침식의 계승자 EP.2 신서울 마지막화 진실은, 마음을 짓밟는다
Heleneker 2021-09-10 0
24년 개정판으로 변경되었습니다.
"두번째 창, 관통."
쾅! 콰각!!
인사를 건네는 전우치를 향해 창들이 날아가 몸을 꿰뚫었다.
전신을 관통당한 그는 단말마도 내지 못한 채 구멍에서 피를 쏟으며 쓰러졌다.
"....까지 말고 환각 쓴 거 알고 있든? 당장 안 쳐 나와?"
콰득!
그러나 죽어가는 전우치의 몸을 되려 거칠게 짓밟으면서 경고하자,
"하하. 이렇게 몸을 숨기지 않았면 대화를 할 수 없을 것 같았거든요."
발 밑에 짓밟고 있던 몸이 흩어지면서, 전우치가 마천루 한 구석에서 능글맞은 목소리로 말하며 조용히 기어나왔다.
"뭣같은 소리하지 말고, 아이들 어디있는지나 말하고 죽어버려."
"그 배금주의자랑 흡혈귀도 그렇고 왜 다들 핑키들 따위한테 신경쓰는ㅈ...
쐐애**!!
"커흑..?!"
빈정대던 전우치의 머리에 화살이 꽂혀들었다.
"내가 까지 말랬지. 당장 안 나오면 얘기고 뭐고 고슴도치로 만들어 버릴 테니까, 이딴 장난질 그만하고 당장 나와."
간파의 힘이 발현된 눈에서 살기를 띈 채 재차 경고하다가,
"아니지.... 팔 다리 하나씩 없어도 얘기하는덴 지장 없겠지...?"
좋은 생각이 났다는 듯 눈빛이 변하며 검을 구현해 힘을 모으기 시작했다.
"이상하네요. 당신, 분명히 지난번에는 환각을 제대로 구별 못 하던 걸로 알았는데요."
위협을 느꼈는지, 그제야 진짜 전우치가 의문을 표하면서 모습을 드러냈다.
"알 필요 없고 앞으로도 알려줄 생각 없거든? 됐고, 그거 내놔."
"성미가 급하시군요. 뭐, 어차피 이건 당신을 위해 준비한 것이니까요. 자, 받으시죠."
전우치가 옅은 불만을 표하면서, 품 속에서 무언가 꺼내들어 내게 던졌다.
이전 통신으로 보여주었던, 핏자국으로 얼룩덜룩한 가죽 노트다.
"무려 교주님의 수집품인, 유니온이 은폐하려 했던 기록 중 하나입니다. 다만 많이 훼손되어 있어 교주님께서 친히 제게 내용을 따로 적어..."
전우치가 뭐라 더 설명하는 것 같았지만, 무시한 채 서둘러 노트를 펼쳐 내용을 읽어보기 시작했다.
건성으로 적힌 내용과 일상적인 내용이 적힌 걸로 보아 누군가의 일기로 추정되었지만, 대부분의 훼손되었거나, 멀쩡한 부분마저도 부분부분 지워지고 붉은 자국으로 물든 탓에 내용을 알아보기 어려웠다.
찢겨진 부분을 어쩔 수 없었지만...
키이이잉-----
간파의 힘으로 그 너머를 읽어낼 수 있는 내겐 문제 없었다. 되려 제어 안 되는 이 간파 능력이 중단되게 전에 서둘러 읽어봐야지.
눈가를 찡그리며 서둘러 내용을 확인해보기 시작했다. 사적인 내용은 무시하면서 책장을 휘리릭 넘겨보던 중,
[인공 클로저 개발에 앞서 실험체들이 자아를 가질 확률이 매우 높다. 이에 실험체를 제어할 수 있도록 특정 명령에 따른 각인 체제, 제어 코드의 개발을 시작하려 한다.]
유독 수상한 내용을 발견하곤 집중해서 읽어보기 시작했다.
[다만 아직 인공 클로저의 개발이 진행 중이였기에 제어 코드의 개발을 우선적으로 명령 받았다. 이에 일단 약물과 최면 등으로 먼저 각인 효과와 같은 환경을 만들어 보기로 하고, 실험체를 모집하기 시작했다.]
