침식의 계승자 EP.2 신서울 9화 백일몽

DianBurned 2021-07-09 0

24년 개정판으로 변경되었습니다.



"그 놈이 나타났다고요?"


"정말인가요?"

"어딥니까? 어디서 나타났다고 하나요!?"

견습 도사를 발견했다는 말에 눈이 동그랗게 떠진 모두가 정도연에게 달려들며 물었다.

"이 근방에서 외골격 장갑을 장착한 인물에 관한 정보가 있었어요. 정확한 위치는 모르겠지만, 이 근방에 아직 있을 가능성이 높아요. 얼른 주위를 둘러보세요."

"저희가 수색했던 부근에서 미묘하게 어긋났었네요. 얼른 가죠!"

"늦어도 이 시간에는 다시 모이도록 하자. 찾은 사람은 연락하고."

시간을 정한 후 각기 다른 방향으로 흩어져 수색을 시작하러 나간다.



*****



"...너무 늦게 갔던건가. 루시, 은하 너희는?"

"견습도사, 어디에도 없었어요. 열심히 찾아봤는데..."

"얼굴 보니 너희도 허탕인 모양인가보네. 나도 못 찾았어."

"잘못된 정보였었나? 그런 장갑이 눈에 안 띄기가 더 어려울 텐데."

아쉽게도 모두 허탕치고 돌아와 차후 대책을 생각하는 와중,



"으, 으윽.... 여러분.....!"



익숙한 목소리가 들려온 곳엔, 한기남이 비틀거리면서 다가오고 있었다. 습격이라도 당한 것인지 헤져 있던 옷이 더욱 찢겨있었고, 옷가지 밑으로 피가 흐르는 것이 보였다.

"아재!? 왜 그래요?"

"습격을.... 당했습니다. 외골격 장갑을 입은....적에게....!"

"정신 차려요! 많이 다쳤어요?"

"전 괜찮아요.....! 그보다도...큰일입니다! 제 거처에서 보호하고 있던 신도가 납치 당했어요! 그 견습 도사라는 자에게요!"

" 그 남자가 그러더군요. 자신은 이제 제물을 바쳐서, 누구도 범접할 수 없는 힘을 얻을 거라고. 새로운 도사로 거듭나서, 프로메테우스에게 이름을 하사 받을 거라고요."

"그 순간을 보고 싶으면 구로로 오라고 하더군요. 일부로 부른 걸 보면, 함정일 가능성이 높습니다. 조심하십....크윽....!"

"아재! 많이 다쳤잖아요! 일단 병원으로...!"

"아, 아닙니다. 제 손으로 응급처치를 하겠어요. 함정일지도 모르니, 저도 관측 장비를 통해 상황을 지켜보겠습니다. 부디 그러게 해주십시오."

다친 와중에도 챙겨온 구급상자를 열어 스스로 응급 처치를 시작하며 관측 장비를 준비하기 시작했다.

"하지만 한기남 씨....!"

"말려도 소용없겠어. 일단 우린 나가자. 함정이든 아니든, 사업 파트너가 다쳤으니까. 책임은 물어야겠지."

"칫.... 아재, 지켜보는 건 더 말 안 거지만 꼭 응급처치 잘 해야 돼요!"

급하게 재정비한 후, 견습 도사가 자신들을 부른 좌표를 향해 이동한다.




******



똑 



독   



솨아아--------



구로역 주변에 도착하자마자 갑작스럽게 소나기가 내리기 시작했다. 비를 피해 역사 내부로 들어온 김에 견습도사가 말한 위치를 확인하기 시작했다.


"잠깐만."


이동하려는 도중, 물웅덩이 하나를 향해 다가갔다. 희석되긴 했지만 붉은 빛이 도는 물웅덩이. 그리고 그 옆엔 무언가 끌려간 자국과 웅덩이 색과 같은 붉은 자국이 보였다.


"바닥에 떨어져 있는 이 자국, 설마....!"

"이건... 핏자국이군. 오래되지 않았어. 그리고 양이 상당해. 냄새 한 번 비릿하네."

"이런, 이 정도로 피를 흘렸다면.... 구하기는 그른 거 같은데."

"....."

"루시? 무슨 문제라도 있어?"

피자국를 바라보던 루시가 갑자기 넋을 잃은 것처럼 멍하니 있기 시작했다.
마치 무언가를 갈구하는 것처럼 흐릿한 눈빛. 불안한 느낌이 들어 다시 이름을 부르려던 찰나,

"아, 아무것도 아니예요! 얼른 가요! 얼른 가서....납치된 그분을 구해요!"

