차원종 1

마르바스의마왕 2021-07-03 0

동포들보다 우월한 지식을 가진 자, 인간들이 내게 붙인 이름은 스케빈져, 무슨 의미인지는 몰라도 마음에 들어서 이 호칭을 사용하도록 하겠다. 언제 사라질지 모를 기록을 여기 남기다.

xxx월 xxx일.
차원문이 열렸다. 저쪽 차원으로 이동할 수 있게 해준다는 문이다.
나는 동포들이 가는 대로 적진으로 달려갈 수 밖에 없었다.
우리의 힘을 뺴앗아간 도적들을 소탕한다는 생각은 없이, 단순이 다른 동포들이 그러하니 나 또한 그래야 한다는 생각에 부풀어 돌진할 뿐이었다.
그래서는 안 된다는 것을 어째서 알아차리지 못했을까.

xxx월 xxx일
오늘은 흙을 파먹으며 버텼다.
놈들은 아직도 살아있다.
우리의 힘을 훔쳐간 자들.
간악하기 짝이없는 도적들이 우리가 나타난 곳에서 주둔하고 있었다.
스케빈져 전대 블루께서 저들을 상대하다 패하셨다.
참혹하다. 언제까지 도망쳐야 할까.

xxx월 xxx일
이런 곳에 오는 게 아니었다. 내가 미쳤다고 동포들 따라 여길 왔지....
동포들의 시체더미 속에 숨어 간악한 자들의 눈을 피했다.
다행히 나는 운 좋게 인간들이 만든 콘크리트 정을을 빠져나올 수 있었다.
나는 운이 아주 좋은 편이었다.
저쪽에 열린 차원문에서는 인간들의 언어로 성수대교라는 곳이 있다고 들었다. 그곳을 통하면 도망칠 수 있을 거다.
나는 내 계획을 아직까지 살아남으신 주술사께 알리려 했지만 이미 늦었다.
아, 방금 전 불꽃을 다루는 간악한 자에게 목이 날아가셨다.
난 아직도 배가 고프다. 콘크리트를 씹어먹고 흙을 파먹을 수는 있지만, 난 저 간악한 자의 몸 안에 있을 것을 원한다.

xxx월 xxx일
나는 정말 운이 좋은 편이다.
간악한 자들을 피해 여기까지 올 수 있었다.
그 사이 다른 문이 열린 덕분에 동포들 사이에 끼어들어 무사히 여기까지 올 수 있었다.
음, 그런데 저기 보이는 건 뭐지...?
하얀색? 뱀?
우리 차원에서 평생을 살았지만 난 우리 동포들의 거주 구역에서만 살았기에 저런 동포들은 모른다.
뭐지, 저건....

xxx월 xxx일
운이 좋다는 말은 취소였다.
나는 자기들을 용의 군단이라 칭하는 군단의 배신자들을 피해 달아나고 또 달아났다.
성수대교를 통해 날아나려던 계획은 실패했고 나는 다시 곤크리트 정글 속에 갇히고 말았다. 여기가 어딘지도 모르겠다.
**, 나같은 스케빈저 중에서도 귀족에 출신에 속하는 이 내가 대체 무슨 고초를....
나는 몸을 짓누르는 압력이 거의 사라진 몸을 움직여 달리고 또 달렸다. 다행히 하얀 옷을 입고 쇳덩이를 쏘는 인간들은 뱀들이 일아서 처리해줬다.
오늘따라 불꽃이 녹색인 게 참 보기 좋았다.
동포드로가 함께 밤을 지샜을 때가 생각난다.

xxx월 xxx일
오늘은 간악한 자를 한 마리 만났다.
힘을 가지고 있음에도 전투능력은 가지고 있지 않은 붉은 옷의 인간 여자.
저것의 살을 뜯어내고 내용물을 마시고 마리라.
그런데 저 인간이 뭐라 하는 거지.
인간의 언어 구조는 너무 어렵고, 나는 발음하지도 못하지만 머릿속으로 한 번 그려본다.
테이밍?

xxx월 xxx일
나는 이제 옛날의 내가 아니다.
우리 엄마를 위해서 젖비린내 나는 수컷놈과, 나의 탈것이 될 노예 계급의 여자, 나를 목욕시켜주는 담당의 하녀가 될 노예계급의 여자와 쉰 냄새가 나는 수컷 인간 놈, 마지막으로 나에게 창을 진상할 암컷처럼 생긴 수컷 놈들을 위협했다.
젖비린내 나는 수컷 놈의 살을 뜯고 피를 빨아먹고, 두개골을 부숴 그 내용물을 확인할 거다.
탈 것이 될 노예 계급의 여자에게는 나를 태우고 날아다니고 기어다니고 싶다고 했지만 승차감이 좋아보이지는 않는다.
나를 목욕시켜 줄 하녀가 될 노예계급의 여자는 특히 마음에 들어 그곳을 씻기게 할 거다.
쉰 냄새가 나는 수컷 인간 놈은 고기도 연하고 부드러울 것 같으니 끌고다니다 지쳤을 때 방패로 쓰거나 영양을 보충하는데 쓸 거다.
암컷처럼 생긴 수컷에게서 진상받을 창을 타고 날아다니고 싶다. 그런 다음에는 나의 탈 것이 될 노예 계급의 여자는 젖비린내 나는 수컷과 같은 수순을 밟으리라. 후후.


나의 이름은 인간의 언어로 밝히기 힘든 것.
우리 엄마에게서 받은 이름은 딱딱이.
긍지 높은 우리 엄마의 아이다.
2024-10-24 23:36:29에 보관된 게시물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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