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리가 함께했던 한여름(S시점)
Stardust이세하 2021-09-04 4
무더위가 찾아오자 올해도 어김없이 여름이 시작되었다. 창문너머 매미가 울고있는 소리와 함께 나는 방안에서 에어컨을 키며 게임을하고 있었다. 솔직히 이렇게 더운 날에는 게임 하면서 시간 보내는게 최고였다. 어차피 나가봤자 사람만 많고 더위에 힘들기만 하니 집에서 쉬는게 가장 좋다고 생각한다.
그렇지만 이런 나를 바깥으로 꺼내 잊지 못할 여름을 만든 그녀가 아직도 떠오른다. 지금 내곁에는 없지만 1년전만 해도 나와 그녀는 서로 사귀는 사이로 매번 게임만 하는 나를보고 바깥으로 끌고갔다.
*
"오늘도 게임이야?"
데이트를 하면 항상 카페에 만나며 나는 그녀 앞에서도 게임만 하고 있었다. 뭔가 불만이 가득한 눈빛에 볼을 부풀리며 삐져있는 모습에도 나는 게임만 하자 그녀는 내 게임기를 갑자기 뺏었다.
"야! 서유리! 뭐하는거야!"
"내 이야기좀 들어달라고! 여름이니까 우리 어디 바다라도 놀러가자!"
"싫어. 가뜩이나 더워서 어디 가기도 싫고, 사람도 많아서 별로야."
나는 매몰차게 이야기 하자 유리는 마치 어린아이처럼 떼를쓰며 놀러가자고 어리광을 부렸다. 하필이면 사람도 많은 카페에서 그런 행위를 보이자 나는 할수없이 그녀를 데리고 카페를 나올수밖에 없었고 어떻게 달래봤지만 내 눈을 피한채 뚱해있었다.
그런 그녀의 행동에 솔직히 싫어하는게 아닐까 싶지만 나는 그래도 싫지는 않았다. 뭣보다 유리는 팀내에서도 가장 밝은 성격이고 가끔 이렇게 삐져있는 모습은 의외로 귀엽다는 생각도 들어 유리가 싫지는 않았다. 뭐 가끔씩 어린아이처럼 아까와 같이 어리광을 피우거나 이런 행동에는 좀 불편하지만 그래도 난 유리가 좋았다.
"하아....기분좀 풀어....내가 집가서 맛있는거 해줄게."
"흥!"
유리는 뭣보다 먹는걸 좋아해 내 요리 솜씨로 맛있는 음식이라도 만들어 기분을 풀어 주려고 했지만 오히려 고개를 돌리며 이제는 내 얼굴조차 볼 생각을 안했다. 상황이 점점 악화되자 나는 그녀한테 일단 현실적은 상황을 알려 설득하기로 했다.
"우리 클로저 업무 있잖아. 그건 어쩌려고?"
"그거라면 걱정마! 슬비한테 이야기하니까 양수연 관리요원님이랑 합의해서 시간 맞춰서 휴가 준다고 했어!"
왜 하필 이럴때 슬비는 또 적극적으로 나서는건지 이해가 안갔다. 하여간 가만보면 유리랑 슬비 두 사람은 이럴때만큼은 서로 둘이 잘 맞는거 같았다. 하지만 그래도 나도 포기하지 않고 일단 마저 그녀를 설득했다.
"놀러갈거면 돈이 많이 들잖아. 그리고 우린 팬션 같은곳도 예약못하고...."
"돈이라면 모아둔거 있어! 그리고 팬션은....어떻게든 될거야!"
유리의 말에 나는 한숨을 놓으며 할수없이 당일치기로 바다에 다녀오는걸로 하자고 했지만 이왕 갈거 며칠동안 휴가를 즐기고 싶다는 그녀의 말에 나는 어떻게할지 고민에 빠졌고 순간 옛날에 엄마가 나와 놀러가자고 구해놓은 별장이 하나 생각났다.
