침식의 계승자 EP.2 신서울 13화 절망은, 눈물을 비웃는다(2)
DianBurned 2021-08-21 0
24년 개정판으로 변경되었습니다.
키이이이잉-----
쇼핑몰 내부, 중심부를 향하던 자온의 동공이 변화하며 간파의 힘이 발동되었다.
"으윽....왜 필요할 땐 발동 안 되고 이제 와서...."
간파의 힘이 발동될 때 수반되는 통증을 참으며 걸음을 이어갔다.
캬아아아아아!
후우욱.... 후우욱....
크르르르륵.....!
차원종들의 포효가 들려오기 시작했다. 은밀히 사각에 숨어 내려다보니, 상당량의 차원종들이 출입문을 향해 진격하고 있었다.
"더럽게도 많네. 기세등등한걸 보니.... 정말 강한 놈이 나오긴 한 건가."
눈을 감고 쇼핑몰에 설치한 맵핑을 확인해 보았다. 난잡하게 감지되는 차원종들 사이로, 두 사람에게 건네준 방울의 진동을 확인하고 나서야 손에 화살을 엮어내기 시작했다.
"둘 다 준비는 된 거 같고.... 이 망할 눈도 발동 된 김에 알차게 써주마."
집중력을 한계까지 끌어올려 차원종들과 두 사람의 움직임을 계산하기 시작하며 활을 당겼다.
"결전기 두번째 활, 후회."
퉁-------
화살들이 부드러우면서도 유연하게, 힘찬 물고기가 헤엄치듯이 날아갔다.
퍼벅-----
키끽?!
계산한 궤도 내에 있던 차원종들의 머리가 꿰뚫리면서 흩뿌려진 피가 다른 차원종들한테 튀었다.
..........갸하아아아악!!!!!
급작스러운 습격에 차원종들이 숨 죽인 듯 잠시 멈췄다가, 되려 피를 보고 흥분한 듯이 울부짖으면서 출입구를 향해 달려나가기 시작했다.
"칫."
혀를 차면서 다시 활을 당기기 시작했다. 매핑으로 입구로 달려가는 차원종들의 움직임을 다시 계산한 후 다시 조준하는 와중,
"....응? 양쪽 다 진동이 줄었잖아?"
거칠게 움직이던 차원종들의 진군이 갑자기 잦아드는 것이 감지되었다. 거기에 움직이는 수 또한 줄어든 것이 감지되자 다시 한 번 집중해서 감지해보니,
치릉.....치릉....
멈춰선 차원종들 앞에서 독특한 진동이 느껴지고 나서야 전말을 깨닫곤 웃었다.
"녀석들의 움직임, 다시 계산해야겠는 걸."
다시 한 번, 활을 당기기 시작했다.
******
쿠르르르, 쿠후우우우...
출입구 중 하나, 차원종들이 진정한 듯 멈춰 서 있었다.
찰그락, 찰그락
그들 앞에 널부러진 절단된 사체 너머로, 은하가 칼날 부딪히는 소리를 내며 다가가고 있었다.
"어이, 시간 없거든. 가만히 있을 거면 얌전히 회 쳐져 버려....!"
소태도로 무기를 바꿔들은 은하는 고속으로 이동하면서 차원종을 베어버리기 시작했다.
******
오도독,
오독,
오독.
무언가를 씹는 무기질적인 소리가 울리고 있다. 동족이 산 채로 씹히는 모습에 겁먹은 차원종들의 기세가 수축되어 있었다.
"시간이 없어.... 얼른 쓰러져! 아라 언니를.....아이들을 구해야 해요....!"
차원종을 뱉어낸 루시의 감옥관이 망치 하나를 뱉어냈다.
위상력을 응집시켜 대못을 구현한 루시는 주변에 대못을 꽂아 넣으며 차원종 처치를 이어갔다.
******
"....둘 다 잘해주고 있나보네. 그럼, 계속 간다. 두번째 활...!"
출입구를 막아주는 두 사람의 활약에, 자온은 다시 활을 당겨 두 사람을 돕기 시작했다.
******
"헉.....헉......"
가쁜 숨을 몰아쉬기 시작한 자온이 탈을 거칠게 내던졌다.
"더 이상은 못 쓰겠네...."
살짝 숨을 고르고, 쇼핑몰 중심 하층으로 이동하면서 손을 모았다.
