침식의 계승자 EP.3 국제공항 1화 잠깐의 이별

Heleneker 2021-11-03 0

24년 개정판으로 변경되었습니다.




"유니온의 임시 클로저가 되어보실 생각은 없으신가요?"

예상치도 못한 정도연의 제안에, 잠시 어벙벙했다. 잘못 들었나 싶어 다시 되물어 보았다.

"....지금 뭐라고 하셨죠?"
       
"임시 클로저가 되보시지 않으시겠어요? 지금 쓰레기섬과 관련된 위상능력자들이 임시클로저 자격으로 감찰관과 함께 전우치와 서피드를 추적 중이라고 해요."
"제 생각으로는 당신도 그분들과 합류하는 게 좋을 것 같아요. 여러분의 힘만으로는 그들을 추적하는 데에 한계가 있을 테니까요. 은하 씨와 루시 양에게도 제안한 부분이예요. 두 분은 조금 고민해보신다고 하셨지만요."
    
"...그 둘의 생각은 모르겠지만 제가 유니온에 좋지 않은 감정을 가지고 있는 걸 아시면서... 제안하시는 건가요?"
    
은하와 루시와는 달리 나는 유니온에 상당히 적대적인 모습을 보였었다. 하물며 차원종화하는 모습까지 보였는데도 이런 제안을 건넨 그녀의 의도를 알 수 없었기에 다시 한 번 더 되물어보았다.
    
"물론이예요. 하지만... 이번 사태로 교단이 매우 위험한 집단이라는 것을 다시 끔 확인하게 되었죠. 감찰관과 함께 하시는 분들만의 힘으로는 어려운 순간이 많을 거라 생각해요. 그때 클로저라는 직함은 당신께도 힘이 되어 줄 거예요. "


그녀의 말에도 일리가 있었다. 유니온이라는 조직의 정보력이라면 나 홀로 추적하는 것보다 더 효율적일 터. 그리고 이러나 저러나 클로저라는 직함은 협조나 협력을 받기도 쉬울 것이다.



"그리고 그 쪽에 계신 오세린 감찰관은 훌륭한 성품을 가진 분이세요. 유니온을 믿기 싫으시다면 그 분을 믿어주세요. 그럼에도 신뢰하기 힘드시다면 클로저 자리를 교단에 대항하기 위한 하나의 패라고 생각해주세요."

그러고 보니 영감이 오세린이란 사람이 성품이 나름 괜찮은 거 같다고 말했지. 아마 괜찮은 사람인 것 같지만....
그럼에도 제안을 받아들이겠다고 답하는 것이 망설여졌다. 형님을 죽인 배후가 아직 밝혀진 건 아니니까. 게다가... 어릴 때 형님께 듣기론 나이트 같은 분보다는 공무원처럼 제 할 일만 겨우하거나, 그 마저도 대강하는 이들이 많았다고 했지.
     
"....생각해 보겠습니다. 제게 있어서 이건 쉽게 결정 내릴 제안이 아니니까요. 연락은 따로 드리겠습니다."

긴 망설임 끝에, 대답을 보류했다. 그러곤 다른 두 사람의 의견도 들을 겸, 생각을 정리하려 떠나려다, 잠시 머뭇거리며 말했다.

"그...전에 무례하게 굴었던 것 사과드립니다.  그 때는... 당신의 잘못이 아니였으니까요."

그래. 희망이가 죽은 건 당신 때문이 아니니까. 전우치, 그 놈의 농간 때문이였으니까. 그렇기에, 나는 더이상 그녀를 원망하지 않기로 했다.
    
"다시 만나요, 정도연... 요원님."
    
자신을 향해 옅은 미소를 지으며 인사하는 자온을 본 정도연은 잠시 머뭇거리다, 인사를 건넸다.
    
"...네. 다시 만나요. 그 때의 잘못이 반복되지 않도록 저도 반드시."
    
그렇게, 두 사람은 각자일 길을 가며 헤어진다.
    

