침식의 계승자 EP.3 국제공항 5화 만남(4)
Heleneker 2022-01-23 0
얼추 마무리하고 올리다 예전 에피를 확인하던 중에 보니까 벌써 이 침식의 계승자가 1년이 되었습니다. 노린건 아닌데 딱 1년이였어요.
처음 올리던 그 때처럼 열심히 하겠습니다.
시작합니다
24년 개정판으로 변경되었습니다.
+다들 너무해요.... 화수 숫자 2개나 밀렸는데 개정판으로 변경할 때까지 아무도 지적 안해주셨어....
"....아, 맞다. 매핑, 재시작."
잡아 온 사람들을 한 구석에 얌전히 뉘여 놓다가 뭔가 깜빡했는지 힘을 가볍게 펼쳐내었다.
"자온 씨, 방금 뭐하신 거세요?"
"뭐, 별건 아니고, 매핑 좀 다시 하느냐고."
"그거라면 여기 오시자마자 하셨잖아요."
"하긴 했는데 다시 해야 해. 아까 김철수 그 남자 잡을 때 썼던 실이 매핑으로 쓰고 있던 실이였거든."
귀찮다는 듯 얼굴을 구긴 채 뒷통수를 긁적였다.
"매핑에 사용하던 실을 쓰면 힘이 휘발되어 버리거든. 게다가 실을 대량으로 소모해 버린단 말이지."
"그럼 해놨던 거 다 소용없는 거네?"
"실이야 다시 펼치면 되지만.... 이 잠깐 사이의 공백이 생겨서 걱정이지."
"별일이야 있을까."
"모르는 일이지만.... 없길 바랄 수 밖에요."
걱정과 우려 속에 잡아 온 사람들의 정리를 마친 이들은 거점 중앙을 향했다.
******
"루시 양! 이게 어떻게 된 일이죠? 김철수 씨와 교전하다니!"
거점 중심으로 돌아오자마자 오세린이 루시에게 추궁하듯 물어왔다. 정황 상 루시와 김철수 사이의 일은 모르는 듯 했다.
"죄송해요, 오세린 씨. 처음에는 이야기만 하려 했지만 그 남자가 닿으니까.... 저를 억누를 수 없었어요. 그는 예전에 저를 한번 죽였던 남자였으니까요."
"그런 이미지는 아까 보여주지 않으셨잖아요? 저한테 아직 숨기는 게 많으신 모양이군요."
"잠깐, 잠깐만요. 영감이 당신에게 이것저것 알려줬다고 뭔가 착각하시는 부분이 있는데, 저희에게 민감할 수도 있는 사항을 알려드려야 할 필요는 없었을 텐데요?"
오세린의 추궁을 가로 막으며 말했다. 영감은 무얼 믿고 그녀에게 내 민감한 부분을 알려줬는지 모르겠지만, 우리의 민감한 부분을 다 알려주기는 그랬다. 하나의 팀으로 모였다고 해도, 방금 전까지 타인이였던 이들이였니까.
영감이 믿었으니 나도 믿어보려 노력하겠지만, 아직은 나도 그녀를 믿어볼 시간이 필요했다.
"영감은 당신을 믿는 거 같지만, 저나 우리 꼬마 누님은 조금 더 시간이 좀 필요해요. 그러니까 조금만 기다려주세요. 우리가 당신을 알아보고, 믿어서 스스로 당신에게 말할 그 때 까지요."
설득이 먹혀든 건지 흥분해 있었던 오세린의 기색이 누그러졌다.
".....다그칠 생각은 아니였어요. 미안해요. 저도 조금 흥분한 모양이에요. 당신들이 제게 신뢰를 주는 그때가 되면, 숨기는 것 없이 모두 말씀해 주세요. 저는 이미 많은 사람과 차원종들의 어둠을 본 적 있으니까요. 그러니까 저는 괜찮아요."
"정말.... 당신은 강하세요. 강인한 오세린 씨."
"그, 그 별명은 몇 번을 들어도 어색하네요."
"그런 부분을 포함해서, 앞으로도 잘해 보도록 해요."
