침식의 계승자 EP.2 신서울 8화 금

DianBurned 2021-06-22 0

24년 개정판으로 변경되었습니다.



"그럼 어디 말해봐요. 그 견습도사가 그 사람들한테 뭘 한거예요?"

주저앉은 탈주 신도 앞에 쭈그려 앉은 자온이 그를 추궁하기 시작했다.

"그 녀석, 자신의 힘을 강화하기 위해 우리들을 산 재물로 삼았어. 자신이 세례를 내린 신도들을 죽여서 자신의 위상력을 강화 시키려고 한 것 같아. 섬에서 전우치나 다른 도사들이 하던 걸 흉내내는 모양이였어. 그래서...... 녀석들을 피해 도망친 거야!"

"아마 내가 마지막 제물이겠지. 내가 죽으면 그 녀석의 술법은 완성되고, 그 녀석은 이전과는 비교도 안 되게 강해질 거야!"
"그러니까 당신들은 오히려 날 지켜야 해! 그 미치광이 녀석을 막고싶다면!"
"으으..... 이러고 있는 동안에도 그 녀석이 날 노리고 있을 거야!"

처했던 상황을 자세하게 설명해 주었다. 근데... 좀 칭얼대니까 콱 한 대 때리고 싶은 마음이 생기기도 했다. 힘 빼고 한 대 정도면 다들 모른 척 해주지 않으려나...?
폭력의 욕구를 억누르며 한숨을 내쉬었다.

"하... 당신 지킬 생각하니까 배알이 뒤틀리는데.... 아재 생각은 어때요?"

못마땅한 표정을 하며 모두를 돌아봤더니 다들 생각은 비슷한 모양이다.

"일단 거짓말을 하는 눈치는 아닌 것 같습니다만.... 좀 더 들을 수 있는 건 듣는 게 좋을 것 같군요. 일단 당분간은 이 사람을 보호해야 할 것 같습니다. 유니온이나 특경대에 보호를 요청하는 방법도 있습니다만... 내통자가 있을 가능성도 있는 상황에서 그런 방법을 취하는 건 좋지 않을거 같네요."

한기남은 잠시 더 고민하더니, 이내 뭔가 결심했는지 고개를 들었다.

"일단은 제가 임시 거처로 사용 중인 창고로 이 분을 데리고 가겠습니다."

"그 거처라는 곳은 안전한 곳이예요, 아재?"

"하핫. 걱정마세요. 어지간해서는 뚫리지 않을 겁니다. 채권자 대책으로...이것저것 방범 장치와 트랩을 설치해 뒀으니까요."

"어라? 그런가요? 그것 참 재미있을 거 같네요! 나중에 급한 일이 끝나면 탐험을 해봐도 될까요?"

"안 그러는 게 좋을 걸. 술병이랑 옷가지가 널브러져있는, 지저분한 곳이거든."

"그, 그걸 어떻게 아신 겁니까?"

한기남이 당황한 기색을 보였다. 은하 말 진짜인가 보네.

"아재.... 옷가지는 그렇다고 쳐도 술병은 좀...."

"그렇다면 탐험이 아니라 청소를 해드려야겠군요! 나중에 같이 청소하죠. 저 대청소 하는 걸 좋아하거든요!"

"일단락 되면 루시 말대로 청소나 하러 가죠. 술은 적당히 마시고요."

"이, 일단 견습 도사를 찾는 게 우선입니다. 다시 한 번 구로를 탐색해 주세요! 그리고...제 거처에 대한 건 잊어주시고요!"

새빨개진 얼굴로 다급히 주제를 바꿨다. 아재 속 보여요, 속 보여. 진짜 가면 청소라도 같이 하든가 해야지.

"어물쩍 넘어가는 거 같지만야 그게 더 급하니까... 다녀올게요."

한기남이 탈주 신도와 은신처 근처로 들어가는 걸 확인하고 나서 세 사람도 다시 구로를 향해 발길을 옮겼다.




******




"이번도 허탕이네."

이번에도 허탕만 쳤다. 무언가 숨길 만한 곳도 **보고, 찾아본 곳도 다시 **보고, 간혹 구로에 사는 주민을 만나면 아는 것이 있는지 물어봤지만 다 실속 없이 허탕만 쳤다.
일단 다시 재정비도 할 겸해서 거점으로 삼았던 CGV 광장으로 돌아왔다.

"일단 흩어져서 정보를 더 모아볼까요?"

"그러자고요. 뭉쳐서 다니는 것보단 나을 듯."

"그럼 두 시간 후에 여기서 만나는 걸로?"

"그래요. 그 때 봐요."

"이따 봐요, 두 분!"

이번엔 각자 정보를 다시 모아보기로 하며 흩어진다.
구로를 향해 다시 갈까 생각하던 중, 관리자가 서성거렸다던 정보가 생각나 아이들이 있는 병원 근처를 훑어보기 시작했다.

"아, 자온 오빠!"

"어, 아라야."

마침 아라가 바람을 쐬러 나왔는지 바깥에 있었다. 다행히 전보다도 안색이 더 좋아진 것 같다. 치료 잘 받고 있는 모양이네.
살짝 웃으며 물어보았다.