"그럼....우리집에서 구해놓은 팬션 있는데....거긴 어때....?"
나는 조심스럽게 말하자 유리는 뜻밖이라는듯이 눈을 반짝거리며 내쪽으로 시선을 돌렸다.
"정말 있는거야?!"
"있기는 한데....좀 안쓴지 꽤 됐거든. 뭣보다 이거 엄마가 구해놓은거라 허락을 맡아야 하고...."
"그래도 있다는게 어디야! 얼른 아주머니한테 전화해봐!"
유리는 기대를 하며 신난듯 말하자 나는 할수없이 엄마에게 연락했다. 솔직히 마음같아서 거기까지 가기도 귀찮고 이참에 엄마가 그냥 허락을 안해주길 바라며
나는 연락을 했지만 오히려 현실은 내 생각과는 전혀 달랐다.
"그래~그럼 그렇게해~ 우리 아들이 여자친구랑 둘이서 놀겠다는데 당연히 허락해줘야지."
"하아...."
"왜? 아주머니가 뭐라고 하셔?"
유리는 내가 한숨을 쉬는 모습에 혹시나 안된건가 했지만 나는 작게 그녀에게 대답했다.
"가서 재미있게 놀라고 하네...."
"정말? 우와! 신난다!"
결국 여름 이벤트나 하면서 집에서 보내려는 내 계획은 물거품으로 돌아갔고 유리에 뜻대로 할수없이 며칠간 같이 휴가를 떠나게 되었다. 하지만 그때는 단순히 귀찮다고 생각만 했지만
지금은 그녀가 내 곁에 없는걸 깨닫고는 함께했던 그날에 추억이 나에게 가장 소중하다는걸 나는 뒤늦게 깨달았다.
*
"세하야, 멀었어?"
"기다려봐. 오랜만에 가는거라 나도 길이 헷갈리네."
그런 우리는 엄마가 구해놓은 별장이 있는 곳으로 향했다. 하지만 오랜만에 가는거라 그런지 나도 헷갈리는건 물론 가뜩이나 더운 날씨에 계속 걷느라 나와 유리는 지친 상태였다.
그렇게 해매는 사이 마침내 풀숲을 헤치고 눈앞에 낯익은 집을 발견하자 우리는 마침내 엄마가 구해놨던 별장을 찾았다.
"우와....왠지 우리집보다 더 좋은거 같아...."
"뭐, 그래도 한동안 안쓰기도 했고 안에 들어가면 먼지도 쌓여서 청소부터 해야 할거야."
"그치만 계곡도 있고 좋은걸? 얼른 들어가자!"
유리는 별장을 보더니 신난듯 지쳐있던 모습은 사라지고 아이처럼 별장으로 가장먼저 들어갔다. 물론 안쓴지 오래되서 안에는 꽤 먼지가 가득했고 우리는 일단 청소부터 해야했다.
그렇게 약 한시간 넘게 청소를 다하고 지친 몸으로 우린 소파에서 잠시 휴식을 취했다. 그런 와중에도 유리는 별장 내부를 보며 마치 자신이 궁전에 온듯 계속 두리번거리며 아이처럼 눈을 반짝였다.
"청소해서 그런가? 아까는 잘 몰랐지만 이제보니 안에는 더 멋있는거 같아! 근데 왜 이렇게 오랫동안 방치한거야?"
유리의 질문을 듣고 나는 잠시 표정이 어두워지며 그녀에게 대답했다.
"엄마는 내가 어릴때 누구랑 어울리지 못하고 방에서 게임만 하는걸 보고 슬퍼하셨거든. 그래서 이 별장을 사놓고는 여기와서 기분전환으로 나랑 놀아주시려고 했는데
엄마는 유니온에서 외출금지를 당해 결국 여기에 못오게 되서 지금까지 방치하게 되었어."
"아....그랬구나....미안해....세하야...."