"네."
"...이런 분위기였으면 이따 올 걸 그랬나요?"
"아, 너도 있었지. 미안."
조금 전의 불편한 분위기 속에서 방치되어 있었다 겨우 입을 뗀 은하에게 무심코 사과해 버렸다.
"으, 으흠. 그럼, 작전 이야기로 돌아갈게요."
오세린 씨도 잠시 당황해 하다가 작은 헛기침을 내며 말을 시작했다.
"그나저나 수상한 기척의 정체는 테러리스트였군요. 그들 중 대부분이 정규 군사 훈련을 받은 병사들인데 움직임이 어쩐지 부자연스러워요. 무슨 이유로 남아있었던 걸까요?"
"모르겠네요. 일단 기절시키긴 했는데 깨어나면 한 번 물어보죠. 아니면 조금 시간은 걸리겠지만 간파 능력이 발현되면 한 번 들여다 볼까요?"
눈가를 툭툭 두드리며 말했다. 진짜 무작위로 발현되는 능력이지만 뭐, 운 좋으면 켜지겠지.
"그 방법은... 최대한 미뤄두도록 해요. 언제 발현될 지도 모르는데다, 엿보는 기억이나 감정을 조절할 수 없어서 힘드시잖아요."
"더이상 방법이 없다 싶으면 그때 부탁 드릴게요. 그리고 다음에 출격하게 되신다면 이번처럼 최대한 생포해서 데려와 주세요."
내 간파 능력의 부작용을 집어주며 완곡한 거부 의사를 밝혔다. 솔직히 타인의 감정이나 기억이 물밀듯 한꺼번에 몰려드는 감각은 정말 별로지. 나라는 물에 물감 한 방울을 떨어트려서 내 자아가 침범당하는 기분이니까.
"....배려해줘서 고맙습니다. 앞으로도 이 사람들은 생포해도록 하죠. 아. 그러고 보니 저는 1분대 사람들에 대해 잘 모르는데, 어떤 사람들인지 알려주시겠어요?"
그녀의 배려에 감사 인사를 하며 1분대원들의 인적사항을 물어보았다.
"네. 먼저 미래 씨는 쓰레기섬에서 나고 자란 분이라고 해요. 위상력에 각성한 덕분에 섬의 독기에도 영향을 받지 않으셨다고 해요."
"대낫을 무장으로 사용하시지만 그 외에도 주위의 그림자를 제어하는 능력도 가지고 계세요. 아직은 미숙하시지만, 조금만 더 훈련을 받으면 강력한 위상능력자가 되실 거예요."
"그럼 김철수라는 남자는요?"
"그분은... 과거의 기억이 없으신 분이세요. 다만... 아무래도 우리가 쫓고 있는 교단과 연관이 있으신 것 같아요. 교단에 몸을 담고 있던 미등록 위상능력자였을 가능성이 높아 보여요."
"왠지. 감이라던지 위협이 장난 아니다 싶더니. 괜찮은 거 맞아요? 기억을 잃었다는 것 정도는 본인이 꾸밀 수도 있는 거잖아요."
"기억을 잃은 부분은 확실하세요. 앞으로 괜찮을 지에 관한 건 판단 중이에요. 지금은 그렇게 말씀드릴 수밖에 없네요."
"....그 부분은 오세린 씨에게 맡기는 수밖에 없네요."
"그럼 저희는 일단 좀비마냥 돌아다니는 사람들 더 잡아올게요."
대화를 얼추 마무리하고 각자 테러리스트를 생포하러 작전구역으로 나섰다.
******
배회하던 테러리스트들을 끌며 돌아와보니, 목에 노란 스카프를 두른 금발의 여성이 테러리스트의 상태를 확인하는 모습이 보였다.
"누구시죠?"
"Oh! Hi. 만나서 반가워요."
여성은 테러리스트의 체크를 잠시 멈추곤 인사를 건넸다.
"저는 섬에 의료지원을 나갔던 캐롤리엘이라고 해요. 당신의 이야기도 많이 들었어요. 섬의 사람들을 여러모로 도와주셔서 고마워요."
