침식의 계승자 EP.3 국제공항 2화 만남-1
Heleneker 2021-11-28 0
24년 개정판으로 변경되었습니다.
"짐 다 내렸지? 난 이제 가 본다."
공항 앞, 세 사람이 짐을 다 내린 것을 확인한 반금련은 떠날 준비를 하기 시작했다.
"네. 그럼 또 만나요! 친절한 반금련 씨!"
"내가 그렇게 부르지 말라니까..."
"또 만나요, 친절한 반금련 씨...푸흡."
"저 안으로 쭉 들어가면 돼. 열심히들 해."
반금련은 한마디 하려다 말고 갈 방향을 알려준 후, 차를 몰고 멀어져갔다.
"그럼 안으로 들어갈까요?"
"잠깐만.... 있다가.... 우...우욱."
지면에 슬라임처럼 흐물흐물한 자온이 멀미 때문에 체면이고 뭐고 드러누운 채 끙끙 앓고 있었다.
"참내. 무슨 멀미가 그렇게 심한 건지."
"보태준 거 없잖.... 우욱..."
아오 멀미 진짜.... 불평도 못 하겠네.
손으로 입을 막으며 역류하려는 토기를 억눌렀다.
"이래서야 기다렸다가 같이 들어가야겠네요."
"아, 아니야.... 너희 먼저 들어가 있어... 할 일도 있고."
좀비마냥 삐그덕 거리면서 몸을 일으켜 세웠다.
"할 일이요?"
"주변에 실 좀 펼쳐 놓으려고. 강남은 너무 넓어서 일부 건물에만 설치했었지만... 여긴 넓긴 해도 실을 펼칠 공간이 얼추 한정되어 있으니까 쓸모 있을걸."
"....너, 뭐 숨기고 있지."
"...응?"
"눈빛이 딱 돈 없는 척하고 숨기는 빚쟁이들이랑 똑같거든. 뭐 숨기고 있는데?"
그런 것도 구별할 수 있는 거야? 예리도 해라.
"....그 오세린이란 사람, 만나기 전에 생각 좀 정리하고 싶어서. 그러니까 먼저들 가주라. 금방하고 갈게."
속내를 털어놓자, 루시가 은하의 옷깃을 잡아당기며 말했다.
"은하 씨, 먼저 가 있죠. 자온 씨도 생각할 시간이 조금 필요하신 거 같아요."
"...그래. 먼저 가 있는다."
"고마워. 이따 봐."
형님과 섬 아이들에 대한 얽힌 감정과 차원종의 모습을 보인 자신에 대한 설명. 그 모든 걸 어떻게 풀어야 할지 고민이 태산이였다.
복잡함에 머리를 헤집으면서, 실을 공항에 펼쳐 광범위 감지를 시작하였다.
*******
"벌써 뭔가 감지되는 게 많은데.... 뭔지는 가서 물어볼까. 근데 어디로 가야하지...."
감지 기술 매핑의 설치를 끝내고 건물 내부로 들어와 먼저 앞서간 두 사람을 찾아 두리번거리던 중,
"저, 실례할게요."
한 소년이 내게 다가와 이름을 물었다.
"혹시 자온 씨 맞으신가요?"
"...누구야? 내 이름은 어떻게 알고?"
"엇갈리지 않아서 다행이네요. 저랑 먼저 만난 은하 씨와 루시 양이 한 분이 뒤에 오신다고 하셨거든요. 이름은 두 분께서 알려주셨어요."
"그러면, 네가 먼저 와있다던 선발대 중 한명이야?"
"네, 맞아요. 만나서 반가워요."
소년은 옅은 안도의 한숨을 내쉬며 인사를 건넸다.
"저는 민수현이라고 해요. 관리 요원 지망생...이라고 해야 할까요? 지금은 견습으로 유니온의 일을 도와드리는 중이에요."
"....그래. 반가워."
"......"
"....."
인사가 끝나고 나니 어색한 기류가 흐르기 시작했다. 나도 딱히 말주변이 없으니 어떻게 대화를 터야 할지 모르겠네...
"아하하... 뭔가 좀 어색하네요. 괜찮으시다면 몇 가지 질문을 드려도 괜찮을까요? 자온 씨에 대해 모르는 게 많아서요. 불편한 질문이라면 대답하지 않으셔도 되니까요. 부담 없이 들어주세요."
"곤란하지 않은 선 정도라면."
"네. 그럼 먼저....자온 씨가 합류하신다고 해서 자료들을 찾아봤는데요, 이렇다 할 자료가 나오질 않아서요. 괜찮으시다면 출신 국가랑 나이부터 말씀해주시겠어요?"
"...나이는 스물. 출신 국가는 한국, 부산."
"어라? 부산 출신이신가요?"
"뭐 문제라도 있어?"
