, 하지만..... 어? 자온 씨!?"
"신경 쓰지 말고 어서 몰아 붙여! 보이는 그 놈이 본체야! 어서! 쿨럭! 쿨럭! 커헉...!!!"
바닥에 반정도 쓰러져 있었지만, 실이 사라지지 않도록 정신과 힘을 유지하면서 다급하게 소리쳤다.
"....네!"
루시가 두 사람의 말을 따라 전우치를 몰아세우려던 그때,
"미래! 정신 차려라, 미래!"
교전하는 김철수 너머로, 쓰러진 미래의 모습이 보였다.
"김철수.... 몸에 힘이 안 들어가...."
"흐응. 그런 움직임으론 제 백댄서도 될 수 없어요. 될 수 없어요."
김철수는 눈에 띄게 창백해진 미래의 곁으로 가려 했지만만, 길을 계속 가로막는 서피드에 의해 난항을 겪고 있었다.
전우치는 곤란하다는 듯 가벼운 미소을 지으며 루시에게 제안을 걸어왔다.
"저대로 놔두면 서피드 님이 둘 다 잡아먹어버릴지도 모릅니다. 그건 피차 원하는 바가 아니겠죠?"
"어떻습니까? 제가 가서 서피드 님을 진정시켜 드리죠. 그러니까 이자리에서는 물러나 주시지 않겠습니까?"
"크윽....... 나쁜 사람......! 가세요. 얼른 가버리세요!"
"현명한 판단입니다. 그럼 저는 이만....."
루시가 분노에 치를 떨며 전우치를 보내주자, 그대로 자리를 뜬 그는 서피드를 말리러 갔다.
"은하 씨! 자온 씨! 두 분 저 때문에....."
"아니....야. 나는 네 잘못이..... 콜록, 콜록... "
"......으아아아아악!!!!!"
갑자기 전우치의 비명 소리가 들려 뒤를 돌아보자, 전우치가 서피드에게 어깨를 물어뜯겨 피를 흘리고 있었다.
"매니저의 살점은 생각보다 맛이 없네요, 맛이 없네요. 돌아갈 거예요. 상처난 얼굴로 팬 여러분의 앞에 설 수 없으니까요."
서피드는 입가의 피를 가볍게 닦더니, 전우치를 데리고 날아가버렸다.
김철수가 주변에 묶여있던 남은 차원종들과 테러리스트를 다 정리하는 모습을 보고서야, 그제야 실을 해제시켰다.
동시에 능력도, 통증도 모두 가라앉아 안정되었다.
"김철수.....미안해....."
"아니다, 미래. 쉬어라. 미래는 내가 부축하지. 미안하지만 루시, 앞장서줄 수 있겠나?"
김철수가 미래를 업으며 말했다.
".....알겠어요. 제가 앞장 설게요. 은하 씨, 자온 씨. 부축해드릴게요."
"난 걸을만 하니까 괜찮아. .......이봐, 상태 안 좋아보이는데 순순히 부축받지?"
"너야말로 창백하잖아. 너나 부축 받아. 콜록.... 아니다. 서로 반만 부축하자. 기운 빼지 말자고.....콜록, 콜록...."
은하의 어깨의 팔을 걸치고, 은하의 팔을 어깨에 걸치며 말했다.
"....그래. 중간에 괜히 넘어지지나 말아."
******
[키...키키킥....!]
[[이번]의 그라면.... 다시 그 영광을 찾을 수 있겠어....!]
[모든 것을 집어삼켰던.... [광기의 군주]를....!]
[키히히히히히히히!!!!!]