침식의 계승자 외전-그림자 요원 자온 2화 <각오>
Heleneker 2022-03-30 0
휠 오브 포춘이 독일에 도착한지 30분.
괜찮으세요, 형?
아니, 안 괜찮아. 으으...... 그나저나 우린 이제 뭐하면 돼?
도착하기 전에 사전연락을 해봤는데요, 이 안뜰에서 기다리고 있으면 곧 승급 심사의 실행요원이 찿아올거라고 했어요.
그, 그나저나 이곳에 오니 그 차원종이 생각나네요... 이번엔 되도록... 안 마주쳤으면 좋겠는데....
그건 날 말하는 건가?
민수현의 발밑에서 목소리가 들린다.
흐야악! 나왔다!
너무 놀라잖아, 수현.
죄, 죄송해요! 하, 하지만 저기... 개가....!
누누히 말하지만 나는 개가 아니다.
나는 빅터다. 너희가 차원종이라고 말하는 자들의 일원이지. 설마 나를 잊어버린건가? .....쓰다듬지 마라. 재차 말하지만 나는 개가 아니다!
빅터라고 소개한 차원종에게 어느새 다가가 쓰다듬고 있는 자온. 빅터는 불쾌하다는 듯 다시 한번 개가 아님을 언급한다.
미안, 미안. 반가워서 말이지. 아, 여기 온다길래 너 줄려고 육포랑 개껌, 소뼈 사왔는데 어떤게 좋아?
부산에서 출발하기 전 들고 왔던 봉지 안에서 여러가지를 꺼낸다.
사 왔던게 그거였나요?
.....소뼈랑 육포로 다오. 쓰다듬지는 마라. 대신 발등을 핥아 줄테니.
네네. 그런데 빅터, 혹시 승급심사 실행요원 누군지 알아? 금방 온다더니 아직 못 봐서.
그거라면 너희 눈 앞에 있다. 내가 이번 승급심사의 실행요원이니까.
이제부터 그와 관련된 이야기를 해주겠다. 긴 이야기가 될테지만 차근차근 들어주길 바란다.
알았어.
우선.... 자온, 너는 솔로몬에 관해서 기억하고 있나?
응. 날 볼 때마다 눈을 자꾸 가려대서 제대로 된 모습은 사진으로만 봤던 검은책의 옛사서...
그가 내게 보여준 광경... 분노와 슬픔의 감정이 망가졌던 내 친형이... 울고, 화내는... 그러다 지쳐서 멍하니 있으신, 허무가 느껴지는 광경이였지.
잘 기억하고 있군. 알고 있을지도 모르겠지만, 나도 그 솔로몬과 한 차례 접촉한 적이 있다. 연구진이 차원종과 솔로몬의 접촉 사례 또한 확인하고 싶어했기에.
그때 솔로몬은 나에게 나의 옛주인.... 애쉬의 모습을 환영으로 보여줬다.
애쉬?
다른 팀의 작전기록에서 본 적 있어요. 애쉬란... S급 차원종 중의 한 명이에요. 더스트라는 여성형 차운종과 더불어서 활동하는... 교활하고 위험성이 높은 차원종이라더군요.
하지만 애쉬와 더스트는 본래 하나의 개체였고, 다시 하나로 돌아가고자 했던 더스트의 의해 살해당했다고 해요.
잘 알고 있군 하지만 이 내용은 몰랐을 거다. 애쉬는.... 나와 나의 형제들을 만든 창조주이기도 하다는 사실은.
뭐...!?
그래서 그 녀석은 나의 창조주인 동시에 원수이기도 하다. 나를 제외한 다른 형제들을 모조리 살해했으니까. 이에 나는 그를 주인으로 섬기길 그만두고, 너희 인간들과 함께 하기로 마음 먹게 되었지.
그런 나에게.... 솔로몬은 구태여 애쉬의 모습을 보여줬다. 나는 분노하며 그 자라를 박차고 떠났지.
그런데.... 그 다음부터였다. 머리속에, 내가 지금까지 가지고 있지 않았던 정보가 떠오르기 시작하더군.
그 중에 가장 선명히 떠오른 것이.... 바로 솔로몬에 관한 것이였지. 지금부터 그에 대해 설명해 주겠다.
아주 오래전 한 군주가 있었다. 그 군주는 이 우주의 모든 과거를 집어삼켜서 자신의 도서관에 담는 존재였어.