정신 차렸는지 황급히 대답하며 앞장 서기 시작했다.

"루시, 같이 가! 저 녀석.... 그 때랑 비슷한 상태 같은데...."

왠지 차원종의 위상력으로만 버텼던 그 상태와 비슷해 보였다. 불안한 느낌이 가시질 않았지만, 추적이 우선였기에 루시를 따라 핏자국을 따라가기 시작했다.

그리고 이내 부서진 열차 차량 위에서, 외골격 장갑을 입은 견습도사의 모습이 보이기 시작했다.

"크...크큭...크하하하하!"

견습 도사는 기쁜 듯이 크게 웃고 있었다. 우리가 보호하고 있었던 탈주 신도와 같은 옷가지를 입고 있는 미이라를 곁에 두고서.

"늦었구나, 배교자들아! 이미 제물은 희생되었고, 나는 힘을 얻었다! 아아! 온몸에 힘이 넘치는구나!"

"........어이. 혹시 당신 발 밑의 미이라가... 그 신도야?"

"그래. 내가 도사가 되기 위한 제물이 되어줬지."

견습 도사는 잠시 미이라를 내려보더니, 이젠 귀찮다는 듯 발로 툭 차서 차량 밑으로 미이라를 떨궈버렸다.

"역시 늦은 건가. 너, 전부터 제물이라고 말했는데 사람들의 미세한 위상력을 강제로 빼앗은 거냐?"

"미세한 위상력을 뺐는다고?"

"어. 전에 영감이 알려준 적 있어. 보통의 생명체에게도 각 세계의 차원압력을 버틸 수 있게하는 미약한 위상력이 존재한다고. 그리고 그것마저 빼앗기면, 압력을 버티지 못하고 죽는거지. 저기 저.... 미이라처럼."

"후후. 잘 아는군. 하지만 그 미약한 위상력을 그대로 흡수한다고 해도 별 다를 바는 없지. 하지만 우리는 그 미약한 위상력을 일시적으로 증폭시키고, 자신의 것으로 만들 수 있는 술식을 만들었어!"

"하, 완전 기분 나쁜 녀석이네. 그러니까 너, 흡혈귀라는 거지?"

".......!"

흡혈귀. 그 단어에 루시의 눈이 흔들렸다. 견습 도사를 향해 한 말이지만, 마치 자신을 말하는 것만 같아서 술렁이는 가슴을 붙잡았다.
그 모습을 봤다면 바로 신경 썼겠지만, 견습도사에게 집중하고 있던 은하와 자온은 그 모습을 ** 못한 채 견습 도사를 본격적으로 도발하기 시작했다.

"야, 흡혈귀는 무슨. 사람에게 해만 되고 피를 빠는 모기 같은 놈이지."

"그럼 에프킬X라도 뿌리면 죽으려나?"

"전기 파리채라도 갖다 대면 죽을지도?" 

"흥, 그런 식으로 모욕을 할 수 있는 것도 이번이 마지막이다. 새롭게 태어난 나의 힘, 너희에게도 보여주겠어!"

"자, 와라! 나의 새로운 힘을 보여주마! 크하하하하!"

"그래, 사람을 잡아먹고 키운 힘이 얼마나 되는지 한번 보자고! 침식 개방 20......"

서로 힘을 발현하기 시작했다.


타다닥!!


갑자기 그들 옆으로 누군가 뛰쳐 나가더니,


쾅!!!!


거대화 시킨 감옥관이 견습 도사를 향해 내리 꽂혔다. 기습에 균형이 흔들리만도 한데, 확실히 힘이 강화된 것인지 관을 막은 한 팔로 꼿꼿이 버티며 서 있었다.

"어떻게...."

"응?"

"어떻게... 웃을 수 있는거죠? 무고한 타인의 힘을 빨아먹고, 그 힘을 자기 것으로 만들었으면서.....! 어떻게 그렇게 기분 좋다는 듯 웃을 수 있는 거죠!?"

자신은 한순간이라고 해도 사람의 힘을 흡수하고 웃었던 자신을 경멸했다.
그 조금 흡수한 것에도 자신은 수많은 후회와 고뇌가 오고 갔었다.
사람의 힘을 먹고 또 웃을까, 차원종들의 힘만 우직하게 먹었다.

그런데 왜, 왜 당신은 타인의 목숨을 먹고도, 웃고 있는 건가요?
사람이란게, 그저 힘을 얻기 위한 먹이 따위에 불과하기라도 한 건가요?

우드득!

치아에서 무언가 부서지는 것 같은 소리를 내며 격앙했다.

"용서 못 해요! 당신만은 절대 용서 안 해!"