[제어코드 개발 프로젝트, 달그림자 프로젝트를 개발 단계를 특정 결과가 있는 날마다 따로 기록하기로 한다.]
[15일차]
[총장님께서 제공해주신 자료 덕에 개발의 진척 속도가 생각 이상으로 좋다. 동물 실험도 경과가 좋아 내일부터 인간에게 투여해 보기로 하였다.]
[40일차]
[거부반응 탓에 실험체가 너무 많이 줄어 수가 부족하다는 보고를 어쩔 수 없이 올렸지만, 총장님께선 연고 없는 클로저들을 일부 선별해 주었다. 꽤 유망한 클로저의 이름도 보였다.]
[이매탈, 비운. 돈 때문에 자처했다고 하는데.... 뭐, 상관 없나.]
[50일차]
[여러 실험체들이 있었지만 비운, 그 놈이 더 독특한 이력이 있었다. 부산을 괴멸시킨 차원종, 아폴리온의 독에 오랜 시간 노출되어 있음에도 일절 중독되지 않은 것. 약물 내성도 강한데 정신 강도도 강해 다음부턴 투약 강도를 더 높여서 따로 체크해야 봐야겠다.]
[96일차]
[몇몇 실험체들에게서 특이 반응이 발견되었다. 머리와 눈 색이 바뀌었다. 실험의 부작용인가 싶어 분석하던 중, 공통점이 발견되었다.]
[비운과 같은 팀 소속의 클로저. 그거 하나 뿐이였다. 비운과 관련 있는 부작용인가? 좀더 면밀히 체크해야겠다.]
[161일차]
[머리 색이 변하는 현상은 프로젝트와 관계없다는 결론을 내렸다. 다만, 이것에 너무 집착한 탓에 개량된 코드 개발의 진척이 예상보다 늦어져 버렸다.개량을 서둘러야 한다.]
[208일차]
[제어 코드의 베이스를 완성했다. 현재 살아남은 실험체들에 모두 입력시켜 보았다. 총 26체 생존. 거부 반응으로 5체 폐기.]
[213일차]
[추가 거부반응으로 12체 폐기, 총 14체 생존.]
[220일차]
[추가 거부반응으로 인해 10체 추가 폐기. 비운을 포함한 실험체 총 4체 생존.]
[257일차]
[남은 실험체들은 거부반응은 없지만 코드가 잘 반응하지 않았다. 약 50회 중 1번 될까말까 한 정도. 아무리 베이스 코드라지만 동물 실험은 충분히 거쳤는데....]
[285일차]
[코드 개발 팀에 신입이 들어온 모양이다. 생명공학에선 유명한 놈인데 왜 온 거지?]
[326일차]
[새 실험체들에게 개량 코드을 입력해도 반응이 없거나 죽었는데, 그 어린 놈의 실험체 중에선 성공작이 하나 나왔다고 한다. 재수 없는 놈....]
[331일차]
[비운 코드에 반응하면서 이상한 단어 하나를 발설하였다.]
[필멸의 눈.]
[데이터 베이스에선 관련 자료를 찾을 수 없어 코드를 강제 폭주 시켜보기로 한다.]
[335일차]
[실패다. 코드를 폭주시켜서 강제로 명령을 듣게하는 것 까진 좋았다. 그런데 필멸의 눈에 대해 질문하던 중, 갑자기 그 놈의 위상력이 폭주하더니 실험실을 부식시켰다.]
[370일차]
[끝났다. 그 어린 놈 쪽은 성공작이 점점 늘어나고만 있다는데.... 어째서, 어째서 내 쪽만 이런 거냐고!]
다음 페이지로 넘기려던 손길이 멈췄다.
거의 모든 후반 페이지들이 뜯겨져 나가 있었다. 그나마 남은 페이지도 너덜너덜하게 구겨지고 찢어져 있었으며, 화풀일 했는지 펜으로 찢겨지고 구겨진 페이지의 여러 부분에서는
하버트
라는 누군가의 이름이 저주하는 것처럼 거친 필체로 적혀 있었다.
그나마 마지막 끝자락은 멀쩡해서 마저 읽어보기 시작했다.