그러다 결국에는 현재와 미래를 집어삼키려는 폭식의 죄를 저지른 탓에 다른 군주들에게 숙청당했다.
...아무튼 그 군주에겐 집어삼킨 지성체를 자신의 종복으로 삼는 권능이 있었지. 그렇게 탄생한 종복을, 자기 도서관의 사서로 삼았다.
그렇게 탄생한 종복이 바로 솔로몬이라 불리는 존재다. 옛 군주의 파편인 검은 책을 남용한 결과, 그 군주의 종복이 되버린 그림자.... 그것이 솔로몬인 셈이지.
군주.....라고?
그게 대체 뭔데? 그런 개념은.... 처음 듣는데?
.....신. 너희 아가들이 가장 이해하기 쉬운 표현으로 하면 그 단어 뿐이지.
뷜, 말할거면 얘기 좀 하고 나오라고.
얼핏보면 혼잣말하는 상황. 실상은 차원종 뷜란트가 자온의 몸을 통해 개입하고 있다.
듣다보니 재밌어서. 뭐, 하던 얘기를 계속 하자면 그런 재미나 욕심 부리다 사라진 녀석도 있고... 그런 걸로 새로 큰 녀석들도 있지.
그 친구도 욕심만 덜 부렸어도 그렇게 사라지지 않았을텐데. 그나저나 그림자가 된 아이들... 솔로몬이 아가의 승급 심사에 관련있다는 것은 그들이 가진 자질 때문인가?
자질이요?
그렇다. 이번 승급 심사에서 솔로몬이 핵심인 이유를 설명하지. 사서 솔로몬은 접촉한 대상이 원하는, 혹은 그 대상에게 필요한 과거를 보여준다. 도서관의 손님에게 필요한 정보를 찾아주는 게 사서의 역할이니까.
하지만 정말 뛰어난 사서는 그 이상을 해내지. 단순히 보고 싶은 것을 보여줘서 손님을 만족싴는 것에 그치지 않고... 손님을 한 단계 성장시키기까지 한다. 그것이 진짜 유능한 사서라고 할 수 있겠지.
옛 군주는 지적허영심이 상당한 자였다.그래서 자신의 사서가 누군가를 성장시킬 정도로 뛰어난 존재이길 원했어. 그래서 애초에 그림자의 사서로 선택되는 자들은 스승의 자질을 가진 자들 뿐이라더군.
다만 이 사서에게 한단계 너머로 갈 가르침을 구하고자 한다면... 그에 상응하는 대가를 치러야 해. 그리 대단한 대가는 아니지만.
주인도 없는 아이들이 필요한 거면 힘.... 에너지라고 부르는 게 많이 필요한 정도겠지.
그렇다. 주인을 잃은 솔로몬은 에너지가 부족하기에 단순한 과거밖에는 보여주질 못 해. 손님을 성장시킬 지혜까지는 주지 못한다.
반대로 에너지만 공급해준다면, 솔로몬은 반드시 너를 성장시켜 줄 거다.
너도 알다시피 이 성의 지하에 대단히 큰 연구시설이 있어. 그곳엔 특수한 충전실이 숨겨져 있었지. 그 충전실에 솔로몬을 유도해서 막대한 전기를 줘 에너지를 충전시키면.... 충전된 솔로몬은 너를 위한 시련을 준비해줄거다.
솔로몬에게 에너지를 공급한 뒤, 그 에너지를 바탕으로 구현한 시련을 극복해서 강해지는 것..... 이것이 이번 신규 승급 심사의 절차다.
...수상한데. 강해질 수 있는 기회이긴 하지만 그런 차원종이 간섭했다는거에서 안전성이나 무해성 등에 믿음이 영 가질 않는데.
시도해볼만한 가치는 있을걸? 이미 없다고 해도 그 친구는 나와 같은 군주였던 존재. 다른 녀석이 개입했다고 해도 원래의 기능은 건드릴 수 없거든.
믿음이 가지 않는게 정상적인 반응이다. 나도 쉬이 믿을 수 없는 이야기였으니.
실은 아직까지도 의심하고 있다. 이 정보의 출처는 다름 아닌 애쉬, 나를 배신한 나의 옛주인이니까.