"네가 뭐하러 사과해. 지금이라도 여기 왔으니 된거지."
그래 예전에는 확실히 쓰이지도 않던 곳이고 뭣보다 나는 시간이 지나면서 이곳을 잊고 있었다. 그러다보니 여기서 보낸 추억은 당연히 없었지만
지금 생각해보면 이제라도 소중한 사람과 같이 이 별장에 와서 다행이라고 생각한다.
꼬르륵~
"아....어라....?"
"푸훗....뭐야 너 배고픈거야?"
"아....아니.... 이건...."
"하긴 오자마자 청소하고 배고프기도 했지. 얼른 밥부터 먹자, 마침 나도 배고프니까."
잠시 어두운 이야기를 한것도 유리의 배에서 나는 소리에 분위기가 달라지자 맛있는걸 먹으면서 기분전환을 하려고 했다. 다행히 별장내에 수도랑 가스는 잘 되서 요리하는데 특별히 지장은 없었고 유리는 자기를 이렇게 멋진곳에 데려다 줬다며 특별히 점심은 그녀가 맛있는 요리를 한다며 대접했다.
"뭐야, 이건 매번 네가 만들어주는 카레잖아."
"에이~이번에는 재료들을 비싼걸로 썼다고~평소 만드는 카레랑은 전혀 다를걸?"
뭐 얼마나 다를까 하고 먹었지만 확실히 평소 그녀가 만드는 카레랑은 달랐다. 그치만 약간 맛 부분이나 이런데서 지적할걸 말하자 나는 역으로 그녀에게 한소리를 들었자만 그래도 서로 웃으면서 함께 시간을 보냈다.
그런다음 식사를 마치고 나는 게임을 하며 시간을 보내지만 그런 내 모습을 보고 있는게 마음에 안들었는지 날 억지로 끌고 계곡으로 데려갔다. 물론 계곡으로 나를 데려왔어도 그녀 혼자서만 물에서 놀고 나는 게임만 하자 순간 그녀가 내 앞으로 물을 뿌리자 나는 황급히 게임기를 뒤로하고 그대로 물을 맞아버렸다.
"야! 만약 게임기에 물 들어가면 어쩌려고 그래!".
"자꾸 게임만 하니까 그렇지~이왕 여기까지 놀러 왔으면 좀 신나게 놀자~안그러면 계속 물 뿌릴거야~"
그러자 유리는 계속해서 계곡에 있는 물을 뿌리자 나도 당할 수 없다고 생각해 반격을했다. 처음에는 물을 맞은것에 짜증나고 싫었지만 그때는 처음으로 누군가랑 이렇게 계곡에 와서
남들이 다 하는 물놀이까지 하는것에 꽤 재미있었다. 오히려 그때 생각하면 그녀 덕분에 남들이 휴가 나와서 즐기는 행동을 나는 뒤늦게나마 할 수 있어 한편으로 유리에게 고맙게 느껴졌다.
*
우리는 그렇게 한참동안 계곡에서 놀고 난 다음에 이제 저녁시간이 되었다. 유리는 그새 또 배고팠는지 얼른 밥 먹자며 조르기까지 하자 나와 유리는 이곳에 오기전에 저녁에 먹을 메뉴를 정했고 그것은 바베큐였다.
준비한 불판위에 재료들을 올려놓고는 내가 고기를 굽고 나면 가장먼저 그녀에게 건네줬다. 지금도 느끼는거지만 내가 유리를 좋아하게 된건 그녀의 먹는 모습을 보는게 꽤나 귀여워서 그런거 같았다.
"세하야! 이거 진짜 맛있어!"
"그래~그래~많이 있으니까 천천히 먹어."
"에이~나만 먹기도 그러니까 너도 하나 줄게."
유리는 나 혼자 굽는것에 미안했는지 나에게 고기를 준비해서 건네줬다.
"야, 혼자 먹을 수 있...."