"그래도 조금이라도 더 도움이 되어야지....! 와라, 두번째 칼날 영역, 꽃봉오리....!"
손 안으로 작은 원형의 칼날들이 구현되었다. 고리처럼 내부가 텅 빈 칼날들이 소리를 내면서 확산되어 건물을 뒤덮었다.
거기에 그치지 않고 손 안에 똑같은 칼날들을 구현하더니 손 안에서 회전과 가속을 하기 시작하였다.
챠킹..... 키이이이이잉-----!!!
확장되어 있었던 칼날들이 손 안의 칼날들에 감응하는 것처럼 금속음을 내며 회전과 가속을 시작하였다.
"기운 딸려서 좀 아슬아슬 유지되겠지만.... 피어나라....!"
손 안에 있던 칼날들과 확장 되어있던 칼날들이 맹렬하게 회전하며 두 칼날 사이에 있던 모든 것들에 칼날을 흩뿌리며 찢겨버리기 시작했다.
캬아아아아악--------!!!
끼이이익-----!!!
남아 있던 상품도, 건물 파편도, 그 공간 안에 있던 차원종들도 모조리 칼날에 찢겨나갔다. 칼날들은 마치 꽃봉오리의 꽃잎처럼 모든 공간을 칼날들로 촘촘히 메워버리며 그 안에 품은 모든 것을 찢어내었다.
"헉...헉....으윽....이제는 진짜...무리..."
무리한 상태에서 건물 안에 있던 두 사람의 범위에 들어가지 않도록, 또 건물이 무너지지 않으면서 차원종을 처치할 수 있을 정도로 힘을 제어한 탓에 완전히 탈진 상태가 되었다.
가쁜 숨을 몰아쉬며, 천천히 거점을 향해 걸음을 옮겼다.
*****
"하아...하아...제약이 있는 상태에서 무리를 좀 했나? 체력이.... 그나저나 둘은 아직 안 온 건가?"
거점에 돌아오자마자 주저앉으면서 주위를 둘러 보았다. 혹시 남아 있을 차원종을 마저 처리하느냐 늦는 건가?
보이지 않는 두 동료의 모습에 두리번 거리던 중,
《삐익》《삐익》
"뭐야? ....비둘기에 콜사인이 왔잖아...?"
때마침 울리는 비둘기의 콜사인을 듣곤 통신을 연결해 보았다.
《CONNECTING........CONNECTING......》
《COMPLETE》
"아, 다행이군요. 안 받으면 어쩌나 걱정했다고요."
의외의 인물이 화면이 떠올랐다.
아이들을 납치하고 이 사태를 만든 장본인, 도사 전우치는 능글맞은 웃음을 지으며 말을 걸어왔다.
"네 놈....! 얘들 어디 있어!?"
거두절미 하고, 아이들을 행방부터 물었다.
"그 핑키들 말인가요? 그런 건 중요하지 않아요. 그보다도, 당신에게 보여주고 싶은 게 있어요. 카메라 앵글을 바꾸죠."
내 질문을 대수롭지 않다는 듯 넘기곤, 카메라를 다른 방향을 향해 비추었다.
"자, 보이시나요. 저기에 새롭게 태어난 우리의 신이 계십니다!"
"라아아아아~♪"
앵글을 바꿔 보여준 곳에는 화려한 옷을 입은 여성이, 아니 여성형의 차원종이 날아다니며 노래하는 모습이 찍혔다.
녹색이 섞인 금발의 긴 머리칼과 두 쌍의 뿔.
비정상적으로 큰 동공과 옅은 보라 빛을 띄는 피부.
허리에 벌의 복부와 침을 달고 날아다니는 그 차원종은, 반짝이는 가루를 흩뿌리며 춤추고 노래하고 있었다.
전우치는 다시 앵글이 바꿔 자신을 비추며 말했다.
"저와 저의 벗이 오랫동안 꿈꿔오던 이상. 우리의 새로운 신이십니다. 그 이름은 서피드. 놀랍게도 스스로 자신의 이름을 지으셨죠. 과연 새로운 신은 오래된 신과는 다르시더군요."
"허....저딴 건 내 알 바 아니야. 그것보다 대답해. 왜 희망이의.... 그 아이의 수술을 못하게 막은 거야. 이 개자 식아....!"