"아, 아뇨. 저도 부산에서 자랐거든요. 여기서 부산 분을 만나게 될 줄은 몰라서요."
"어, 부산 출신? 그러면 혹시.... 너도 아폴리온 사태의 생존자?"
"네. 저는 너무 어릴 적이라 기억은 없지만요."
부산의 악몽인 아폴리온 사태. 그 생존자라는 이야기를 듣자마자 자온의 언행이 눈에 띄게 풀어졌다.
"이거 반가운 걸. 너랑은 면식이 없지만 이렇게 부산 사람이, 그것도 생존자가 이렇게 잘 있는 걸 보니까 조금은 기쁘네. 앞으로 친하게 지낼 수 있겠어. 잘 부탁해."
"네, 저도요. 이따가 부산 이야기라도 해요. 그럼 계속 질문해도 괜찮을까요?"
"응. 괜찮아."
"다음은... 주로 어떤 전투 방식을 하시나요?"
"그런 정보도 필요한거야?"
"아, 네. 별다른 뜻은 아니고요, 여러분들의 데이터를 미리 알고 있으면 어떻게 응용할 수 있겠다거나 전략을 미리 구상하기 좋거든요. 필요하실 때는 조언도 조금 드릴 수 있을까 싶어서요."
"그렇다면야 뭐. 여러 능력이 있긴 한데 전투에 쓰는 능력은 총 두 가지야. 하나는 특수한 기능이 담긴 칼날, 검, 창을 구현하는 무기 구현."
"다른 하나는..... 나는 [광사(光絲)] 능력이라고 부르는데, 초유연이랑 빛 특성을 가진 실을 구현할 수 있어. 이 능력은 주로 색적이나 응축해서 화살을 만들고."
"실로 화살을요? 어떤 방식인가요?"
"그게....."
한참 질의 응답을 하면서 두 사람은 부산의 이야기도 소소하게 같이 나누었다.
******
"네, 이 정도면 충분하겠어요. 나중에 추가로 더 질문해도 괜찮으신가요?"
"물론. 나중에 부산 이야기 더 들려줘."
"네, 그래요. 아, 여기 관리자이신 오세린 요원님과는 아직 안 만나보셨죠? 저쪽에 계시니 도착했다고 보고해주세요."
"응, 알았어."
민수현이 가르킨 방향을 따라 공항 중앙 홀을 향해 걸어갔다.
"하아.... 이제 진짜 미룰 수 없겠지."
전에 비둘기를 통해 보았던 얼굴이 보이자, 잠시 한숨을 내쉬곤 다가갔다.
무언가를 작성하고 있던 오세린은 내가 다가온 걸 인지했는지, 태블릿을 내려놓고 나를 잠시 바라보다 말했다.
"....이렇게 직접 얼굴을 맞대는 건 처음이네요."
"....그렇네요. 그땐 통신으로 봤으니까요."
"...유니온 소속의 클로저이자, 얼마 전에 감찰관으로 부임한 오세린이에요."
"자온.... 이라고 합니다. 행적은.... 아시는 대로고요."
서로 소개를 마쳤지만, 오세린은 내게 노골적으로 경계심을 드러내었다. 최악의 상황에서, 최악의 모습을 보였으니 그럴만도 하지만.
"....서로 첫인상이 별로인 건 알지만 이렇고 노골적으로 적의를 드러내면 좀 그렇거든요."
"....솔직히 제 의견을 말씀드릴게요. 저는 당신에게 임시 클로저 자격 허가를 내드리고 싶지 않아요. 섬의 관리자와 교단은 분명히 위험해요."
"하지만 당신은.... 차원종과 연루된 것 뿐만 아니라, 그 차원종한테 조종당하던 모습을 보이셨죠."
오세린은 영감 잠시 내 몸을 빌렸던 그 순간을 말하며 계속 이어 말했다.
"희망 씨가 남긴 당신을 옹호하는 영상을 봤었어요. 하지만 저는 감찰관으로써 제가 관리하는 분들을 지킬 의무가 있어요. 저는 그런 당신을... 임시클로저 자격 허가에 대해 긍정정인 답변을 드리기 어려워요."
자온은 생존을 위해 차원종과 손을 잡고, 복수를 위해 위험한 단체를 쫓는 자. 그런 자였기에, 오세린은 자신의 입장을 조금도 물러서지 않았다.
"......."
본격적으로 불편한 기류와 끊어질 듯한 팽팽한 긴장감이 흘렀다.
그 때
그럼 내가 괜찮다고 보증하면 되려나?
TO BE CONTINUE.....
오랜만에 올립니다. 새로운 챕터에서 큰 내용을 새로 잡다보니 많이 늦어졌습니다.
큰 내용을 잡아 두었으니 예전 속도로 낼 수 있을 듯 합니다.
감사합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