[남은 4명의 실험체로 특수팀을 편성하라는 명령이 내려왔다. 그 분의 직속팀의 관리를 총괄하라고 명시되어 있지만... 말이 총괄이지 실험체들의 조정이나 테스트, 뒷처리 위주나 하라는 거겠지. 내 연구가 뭐...? 그 애송이, 죽여버리겠다. 반드시.....!]
[...어쨌든 팀명과 코드 네임 등을 작성해서 보고해야 한다. 팀명은..... 어차피 망한 거프로젝트 명을 따서 달그림자로 붙일까...?]
[코드명은 실험 번호로 하기는 좀 심심하니.....]
다음 페이지로 넘겨 마저 읽던 중,
"왜.....? 이 사람들이....!"
내용을 보곤 노트를 들고 있던 손을 떨었다.
아는 이름이, 알 수밖에 없는 네 사람의 이름이 적혀 있기 때문에.
"반응을 보니 마지막 장인가 보죠? 우연 찮은 수확이였죠. 거기에 적힌 이름들, 많이 익숙하지 않나요?"
아무 말도 할 수 없었다. 익숙한 이름과 익숙한 그들의 능력이 그대로 적혀 있었으니까.
"당신의 형과 그 남자를 죽인 세 사람의 이름이니 말이죠."
[일비연... 낙뢰를 품은 비구름을 만들고 그 속에선 자신을 아지랑이로 만드는 능력이였지.... 재수 없는 놈.... 넌 [여우]면 돼.]
[도새한... 이 광대같은 천박한 놈은 공기를 구체로 압축해서 폭발하는 능력이였던가...? 그래, 넌 [카니발]이다.]
[매지운.. 이 우직한 바보 놈의 능력은 절단이였지... 이놈은 [반야]로.]
그리고 그 마지막엔 뚜렷히 적혀 있었다.
[비운.... 이 놈은 [백정탈]이다. 어차피 살수 팀이니, 다 죽여 버리라지.]
더 읽어보려 해도 뒷편은 다 찢겨나가 있어서 더 이상 읽을 수 없었다. 그러나 그 뒤의 일은 읽지 않아도 무슨 일이 있었는지 알 수 있었다.
실험체에서 총장의 칼로써, 정적을 죽여온 살수들. 형님의 그 동료들이 세상에 숨겨온 정체라는 걸.
지금까지 생각해본 적 없었다. 유망했다지만 너무나도 빨랐던 형님의 승급. 늘상 부유했던 집. 그 모든 걸 가능케한 돈은 어디서 났는지.
형님의 희생과 살업으로 이루어진 거라는 걸 깨달은 내 손은 당혹과 분노로 떨려오고 있었다.
"이딴 내용을.... 나보고 믿으라는 거냐!?"
말은 부정하고 있었지만 속으론 마음이 타들어 가는 기분이였다. 간파를 통해 파악한 일기는, 그 과학자의 탐욕과 악의가 점철되어 있었으니까.
"진짜입니다. 흥미를 가지신 교주님께서 더 조사하신 바에 의하면 인간을 조종하기 위한 무언가의 실험체로 쓰이다가, 거기서 떨어져 나온 실패작들로 특정 요인들을 암살하기 위해 구성 시킨 팀이 존재했다고 하죠."
"그것이 당신의 형과 그를 죽인 세 사람이 속한 달그림자 팀입니다."
"저도 교주님께서 알려주셨기에 알은 사실입니다만.... 그때 당시엔 [심장 살해]라는 미제사건이 있었습니다. 유니온의 고위층, 그것도 엄중히 호위 받던 간부와 호위들의 심장만을 꿰뚫어 죽인 연쇄 살인 사건이였죠."
"당시 유니온은 각 능력자를 동원해 수사했지만, 그 흔적조차 찾을 수 없어서 범인의 윤곽조차 잡지 못한 미제 사건이였죠. 그 범인들이 바로, 달그림자 팀이라고 합니다."
"아무리 뛰어난 살수들이라 해도 아주 작은 흔적은 남기 마련이지만.... 그것 말고 찾아낸 자료에 의하면, 비운이 가진 필멸의 눈이라는 것은 자신의 힘을 왜곡시키고 변질시킬 수 있다고 합니다."
