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단편]불꽃왕의 오랜 욕망
@카르니보레 2022-02-10 2
별빛과 불빛.
둘 다 빛을 뿌리는 것들이지만, 그 빛의 질은 확연히 다르다.
적어도 이미지되는 어감상으로는 그렇다.
누군가는 불빛이 촛불이나 횃불처럼 원시적이고 세련되지 못한 것이라 했다.
누군가는 별빛이 찬란하고 아름답다고 하였다.
실제 그 말들이 옳은지 어떤지는 상관없다.
그런 말들을 실제로 구현한 듯한 한 때가 있었다.
새벽녘 가장 빛나는 별.
그 누구보다 빛나며 위대한 의지 곁에서 그 분의 속삭임을 전해듣는 자.
그런 그를 좋아하는 이도, 싫어하는 이도 있었지만 그 어떤 경우라도 단 하나만은 인정할 수밖에 없었다.
그가 그 누구보다 아름답게 찬란하게 빛나는 존재라는 것을.
불꽃왕이 보기에도 자신의 불빛과는 비교되지 않을 정도로 아름다운 별빛이었다.
그렇기에 매료되었다.
그렇기에 소유하고 싶어졌다.
허나 그것은 허락되지 않는 일.
그 별빛이 자신보다 대단한 존재라는 것은 물론이고, 무엇보다 누구보다 위대한 의지의 총애를 받고 있는 이를 함부로 건드리는 것은 있을 수 없는 일이었으니까.
아무리 애닳게 원하더라도 결코 소유할 수 없는 것이었으니까.
그 때부터였을 것이다.
불꽃왕의 마음 속에 빈 공간이 생겨난 것은.
그의 수집욕이 극단적으로 발현되기 시작한 것은.
불꽃왕은 결코 이루어질 수 없는 욕망으로 인해 생겨난 빈 공간을 다른 것으로 채우려 하였다.
갖은 수를 써서 누구나 부러워할 온갖 재보들을 탐욕적으로 수집했다.
그러나 당연하게도 그렇게 모인 재보들은 그 어느 것도 별빛만은 못한 것이었고, 그렇기에 별빛을 대체할 수는 없었으며, 그러므로 빈 공간은 그런 쓸데없는 것들로 채우려 하면 할수록 오히려 점점 더 넓어져서 불꽃왕 자신을 공허하게 조여왔다.
그럼에도 불꽃왕의 수집욕은 멈춰지지 않았다.
마치 밑빠진 독처럼.
아니, 끊임없이 장작을 원하는 불꽃답게.
그렇게 언제까지나 채워지지 않는 욕망에 절망마저 느낄 무렵.
변화가 생겨났다.
그 샛볓이 위대한 의지를 거슬러 반역 끝에 쫓겨난 것이다.
처음에는 한탄했다.
아, 이제는 그 아름다운 별빛을 멀리에서나마 보는 것조차 불가능해진 것인가, 하고.
허나 시간이 지나 위대한 의지께서 인간을 멸할 것을 명하시고, 별빛이 깃든 땅에 갈 수 있게 되자 생각이 바뀌게 되었다.
이것은 기회라고.
한 때는 언감생심이었던 샛별이 위대한 의지의 총애를 잃고, 그 어느 때보다 약해져 있는 지금이야말로 그토록 바라던 샛별을 수집할 수 있게 된 것이라고.
그것을 인지한 순간 불꽃왕의 탐욕은 그 어느 때보다 거세게 타올랐다.
그리고 생각했다.
그 누구에게도 넘겨줄 수는 없다고.
그러니까 우선은 아자젤부터.
그 열등감덩어리는 그 열등감을 해소하기 위해 샛별의 모든 것을 빼앗아 자신이 소유하러 하고 있었으니까.
당연히 안 될 말이었다.
샛별의 모든 것은 그 어떤 사소한 것이라도 자신이 취해야 했으니까.
그러니까 치워버리자.
그를 위해 모두가 꺼려하는 열풍과도 손을 잡고 벗을 자처하며 합동 작업까지 하였다.
그리고 인간들을 이용하자.
아무리 약해졌다 할지라도 샛별은 자신들 중 그 누구보다 빛나는 존재였다.
감히 얕볼 수는 없다.
그러니 그가 위대한 의지를 거역하게 할 정도로 사랑하는 이들을 이용해야겠다고 생각했다.
그를 위해 인간들 사이에서 자식까지 보았다.
이제 머지않아 샛별이 사랑하던 인간들은 자신들을 수호하던 샛별보다 자신을 숭배하며 그의 목을 천천히 조르게 되리라.
그리고 그렇게 그의 숨통을 확실히 끊을 정도로 조이게 되었을 때, 그제야 그토록 원하던 샛별을 손에 넣을 수 있겠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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불꽃왕에 대한 추측을 소설풍으로 적어보았습니다.
"내 마음 한구석은 언제나 비어있어. 그 빈 공간은 쓸데없는 거로 채우려고 하면 점점 더 넓어져서 나를 조여와..." - 라이브러리 오브 루이나의 특색 푸른잔향 아르갈리아의 대사 중