내게 이런 정보를 심어놓은 것도... 성의 지하에 충전실 따위를 준비한 것도 애쉬, 그녀석일 테지. 아마 솔로몬과 접촉하면 상기되도록 한 것일텐데 무슨 이유로 그런 짓을 한 건지는 몰라. 게다가 그 교활한 애쉬가 준비한 정보인 만큼, 이 모든 것이 참이라는 보장도 없었지.
그런 만큼 한동안, 유니온의 연구진은 내 발언을 무시했다. 그 정보의 출처에 그 정보를 전달한 나 역시도 본질은 차원종이니 인류의 입장에선 신뢰하기 어려운 정보원이었을 거야.
그러던 중, 내가 제공한 정보에 관심을 보인 자가 있었던 모양이다. 그자는 내말을 믿어준 것은 물론, 솔로몬에 의해 구축된 솔로몬의 시련을 정규 승급 심사로 만드는 계획까지 세웠지.
오호... 누군지는 모르겠지만 유연한 사람이네. 그러니까, 그 사람이 누군지는..... 당신이 대답해 보시죠. 아까부터 시선이 거슬렸으니까.
자온은 말하던 중 창을 구현하여 누군가를 향해 휘두른다. 휘두른 창 끝 쪽에는 기척 없이 서 있는 한 여성이 있었다.
....힐데가르트 베이르만. 빅터의 이야기에 관심을 가진 건, 힐데가르트 기관의 기관장인 그분입니다.
그나저나 대단하시군요. 제 기척을 눈치채시다니...
괜히 활쟁이가 아니라서 말이죠. 긴가민가 했는데 군주, 그 이야기가 나온 이후부터 시선이 강하게 느껴졌으니까요. 근데... 누굽니까, 당신은? 유니온의 클로저입니까?
그렇습니다. 한때는 유니온의 감찰국에서 일하다가 지금은 힐데가르트 기관의 에이전트가 된... 최서희라고 합니다.
최서희 요원님....? 다른 팀의 작전기록에서 본 적 있어요. 검은양 팀과 테러그룹이 맞서 싸울 때, 검은양 팀을 지원해주셨다죠?
민수현의 설명을 듣고 자온이 창의 구현을 해제한다.
네. 그랬습니다. 부끄럽게도 큰 도움이 되진 못 했지만.... 어쨌든 오늘은 그때처럼 감찰국의 일원이 아니라, 힐데가르트 기관에서 파견된 승급 심사의 심사관 자격으로 이 자리에 왔습니다.
힐데가르트 기관.... 처음 듣는 기관명이에요. 하지만 힐데가르트 베이르만... 그분의 이름은 알고 있어요. 유니온의 부총장님이시잖아요? 공개석상엔 거의 모습을 드러내시진 않지만....
그분과 그분이 창립한 기관이 함부로 모습을 드러내지 않는 데에는 이유가 있습니다.
원칙적으로 힐데가르트 기관의 역할은 당장 눈앞의 위협, 차원종이나 테러 등을 상대하는 것이 아니기 때문입니다. 당장의 위협은 총장과 그 측근들에게 맡기고, 그 다음을 대비하는 것이 우리 기관의 목표였으니까요.
이를테면 지금 말한 군주에 대한 대비... 즉 저희는 거시적인 관점에서 인류의 미래를 존속시키는 걸 목적으로 삼았습니다.
....물론 명목 상의 이야기가 그렇다는 것이고, 총장이 자신의 계획을 위해 그분을 그 자리에 묶어놓은 것이기도 합니다만...쓸데없는 이야길 해버렸군요. 방금 들으신 말씀은 잊어주십시오.
어쨌든 이번 신규 승급 심사는 솔로몬이라는 군주의 영향력 아래에 있는 존재와 연관이 있는 게 확인 됐습니다. 이에 따라 이 안건을 힐데가르트 기관이 인계 받게 된 겁니다.
오호.... 다른 아이들은 모르겠지만 너희는 우리에 대해 대충 눈치채고 있던 모양이네?
내가.... 말 좀하고 나오랬지, 이 영감탱아.....!
네,네. 불평은 이따 듣고, 그래서 우리의 존재를 알고 있던 거지?
...그렇습니다. 실은 우리는 당신과 같은 군주의 존재를 인지하고 있습니다. 당신이 우리 인류에게 우호적이다...라고 보고 받았으니 말씀드리지만.... 지금부터 드리는 이야기는 극비사항입니다. 부디 외부에 발설하지 말아주시기 바랍니다.