하지만 유리는 내가 말하던 도중 그대로 내 입에다 고기를 넣어주며 활짝 웃은채 말했다.
"어때? 맛있어?"
그녀가 웃는 모습을 보자 나는 넣어준 음식을 먹고는 나도 모르게 미소를 짓게 되었다. 정말 그때는 노을이 지고 있을때라 유리를 비추며 웃고있자 그 모습이 무척 예뻐보였다.
*
이제는 슬슬 잠자리에 들려고 하는데 하필 문제는 방에는 침대가 하나만 있었다. 그걸 본 나와 유리는 순간 머리가 멍해지는거 같았고 이 상황을 어떻게 해야 할까 고민하자 내가 먼저 유리에게 말을 걸었다.
"치....침대가 하나니까 네가 자도록해. 난....따로 소파에서 자도 되니까...."
왜이러지 말을 하는데 이상하게 목소리가 떨리고 말도 제대로 못하는거 같다. 하지만 유리가 하는말을 듣고 나는 당황한 나머지 결국 얼굴이 빨개지는 상황이 발생하고 말았다.
"저....그러지 말고....같이 자는건 어때....?"
"뭐....뭐....?!"
잘못 말한건가 싶었지만 유리의 표정을 보니 얼굴은 붉어진채 부끄러워하는거 보면 진심인거 같았다. 그런데 이렇게 대놓고 말할줄은 몰랐고 나는 어떻게 받아들어야 할지
생각을 하지만 머릿속이 복잡한 나머지 아무 생각도 들지 않았다.
"혹시 싫다면....안그래도 되는데...."
유리도 자신이 한말에 후회를 하는듯 방금 했던 말은 없었던 일로 하고 그녀는 침대에 누우려고 하자 나도 모르게 유리를 붙잡으며 말했다.
"뭐....네가....원한다면....난 상관없는데...."
그러자 나와 유리는 서로 얼굴을 붉히며 말을 더듬기까지 하자 각자 혼란에 빠졌다. 애초에 둘이 사귀는 사이지만 솔직히 유리랑은 연애적인 경험이나 활동이 그렇게 많은것도 아니였다.
그리고 이렇게 여름에 여행까지 왔는데 둘만에 시간을 가지는것도 우리둘에게는 소중한 추억이 생길거라 생각했기에 나는 그대로 유리의 뜻에 따르기로 했다.
뭐 석봉이가 빌려준 연애게임에서도 보통 이렇게 남녀 둘이서 붙어 있는경우가 많다고 했으니 큰 문제는 없겠지 이럴줄 알았으면 좀 더 연애게임을 많이하고 올걸 그러면 괜히 긴장하지도 않아도 됐을텐데 말이다.
아무튼 나와 유리도 슬슬 잠자리에들 준비를 하고 서로 침대에 누웠다. 다만 처음으로 같이 잠자리에 들어서 그런지 우리둘다 어색한건 마찬가지였고 한 침대에 누워 있어도 서로 거리를 벌려놓으며 등을 돌린채 자리를 잡았다. 그렇게 한참을 말이 없는사이 유리가 먼저 나에게 말을 걸었다.
"그....잘자...."
"어....너도....잘자...."
서로 말을 더듬으며 이제는 진짜 잠자리에 들려고 했다. 하지만 이상하게도 잠이 잘 안왔고 잠이 안오며 몸을 이리저리 움직이자 유리도 잠이 안왔는지 내게 자고 있냐고 조심히 물었다.
"뭐야, 너도 잠이 안와?"
"으응....솔직히 이런거 처음이라서 말이야. 아무리 남자랑 여행왔어도 이렇게 한자리에서 자게 되는거 처음이라서...."
"하아....엄마가 나 어릴때 같이 잔다고 해서 침대 하나만 놓고 그동안 방치 되었거든."
"그....그렇구나....저 그런데 세하야....나 아까전부터 기회가 없어서 말 못했는데...."