비둘기를 붙잡고 카메라 너머의 전우치를 노려보았다. 그러나 전우치는 태연한 얼굴로 대답하였다.
"아, 그거 말이죠? 그 다 죽어가던 핑키를 그렇게 한 건, 당신과 함께하던 그 배금주의자를 각성시키기 위해서였어요. 신을 믿지 않는 흡혈귀는 살려두어 배교자들에게 보이기 본보기로 만들기 위하서였죠."
"각성? 본보기?"
"그래요. 배금주의자는 도사의 자질을 가지고도 황금에 눈이 멀어버렸고, 괴물인 흡혈귀는 타인을 구하려는 가증스러운 행동을 보이고 있었습니다. 그 둘을 어떻게 해야 하나 고민을 많이 하던 차였죠."
"그런데 마침 그 핑키가 아름답게 순교할 기회를 품고 있더군요. 그 핑키가 받을 인공장기로 배금주의자의 눈을 틔워줄 황금을 마련할 기회를, 그리고 자신의 생명을 결정화하여 흡혈귀가 사람을 먹고 살아가는 말로를 보여줄 기회를 보이고 있어서, 틔워주었습니다."
"비록 핑키라지만 박수를 절로 자아낼 수 밖에 없더군요. 그 몸을 불태워 보인 가치, 이 어찌나 아름다운 순교입니까! "
"신을 능멸하려 하는 실험으로 비천한 자신의 혼을 태워야만 했던 비운과 비교하면 이 어찌나 훌륭합니까!"
"너.....! 무슨 소리야? 형님의 이름이 거기서 왜 나와?!"
갑자기 튀어나온 형님의 이름에 당황하자, 전우치는 아차다 싶은 표정을 잠시 지으며 이어 대답했다.
"아, 설명도 안 하고 말하니까 순서가 엉켜버렸네요."
"당신의 형님은 핑키였습니다. 그것도 가증스러운 유니온이 아주 특별히 키운, 핑키였죠."
"그, 그게 무슨 헛소리야...? 형님이 무슨....!"
"궁금한가요? 그럼 이걸 읽으러 오세요. 유니온의 한 과학자가 적은 핑키들의 실험 일지거든요. 이 과학자는 이 기술에 핑키들의 혼을 태워, 건방지게도 신을 능멸하려는 것 같더군요."
전우치는 붉은 자국이 묻어있는 가죽 표지의 노트를 자온에게 보여주면서 웃음을 멈추지 않았다.
"이걸 보고 났더니 당신을 보면 자꾸 웃음이 나네요. 다른 신의 은총을 받은 자인데 동시에 신을 능멸하려는 유니온이 기른 핑키의 잿가루과도 같은 잔재라니."
"너.....! 당장 어디 있는지 말해! 죽여버리러 갈 테니!"
쿠득.... 쿠드득....!
형님을 핑키니 잿가루니 하는 모독에 비둘기를 쥐고 있던 손에 힘이 들어갔다.
"서두르지 마시죠. 곧 만날 테니. 그나저나 핑키의 형제이면서 신의 그릇으로 살아온 당신이라면.....그 분을 위한 그릇으로는 충분할지도요...?"
"그 분?"
"알 필요는 없습니다. 자, 어서 여기로 오시죠. 핑키의 형제답게 순교를 뜻을 받으러 찾아오세요. 당신도 그분을 위해 그 몸을 불태우는 겁니다!"
"그 핑키처럼, 그 유니온의 핑키처럼 몸을 태우십시오! 혼을 불태우십시오! 불꽃에 순교하여 위대한 불꽃의 일부로써 살아가십시오!"
"당신은 매우 아름다운 불꽃이 피어날 겁니다! 당신의 순교에 찬사를 보낼 준비를 하고 있을 테니, 어서 오십시오!"
"하하하하!"
"**!!!!!"
콰득!!
짧고 강렬한 파쇄음이 울려퍼졌다.
띠.....띠이....띠...이이........
분을 삭히지 못한 자온이 비둘기의 화면을 부숴버렸다.
치이이익-------
경고음이 울리던 비둘기의 전원이 그대로 나가버렸다.
파쇄음 소리에 놀란 듯, 멀리서 한기남이 뛰어오는 와중, 꽉 쥐 자온의 주먹에선 피가 흘러나오고 있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