"열심히 치료받고 있었지?"

"응. 아, 그 의사 언니가 그랬어! 희망 오빠가 살아날 거 같대! 거부반응이란 게 없어서 앞으로도 괜찮을 거래!"

"정말로? 그래, 정말.... 정말로 다행이다."

아라에게도 얘기할 정도면 정말 잘 된 모양이다. 안도감에 가슴을 쓸어내렸다.

"응, 정말 잘됐어! 이제 희망 오빠도 다시 건강해질 수 있을 거야. 오빠도 나처럼 거리를 나와서 돌아다닐 수 있게 되면 좋겠다."

"그래, 얼른 그렇게 되면 좋겠다. 그 땐 날 놀린 빚을 받아야지. 크크....."

그 때 날 놀린 거, 아직 안 잊었다. 각오하라지. 크크크.
속으로 사악하게 웃던 중, 그래도 재차 아라의 안부를 물어보았다.

"아. 아라야. 이렇게 오래 나와있어도 괜찮아?"

"응. 괜찮아. 나도 몸이 많이 좋아졌어. 그 친절한 도사님이 다녀간 이후로 말이야!"

생각치도 못한 단어에 싸한 감각과 함께 머리에서 핏기가 빠져나가는 기분이 들었다.

"도사...라고?"

"근데 심부름꾼 언니랑 아저씨는 그 도사님이 나쁜 사람이래. 우리가 살던 섬의 관리자였다면서."

왜? 왜 네 입에서 그 놈이 나오는 거야? 친절하다니, 그럴 리 없잖아...!
아라의 어깨를 붙들며 말했다.

"아라야, 다음에 또 그 도사라는 녀석이 오면 꼭 우리한테 말해야 해! 그 놈은 너희를 그 섬에 가둔 사람이야!"

"심부름꾼 언니랑 아저씨도 화를 내던데. 자온 오빠도 화를 내네? 다들 왜 그래? 도사님은 좋은 분인데....도사님 덕분에 몸도 많이 좋아졌는데."

그럴리가 없다. 애당초 그 죽음만이 가득한 섬에 널 가둬놓은 자가 그 남자인데...!
그러다 섬의 관리자 전우치의 능력을 떠올리곤 중얼거렸다.

"그 능력을 이용하면 가능해. 전우치 그 광신도 놈이....!"

"아무래도 그런 것 같아요."

"정도연 씨."

어느새 자온의 곁에 다가온 정도연은 그의 혼잣말에 긍정했다.

"우리가 부재 중인 사이에, 그 도사라는 자가 나타나서 섬 출신의 아이들과 접촉한 것 같아요. 그리고 어떤 형태의 정신적인 조작을 가한 것 같고요. 구체적으로 어떤 정신 조작을 당한 건지는 아직 불명확하지만요."

"추측컨데 우리에 대한 행동을 보면 우리에 관해 수정하는 것보다 자신들에 대한 정보의 조작을 위주로 걸었을 겁니다."
"그런 계통의 능력은 너무 많은 정보를 수정하면 시간도 걸릴더러 모순이 생겨버리죠. 아무리 아이들이라고 해도 너무 많은 모순이 생기면 조작 자체가 부숴지기 쉬우니..."

이를 빠득 갈며 말했다. 역시 그때 죽여버리는 게 좋았을 것을.
후회해도 이미 아이들은 환술에 걸려있다. 그러니 지금은 더 이상 추가로 환술이 걸리지 않도록 주변 경계와 지속적인 설득이 우선.

"아라야, 그 사람이 나타나면 무조건 도망치거나 바로 연락해야해! 우리가 아니더라도 그 심부름꾼이라는 사람한테라도. 꼭!"

아라의 어깨를 재차 붙들고 눈을 맞춘 채 경고했다.

"도사님은 좋은 분인데..."

"꼭! 약속이야!"

환술에 걸렸다고 해도 아직은 우리와의 신뢰가 더 크다. 이렇게 확고하게 말하면 따라줄 터.

"으, 응. 알았어. 연락할게."

"그래. 꼭이야."

확답을 받아내고서야 어깨를 붙들었던 손을 놓았다. 그래도 불안한 건 어쩔 수 없지만.

"자온 씨? 저랑 잠시 얘기 하시죠. 되도록이면 아이들이 없는 곳에서요."

"그러죠. 아라야, 나중에 봐."

병원에서 좀 떨어지고 나서야 정도연이 이야기를 시작했다.

"먼저 섬의 아이들에 대해서는 저쪽의 심부름꾼이라는 분들이 경호를 맡아주시기로 하셨어요. 다시는 이런 일이 없을 거예요. 없게...하겠어요."

"그 심부름꾼이라는 사람들을 믿어보는 수 밖에요."

그쪽도 아이들을 구하기 위해 싸운 사람들이니까 확실하게 경호해 주겠지. 그래도 나도 주기적으로 경계하러 와야겠지만.

"그것도 그거지만 아라에게 들었습니다. 희망이 수술이 잘 끝났다고요."