그러고 보니 섬에 있을 적에 은하가 반금련 씨를 통해 의사를 데려왔었다고 했지? 그제야 눈 앞의 여성이 어떤 이인지 알아채곤 경계를 풀며 말했다.
"당신이 섬에 왔었다던 의사 분이시군요. 고맙다는 인사는 제가 해야죠. 우리는 사람을 치료하는 능력은 없으니까요. 섬의 아이들을 도와줘서 고마워요."
"별말씀을요. 저는 그저 해야 할 일을 했을 뿐이에요. 할 말은 많지만 지금은 작전에 집중하는 게 좋겠네요."
"그러죠. 이 사람들 상태들은 어때요?"
"큰 이상은 없어요. 하지만 몸에 서피드의 인분으로 추정되는 물질이 꽤 묻어 있었어요. 그간 날아갈때는 금속을 부식시키는 유독성 물질을 뿌렸지만 이건 대체 어떤 물질일지..."
"만져도 문제 없는 거라면 닦아버려도 되죠?"
"Sure. 마침 뇌파 분석 장치도 준비가 끝났으니까요. 괜찮다면 잠시 도와주시겠어요?"
"그래요. ....왔냐, 은하?"
"어. 진짜 많이도 돌아다니더라."
"쉴 거지? 그럼 쉴 겸 해서 요거 인분 닦는 것 좀 같이 도와주라."
"....."
"....말 없이 찌르려고 하지 마라. 칼 집어 넣어."
캐롤리엘을 도와 인분은 닦는 사이, 테러리스트들을 끌고 돌아온 다른 멤버들도 그 모습을 보곤 그들을 도와 인분 제거를 돕기 시작했다.
******
"Well... 뇌파 수치가 조금 달라졌어요. 역시 서피드의 인분이 영향을 준 모양이에요."
캐롤리엘이 수치를 비교해보며 체크하던 중,
"으........"
인분을 닦아낸 사람 중 하나가 일어날 기색을 보이기 시작했다.
"깨어났네요. 이봐요, 정신 차려봐요."
"가, 가야 해... 공연이 시작될 거야.... 서피드가 무대에... 오를테니까....."
"....뭐라는 거야?"
"윽.....! 아냐, 그렇지 않아. 나는 칼바크 님의 유지를 잇는 병대의 일원.....! 나에게 명령하는 사람은, 유하나 대장님 뿐....."
털썩
남자는 알 수 없는 말을 중얼거리곤 다시 기절해 버렸다.
"뭔데.... 자기 할 말만 하고 쓰러지냐."
"유하나 대장? 병대의 일원?"
"아는 조직인가?"
"Yes. 이 사람, 신서울에 테러를 저질렀던 칼바크의 병대원이에요. 전부 철수할 줄 알았는데 공항에 있었을 줄이야. 베리타 여단과 연합하려는 걸까요? 아니면....."
"잠깐만, 주변에 우리 말고 다른 사람의 그림자가 있어. 숨어서 이쪽을 지켜보는 것 같은데....."
갑자기 미래가 캐롤리엘의 말을 끊더니 어느 한구석을 흘깃 바라보았다.
"그거, 우리 쪽 사람 아니였어? 혼자 가까이 오길래 우리 쪽 사람인 줄 알고 아무 소리 안 했는데."
"아니야. 다른 느낌이야. 그림자를 펼쳐서 잡아볼게. 범위가 넓으면 어렵지만, 이 정도 거리라면..."
말이 끝나자마자 미래의 발 밑에 있던 그림자가 살짝 일렁이기 시작하더니 기둥 뒤편을 향해 뻗어나갔다.
"뭐, 뭐야 이거!! 꺄아악!!"
실체를 가지게 된 그림자는 기둥 뒤편에 숨어있던 누군가를 잡더니 공중에 대롱대롱 매달아 놓았다.
"오오.. 그림자라. 난 저 정도 질량은 한 번에 다루진 못하니까 부럽네."
"앗, 너 병실 애들이랑 통신하던 애잖아! 이거, 네 짓이지! 얼른 풀지 못해?"