쾅!! 콰광!! 쾅!! 쾅!!

관에 힘을 모아 반격의 여지도 없이 연속으로 휘두르며 몰아 붙여 **만,

"하하! 전에도 형편없었지만 더욱 더 별 것도 아닌 공격이 되었군!"

그녀의 공격이 가소롭다는 듯 막아내며 버티는 견습 도사는 반격을 가하려 손을 내밀었다.

후우우웅-----!

"칫."

그러나 견습 도사의 측면으로 칼날들과 거대한 수리검이 날카롭게 날아들었다.
그래도 그 공격은 위험했는지 아예 몸을 틀어 수리검을 피하며 뒤로 물러났다.

"극각!!"

콰득!

"커윽!"

그런 그의 사각에서, 실로 다리를 강화한 자온의 발차기가 정확하게 몸 한 중앙에 꽂혔다.

"허튼 짓을....!?"

밀려난 견습도사는 포격을 쏘려 자세를 바로 잡았지만,

"드시죠!"

그 찰나를 파고들어 날아오른 은하는 빠르게 강하 하면서 충격파를 일으켰다.
견습 도사와 거리가 벌어진 사이, 루시를 향해 말한다.

"루시, 흥분한 건 알지만 침착해."

"하지만 저자는....!"

"알아. 타인을 제물 삼는, 저 악독한 놈을 쓰러트릴 거잖아. 감정에 휩쓸려서 마구잡이 식으로 공격하지 마. 혼자가 아니니까 우리와 함께, 저 망할 놈을 쓰러뜨리자고."

"손 오그라들거 같은 말은 그만하고, 집중해. 올 거 같으니까."

"뭐....그러니까 함께 저 녀석을 쓰러뜨리자고. 저 진짜 흡혈귀를."

너는 흡혈귀가 아니야.
왠지 모르게 그렇게 들린 기분이 들었다.

".....네! 함께 가요!"

뺨을 가볍게 치며 냉정을 되찾은 루시가 다시 자세를 가다듬었다.

"킥, 잠깐은 방심했지만....그 정도에 당할 내가 아니다!"

"위대한 프로메테우스여! 제게 도약의 힘을!"

견습도사의 발 밑으로, 술식으로 추정되는 문양이 떠오르며 축축한 붉은 빛을 내기 시작했다.

"힘이! 넘쳐흐른다!! 아하하하하하!!"

견습 도사의 몸에서 위상력이 증폭되는 것이 느껴지기 시작했다. 불길함을 느낀 세 사람이 달려들려던 찰나,

푸확!

"......응? 뭐, 뭐지?"

갑자기 견습 도사의 갑옷 밑으로 핏물이 분수처럼 터져 나오기 시작했다.

"큭, 커억...! 모, 몸이 이상해...! 힘이.....다시 빠져나간다....!"

고통에 기침하는 견습 도사의 갑옷의 장갑이 핏물과 함께 허물어지기 시작했다.

"저, 전우치 녀석, 설마 잘못된 정보를?!"

무언가 깨달은 듯 중얼거렸지만,

꿈틀!

목덜미 쪽에서 무언가 움직이는 감각과 함께 형용할 수 없는 통증이 몰려오기 시작했다.

"으, 으아아아아아악!!!! 모, 몸이 안으로 빨려들어 가!"

"살려줘! 살려! 이름도 없이 죽기 싫어!"

"뭐야? 어떻게 되어가고 있는 거야?"

예상치 못한 상황에 당황하다 뭐라도 해보려 서둘러 다가가 **만,

"끄, 끄아아아아악!!!!"

긴 비명을 지르며 힘없이 쓰러져 버렸다. 그가 두르고 있던 장갑이 마저 허물어지면서 그 내부가 보이기 시작했다.

얼굴의 구멍이란 구멍에서 분출된 핏자국.
무언가 먹어치운 듯 구멍이 난 목덜미.
거칠게 온몸에 튀어나와 터져있는 혈관.
녹아버린 것처럼 힘을 잃고 축 늘어진 근육이나 살점.

몸이 붕괴된 견습 도사는 그렇게, 허무하게 죽어버렸다.

".....몸이 붕괴되었어?"

"도대체 이게 무슨....."

"....같은 광신도한테 뒤통수라도 맞은 건가?"

옅어져 가는 빗방울 속에서 견습 도사의 비참한 최후를 마주한 이들은 아무 말도 할 수 없었다.
옅게 내리는 빗물에 씻겨져 가버리는 혈흔만을, 그저 바라보았다.
2024-10-24 23:36:30에 보관된 게시물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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