불안감을 애써 누르며 아라에게 들었던 정보를 재차 한번 물어보았다.

"지금까지 별 다른 거부반응이 없는 걸로 봐서, 수술은 성공했다고 봐도 좋을 것 같아요. 하지만 의식을 회복하고 면회를 하려면 좀 더 시간이 필요해요. 그러니 조금만 더 기다려 주세요. 희망 씨가 의식을 회복하면 바로 말씀해 드릴게요."
"그건 그렇고 계속해서 그 종교 단체의 관계자를 쫓는 모양이군요. 그쪽 일에는 진전이 좀 있었나요? 제가 도와드릴 일이 있으면 말씀하세요."

확실히 경고를 보냈던 전과 다른 말에 자온은 눈을 가늘게 뜨며 물었다.

"......지난 번과는 상반된 의견을 내시다니 의외네요. 우리가 그 종교 단체를 쫓는 걸 반대하고 경고하시지 않았나요?"

"처음에는 그렇게 생각했고, 지금도 조금은 그렇게 생각하고 있어요. 하지만 상대가 아이들과 접촉하고 아이들의 정신에 간섭까지 하는 걸 보고서는 생각을 바꿨죠. 적은 정공법으로만 상대할 수 있는 적이 아니예요. 수단과 방법을 가릴 상대도 아니고요. 저도 당신들을 지원하겠어요. 필요한 게 있으면 말씀해주세요. 괜찮으시면 수사 내용도 좀 공유를 해주시면..."

"잠시 실례할게요."

두 사람을 찾아낸 끼어든 반금련이 자온을 향해 손짓하기 시작했다.

"야, 이리 좀 와볼래? 급한 이야기가 있어서 말이야."

"많이 급한가 보네요. 나중에 다시 얘기해요."

반금련의 호출에 하던 대화를 중단하며 따라간다. 어느정도 멀어졌지만 속닥이며 내게 말했다.

"야, 저 여자 말이야, 너무 안 믿는 게 좋지 않아? 어쨌든 유니온의 관계자잖아? 우리랑은 사는 세계가 다르다고. 언제 널 유니온에 꼰지를지 모른단 말이야."

"유니온이라는 걸 안 순간부터 그렇게 신뢰하고 있진 않았어요. 희망이나 아이들의 건강 문제만 아니였다면 이런 얕은 믿음 따위 주지 않았을 테니 말이죠."

그 소속 모두가 악하진 않더라도, 용서하고 싶은 생각 따윈 없었다. 형님을 죽이라고 한 총장의 밑의 있는 모든 이에 대한 믿음 따윈, 없었으니.

"얕다고 해도 믿는다는 거잖아? 함부로 믿지 마. 지금은 누구도 함부로 믿을 때가 아니야."

반금련의 경고에 살짝 웃음이 나왔다. 당신도 내 뒤를 캤으면서 말이지.

"푸훗. 맞는 말이긴 한데 당신이 그런 얘기 하니까 웃기기는 하네요. 하지만 그 충고는 잘 들었어요."

"너도 그 수금원 꼬마처럼 참 배배 꼬여있다. 뭐, 내가 해 줄만한 충고는 그 정도니까 잘 생각해봐. 그나저나 너희 도사인가 뭐 찾는다고 했지? 조금만 더 얹어 주면 나도 사람 풀어서 찾아보고."

"일단 우리가 좀 더 찾아볼게요. 그 신도가 우리한테 있는 한 어차피 모습을 드러내야 할 테니까요. 그럼...또 찾으러 가봐야겠어요. 충고 잘 들었어요."

가볍게 손을 흔들며 인사한 후 장비를 챙겨 통제구역으로 이동한다.

"......아. 비운에 관한 이상한 소문을 깜빡하고 말 안 해줬네. 나중에 오면 얘기해야겠다."



******


약속했던 두 시간이 약간 지난 시간. 모두가 둘러 앉아 있었다.

"너희는 뭐 찾은...... 됐다. 나랑 똑같은 표정인 거 보니까 너희도 허탕이지?"

"너처럼 우울에 찌든 표정은 아니지만 허탕인 건 맞아."

"그 신도 분이 저희 측에 있어서 인근에 있을 거라 생각하고 주변을 찾아봤는데도 도저히 못 찾겠어요."

흩어져 수색했지만, 어느 쪽도 다 허탕이였다. 이럴 땐 한기남 아재가 대단하단 말이지. 우리보다 어떻게 더 잘 찾는건지....

"끄응.... 갑자기 정보가 뚝 하고 떨어지지 않겠지?"

"그런 헛소리 할 시간 있으면 한 바퀴 더 돌지 그래?"

"거 희망 사항도 말 못하냐?"

불평하며 짜증내려던 와중, 누군갈 보고 눈을 가늘게 떴다.

"근데 저기 뛰어오는 사람 정도연 씨 아니야?"

"어? 그러게요? 무슨 일일까요?"

"당신들! 여기 있었군요! 긴급 상황이예요! 당신들이 찾고 다니던 그자... 소재가 파악되었어요!"
2024-10-24 23:36:29에 보관된 게시물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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