"정확하게 무슨 힘인지는 기록되지 않았지만.... 교주님은 그 힘 때문에 누구에게도 들키지 않은 거라고 추측하셨죠. 외형도 능력도 완전히 변질시켜 뒤틀었으니, 실제로 몇번 발견 되긴 했지만 목격자들 모두가 동일한 인물로 인식하지 못했다고 합니다. 솔직히... 살수로서는 최고의 능력라고 생각합니다."
"너.....!"
형님을 모독하는 말에 누르고 있던 분노가 넘칠 것처럼 아슬아슬하게 올라왔다.
"자, 그럼 이제 그런 흥미롭고 시시한 핑키들 이야기는 이쯤에서 마무리하죠. 전에 얘기한 부분은 생각해 보셨나요?"
그러나 전우치는 그 얘기들 조차 대수롭지 않다는 듯 넘기곤, 비둘기로 통신했을 때의 이야기를 이어갔다.
"교주님께서 당신의 육체에 흥미를 가지셨습니다. 다른 신의 힘을 빌려올 수 있을 뿐만 아닌 그 힘을 담아 그릇이 될 수 있는 재능.... 당신이라면 위대한 그분을 위한 불꽃으로 충분해 보이신다고 말씀하셨습니다."
"거기에 당신에게 전해주라 하신 말씀도 있으셨죠. 필멸의 눈과 당신이 모시는 신에 관한 연결고리를 알고 있다고."
"....!"
순간 당혹스러웠다. 솔직히 영감과 10년 가까이를 지냈지만, 영감은 자기에 대해 알려준 적이 거의 없었던 탓에 모르는 점이 많았다. 그걸 몇 가지 단서만으로 알아냈다고?
교주의 정체에 대해 아주 약간의 흥미를 가지면서도 각종 의심이 치솟아 감정이 뒤섞인 와중, 전우치는 말을 이어갔다.
"당신이 위대한 불꽃에 귀의한다고 하면 그에 관한 정보와 비운의 복수를 이룰 힘을 보태주시겠다고 하셨습니다."
"순교의 재능까지 있다면 당신과 함께 다니는 흡혈귀의 본체는 반환하시겠다고 위대한 불꽃의 이름으로 맹세까지 하셨습니다."
루시의 본체까지 돌려준다는 말에 잠시 흔들렸지만, 이내 다시 경계하며 말을 쏘아붙였다.
"그 말을 어떻게 믿지? 말뿐인 보장인데? 거기에, 네놈들은 직접 죽인 건 아니지만, 그날 형님을 죽이러 온 것은 사실이야. 내 삶을 만든 것은 너희 몫도 있잖아!"
"판단은 당신의 몫입니다. 자, 오실 건가요? 아니면...."
팅, 팅, 투둑.
"이크."
팔을 뻗어 손을 내밀던 전우치의 몸에서 하얀 구슬 같은 것이 바닥에 떨어졌다.
"응? 저건...?"
"............!!!!"
전우치가 흘린 구슬을 줍기 전, 여전히 가동되고 있던 간파의 힘이 그 본질을 파악하였다.
그것은 누군가의 생명이 응축된 구슬이였다. 그 구슬은 자신이 아는, 누군가의 생명의 빛과 같은 빛을 띄고 있었다.
그래. 그 구슬이 품은 생명의 주인은, 내 친구인.... 희망이의 생명이였다.
"네 놈...!! 내 친구한테 무슨 짓을 더 한거냐!? 왜 그 녀석의 생명이 그런 형태로 있는 거냐고!"
"어라? 어떻게 안 거죠? 흐음....뭐 좋습니다. 알려드리죠."
구슬을 다시 품에 넣은 전우치가 설명하기 시작했다.
"전에 당신이 봤던 견습 도사의 술식을 올바르게 행하면 위상력을 결정화할 수 있습니다. 이건 그 핑키의 위상력을 결정화한 것이죠. 그 핑키가 참 여러가지로 많은 순교를 해주었어요. 마침 필요했던 참이라 겸사겸사 만들어냈죠."