자신이 못하는 능력에 부러워 하는 와중, 죄수복으로 보이는 옷에 코트를 걸친 소녀는 그림자에 대롱대롱 매달린 채 바둥거리며 소리쳤다.
"그래서, 너는 누군데?"
"지명수배 중인 테러리스트의 대장, 유하나 양이에요."
소녀를 향해 던진 질문을 캐롤리엘이 대답해 주었다.
"대장이라고요? 그런 것 치고는 좀...."
물론 대장이 무력이 필수는 아니라지만 그림자에 매달려 꼴사납게 버둥거리는 모습을 보니....
"뭘 그런 눈으로 봐! 내가 뭐 어때서? 난 진짜 대장이야! 뜻 있는 병대의 대장이라고!"
우리 눈빛의 생각을 읽었는지 유하나는 더욱 버둥거리며 화내기 시작했다. 좀.... 시끄럽네.
"....질문에 대답해 주세요. 당신이 어째서 이런 곳에 있는 거죠? 당신들의 조직도 서피드와 관계가 있는 건가요?"
"흥! 이거 풀어주지 않는다면 대답하지 않겠어요."
"풀어줘도 괜찮아?"
"풀어주자. 너무 매달아 놓기도 그렇잖아. 뭐, 허튼 수작 부리면 이번엔 내가 매달아 버리지 뭐."
캐롤리엘이 고개를 끄덕이자, 미래는 유하나를 붙잡고 있었던 그림자를 조작해 그녀를 내려놓았다.
"부탁하신대로 구속을 풀었으니 질문에 답해주세요. 계속 이곳에 잠복하셨던 것 같은데.... 이곳에서 대체 무슨 일이 있었나요?"
"그건 저도 몰라요. 정말 느닷없이, 갑자기 일어난 일이었으니까요. 그냥 한순간에 아무런 전조도 없이 부하들의 상태가 이상해졌어요."
유하나는 먼지를 털면서 일어나며 대답했다.
"여기서 해외로 떠날 준비를 하고 있었는데, 난데없이 부하들이 우르르 떠나버렸다고요! 무슨 일이 있었냐고 물어보고 싶은 건, 오히려 제 쪽이에요!"
<치이이이이잉>
<치이이이이잉>
유하나의 하소연을 듣던 그 때, 갑자기 비둘기에서 통신 콜이 울려퍼지기 시작했다.
잡아 온 사람들을 한 구석에 얌전히 뉘여 놓다가 뭔가 깜빡했는지 힘을 가볍게 펼쳐내었다.
"자온 씨, 방금 뭐하신 거세요?"
"뭐, 별건 아니고, 매핑 좀 다시 하느냐고."
"그거라면 여기 오시자마자 하셨잖아요."
"하긴 했는데 다시 해야 해. 아까 김철수 그 남자 잡을 때 썼던 실이 매핑으로 쓰고 있던 실이였거든."
귀찮다는 듯 얼굴을 구긴 채 뒷통수를 긁적였다.
"매핑에 사용하던 실을 쓰면 힘이 휘발되어 버리거든. 게다가 실을 대량으로 소모해 버린단 말이지."
"그럼 해놨던 거 다 소용없는 거네?"
"실이야 다시 펼치면 되지만.... 이 잠깐 사이의 공백이 생겨서 걱정이지."
"별일이야 있을까."
"모르는 일이지만.... 없길 바랄 수 밖에요."
걱정과 우려 속에 잡아 온 사람들의 정리를 마친 이들은 거점 중앙을 향했다.
******
"루시 양! 이게 어떻게 된 일이죠? 김철수 씨와 교전하다니!"
거점 중심으로 돌아오자마자 오세린이 루시에게 추궁하듯 물어왔다. 정황 상 루시와 김철수 사이의 일은 모르는 듯 했다.
"죄송해요, 오세린 씨. 처음에는 이야기만 하려 했지만 그 남자가 닿으니까.... 저를 억누를 수 없었어요. 그는 예전에 저를 한번 죽였던 남자였으니까요."
"그런 이미지는 아까 보여주지 않으셨잖아요? 저한테 아직 숨기는 게 많으신 모양이군요."
