침식의 계승자 EP.2 신서울 4화 클로저 비운
DianBurned 2021-05-09 5
24년 개정판으로 수정되었습니다.
+2부는 개정판이 하나씩 밀리다 보니 그 편과 추천이 맞지 않습니다. 예시) 4화 추천수 5개 →실제론 5화가 추천 5개식입니다. 편수가 바뀐 것의 폐혜....
쩌---------억
트득! 쿠구구그그그극
으득, 으득,으득,으드득
무너진 도시 구로에서 찢고, 베고, 뚫어내는 소리가 울려 퍼졌다.
"첫번째 칼날 오의, 꽃향기 머물기."
흩뿌려진 칼날이 한 곳으로 모여들어 꽃잎을 한 잎, 한 잎, 정성스레 떨어트리는 것처럼 흩날리며 차원종의 살갗을 저며내며 찢어내다, 그 밑의 뼈마저 찢어내며 목숨을 찢어내었다.
"첫번째 검 오의, 해묵은 흉터"
검에 찢기고도 살아남은 차원종의 몸에서 검격이 다시 일어나며 사지를 베어내고, 뼈를 끊으며 상처를 더욱 키워 그 목숨을 베어냈다.
재생되어 가던 상처에서도 검격이 터져나오며 베어낸 모든 차원종을 다시 베어내었고, 그렇게 차원종들은 토막난 채 온기가 흩어져 갔다.
"첫번째 창 오의, 필중"
창은 그저 우직하게 뚫어내었다. 정확하게 차원종의 머리를, 심장만을 정확히 찔러내어 그들의 숨을 앗아갔다.
자신들을 죽이는 괴물에게 저항하고자 달려들어 보았다. 어떤 개체는 도망쳤고, 또 어떤 개채는 숨었다.
그러나 죽었다. 칼날에 찢기고, 검에 베어 갈라지고, 창에 꿰뚫렸다.
결국은 죽음만을 남긴 채 고기덩어리가 되어버리며 차원종들의 피, 살점, 뼈를 흩뿌리는 참혹한 광경만을 남겼다.
왼팔에 잿빛의 갑피를 두른 괴물은, 피와 살점이 남은 검을 든 채 조용히 그들을 내려보고 있었다.
....어지간하면 말 안 하려 했는데 괜한 곳에 화풀이로 힘 좀 쓰지 말 거라.
신경 꺼, 영감.
머리 속에서 울린 누군가의 목소리를 받아쳤다.
신경 안 쓸 일이 아니잖느냐. 아무리 사람의 기척이 희미한 곳이라지만 그 모습을 노출시킬 작정이느냐?
....맞는 말이네. 그리고....이제 화도 좀 가라앉은 거 같다. ....돌아가야지.
잘 생각했다. 다행이 홧김에 그 힘은 안 썼구나. 이제 직접적으로 널 도와줄 방법은 거의 없고, 그 힘을 낭비하면 정작 필요할 때 못 쓰니 말이다.
...영감. 나, 복수 잘 끝낼 수 있을까?
하기 나름이지. 그러려 열심히 해왔잖느냐. 자, 얼른 이제 힘 그만 쓰고 돌아가거라.
알았어, 영감....
주변에 차원종이 더 이상 없는 걸 확인하자, 자온은 몸에 돋아났던 차원종 갑피를 해제시키며 강남으로 발걸음을 옮겼다.
******
CGV광장으로 돌아오자, 그보다 먼저 돌아와 있던 은하와 루시, 한기남이 보였다. 그들은 자온을 보곤 잠시 곤란한 표정을 지었지만, 이내 그를 반겨주었다.
"자온 씨, 오셨어요?"
"....반금련 씨께 이야기 들었습니다. 클로저 비운과 관한 것들을요."
"그 짠돌이한테 얘기 듣고 나니까 기억났어. 아빠랑 같이 봤던 영상들 중에 자기처럼 독특한데 강한 클로저라고 칭찬하던 사람이였어. 그럼 이제 얘기 해봐. 비운과 너, 정확히 무슨 사이야?"
그 클로저의 이름을 듣자, 다시 그 날의 악몽같던 기억이 떠오리며 심장이 **듯이 뛰기 시작했다.
잠시 가슴을 부여잡아 떨리는 심장을 진정시키며 가벼운 한숨을 내쉬곤, 얘기를 시작했다.
"반금련 씨께 얘기 듣고 예상들 했겠지만... 비운은 내 친형이야. 아주 어릴 적에 다른 가족들은 차원종들 때문에 죽은 후로 형님이 날 키우다시피 하셨지."
"위상력에 각성하셨던 형님은 혼자서 날 제대로 키우시려고 급하게 현역으로 뛰셨었지. 다행히도 형님은 전투나 전략 등 다양하게 재능있으셨고, 그 덕에 고속으로 정식 요원을 다셨지."
"힘도, 기술도, 인성도 거의 완벽하셨던 분인지라 인망 있으셨지. 그런 다정하며서도 강했던 형님을 난 항상 자랑스러워 했고."
