침식의 계승자 EP.2 신서울 12화 절망은, 눈물을 비웃는다(1)

DianBurned 2021-08-10 0

"젠 장.....여기도 꽝인가."

어느 폐건물 내부, 실을 펼쳐 공간 하나하나 감지해 보았다.
아이들이 무사하길 빌면서 다음 건물로 이동하면서도 주변을 샅샅히 살펴보았다.
또 다른 건물 내부를 이 잡듯이 감지해 보았지만 아이들도, 그들을 데려간 전우치도 찾을 수 없었다.


제발. 제발 너희는 무사해 줘.

하염없이 빌고 또 빌며 주변을 수색했지만, 그 누구도 찾지 못한 채 빈손으로 거점으로 돌아가야만 했다.



*****



"은하, 루ㅅ....... !!!"

거점 주변을 둘러보며 은하와 루시을 발견하고 합류하려는 와중, 그녀들 곁에 서 있던 정도연 박사를 보곤 걸음을 멈췄다.

치솟는 증오와 분노. 아이들을 찾으면서 애써 외면하고 있던 검은 불꽃이 치솟아 들었다.

"......후우."

가볍게 심호흡하며 검은 불꽃을 다시 외면한 채, 그들에게 다가섰다.

"....당신이군요. 결국 그 아이들은 못 찾은 거군요. 모든 게.....제 탓이에요....!"

"이게 어떻게 된 거예요? 당신, 수술이 성공했다고 그랬잖아요! 형씨는 이제 괜찮을 거라고 말했잖아요!"

은하가 정도연의 멱살을 잡고 화내고 있었다. 그녀들의 눈빛에서 나와 같은 원망과 분노가 느껴져 왔다. 
 
"죄송해요. 그저.......죄송할 따름이에요. 섬의 관리자인 그자가 정신간섭 능력으로 제정신에 침투해서 제 의지와 기억을 조작했죠. 그는 제게 말했어요."

[걱정 마요 당신에게 해를 가할 생각은 없으니.]

[저를 조금 도와주시기만 하면 돼요. 오만에 취한 견습 도사를 벌하는 것과, 핑키들을 신께 인도하는 것.]

[본래 제 사명은 그 둘 뿐이었지만, 급히 해야 할 일이 하나 더 생겨서요. 당신의 도움이 필요하게 됐어요.]

[그러니 잘 부탁 드릴게요.]

"그렇게 전 그자의 뜻대로 움직이고 말았어요. 외골격 장갑을 입은 견습 도사가 강남에 나타났다는 그자가 입력 시킨 거짓 정보를 당신들에게 일러줬어요."

"그 뿐만이 아니라 그자의 뜻대로 희망 씨의 수술을 하는 척만 하고 실제로는 진행하지 않았어요. 그리고 누군가가 수술에 대해서 물어보면 성공했다 라고 대답했죠. 모든 게 그자가 지시한 대로요."
 
".....왜 그 미 친 놈이 수술을 못 하게 막은 이유는 알아요?"

"인공 장기 때문이에요. 그는 제게서 인공 장기를 빼앗아 가기 위해서 제가 수술을 못하게 막았어요."

"그
미 친  놈이 무슨 이득이 있어서 인공 장기를 가져간 건데요?"

"거기까진 저도 모르겠어요. 다만 불순한 의도가 있는 건 분명하겠죠. 모든 게 제 탓이에요....!"
"모두에게 그저 죄송할 따름이에요....!"

정도연이 비탄에 잠긴 목소리로 짙은 죄책감을 호소했다.

"오세린 요원은 괜찮다고 했지만 아직도 자신을 믿을 수가 없어요. 지금 느껴지는 이 분노와 죄책감조차 그자가 의도한 걸지도..... 다시 오세린 요원을 만나서 상담을 받아보는 게 좋을 것 같아요."

"....그러던가요. 죄송하다는 얘기 듣기도 이제는 짜증나니까. 나는..... 녀석들이랑 아이들 다시 찾아 볼 겁니다."

"서두르자고요. 그 
미 친  놈이 아이들한테 뭘 하기 전에."

짜증을 대놓고 드러내는 자온과 그 못지 않게 짜증이 얼굴에 드러나는 은하는 다시 나갈 준비를 했다. 정도연과 그 두 사람 사이에서 안절부절한 기색을 보이던 루시도 같이 나갈 준비를 마쳤다.

"하지만....단서도 없는 상황이잖아요?"
 
"그래서 뭐요. 이대로 손 놓고 있으라고? 아이들이 위험할 수도 있는데?"

 
《삐익, 삐익》


"잠시만요, 긴급 공문이 온 모양이네요."

 태블릿에서 울린 알림음에 공문 내용을 확인한 정도연의 얼굴이 더 어두워지며 급히 말했다.

"이건.....각지의 차원종들이 폭주 상태라고 해요!"

"이런 경우는 강력한 차원종이 출현한 경우 이런 사태가 발생한다고 하는데 다른 차원종들은 다른 클로저들과 특경대들이 격퇴하러 나갔지만 쇼핑몰 쪽에는 투입할 인력이 없는 모양이에요! 쇼핑몰 안의 차원종들이 바깥으로 나오면 피해는 걷잡을 수 없어질 거예요!"

조종 당해 희망이는 살리지도 못했는데 우리에게 싸움을 강요하는 듯한 말에 대한 양심의 가책인 걸까. 도움을 요청하려 말하던 입을 멈추었다.

