4월 30일, 행복이 오늘에 가득 차기를

AI미스틱 2021-04-30 1

 자고 일어났던 그 날.

 “이…이건….”

 짧은 다리에, 퇴화된 날개의 증거인 짧은 팔. 그리고 툭 튀어나와있는 부리.
 복슬복슬한 털에, 계란처럼 둥근 몸통을 가진 그것.

 ─펭귄 인형.

 “헤에에엣……!!”

 순간 너무 당황해서 말이 나오지 않았다. 이것이 자신의 것인지조차 잘 몰랐지만, 이 방에 있는 사람이라 해봐야 자기 하나라는 것을 인지하고서는 펭귄을 잡고 들어올리기 시작했다.
 이 즈음부터 빛나듯이 번적이는 눈동자는 마치 반짝이는 것을 보는 독수리와 같아서, 정말 ‘좋아한다’라는 것을 한 눈에도 알 수 있을것만 같았다.

 “……. …….”
 “누구?!”

 어이쿠, 실례.
 감격하고 있는 사람을 두고 잡설을 하는 것은 그렇게 좋지 않은 일인지라 서둘러 자리를 비켰으니, 인기척조차 남지 않은 그 방에서 무엇이 일어났는지는 이제 그녀─이슬비 외에는 아무도 모르는 일이겠지.
 혼자서 펭귄과 잘 놀길 바랍니다, 리더 님!
 그나저나 덥네요, 이건.

 “쓸데없는 소리 하지 말고 뛰어.”

 알겠습니다.
 서둘러 숙소에서 멀어졌으니, 오늘은….

 ─쉬는 날 아니었나요…?

 “불평하지마 동생!”

 아, 알겠습니다….


 그 날은… 특이한 날이었다.
 뒤뚱뒤뚱… 뒤뚱뒤뚱….

 “어…?”

 평소보다 일찍 거점에 도착했더니, 그곳에 있는 것은 다른 무엇도 아닌.

 “어어…?”

 뒤뚱거리며 움직이고 있는, 펭귄들 천국.
 작은 펭귄부터 큰 펭귄까지. 이따금 장난감도 있는 것이, 이게 무슨 일인가 싶기도 하였다.
 아니, 그 이전에.

 “시, 시간이 몇 시인데 다들….”

 그러자 한 펭귄이 뒤뚱거리며 다가오기 시작했다.
 중간에 툭 걸려 넘어져 버둥거리고 있노라니 무심코 웃음이 터져나왔는지, 평소엔 보이지 않던 웃음소리까지 내던 이슬비는 염동력을 발휘해 펭귄을 일으켜세워주었다.
 일으켜세워진 펭귄은 두어번 주변을 쳐다보더니 이윽고 바둥바둥 이슬비의 앞으로 뛰어나 그 짧디짧은 팔에 잡혀있는 무언가를 내밀었다.
 아니, 그 손으로 뭔가를 잡을 수 있단말이야?

 “아… 오늘은 쉬는 날이었지….”

 말마따나, 펭귄에 혼란해하던 이슬비는 오늘이 쉬는 날인줄 채 모르는 채 요원복을 입고 거점으로 나선 모양이었다.
 이쪽 입장에서는 허튼 일이 되지 않았으니 다행이지만.
 반대로 저쪽에서 뛰어오던 펭귄은, 무슨 급한 일이 있었던 건지 몇 번 그 짧은 팔로 이슬비를 툭툭 치더니, 이윽고 한쪽을 가리켰다.
 그곳에는 왜, 도대체 왜! 왜 있는지 모를 두더지 기계에서.
 또, 또 펭귄이 그 짧은 팔로 통통 게임을 하고 있었다.
 아니, 할 수 있는거야?

 하지만 역시 팔도 짧고 환경도 여의치 않았는지, 몇 번이고 실패하고서는 망치를 내려놓은 다음엔 구석에서 좌절 상태로 들어가기 시작했다.
 어째서인지 검은 아우라가 풍겨나오는 것은 기분탓일까 싶기도 하였으며, 그런 펭귄에게 작은 펭귄이 이슬비를 안내하니, 그녀가 묻기를.

 “도… 도대체 뭘 하라고….”

 당연히 모르겠죠. 하지만 하나는 알아주세요.
 그 펭귄이 두더지 게임을 클리어 하기 위해 계속 도전했는데도 실패했다는걸.

 “…이걸 하면 되는거야…?”

 네, 맞습니다.
 작은 펭귄의 서투른 몸짓에 망치를 들고 고개를 기울이니, 곧장 시작된 두더지 게임은….

 “악랄해…!!”

