침식의 계승자 EP.2 신서울 Prologue-말없는 소원+1화 새로운 사업 시작?
DianBurned 2021-04-03 0
24년, 개정판으로 변경되었습니다.
prologue : 말 없는 소원
끼이익--------
신서울, 멈춘 차의 운전석에서 한 장신의 여성이 내렸다. 그녀는 짐칸의 고정 장치를 풀며 그 안에 있던 세 명의 위상능력자를 향해 말했다.
"자, 도착. 일단 꼬맹이는 저쪽이랑 합류하게 내리지 말고, 신호등들은 여기서 대기. 한기남 씨가 여기서 합류한다고 했으니까 여기서 시간 좀 때우고 있어."
"저, 반금련 씨. 저희는 여기 지리 잘 모르는데요?"
"수금원 꼬마 있으니까 괜찮아. 다른 곳도 아니고 유명한 곳에서 내려주니까 수금원 꼬마도 알겠지. 안 그래?"
".....아, 여기 거기네. 강남 CGV 광장. 잠깐이라면 시간 때우기는 좋겠네요."
차에서 내란 은하와 루시가 주변을 살폈다.
일부 길목을 통제했는지 특경대를 제외하곤 사람은 적었지만, 한눈에 번화가라는 걸 알 수 있을 정도로 높고 화려한 빌딩과 지하철 역이 보였다.
"으....으으....."
두 사람이 내린 짐칸에서 빨갛고 흐물거리는 무언가가 괴상한 소리를 내며 주르륵 흘러내렸다.
"자온씨, 아직도 멀미 심하세요?"
"따, 땅이다....."
멀미의 여파로 흐물거리며 차에서 내린 자온은 대답도 없이 스물스물 기어가 벤치 위로 몸을 널부러트렸다.
"으아아아아아아.......차 타니까 기억났어...나, 탈 것에 멀미가 심하다는걸...."
"역시 모지리...."
"은하 씨, 취급이 너무하잖아요. 자온 씨, 여기 물 좀 마시세요."
"이따가.... 고마워...루시...."
"이제 난 갈 테니까 알아서 시간 때우고들 있어."
"고마워요, 친절한 반금련 씨! 또 봐요!"
"그렇게 부르지 말라니까."
루시와 반금련이 이야기하는 사이 은하는 보조석 쪽에 앉아있던 아라에게 말했다.
"꼬맹이, 치료 잘 받고 있어라."
"응. 나 열심히 치료 받을 테니까 나중에 같이 바깥 구경하자, 언니!"
"훗. 그래."
다시 차에 탄 반금련이 아라와 함께 병원을 향해 떠났다.
은하는 밀려있는 연락들을 확인하기 시작하고, 어디선가 종이를 구해온 루시는 몸져 누워있는 자온을 향해 부쳐주기 시작했다.
"....하아....후우........"
멀미에 지쳤던 건지, 바람을 쐬던 자온이 곤한 숨소리를 내며 잠이 들었다. 그 모습에 은하가 어이없다는 표정을 지었다.
"뭐야? 이런 데에서 잠든 거야?"
"그러게요. 이런 도심 한가운데에서 잠드시다니. 멀미가 심하긴 하셨나봐요."
"하아...팔자 좋은 놈이네. 흐음....."
한심하다는 듯 자온을 바라보던 은하는 활을 보더니 갑자기 생각에 잠긴다.
"왜 그러세요, 은하씨?"
"아니. 그냥 이 형씨, 어디서 본 거 같은 기분이 들어서 말이지."
"처음 보자마자 누군지 알아보시겠다고 칼부터 던지신 건 기억나시죠?"
"그랬지. 그런데... 이상하게 이 형씨 얼굴이 익숙해. 분명 만난적은 없는데... 그리고 저 활, 어디서 본 거 같은데 어디였지..?"
"정말로 본 적이 있다면 언제가 기억나시겠죠."
"그래, 언젠가 기억나겠지....... 심심하네. 어이, 루시. 네가 살던 곳 이야기나 좀 해봐. 그럼 시간이라도 가겠지."