행복했던 기억에 잠시 미소 지으며 다음 말을 이어하려 했지만, 그날의 기억을 말하려 하자마자 안색이 창백해지고 입술이 파르르 떨리기 시작했다.
"자온 씨, 말씀하기 싫으시면 억지로 말하지 않으셔도 돼요."
"그래. 억지로 말할 필요 없어. 흉터를 억지로 쑤시면.... 아프기만 하니까."
"....아냐. 늦든 빠르든 너희랑 다니려면 언젠간 말해야 했으니까."
"....형님은 차원종의 습격으로 돌아가셨다고 알려졌지. 하지만 진상은.... 같은 팀원들에게 살해당하셨어. 내 눈 앞에서 말이지. 게다가 그날은 마치 짠 것처럼 교단 놈들이 차원종들을 끌고 와서 집에 불을 질렀고."
"솔직히 그 때 위상력을 각성 못 했거나, 영감.... 그 나랑 계약한 차원종에게 향하는 차원문 안 열렸다면 지금의 난 없었을 거야. 입막음 당했거나, 불타 죽었거나, 차원종들 식사 거리 행이였겠지."
짧지만 직관적인 설명에 잠시 침묵이 흘렀다.
"허.... 비운 씨의 죽음에 그런 사정이 있었군요. 그렇다면 혹시 그들이 왜 비운 씨를 죽인 건지 알고 계십니까?"
침묵을 깨고, 한기남이 물었다.
"잘 몰라요. 하지만... 그들은 형님의 유해를 꼭 챙기려고 했던 것이 기억나요. 어쨌든 결과적으로 형님을 죽인 그들과 집에 불을 질렀던 교단에게만 죄 값을 치르게 하려 했는데...."
"했는데? 뭐가 더 있어?"
"어. 외부차원에서 영감을 적대하는 존재의 수하.... 여기선 군단장이라고 부르나? 어쨌든 그의 심복와 맞붙은 적이 있었어."
"구, 군단장을 혼자서 말이십니까!?"
"네. 저편에선 영감의 힘을 온전하게 쓸 수 있거든요. 이건 중요한 건 아니니까 나중에 얘기하고.... 어쨌든 싸우고 있던 와중에 갑자기 일방적으로 싸움을 멈추더니, 내게 엉킨 인과를 알고 싶으면 미하일이라는 인간을 알아보라고 하고선 휙 가버렸죠."
"미하일이라면.... 유니온의 총장, 미하일 폰 키스크를 말하시는 건가요?"
"맞아요, 아재. 그래서 전에 말한 적 있죠? 인간의 팬이라던 차원종. 그 차원종의 도움으로 이것저것 찾아보던 와중에 파쇄된 조그만 기록을 찾았는데..... 미하일, 그 자가 형님의 동료들에게 형님을 죽이고 그 시신을 챙겨오라는 명령이.... 기록되어 있었어요."
"....그게 정말이야? 유니온의 총장이란 작자가, 클로저 죽이고 그 시신을 가져오라고 했다고?"
"어째서.....? 사람들을 지키야하는 유니온의, 그것도 총장이란 사람이 그런 명령을 했다고요?"
"저도 처음엔 못 믿었죠. 어찌됐건, 사람들을 구하기 위해 결성된 유니온의 총장이니까요."
"그래서 누가 조작한게 아닐까 싶어 계속 조사했어요. 간파의 힘이 발현될 때마다 그 기록의 시간을 계속 읽어봤었죠. 하지만 결국 그 기록에 담긴 기억을 온전하게 보고 나서야, 그 명령이 진짜인 걸 확인 했고요."
힘 없이 얘기하는 자온의 얼굴은 어딘가 착잡해 보였다.
"....해서 내 추억을 불태워버린 교단을, 내 빛을 앗아간 유니온의 죄값을 치르게 하기 위해서 돌아온 거예요. 일단 교단은 쫓고 있으니까 됐고, 유니온은 틈나는대로 한 번 흔들어 보려고."
허탈하게 웃으며 말하는 마지막 발언에 모두가 난처한 표정을 지었다. 한기남이 헛기침으로 그 어색해진 공기를 깨며 말했다.
"자온 씨가 유니온에 반감을 지니신 건 알겠습니다. 하지만 미하일은 유니온의 총장입니다. 대책 없이 무작정 공격한다고 해도 나올 리가 없겠죠. 오히려 깊이 숨어들은 후에 클로저들을 집합시켜 자온 씨를 제압하거나 사살하려 할 겁니다."
"알아요. 숨을 거면 숨으라 해요. 날 쫓아와서 목숨을 노려도 되고요. 그렇다 해도 난 끝까지 쫓을 자신은 있거든요."
"와.... 되게 무서운 소리를 막하네."
"그래도 다시 생각해 주세요. 지금 희망이를 치료해주시는 캐롤리엘 씨도 유니온 소속이신 만큼 쉽사리 도발하시면 안 됩니다. 아이들도 위험해질 수 있고요."