    
*******
    
    
    
한참을 걸으며 제안을 고민해 보았다. 나이트의 이야기와 형님의 활약을 보며 생겼던 클로저에 대한 동경. 그러나 형님을 죽게 만들었던 유니온의 흑막에 대한 분노에 복잡한 감정이 뒤섞였다.
머리를 헤집다보니 어느새 거점으로 삼았던 광장에 도착했다.
    
"아. 자온 씨, 어서오세요."

모두 모여 있는 와중, 기남 아재가 나를 반겨주었다.

"정도연 씨에게 얘기는 들었습니다. 자온 씨도 클로저가 되는 길을 제안 받으신 것 같더군요."
    
"너도 제안 받았나보네. 우리도 제안 받았거든."
    
"너희는, 클로저 제안 받을거야?"

"나는 그러려고. 그 ** 놈, 쫓아야지."

은하는 망설임 없이 대답했다. 그래, 너는 그럴 거 같았어.

"그런데, 꼬마 언니는 고민 중인 거 같더라."

"루시 너도 흔쾌히 승낙할 줄 알았더니... 뭐 걸리는 거라도 있어?"
    
"....같이 가면 저는 김철수라는 남자와 행동을 같이 해야 하니까요."
    
그 말을 듣고서 왜 고민하는지 알았다. 자신을 한번 죽이고, 본체를 빼앗아간 남자라고 했었지.
    
"냉정을 유지할 수 있을지 모르겠어요. 기억을 잃고 섬의 아이들을 구했다고 하지만 제 본체를 빼앗아간 장본인이기도 하니까요."
    
루시의 말에 작게 고개를 끄덕이며 공감했다. 나도 형님을 죽인 장본인이 있다면 이성을 잃겠지. 루시가 딱 그런 상황인거고.

"그럼 더더욱 가 봐야지."
    
그 말을 들은 반금련은, 되려 김철수 그 남자와 합류하는 것을 권유했다.
    
"그 누구보다 사람 잘 믿는 네가 그 남자를 못 믿는 거잖아? 그러니까 네가 가서 김철수 그 남자를 직접 판단해. 여전히 교단 관계자면 네가 치면 되고. 정말로 새사람이 되었다면... 뭐 그 땐 알아서 하고."
    
반금련의 말에 루시는 작게 고개를 끄덕였다.

"과연.... 그 말씀에 일리가 있네요. 알겠어요. 그들과 함께 하겠어요. 그래서 그 김철수의 본질이 무엇인지 알아내야겠어요."
    
"우선순위는 분명히 하자고. 그건 덤이고, 진짜로 해야 할 건 그 개떡 같은 종교단체를 쫓는거지."
    
"그, 그건 그렇죠. 맞는 말씀이세요."

그래... 그게 우선이겠지. 내 복수도 중요하지만 희망이를, 아라를, 섬 아이들을 죽게 만든 그 놈을 뒤쫓아야지.
그제야 나도 결심하고 말했다.
    
"나도 같이 갈래. 그 *** 잡으러 가야지."
    
"그렇게 됐어요, 아저씨. 우린 임시 클로저가 되기로 했어요. 주제에는 안 맞지만."
      
"그렇게 되긴 했는데... 아재도 따라 오실거예요?"
        
"아뇨. 저는 제 방식대로 계속해서 교단을 추적할 예정입니다. 반금련 씨도 함께 하시기로 했습니다."
    
"두 사람이 같이요?"

"원래라면 이렇게 위험하고 돈도 안 되는 일에는 끼어들지는 않지. 하지만 이제는 이유가 생겼지. 새로운 물주가 생겼거든."

반금련이 웃으면서 한기남을 쓱 쳐다보았다.
        
"형님이... 벌처스에서 이 일을 지원해 주시기로 했습니다. 전임 사장과 교단과의 연결고리가 내부적으로 밝혀진 것 같다고 하더군요. 그래서 저희는 지금 벌처스의 비정규 내사과인 셈입니다."
"힘 내십시오, 여러분. 언젠가 다시 만날 날이 올 겁니다."
    
한기남은 작별을 고했지만, 멋쩍게 웃어보였다. 언젠가 다시 만날 수 있다고 믿었기에, 우리도 웃어보이며 작별을 말했다.
    