최서희가 들려준 내용은 다음과 같았다.
유니온의 최상층부는 차원전쟁 시절 부터 군주의 존재의 정보를 갖고 있었다.
예지 능력이나 차원종의 증언, 때론 특정 물품으로 그들의 정보를 인식했으나,
아직 불안정한 정보였기에 일반 시민에게 공포를 줄 수 없다며 정보를 차단하였다.
대신, 그들은 비밀 기관을 설립, 군주의 존재를 파악하기 위함과 동시에 그들에 대한 대비책을 세우기로 하였고 그 기관이 바로...
그 역할을 맡고 있는 것이, 지금 제가 소속되어 있는 힐데가르트 기관입니다.
그럼 그 힐데가르트 기관이 이번 승급심사를 당담하고 있는 건가요?
그렇습니다. 저는 기관장님의 명을 받들어 사냥터지기 성에 도착했습니다. 그리고 1차 테스트 요원 자격으로 솔로몬의 시련에 직접 도전했죠. 비록 시련을 극복하진 못했지만, 어느 정도 안정성의 체크와 경향성을 파악할 수 있었습니다.
저는 알아낸 내용을 정리해서 상부에 보고한 뒤, 몇몇 요원들을 테스트 요원으로 추천했죠. 그중의 한 명이 당신, 자온 씨였습니다.
...혹시 추천 이유가 실험쥐처럼 쓰려고 부른 겁니까? 내가 차원종, 그것도 군주급과 접촉에, 그힘으로 반차원종화도 가능하고 적당하게 유니온에 반감을 지닌 사람이니까? 그거라면 납득은 가네요. 위험한 실험은 위험 요소로 실험하는게 딱이니까. 뒤탈도 거의 없을테고.
네!? 마, 말도 안 돼요! 형을 실험체로 쓴다니....!!
가능성이 0은 아니니까. 다 그런 사람만 있는게 아닌건 알지만 얼굴도 못 본 유니온 상층부를 어떻게 신뢰하겠어.
...물론 당신이 유니온을 불신하는 이유는 알고 있습니다. 힐데가르트 님을 믿으라고 말하지는 않겠습니다. 그러나 이것만은 알아주십시오. 이번 승급 심사는 당신의 동료들에게도 기회라는 것을요.
기회요....?
그렇습니다. 여러분의 팀, 시궁쥐 팀은 대단히 입지가 불안한 팀입니다. 물론 여러분이 세운 공적은 저희도 분명히 인정하고 있습니다. 다만 여러분의 대부분은 정규 클로저가 되기엔 문제 되는 점들을 갖고 계십니다. 그런 여러분이 인정 받기 위해서는 다소의 리스크는 감수해야 합니다.
이것은 기관장님께서 여러분께 드리는 제안입니다. 만일 여러분께 위험을 감수하고서라도 정규 클로저가 되고자하는 의향이 있다면.... 저희가 기회를 드리겠습니다.
자, 어떻게 하시겠습니까, 자온 씨?
최서희의 질문에, 자온은 잠시 고민하다 말한다.
.....받도록 하죠. 그 녀석들... 시궁쥐 팀에게 도움이 될 수 있다면 그런건 몇 백, 몇 천이라도 해주죠.
하지만 형....!
수현, 걱정해줘서 고마워. 너희들이 약하지 않은 건 이미 충분히 알아.
그래도 정말 위험한 어느 순간에 너희를 지킬 수 있는 사람이고 싶어. 그게 지금의 내 작은 소망이야.
...알았어요. 그래도 혼자 떠안으려 하지는 마세요. 해랑 형이 말한 것처럼, 저희는 약하지 않으니까요. 좀 더, 저희에게 기대도 괜찮아요.
아, 그리고 뷜란트 씨가 군주였다는 얘기는 이따가 천천히 이야기 해봐요?
그, 그래, 그럴게. ....각오는 됐습니다. 준비해 주시죠.
현명한 선택입니다. 그럼 곧바로, 자온 씨의 승급심사를 준비하겠습니다.
그 말을 뒤로 최서희는 솔로몬의 시련을 위한 에너지 공급을 준비하러 나간다.
TO BE NEXT...