내 친구를 죽였다는 말을 아무렇지도 않게 말하는 저 머리를 당장이라도 터트리러 달려가고 싶었다.
하지만 나를 잠시 억눌렀다. 그리곤 나 자신이 생각해도 불가능하고 가망 없는, 혹시 모를 가능성을 물어보았다.
"...하나만 물어보자. 그걸 주인한테 돌려주면, 그 사람은 다시 살아날 수 있나?"
"하하, 당연히 무리죠. 위상력을 빼는 술식은 아주 좋거든요. 효율적으로 모든 생명을 추출했습니다."
"설령 기적적으로 가능하다 해도, 굳이 핑키 따위를 되살릴 이유가 있나요?"
"그래....잘 들었다."
마음 깊은 곳에 억누르고 있었던 검은 불꽃이 결국 다시 타오르기 시작했다.
그 아이가 죽었다는 이야기를 들은 그 때처럼, 분노라는 검은 불꽃이 나를 침식했고, 온몸의 피 한 방울까지 검게 타 들어가는 기분이 들었다.
[만약에요, 정말로 이게 제 마지막이 된다고 해도.]
[슬퍼하며 멈추지 마시고, 당신이 다짐한 그 작은 소망으로 선하고 약한 이들을, 아이들을 지켜주세요.]
그러나, 희망이가 내게 남겨준 유언이, 머리를 차갑게 식혀주었다.
[명심하거라. 그 힘은 신중히. 그 힘을 끌어낼수록 넌....]
머리를 차게 식히는 와중 떠오른, 뷜란트가 경고한 어떤 힘을 발현시키기 시작했다.
"....너는 살려두면 안 되겠다"
"네?"
"역시 너 같은 놈은 절대 살려두면 안 되겠어. 나를 포기하는 한이 있더라도."
"발동, 무장왕의 침식."
그득, 그드드득.
쩌어억----
으드득__
피부를 찢어내는 듯한 소리와, 뼈가 뒤틀리는 소리와 함께 반신에서 검붉은 갑피들이 돋아나기 시작했다.
손 끝을 덮은 갑피가 발톱을 이루고, 팔과 가슴을 뒤덮어 갑주를 만들어 내었으며, 잘게 갈라진 갑피들이 목과 뺨을 타고 올라와 마치 혈관처럼 자리 잡았다.
하물며 몸이 아닌 옷조차, 검붉은 갑피가 뒤덮이며 신체와 완벽한 합일을 이루어 내었다.
역안으로 변한 한쪽 눈까지 마저 뜬 그는 신성함과 불길함을 동시에 뿜으며,
"와라, 첫번째 검."
팔을 뻗어 검을 구현시켰다.
지금의 자온처럼 검붉은 색으로 물들은 무기는 흉흉한 기운을 흘리고 있었다.
"후우....."
하늘을 잠시 올려다 보며 긴 숨을 내쉬곤, 전우치를 노려보며 말했다.
".....아이들 있는 곳이랑 네가 아는 교단의 정보 몽땅 내놓고,"
타닷!
"죽어버려."
순식간에 전우치에게 다가가, 그가 죽지 않도록 검을 옆면으로 돌린 채 크게 휘둘렀다.
카아아아앙-------!!
"!?"
그러나 강화된 자신의 손이 살짝 저릴 정도의 강도를 가진 무언가가, 전우치를 보호하였다.
"매니저, 뭐하고 있는 거예요? 이제 기다려 주기 지겨워요, 지겨워요."
벌레와 인간을 섞어 놓은 듯한 여성형의 차원종. 카메라 너머로 보았던 차원종, 서피드였다.
"아, 서피드님! 기다리게 해드려 죄송합니다. 경호원으로 딱 일거 같아 면접을 보던 차였습니다."
"면접 같은 소리하고 있네. 방해 되니까 비켜, 벌레."
손을 뒤로 빼고, 검을 다시 날 쪽으로 향하게 틀어 다시 휘두르기 시작했다.
캉! 카가가각----
그러나 서피드도 팔을 휘두르며 내 검에 응수하기 시작했다.
카가가가---- 투캉!