"그래요. 그러면... 다시 만날 때까지 건강하세요, 아재."
    
"다시 만나요, 아저씨. 술은 좀 줄이고요."
    
"나중에 건강히 다시 만나요, 한기남 씨!"
    
"하핫, 네. 꼭....다시 만납시다."
    
인사를 마친 우리는 정도연 씨에게 연락하여 임시클로저 제안을 받는다고 전했다. 연락을 끊은 것을 확인한 반금련은 차문을 탕탕 치며 외쳤다.

"자, 자. 인사 나눴으면 갈 준비해. 행선지가 정해졌거든."
    
"나는 잠깐 확인해야 할게 있어서, 먼저들 타 있어."
    
"아, 저도 잠시 해야 할 일이 있어요. 금방 오니까 먼저 차에 가 계세요."
    
은하와 루시가 자리를 잠시 비우자, 나와 반금련만 자리에 남았다. 막상 이렇게 둘이서만 있으려니 어색해 죽겠네! 나도 잠시 자리를 뜰까 고민 하던 중, 반금련 씨가 먼저 대화의 물꼬를 틔웠다.
    
"그나저나 사람 일이라는 게 참 묘하단 말이야. 그 심부름꾼들과 네가 같이 일하게 되다니."
    
"반금련 씨는 심부름꾼이란 사람들 알고 계셨죠. 어떤 사람들이에요?"
       
"다들 정상적인 녀석들은 아니야. 너나 나처럼 시궁창에서 구르던 족속들이지. 뭐, 그래도... 시궁창 속에서도, 위를 올려다보려고 애를 쓰는 것 같긴 하더라."
    
"위를 보는 사람들이라... 밑과 뒤만을 돌아보는 미련 덩어리인 나보단 나은 사람들이네요."
    
"내가 보기에는 너도 그 녀석들이랑 비슷해. 위를 향하려 애 쓰는 모습이 보이거든."

"...그렇게 보이나요."
    
그 말을 듣곤 복잡한 감정이 들었다. 과거의 일에 후회하고 복수심을 태우면서도, 나는 내일에 무언갈 또 기대하는 걸까? 내 소중한 걸 지키지도 못하면서, 그럴 자격이.... 있는 걸까?
    
"그래서 어디로 가는 거예요?"

고민을 잠시 미루며, 다음 행선지를 물었다.
    
"먼저 앞선 쪽들은 국제공항 쪽으로 향한 모양이야. 너희도 그쪽으로 데려다 줄려고. 그러니까 짐 챙겨서 얼른 타. 쟤들은 자기 볼 일 끝나고 와서 짐도 거의 싼 모양이니까."
    
"전 쌀 짐 없어요. 가시죠."

"뭐, 챙길게 없다면야."

차에 시동을 걸던 반금련이 번뜩 무언갈 기억하고 날 가르키며 말했다.

"아, 넌 앞자리에 타. 지난 번처럼 멀미로 끙끙 앓지 말고."
    
"....."

"....풋."

은하가 그 말을 들었는지 비웃었다. 그에 무언가 말하고 싶었지만, 나는 아무 말도 하지 않고 그냥 조용히 앞자리에 타 안전벨트를 맸다.

"너희도 다 탔지? 출발한다."

"탔으니 얼른 가죠, 빚을 갚으러."
    
"네, 다 탔어요. 출발해요!"    


키기기기기--------
    
    
    
부우우우웅------

   

희망 형씨를 죽게 만든 빚은... 갚아줘야지.

김철수.... 다시 보게 되는군요....

아라야....

각자의 생각이 뒤얽힌 채, 차량은 전우치와 서피드가 향했다던 국제공항을 향해 나아갔다. 


********


건물 어딘가, 

"헉, 헉..."
    
한 소녀가 뛰다가 구석으로 숨더니, 바깥을 살피면서 중얼거렸다.
    
"으으... 갑자기 왜들 저러는 거야? 뭐에 홀리기라도 한 거야? 카밀라는 대체 어디 있는 거야...?"
2024-10-24 23:36:35에 보관된 게시물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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