뭐지? 갑자기 뜸을 들이자 유리의 모습을 보려고 한번 유리쪽으로 몸을 돌렸다. 그리고 그녀와 서로 눈이 마주치는것과 동시에 활짝 웃으며 말했다.
"오늘....이렇게 멋진곳에 데려다 줘서 고마워. 지금까지 나 여태 이런 여행도 제대로 못다녀봤거든. 그런데 처음으로 남자친구가 생기면서 이런곳에 다 와보고 덕분에 올 여름은 멋진 휴가를 보낸거 같아."
그런 유리의 미소와 더불어 우리들 위에 있는 창문 너머로 달빛이 들어오면서 유리의 웃는 모습을 한층더 돋보였다. 그래서일까 평소 그녀가 웃는 모습도 예뻐 보였지만 지금 눈앞에 유리의 모습은 다른때와 다르게 훨씬 더 예뻐 보였고 나도 모르게 얼굴을 붉혔다.
"어? 뭐야? 세하 너 혹시 지금 내 얼굴보고 반한거야?"
"아....아니거든....돼....됐으니까 얼른 잠이나 자."
나는 얼른 잠자리에 들려고 했지만 유리가 순간 내 쪽으로 가까이 붙더니 그대로 나를 안아버렸다. 놀라서 유리의 품에서 벗어나려고 했지만
유리는 그런 나를 더욱 세게 안으려고 하자 나 또한 자연스럽게 그녀를 안아버렸다.
"왠지....편하게 잠들거 같아...."
"나....나도....네가 안아줘서 덕분에 편하게 잘 수 있을거 같아."
왜일까 방금전까지 낯설게 느껴지던 이 온기가 이제는 계속 붙어 있는것만으로 따뜻해서 놓기가 싫었다. 그저 이대로 계속 붙어서 영원히 떨어지지 말자고 서로 약속을 하며 나와 유리는 그렇게 어느새 잠들어 버렸다.
아침이 되서 햇살이 나와 유리를 비추자 다음날 우리는 눈을뜨고 확인하자 서로 안아주고 있던건 어느새 손만 잡은채 조금 떨어져 있었다. 아무래도 여름이고 에어컨을 틀어놨어도 계속 달라붙으면 더워서 그런지 잠결에 우리는 떨어진거 같지만 어째서인지 그럼에도 놓을수가 없었는지 나와 유리는 끝까지 손을 잡은채 자고 있었다.
"으음....일어났어?"
유리는 눈을 비비며 일어나자 뒤늦게 내 손을 잡고 잔걸 알았는지 얼굴이 붉어지며 고개를 돌렸다. 뭐 나도 마찬가지로 부끄러웠지만 그래도 유리 덕분에 올 여름은 멋진 추억을 만들수 있어서 기뻤다.
"고마워, 덕분에 재미있는 추억을 만들 수 있어서."
"에이~그건 내가 할말이지. 나야말로 고마워, 덕분에 멋진 별장도 와보고 최고로 멋진 여름을 보낸거 같아! 우리 다음에도 또 놀러오자 어때?"
벌써부터 그녀는 내년에도 또 놀러오자는 말에 나는 입가에 미소를 그리며 말했다.
"그래, 또 놀러오자."
"정말이지? 또 게임한다고 빼면 안된다? 자, 약속이야!"
유리가 약속을 하자는 말에 나도 약속하며 우리는 다음 여름에도 또 이곳에 오기로 했다. 분명 예전이였으면 게임한다고 이제는 안왔겠지만 이번에 유리와 함께 이곳에서 추억을 쌓아 무척 즐거웠다. 그래서인지 다음에 또 오자는 말이 나도 모르게 저절로 나왔지만 딱히 싫은것도 아니니 그때를 기대하며 지금보다 더 멋진 추억을 만들기 위해 우리는 서로 약속을 하게 되었다.