"잠깐, 잠깐만요. 영감이 당신에게 이것저것 알려줬다고 뭔가 착각하시는 부분이 있는데, 저희에게 민감할 수도 있는 사항을 알려드려야 할 필요는 없었을 텐데요?"
오세린의 추궁을 가로 막으며 말했다. 영감은 무얼 믿고 그녀에게 내 민감한 부분을 알려줬는지 모르겠지만, 우리의 민감한 부분을 다 알려주기는 그랬다. 하나의 팀으로 모였다고 해도, 방금 전까지 타인이였던 이들이였니까.
영감이 믿었으니 나도 믿어보려 노력하겠지만, 아직은 나도 그녀를 믿어볼 시간이 필요했다.
"영감은 당신을 믿는 거 같지만, 저나 우리 꼬마 누님은 조금 더 시간이 좀 필요해요. 그러니까 조금만 기다려주세요. 우리가 당신을 알아보고, 믿어서 스스로 당신에게 말할 그 때 까지요."
설득이 먹혀든 건지 흥분해 있었던 오세린의 기색이 누그러졌다.
".....다그칠 생각은 아니였어요. 미안해요. 저도 조금 흥분한 모양이에요. 당신들이 제게 신뢰를 주는 그때가 되면, 숨기는 것 없이 모두 말씀해 주세요. 저는 이미 많은 사람과 차원종들의 어둠을 본 적 있으니까요. 그러니까 저는 괜찮아요."
"정말.... 당신은 강하세요. 강인한 오세린 씨."
"그, 그 별명은 몇 번을 들어도 어색하네요."
"그런 부분을 포함해서, 앞으로도 잘해 보도록 해요."
"네."
"...이런 분위기였으면 이따 올 걸 그랬나요?"
"아, 너도 있었지. 미안."
조금 전의 불편한 분위기 속에서 방치되어 있었다 겨우 입을 뗀 은하에게 무심코 사과해 버렸다.
"으, 으흠. 그럼, 작전 이야기로 돌아갈게요."
오세린 씨도 잠시 당황해 하다가 작은 헛기침을 내며 말을 시작했다.
"그나저나 수상한 기척의 정체는 테러리스트였군요. 그들 중 대부분이 정규 군사 훈련을 받은 병사들인데 움직임이 어쩐지 부자연스러워요. 무슨 이유로 남아있었던 걸까요?"
"모르겠네요. 일단 기절시키긴 했는데 깨어나면 한 번 물어보죠. 아니면 조금 시간은 걸리겠지만 간파 능력이 발현되면 한 번 들여다 볼까요?"
눈가를 툭툭 두드리며 말했다. 진짜 무작위로 발현되는 능력이지만 뭐, 운 좋으면 켜지겠지.
"그 방법은... 최대한 미뤄두도록 해요. 언제 발현될 지도 모르는데다, 엿보는 기억이나 감정을 조절할 수 없어서 힘드시잖아요."
"더이상 방법이 없다 싶으면 그때 부탁 드릴게요. 그리고 다음에 출격하게 되신다면 이번처럼 최대한 생포해서 데려와 주세요."
내 간파 능력의 부작용을 집어주며 완곡한 거부 의사를 밝혔다. 솔직히 타인의 감정이나 기억이 물밀듯 한꺼번에 몰려드는 감각은 정말 별로지. 나라는 물에 물감 한 방울을 떨어트려서 내 자아가 침범당하는 기분이니까.
"....배려해줘서 고맙습니다. 앞으로도 이 사람들은 생포해도록 하죠. 아. 그러고 보니 저는 1분대 사람들에 대해 잘 모르는데, 어떤 사람들인지 알려주시겠어요?"
그녀의 배려에 감사 인사를 하며 1분대원들의 인적사항을 물어보았다.
"네. 먼저 미래 씨는 쓰레기섬에서 나고 자란 분이라고 해요. 위상력에 각성한 덕분에 섬의 독기에도 영향을 받지 않으셨다고 해요."