".......당신들에게 어떤 강요나 명령도 할 생각은 없어요. 제게는 그럴 자격이 없으니까요... 당신들의 뜻대로 행동해주세요."

"......"

"......"

"......."

서로의 얼굴만 바라 보기 시작했다. 아이들의 구출은 중요하지만, 차원종들을 막지 않고 시민들이 위험에 빠트리는 것은 두고 보기 어려운 일이니까.
다 내버려 둔 채 아이들을 찾으러 가고 싶었지만,

[클로저는 사람들을 우선으로 지켜줘야 해. 클로저가 되든, 되지 못하든. 사람들을 지킬 수 있는 사람이 되어주겠니?]

어렸을 적 한 형님과의 약속이 족쇄처럼 얽혀와 마음 가는 대로 움직이지 못했다.

"...쇼핑몰로 가자."

잠시의 정적을 은하가 먼저 깨며 말했다.

"큰 출입구가 두 개 있더라고 각자 다른 쪽 출입구를 막는 거야. 이 거리 마음에 든다면서? .....아이들도 중요하지만 이 거리도 지켜야 해."

"은하 씨....!"

두 사람 다 결심한 모양이다.

"칫.... 그러면 너희가 출입구를 맡아줘. 나는 그 안에 침투해서 활로 너희를 엄호하면서 처치할게."

나도 마음을 잡고 말했다. 아이들을 구하고 싶은 마음은 굴뚝같지만, 저쪽의 심부름꾼들에게 맡겨보는 수 밖에. 

"활로 차원종을 처치하기엔 차폐물이 너무 많지 않겠어?"
 
"방법이 있어. 가면서 설명할게."
 
"여러분.... 감사해요."
 
"됐어요. 형님이였어도 이렇게 하셨을테니...."
 
급하게 쇼핑몰로 뛰어가며, 차원종을 처치할 방법에 대해 가볍게 설명을 곁들이기 시작했다.

"내가 쓰는 능력이 위상력으로 실을 만들어 내는 것 설명했었지?"
 
"네. 설명했었어요. 그걸로 화살을 엮어 만드신다고 하셨죠."

"응. 평소에는 그렇게 사용하지만 건물 내부나 좁은 곳에서 적을 감지하는 방법이 있어."
 
쇼핑몰에 도착하자, 외벽에 손을 대었다.


슈르르륵-----

손 밑으로 퍼져나간 실들이 건물을 침투해서 내벽을, 기둥을, 파편을 타면서 설치되기 시작됐다.

"편의상 맵핑이라고 부르는 기술인데, 거미가 거미줄에 걸린 먹이의 진동을 감지하는 것처럼 나도 진동을 감지해서 적을 탐지해."
"처음 설치하면 시간이 좀 걸리지만 전에 신도들에 대한 정보를 찾으러 왔을 때 미리 맵핑한 적 있어서 설치는 금방 끝날거야. 2분이면 돼."

"그건 적을 감지하는 거지, 처치하는 기술은 아니지 않아?"

"화살의 경로를 제어하는 기술이 있어. 적의 위치만 확인할 수 있다면 이런 차폐물 따윈 있으나 마나야."

"그럼 그 문제는 됐고, 진동만으로 구별하는 거라면, 우리는 따로 구별할 수 있어?"
 
"평소라면 너희를 각각 감지하겠지만 이렇게 차원종이 많으면 솔직히 무리지."

"하지만 방법이 있으신 거죠?"
 
"응. 영감은 내가 동료가 생기는 걸 예측이라도 하셨던 건가..."
 
품 속에 손을 넣더니, 회색 실로 엮인 노리개가 달린 방울 두 쌍을 꺼내 들었다.

"이 방울은 실로만 감지할 수 있을 정도로 독특한 진동이 울려. 이걸라면 아무리 난전 속이라고 해도 너희를 찾아낼 수 있어. 절대 몸에서 떼어놓지마."

두 사람에게 각자 방울을 건네주고, 허리띠에 달려있던 이매 탈을 들었다.
 
".....? 갑자기 그건 왜 쓰는거야?"

"이걸 쓰면 집중력이 올라가거든. 몸이랑 정신에 부담도 심하게 가는 게 흠이지만."

"그런 거라면 쓰지 않는 게 좋지 않아요? 굳이 쓰지 않아도 마물을 잡는데는 문제 없는 거잖아요."

"조금이라도 빨리 처치해야 아이들 찾으러 갈 수 있잖아. 내가 직접 찾으러 가야  덜 불안할 거 같아."

그 말에 은하와 루시의 표정이 착잡해지면서도 동의하는 듯 고개를 끄덕였다.

"......그래. 이것저것 따질 때가 아니네. 얼른 해치우자고. 이따 봐."

"두 분, 힘내세요....!"

"후우.....가 보자고."

은하와 루시는 쇼핑몰의 각 입구를 향해, 자온은 외벽의 훼손된 부분을 통해 쇼핑몰에 잠입하기 시작했다.




******




세 사람이 쇼핑몰에서 한창 토벌 작전을 진행하는 시각, 구로의 어딘가.



"라아아아아~ 라아아아아~♪"

"기분이 좋아보이시는군요. 자... 이것들을 보여주면 어떤 반응을 보일까나? 후훗, 기대되네요."

누군가의 노랫소리를 들으며 전우치는 손에 들린 하얀 구슬과 낡은 노트를 바라보며 웃었다.

무언가 만족한 것처럼 해맑게.
2024-10-24 23:36:31에 보관된 게시물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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