*
하지만 약속을 하고나서 결국 그것을 지키지 못했다. 벌써 1년이 넘어 이제는 내곁에 유리는 존재하지 않았다. 너를 떠나보낸 그날을 생각하면 내 머릿속은 계속 욱씬거리고 지켜주지 못한것에 나 자신이 혐오스러웠다.
그런데도 너는 그런 나를 보며 자기탓을 하지말라고 했고 내게 마지막으로 이 말을 남겼지.
"미안해....아무래도.... 약속....못지킬거 같아."
정말 바보같다. 너는 그와중에도 자신이 한 약속을 지키지 못한다는것에 나한테 사과를 하며 떠나버렸다. 그것도 슬퍼 보이지 않기 위해 웃으면서 떠나버렸다. 그뒤로 나는 계속 홀로 너와 함께 보냈던
시간을 떠올리고 같이 갔던 장소들을 가봤다.
물론 이런다고 네가 돌아올건 아니였지만 우리가 함께했던 장소에 가면 혹시나 네가 있지 않을까 싶어 나는 계속 돌아다녔다. 적어도 너와 함께 보낸 장소에 도착하면 그때 일들이 생각나 조금은 위로가 되는거 같았다.
그리고 가장 우리에게 있어 추억에 남을 장소인 함께했던 별장에 올 여름이 다가오자 나는 그곳으로 향했다. 사실 이곳에 오기 싫었다. 그 이유는 이곳에 오면 자꾸만 너의 생각이 강하게 나타나 너무나도 보고싶어지겠지만 너와 함께 추억을 만든 장소중 이곳이 가장 인상깊었기에 나는 그럼에도 별장에 왔다.
역시나 그뒤로 쓰지 않았는지 1년이 지나 방치되자 먼지 투성이로 가득했다. 그때도 지금처럼 먼지로 가득한 별장을 보고 우리는 함께 청소를 했고 너는 이 부엌에서 특기인 카레를 만들어 같이 식탁에서 먹었던게 생각난다. 그때도 내가 너보다 요리를 잘한다며 티격태격 하던게 엊그제 같은데 벌써 1년이나 지났다는게 홀로 이곳에 다시오고 알 수 있었다. 그렇게 식사를 마치고 밖으로 나와 별장 근처에 계곡이 있어 그녀는 나한테 물을 튀기며 장난치던게 생각났다.
내가 이곳에 와서도 게임하는것에 못마땅한 너는 나한테 물을 뿌리자 나는 당할수 없어서 같이 물을 뿌리며 시간을 보냈는데 그때 너는 가장 즐거웠는지 환하게 웃었던게 기억에 남았는데 이럴줄 알았으면 사진으로라도 남길걸 지금와서 후회가 밀려온다.
그리고 해가질때가 되서 저녁을 먹을때 그날 먹던 바베큐가 생각이 난다. 고기를 좋아하던 유리는 내가 고기를 굽고 접시에 덜어주면 행복하게 웃으면서 먹던 모습이 떠올랐다. 정말 평소에도 외모로 봐도 예쁘지만 개인적으로 그녀가 맛있는걸 먹을때 환하게 웃는 모습은 평소보다 몇배는 더 예뻐보였고 그런 모습을 볼때면 요리를 해주는 내 입장에서도 기분이 좋아 더 맛있는걸 만들어주고 싶었다.
특히 1년전 이곳에서 바베큐를 먹을때가 아니여도 가끔 우리집에 놀라와서 내가 맛있는걸 만들어 주면 그녀는 내 음식이 맛있다며 칭찬을 아끼지 않았던게 떠올랐다.
"세하 너 진짜 요리 잘한다! 엄청 맛있어!"
정말 그때는 왜 몰랐을까 언제나 같이 있으면서 그때 봤던 미소를 당연하듯 계속 볼수 있을거라 생각한 나는 지금와서 후회가 밀려온다. 좀 더 잘해주고 싶다는 생각과 그녀가 좋아할만한 음식을 많이 만들어 먹을때마다 환하게 웃는 모습을 좀 더 봤어야 했는데 막상 혼자 별장에 와보니 당연하다고 생각되었던 그녀의 모습을 볼 수 없다는것에 마음이 허전했다.