격렬한 맞부딪힘에, 서로의 몸이 튕겨져 나갔다. 격렬한 맞부딪힘이였음에도, 서로의 몸엔 피조차 안 나는 작은 생채기만 남아있었다.
서피드는 생채기가 난 팔을 내려다 보더니, 인상을 찌푸리며 말했다.
"아이돌한테 상처를 입히다니, 못 써요, 못써요."
제대로 힘을 주지는 않았다지만, 저 경도... 심상치 않군.
검을 쥐었던 손을 살짝 털어내던 중,
키이이이.....
갑피에 감돌던 검붉은 빛이 조금씩 옅어지기 시작했다.
위상력으로만 이 힘을 쓰는 건.... 역시 너무 짧아. 최대한 빨리 끝낸다.
"와라, 첫번째 창."
한계가 임박한 걸 인지하곤, 서둘러 무기를 새로 구현하였다. 검처럼 마찬가지로 검붉게 변한 창에 힘을 집중시키기 시작했다.
"읏...! 서피드님, 어서 가시죠. 공연에 늦겠습니다."
색은 달라졌지만 자신의 옆구리를 꿰뚫었던 창을 알아보았는지, 전우치는 은근하게 서피드를 재촉했다.
"응.... 그래요, 그래요."
서피드는 전우치의 양팔을 잡더니 저 멀리 날아가기 시작했다.
"누구 맘대로. 조정 완료... 도망 못 간다...!"
그러나 힘을 다 모은 저 멀리 날아가는 둘을 시야에 고정하며 손에 쥔 창을 꽉 쥐며 힘을 발했다.
"오의, 필중....!"
투창하려는 순간, 서피드와 눈이 마주쳤다.
그리고,
[자온 오빠!]
간파의 힘을 통해, 서피드에게 내재되어 있던 누군가의 기억이 흘러들어왔다.
"어...?"
캉, 카강....
순간 몸의 힘이 모두 빠져나가 창을 떨어트렸다. 동시에 몸을 뒤덮었던 침식의 갑피도, 구현한 무기도 모조리 해제되었다.
"으음... 저 힘, 뭔가 익숙한데 뭘까요, 뭘까요? 언젠가 기억나겠죠. 가요, 매니저."
"네. 서피드님. 언젠가 다시 만나죠. 그 때까지 그 몸, 잘 온존해주시길."
힘이 풀린 내 모습을 보고도 그들은 그대로 그 자리를 떠나갔다.
"뭐야......왜.....? 어째서.... 아니, 아니야....."
순간 내 눈을 의심했다. 이 눈은 기록과 허상, 진실을 간파하는 힘을 가졌는데, 어째서 내 눈에 저런 기록이 보이는 건지 의심했다.
정신을 차리자, 눈 앞에 있던 전우치가 무언가를 먹이는 기억이,
무언갈 먹은 이후로, 망가진 수도꼭지처럼 쏟아져 나오는 식욕을 느끼는 기억이,
결국 폭주한 식욕으로 인해, 멍하니 서 있는 같은 섬의 아이들을 잡아먹는 기억이,
만족감을 느끼자, 자신의 몸에서 쏟아져 나온 실이 자신을 감싸는 기억이,
그 실의 타래를 찢고 나오자, 전우치가 자신을 보며 환하게 웃는 기억이,
모두, 그 모두가,
아라의 시선으로 기록된, 기억이였으니까.
"아라야.... 왜 네가.... 차원종이 되어있는 거야.......?"
진실을 간파하는 눈이 보여준, 절대로 수긍할 수 없는 진실을 부정했다.
그러나 아라가 섬의 아이들을 자신의 양분으로 만들었음을,
"아니야......"
양분을 받아들여 차원종, 서피드로 새롭게 태어났음을,
"아니야.......아니라고....."
바라지 않은 가혹한 진실을, 인정해야만 했다.
"아니야아아아아아아!!!!!!!"
하늘을 향해 오열하고, 통곡했다.
쩌적-----
그 순간, 지니고 있던 활과 탈에 작을 균열이 생겼다가, 메워졌다.
평소라면 눈치챌 약간의 이변. 하지만 그의 통곡하는 절망에 조용히, 잠들었다.
2부 신서울 [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