"대낫을 무장으로 사용하시지만 그 외에도 주위의 그림자를 제어하는 능력도 가지고 계세요. 아직은 미숙하시지만, 조금만 더 훈련을 받으면 강력한 위상능력자가 되실 거예요."
"그럼 김철수라는 남자는요?"
"그분은... 과거의 기억이 없으신 분이세요. 다만... 아무래도 우리가 쫓고 있는 교단과 연관이 있으신 것 같아요. 교단에 몸을 담고 있던 미등록 위상능력자였을 가능성이 높아 보여요."
"왠지. 감이라던지 위협이 장난 아니다 싶더니. 괜찮은 거 맞아요? 기억을 잃었다는 것 정도는 본인이 꾸밀 수도 있는 거잖아요."
"기억을 잃은 부분은 확실하세요. 앞으로 괜찮을 지에 관한 건 판단 중이에요. 지금은 그렇게 말씀드릴 수밖에 없네요."
"....그 부분은 오세린 씨에게 맡기는 수밖에 없네요."
"그럼 저희는 일단 좀비마냥 돌아다니는 사람들 더 잡아올게요."
대화를 얼추 마무리하고 각자 테러리스트를 생포하러 작전구역으로 나섰다.
******
배회하던 테러리스트들을 끌며 돌아와보니, 목에 노란 스카프를 두른 금발의 여성이 테러리스트의 상태를 확인하는 모습이 보였다.
"누구시죠?"
"Oh! Hi. 만나서 반가워요."
여성은 테러리스트의 체크를 잠시 멈추곤 인사를 건넸다.
"저는 섬에 의료지원을 나갔던 캐롤리엘이라고 해요. 당신의 이야기도 많이 들었어요. 섬의 사람들을 여러모로 도와주셔서 고마워요."
그러고 보니 섬에 있을 적에 은하가 반금련 씨를 통해 의사를 데려왔었다고 했지? 그제야 눈 앞의 여성이 어떤 이인지 알아채곤 경계를 풀며 말했다.
"당신이 섬에 왔었다던 의사 분이시군요. 고맙다는 인사는 제가 해야죠. 우리는 사람을 치료하는 능력은 없으니까요. 섬의 아이들을 도와줘서 고마워요."
"별말씀을요. 저는 그저 해야 할 일을 했을 뿐이에요. 할 말은 많지만 지금은 작전에 집중하는 게 좋겠네요."
"그러죠. 이 사람들 상태들은 어때요?"
"큰 이상은 없어요. 하지만 몸에 서피드의 인분으로 추정되는 물질이 꽤 묻어 있었어요. 그간 날아갈때는 금속을 부식시키는 유독성 물질을 뿌렸지만 이건 대체 어떤 물질일지..."
"만져도 문제 없는 거라면 닦아버려도 되죠?"
"Sure. 마침 뇌파 분석 장치도 준비가 끝났으니까요. 괜찮다면 잠시 도와주시겠어요?"
"그래요. ....왔냐, 은하?"
"어. 진짜 많이도 돌아다니더라."
"쉴 거지? 그럼 쉴 겸 해서 요거 인분 닦는 것 좀 같이 도와주라."
"....."
"....말 없이 찌르려고 하지 마라. 칼 집어 넣어."
캐롤리엘을 도와 인분은 닦는 사이, 테러리스트들을 끌고 돌아온 다른 멤버들도 그 모습을 보곤 그들을 도와 인분 제거를 돕기 시작했다.
******
"Well... 뇌파 수치가 조금 달라졌어요. 역시 서피드의 인분이 영향을 준 모양이에요."
캐롤리엘이 수치를 비교해보며 체크하던 중,
"으........"
인분을 닦아낸 사람 중 하나가 일어날 기색을 보이기 시작했다.
"깨어났네요. 이봐요, 정신 차려봐요."
"가, 가야 해... 공연이 시작될 거야.... 서피드가 무대에... 오를테니까....."
"....뭐라는 거야?"
"윽.....! 아냐, 그렇지 않아. 나는 칼바크 님의 유지를 잇는 병대의 일원.....! 나에게 명령하는 사람은, 유하나 대장님 뿐....."
