슈팅 스타 1
darksoldier 2015-02-23 0
"예? 팀을 만들라고요?"
"그래. 자네 포함해서 5명정도 되는 팀일세."
왜였을까.
그때 지부장의 그 제안을 처음 들었을 때 든 생각이었다.
당시 나는 그리 특별할 건 없는 클로저 중 한 명이었다. 현장에 뛰고 있는 건 나 포함해서도 많았고 전투력도 고만고만. 굳이
말을 하자면 솔로로 활동하고 있기는 했지만 그건 내가 팀 플레이를 꺼려해서였다. 사실 솔로로 활동하는 클로저는 나
이외에도 많았을 텐데 왜 굳이 그때 나에게 그런 제안이 온 것일까. 그건 지금까지도 모르고 있는 윗사람들의 사정이다.
팀 플레이를 꺼려했던 건 내가 사람을 대하기가 어려웠던 건 아니다. 오히려 반대라고 볼 수 있는 사정이었는데 이제껏 나와
어떤 식으로든 팀을 꾸렸던 사람들은 하나같이 나에게서 수상함을 느꼈다. 웃는 낯은 침도 못 뱉는 성역이라더니. 아무래도
지금은 그런 식의 격언은 받아들여지지 않는 모양이다. 해서 어느 새엔가 나는 사람들이 기피하는 놈이 되어 있었다. 당시엔
그런 걸 신경쓸 틈이 없었으니 그대로 솔로로서 클로저 임무를 수행했고 별 불만도, 일처리에 지장도 없었기에 그대로 솔로로
활동하는가 싶었다.
그런데 팀이라니.
입사 후 2년동안 솔로로 잘 해 왔는데 뜬금없이 무슨?
"자세한 건 나중에 말하겠으니 지금은 일단 따라 오게나. 팀원들이 기다리니."
"아...예."
뭐, 불만을 가져도 뾰족한 수는 없다. 월급쟁이 생활이 다 그런 거겠지. 나는 얌전히 지부장이 이끄는 대로 따라갔다.
"여기일세. 자네 팀 4명은 이미 안에 있으니 한번 말좀 나눠 보게. 팀이름은...상의해서 정하도록 하고."
지부장은 네비게이션 마냥 길안내만 해주더니 쌩하니 가버렸다. 뭐야 저건. 가다가 자빠지기나 해라.
속으로 욕을 좀 해 주고 나는 뒤를 돌아보았다. 유니온 본사 13층은 주로 팀 플레이를 하는 클로저들의 회의실같은 곳이다.
이곳에서 집합해 작전회의, 미팅, 관리요원의 실무업무 등등..하여튼 현장업무 이외의 업무는 여기서 처리한다고 연수 때
배웠다. 다만 내 경우는 입사하자마자 솔로로서 현장업무를 진행했기에 사실 이 층에 와본 기억 자체가 없었다. 새로운
공기가 살짝 가슴을 뛰게 했다.
'뭐, 별 일이야 있겠어. 심해봤자 따 좀 되지 뭐.'
가벼운 마음으로 나는 13층 복도 한쪽의 문을 열었다. 아직 아무 문패도 달리지 않은 문은 조용히 열렸다. 그리고 내가 본
광경은
쇼파 몇 개에 탁상 두 개. 벽에는 각종 책을 꽂을 수 있을 것 같은 책장에 사전들이 꽂혀 있고 구석에 화분 하나. 조그마한 TV
가 위에서 존재감을 발산하고 있었고 그리고...
아무도 없었다.
"응?뭐야."
정작 지부장이 소개해 준다는 사람은 눈 씻고 찾아봐도 없었다. 통수맞았다는 게 이런 느낌일까. 잠깐이지만 머리가
멍해졌다.
"뭐야..아무도 없잖아."
4명 다 여기 있다더니. 무슨 보이드형 차원종이라도 데려온 걸까. 나는 잠시 그대로 있다가 지부장에게 항의하기 위해
문을 열고 나가려고 했다. 그때
"저기요..."
"어?"
누가 있었어? 하는 마음으로 뒤돌아보자 달라진 거 없는 풍경이 나를 반겼다. 이쯤 되면 짜증나려고 하는 찰나에 소파
뒤에서 사람 얼굴이 살짝 나왔다. 그리고
"저..저기..."
"뭐..야. 왜 그러고 있어..요?"
초면이었기에 일단은 존댓말. 사회 상식이다. 그나저나 뭘 하는 걸까. 푸른 하늘과 같은 색의 머리에 새빨간 눈을
가진, 아마 내 팀원일 그녀는 사뭇 조심스러웠다. 대답을 안 하고 다시 숨으려던 기색이 역력했던 그녀는 고개만 살짝
돌리고 최대한 눈을 안 마주치려고 하면서 대답했다.
"그게..막상...기다리고 있자니 긴장돼서..."
"어...그래도 사람끼리 만났는데 일단 마주보고 인사는 해야죠. 실례지만 나와 주시겠어요?"
나름 신경써서 고른 멘트에 그녀는 일단 다시 숨지는 않았다. 역시 부끄러워 보이는 듯이 눈을 돌리고 뺨엔 묘하게 홍조가
피어있던 것이...
나름 귀여웠다.
"제...제가..낯을 좀 많이 가려요.."
"하하. 나쁜 사람 아니에요. 그리고 앞으로 함께 일할 텐데 계속 그러면 되겠어요?"
나름대로 설득을 했다. 다만 말하고 나서 걸렸던 게 나쁜 사람 아니라는 멘트는 보통 범죄자의 단골멘트 아닌가. 뭐
생각나는 말이 그거밖에 없었으니 어쩔 수 없지만.
계속해서 망설이던 그녀는 마침내 용기를 낸 건지 소파 뒤에서 천천히 일어섰다. 라이더 자켓같은 빨간색 저지에
목덜미에 두른 머플러는 나름대로 불량해보이는 인상이었는데 어째 사람하고 영 매치가 안됐다.
그건 그거대로 귀여웠다.
"안녕...하세요. 선우 란이라고..불러주세요.."
"선우란..씨인가요. 네. 저는 김 시환이라고 합니다. 잘 부탁드려요 아가씨."
내 유일한 장점인 특유의 웃는 얼굴로 인사를 했다. 첫인상은 그렇게 나쁘게 보이지 않았기를..
이게 나와 란이의 첫 만남이었다.
-계속-