 덜컹덜컹! 소리가 날 정도로 격렬하게 튀어나오는 두더지와, 그 두더지를 맞추는 검은양의 리더… 음… 자존심 대결이었다.
 뚱땅땅뚱땅…. 소리가 웅장하게 퍼지고 있노라니 그 소리가 들려왔는지 천천히 일어선 구석의 펭귄은, 천천히 두더지기계에 다가가더니.

 ─탕탕, 탕탕, 탕탕.

 격렬하게. 그것도 매우 격렬하게. 한 번 두더지를 맞출 때마다 본인의 그 짧은 팔로 게임기 본체를 두드리고 있었다.
 팔이 짧은 게 그렇게 한스러웠던 걸까. 버둥거리며 치기를 반복하고 있으니 이윽고 두더지가 튀어나오지 않게 되었다.
 그리고 그것이 게임 클리어의 증표라는 듯, 우당탕 게임기를 후려친 펭귄은, 울분을 식히듯 몇 번 키가 커졌다 작아졌다 하더니, 이윽고 이슬비를 향해 돌아섰다.
 격렬한 게임기와의 격투(?)를 본 이슬비는 이게 무슨 일일까 싶어 그저 바라보고 있자니, 예상 외로 공손하게 고개를 숙인 펭귄은, 한풀이가 끝났다는 듯, 벤치쪽으로 다가가… 정확히는 벤치 옆으로 가서는 축 늘어졌다.
 마치 아이스크림처럼.
 그리고 남아있던 작은 펭귄은 또 이슬비를 데리고 어디론가 가기 시작했고….

 예, 일단 그쪽은 그쪽에게 맡기고, 저희는 좀 쉬겠습니다.

 가장 큰 펭귄이 그 짧은 팔로 어떻게든 펭귄의 머리를 분리해냈으니, 달력을 가져다 준 펭귄과 게임을 끝내고 휴식하던 펭귄 안에서 살겠다는 목소리가 터져나왔다.

 “괜찮아, 동생들?”
 “푸하!”
 “후아!”

 ─네, 검은양입니다.
 이윽고 가장 큰 펭귄도 인형탈을 분리해 옆에 잠시 내버려두었으니, 저쪽은 저쪽 나름대로 이곳을 신경쓰지 않는 모양인지라, 안심하고 옆구리에 응급용으로 차고있던 페트병을 까기 시작했다.
 쪼르르륵… 제이가 페트병을 기울여 물을 낙수시키니, 마치 수도꼭지에 머리를 들이밀 듯 마시는것조차 여의치 않았는지 그저 온몸으로 받는 것만이 전부였다.
 흐릿해진 초점으로 간신히 눈을 뜬 유리가, 떨어지고 있는 것이 물이라는 것을 알아채고 마셔대기 시작하고, 그 이후 간신히 눈을 뜬 세하 역시 천천히 물을 받아마시기 시작했다.
 어째서 이런 일이 일어났냐고요?

 …묻지 마시길 바랍니다.

 “그나저나 소재가 고갈났나요?”

 고개를 돌려 제이가 물었으니.
 정답은 “네”입니다.

 자, 다들 장비 챙기시고, 이제 쉬러 갑시다.

 “**할, 쉬지도 못하고 이게 뭐야….”
 “너무 그러진 마, 동생. 리더 생일에 한번쯤 이렇게 해주는 것도 나쁘진 않잖아?”
 “그럼 제 생일은 어떻게 되는거죠?”
 “…….”

 …….

 “나레이션 씨?”

 크흠…

 “일단 돌아가자고, 동생. 나중에 맛있는 거 사줄테니까 말이야.”
 “아싸, 저도 같이 가도 되는거죠?”
 “물론이지. 너도 많이 고생했으니까.”
 “아니….”
 “뭐, 나중에 나레이션 씨가 알아서 잘 해주지 않겠어?”

 제이?

 “기대하자고.”
 “그래요. 얼마나 대단한걸 들고오는지 한번 보자고요.”

 아니….

 “내 생일엔 먹을 거 잔뜩! 꿈이라도 좋으니까 돈도 많이 벌게 해줘!”

 …….

 “내 생일엔….”

 네, 수고하셨고요.
 이 이후 어떻게 이야기가 흘러가게 되었을지는 여러분들의 상상에 맡기겠습니다.
 설마 펭귄과 함께 놀이공원까지 가서 어린 애처럼 놀고오겠습니까?


 그럼, 혼돈과 혼란과 망각의 4월 30일.
 슬비의 생일을 기념하며.





 행복이 오늘에 가득 차기를, 건배!
 May Today be filled with Happiness, Cheers!
2024-10-24 23:36:25에 보관된 게시물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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