털썩
남자는 알 수 없는 말을 중얼거리곤 다시 기절해 버렸다.
"뭔데.... 자기 할 말만 하고 쓰러지냐."
"유하나 대장? 병대의 일원?"
"아는 조직인가?"
"Yes. 이 사람, 신서울에 테러를 저질렀던 칼바크의 병대원이에요. 전부 철수할 줄 알았는데 공항에 있었을 줄이야. 베리타 여단과 연합하려는 걸까요? 아니면....."
"잠깐만, 주변에 우리 말고 다른 사람의 그림자가 있어. 숨어서 이쪽을 지켜보는 것 같은데....."
갑자기 미래가 캐롤리엘의 말을 끊더니 어느 한구석을 흘깃 바라보았다.
"그거, 우리 쪽 사람 아니였어? 혼자 가까이 오길래 우리 쪽 사람인 줄 알고 아무 소리 안 했는데."
"아니야. 다른 느낌이야. 그림자를 펼쳐서 잡아볼게. 범위가 넓으면 어렵지만, 이 정도 거리라면..."
말이 끝나자마자 미래의 발 밑에 있던 그림자가 살짝 일렁이기 시작하더니 기둥 뒤편을 향해 뻗어나갔다.
"뭐, 뭐야 이거!! 꺄아악!!"
실체를 가지게 된 그림자는 기둥 뒤편에 숨어있던 누군가를 잡더니 공중에 대롱대롱 매달아 놓았다.
"오오.. 그림자라. 난 저 정도 질량은 한 번에 다루진 못하니까 부럽네."
"앗, 너 병실 애들이랑 통신하던 애잖아! 이거, 네 짓이지! 얼른 풀지 못해?"
자신이 못하는 능력에 부러워 하는 와중, 죄수복으로 보이는 옷에 코트를 걸친 소녀는 그림자에 대롱대롱 매달린 채 바둥거리며 소리쳤다.
"그래서, 너는 누군데?"
"지명수배 중인 테러리스트의 대장, 유하나 양이에요."
소녀를 향해 던진 질문을 캐롤리엘이 대답해 주었다.
"대장이라고요? 그런 것 치고는 좀...."
물론 대장이 무력이 필수는 아니라지만 그림자에 매달려 꼴사납게 버둥거리는 모습을 보니....
"뭘 그런 눈으로 봐! 내가 뭐 어때서? 난 진짜 대장이야! 뜻 있는 병대의 대장이라고!"
우리 눈빛의 생각을 읽었는지 유하나는 더욱 버둥거리며 화내기 시작했다. 좀.... 시끄럽네.
"....질문에 대답해 주세요. 당신이 어째서 이런 곳에 있는 거죠? 당신들의 조직도 서피드와 관계가 있는 건가요?"
"흥! 이거 풀어주지 않는다면 대답하지 않겠어요."
"풀어줘도 괜찮아?"
"풀어주자. 너무 매달아 놓기도 그렇잖아. 뭐, 허튼 수작 부리면 이번엔 내가 매달아 버리지 뭐."
캐롤리엘이 고개를 끄덕이자, 미래는 유하나를 붙잡고 있었던 그림자를 조작해 그녀를 내려놓았다.
"부탁하신대로 구속을 풀었으니 질문에 답해주세요. 계속 이곳에 잠복하셨던 것 같은데.... 이곳에서 대체 무슨 일이 있었나요?"
"그건 저도 몰라요. 정말 느닷없이, 갑자기 일어난 일이었으니까요. 그냥 한순간에 아무런 전조도 없이 부하들의 상태가 이상해졌어요."
유하나는 먼지를 털면서 일어나며 대답했다.
"여기서 해외로 떠날 준비를 하고 있었는데, 난데없이 부하들이 우르르 떠나버렸다고요! 무슨 일이 있었냐고 물어보고 싶은 건, 오히려 제 쪽이에요!"
<치이이이이잉>
<치이이이이잉>
유하나의 하소연을 듣던 그 때, 갑자기 비둘기에서 통신 콜이 울려퍼지기 시작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