그러면서 공허한 마음을 홀로 유리와 같이 먹던 바베큐를 이곳에 와서 혼자 먹으며 위로한뒤 평소 같으면 게임이라도 하면서 내 마음을 달래보려고 했겠지만 이곳에서는 그럴 마음이 안생겨 잠자리에 들려고 했다. 하지만 1년전에 유리와 같이 자던 방이 보이자 나도 모르게 그 방안으로 들어갔다.
그리고 가장 한 가운데 눈에 띄는 침대 그곳에서 나는 유리와 사귀고 처음으로 같이 자던곳이라 천천히 그 침대에 가서 내가 눕던 자리에 똑같이 누워 그날 있었던 일들을 생각했다.
정말 마음같아서는 이곳에 오기 싫었던 이유중 가장 큰 원인은 이 방에서 유리와 함께 있었던 시간이 많아 자꾸만 그녀를 생각하게 되서 가급적 오는걸 피했는데 결국은 이 방에 들어와 너와 함께 있었던 침대에 누워 내옆에 있던 너를 떠올렸다.
처음에는 같이 붙어서 자는게 어색했던 우리는 서로 얼굴을 붉혔지만 한편으로 처음 너와 사귀고 나서 같이 자게 된 계기가 생겨 조금은 설레는 기분이였다. 무엇보다 가장 가까이서 달빛을 통해 내 옆에 누워있던 그녀를 봤을때는 무척 아름다웠다.
그런 유리를 보면서 이번일을 계기로 이 별장에서 그녀와 앞으로 많은 추억을 쌓겠다고 마음을 먹었지만 결국 현재로서 이 별장에 다시온건 나 혼자였고 더이상 그녀가 이곳에 오는일은 없어졌다.
이럴줄 알았으면 좀 더 같이 이야기를 나눴으면 좋았을텐데 아직 다 못했던 말들이 머릿속에 나타나자 후회가 밀려온다. 이제는 내 옆에서 함께하며 서로 손을 잡아주고 안아줬던 그녀는 이제는 없다.
그래서인지 홀로 침대에 있는 나한테서 지금 이 공간은 혼자있기에 너무나도 넓었고 무엇보다 한 침대에서 같이 있던 네가 없으니 더 허전했다. 정말 항상 곁에 있을때는 몰랐지만 이렇게 없으니 마음이 아팠다. 하지만 이렇게 말해도 너는 돌아오지 못하고 다시는 그때처럼 이곳에서 같이 여름날 추억을 만들지 못할거다.
그런 나는 후회속에서 유리를 보고싶은 마음에 그녀가 내옆에 누웠던 자리에 손을 갖다대며 작게 중얼거린채 눈을감은채 그녀가 떠난 올해 여름을 보냈다.
"오늘따라 네가 보고싶어, 유리야."
작가의 말
지난번 세트 생일을 올리느라 좀 늦게 올리게 되었는데 세트 생일을 준비하기전 세하 유리로 여름을 바탕으로 한 단편 이야기를 준비하고 있었습니다.
지난번 세하슬비로 봄편을 만든것처럼 이번에는 세하유리로 여름편을 만들게 되었는데요. 막상 여름하면 여름휴가로 놀러가는것도 있고 해서
두 사람이 여름휴가를 떠난 이야기를 한번 만들어봤습니다. 물론 저번 세하 슬비때처럼 이번에도 세하 유리 시점으로 각각 나뉘어서 두 사람이 서로가 함께 보낸
여름날 추억을 바탕으로 서로 시점에 맞춰서 이야기를 만들려고 합니다. 그럼 앞으로도 많이 봐주셨으면 하고 저는 유리 시점에서 찾아 뵙도록 하겠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