"게다가 가장 중요한 건.... 희망이의 수술을 맡아서 오신다는 분도 유니온 소속입니다. 희망이가 위독한 만큼, 수술을 미룰 순 없어요."
"희망이를 수술할 사람이 온다고요?"
"정확히는 저도 병원에서 들은 부분이지만 희망이의 장기손상이 워낙 심해서 대부분의 장기를 기계로 대체하는 수술을 검토한다고 합니다. 그 분야의 권위자가 온다고 합니다."
"아마 저도 아는 그 분인거 같은데... 지금까지의 성공 사례는 대부분 위상능력자를 대상으로 한 수술이었어요. 희망이는 일반인에 쇠약해진 상태라 정상적인 수술이 가능할지...게다가 가능하다 해도 천문학적인 수술비가 들테죠."
수술비라는 말을 듣자, 자온이 움찔하면서 기어가는 목소리로 묻는다.
"우리 빈털터리죠....?"
"정확히는 빚진 사람 두 명이랑 빈털터리 둘이지만."
"은하 씨, 그런 사족은 필요없어요..."
"그렇죠...저희 다 빈털터리죠....크흑.... 그래도 오시기로 한 그 권위자가 제가 아는 그분이라면 방법을 찾아주실 겁니다."
"그러니 자온 씨, 아이들의 안전과 희망이의 수술에 대한 긍정적인 검토를 위해서도 잠시만, 잠시만 가라앉혀 주세요. 아이들을 위해서요."
어렵게 구해낸, 그 죽음만이 가득한 섬에서 죽음을 견디고 가까스로 살아남은 아이들이였다.
복수는.... 언제든 할 수 있지만 아이들의 평온한 삶은 지금일 수도 있으니까....
복수를 연료삼아 타오르는 까만 불꽃을 잠재웠다. 아팠고 고통스러웠던 어린 나의 기억을 달래며 얘기해주었다.
복수를 우선하지 않아서 미안해. 하지만 내가... 우리가 구한 생명은 지금이 아니면 구할 수 없어.
그러니.... 잠시만 우리의 아픈 기억은 묻어두자. 우리가 구한 아이들이 웃을 수 있는 미래를 위해.
우리처럼.... 울지 않도록, 잠시만.... 아주 잠시만 묻어두자.
".....알겠어요, 아재. 나도 희망이랑 아이들이 사람답게 살아가는 걸 바라고 있으니까요. 그러니....그들을 위해 제 감정은 묻어 놓을게요."
".....감사합니다. 그럼 그 부분은 나중에 다시 이야기하죠. 일단은 저희 일을 계속하도록 하죠."
"말해드리는 걸 깜빡했군요. 이제부터 반금련 씨도 저희와 같이 일하게 됐습니다. 제가 알던 정보상은 은퇴하고 후임들은 얼굴 튼 적이 없어 거래를 안 하니.... 정보 수집을 위해서라도 반금련 씨의 도움이 필요하게 됐습니다. 늦게 양해를 구하게 돼서 죄송합니다."
"어쩔 수 없죠. 돈도 인맥도 빈털터리니...."
"그래도 우리 뒤를 캐는 짠돌이랑 같이 일하려니까 좀 짜증 나긴 하던데."
"은하 씨도요?"
"뭐야, 너도 신상 털렸어? 하아... 그 짠돌이. 돈 아끼는 척 다하더니 우리 뒤 캘 돈은 있었나보네."
"그 사람 세 분 모두 뒷조사를 했다는 겁니까? 지금이라도 손을 끊어야 하나..."
"저는 같이 일해도 괜찮아요. 그분한테 부탁한 일이 있거든요."
"짜증나긴 하는데 그 정보력은 필요하고.....하아. 일단 같이 일하죠. 빈털터리인 우리한테 선택의 여지가 없으니."
"듣고나니 참 슬픈 선택지네요....크흑......! 아, 루시 양과 자온 씨 폰, 이제 개통이 된 거죠? 주시죠. 저희 번호를 입력해드리겠습니다...... 자, 여기 있습니다."
"그럼 이제 저는 반금련씨와 함께 세 번째 예배 시설인 구로의 백화점 쪽을 살펴보겠습니다. 여러분은 백화점 일대 차원종을 처리해서 저희가 조사할 틈을 만들어 주십시오. 부탁드리겠습니다!"
"맡겨둬요, 아재. 가자, 우리일 하러."
은하, 루시, 자온은 구로의 백화점 일대를 소탕하러 나간다.
*******
"고생하셨습니다, 여러분."
소탕을 마치고 돌아온 세 사람을 한기남이 반겼다. 먼저 돌아와 있던 그의 옆엔 이전에 망가진 하드디스크를 분석했던 기기들이 즐비해 있었다.
덕분에 백화점 안의 숨겨진 예배시설을 찾는데 성공했습니다. 파손되지 않은 하드디스크도 하나 건졌고요."
"캐 본 결과... 명단 하나가 나왔습니다. 이번 명단은 아무래도....섬의 주민들에 관한 리스트 같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