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스토리 스포 주의?] 늑대답게
지크시즈 2022-02-02 2
나의 마지막은 부디 늑대로써 끝날 수 있기를.
***
검은양팀과 늑대개팀이 잠든 모습이 가장 먼저 눈에 들어왔다.
작전 구역에 나갈 때엔 한 명의 어엿한 클로저의 모습이었는데, 막상 자는 얼굴들을 보니 그저 평범한 어린아이에 불과했다.
이게 맞는 걸까.
이런 어린 아이들이 사지에 몰리고, 마주쳐선 안 되는 진실에 다가가도 되는 것일까.
트레이너는 한참을 고민했지만, 여전히 답은 나오지 않았다.
답이 나온 것은, 스스로도 납득할 수 있는 답을 내릴 수 있던 것은 늦었다면 늦은 때였다.
훌륭한 팀이었다.
과거 자신의 울프팩보다는 아니어도, 분명 그들만의 장점이 뚜렷한 멋진 팀이었다.
한 명, 한 명이 완벽하지 않더라도 괜찮았다.
그들에겐 서로가 있으니까.
인간은 누구나 자신의 마지막을 예측하지 못 한다.
그것은 트레이너 또한 마찬가지였다.
그러나 어렴풋이, 분명 자신의 팀과는 끝까지 가지 못 하리라고 짐작했다.
"꼰대!"
나타의 울음 섞인 날카로운 목소리가 울렸다.
덕분에 트레이너는 간신히 정신을 차릴 수 있었다.
시간이 얼마나 지난 것일까.
간신히 눈알을 굴려 앞을 보니, 자신을 걱정스레 바라보고 있는 늑대개팀이 보였다.
죽을 때가 되서야 누군가에게 걱정 받는 얼굴이란 것을 보게 됐다.
새삼스러운 일이다.
죽는 순간에 누군가가 옆에 있어주리라고는 애초에 생각조차 하지 않았다.
이런 낯간지러운 유언을 전하게 될 수 있을 것이라고도.
전해야 할 것들도, 가르치지 못 한 것도 너무 많았다.
그러나 그것을 더 이상 트레이너가 할 필요는 없었다.
그는 절망했고, 나락까지 떨어졌다.
한 치 앞도 보이지 않는 어둠 속에서 홀로 서 있었다.
금방이라도 집어 삼켜질 듯한 불안과 고통 속에서 아무렇지 않은 듯 감내하며, 인내했다.
기어코 너희들은 나에게 희망을 보여주는구나.
이제서야 절망에서 해방된다.
희망 속에 죽어가는 기분 또한 나쁘지 않다.
이 이야기의 끝에 자신이 없더라도, 분명 늑대개팀은 당당하게 마지막까지 서 있을 것이다.
늑대답게.
멀어져가는 의식 속에서도 주마등 따위는 보이지 않았다.
눈을 감은 뒤의 일은 더 이상 생각하지 않기로 했다.
한 명의 클로저로써 절망했고,
결국 한 마리의 늑대는 목줄을 찬 사냥개가 되어버렸다.
그러나 그는 끝내 보았다.
마지막의 마지막에 다다라서야 희망을 보았다.
그러니, 눈을 감을 수 있었다.
늑대답게,
트레이너답게,
그리고 클로저 강준성답게.
***
클저는 플레이 안 한 지 꽤 됐지만 캐릭터는 제법 애정하고 있었는데 트레이너님이 가셨다는 소식에 호다닥 와서 짧은 글 한 편 써봅니다...
정작 스토리는 제가 직접 진행을 하진 않았기 때문에 감정 묘사나 캐해가 좀 안 맞는 부분이 있을 수도 있어요.
대충 스포 훑어보고 쓴 글이니 가볍게 봐주십쇼...
언제나 연전연승하던 당신의 모습 잊지 않겠습니다. 잘 가요 클로저 강준성...