"프랑스 말이죠? 제가 살던 빵집은------"
잠든 자온 곁에 앉은 루시와 은하가 이야기를 나누기 시작했다.
******
또 이 꿈이다.
그 날의 기억. 몇 백번, 몇 천번, 아니 그 이상을 후회해도 돌아가지 못할 가장 끔찍한 악몽.
개입하려 발버둥쳐도 나는 아무것도 할 수 없다. 아무것도 막지 못 한다. 그저, 지켜보면서 짜여진 각본대로 움직여질 뿐.
구름이 달빛을 가린 밤, 집을 지키던 어린 나는 익숙한 목소리에 문을 열고 그들을 맞이한다.
형님과 그 동료들. 그들과 함께 즐거운 시간을 보내는 와중, 어린 나는 중간에 방으로 돌아가 잠을 청했지.
하지만 그날 밤은 유독 외롭고 쓸쓸했었어. 그래서 조금 어리광을 부리기 위해 방을 나선 나는....보게 되었지.
동료였던 그 사람들이, 형님의 몸에 무기를 꽂은 모습을. 그 따스했던 몸에서 온기가 핏물과 함께 흩어져 가는 그 모습을.
놀라서 뛰어갔지만 저지당한 나는 한 구석으로 나뒹굴어졌지. 그 순간에, 위상력을 각성해 머리칼이 주홍빛으로 변했고.
형님의 몸을 내쪽으로 집어던진 그들이 무언가 쑥덕이던 중, 갑자기 집에 불타기 시작했지. 불타는 집 안으로 차원종들이 들이닥치고, 주변을 닥치는대로 부수기 시작했고.
그 속에서 사람들의 형체가 일렁거리며 보였지.
우리 위대한 불꽃을 받들어, 지금의 육신을 벗어나 새로운 혼으로의 도약을
차원종에 의해 고깃덩이로 변하면서도, 차원종을 찬양하는 말을 올리는 광신도들이였지.
형님을 해한 동료들과 광신도들, 차원종들이 얽힌 사이, 형님은 온기가 흩어져가는 손으로 내 뺨을 만지며, 반짝이는 붉은 빛을 내게 주곤.... 숨을 거두셨지.
불타는 추억, 사그라진 나의 빛에 어린 나는 그저 울부짖었다.
구해줘. 제발, 제발 형을....구해줘....!
그러나 무정하게도 불꽃이 우리의 몸을 집어 삼키려들고, 차원종이 희망을 짓뭉개려는 그 순간,
늦어서, 미안하다.
하얀 머리의 소년이 나타나 사과해.
차원종을 쓰러뜨리고 불을 꺼뜨리며 내게 사과의 말을 전하지.
....그제야 다시 자각하지. 이것은 기억이 뒤섞여버린 꿈이라고.
나는, 당신을 제대로 만난 적이 없어. 이건 내 추억이 아니야. 그 말은 내가 들은 것이 아니야.
그럼에도 이 악몽의 끝에서 항상 당신이 나타나는 건 입 밖으로 내지 않을, 내도 이제는 소용없을, 나의 말 없는 소원 때문이겠죠.
내게도... 영웅이 있어줬다면...
.....나이트.
******
눈을 뜨니, 그 옆엔 은하와 루시가 있었다.
"....깼냐, 모지리?"
"...거, 깨자 마자 모지리 소릴 들어야겠냐?"
"너무 그러지 마세요, 자온씨. 이렇게 말하시지만 은하 씨도 부채질 같이 해주셨단 말이예요."
"야, 루시. 쓸데없는 소리하지 말지?"
"네, 네... 아, 여기 물이요."
"쩝.... 둘 다, 고맙다."
"그 물, 내 돈으로 산 거니까 너 빚진거다?"
물을 마시려던 자온이 그 말에 잠시 멈칫하다가 그냥 마셨다.
"....나중에 청구해. 그러고 보니 나, 얼마나 잔 거야?"
"1시간 정도요. 아까 다들 병원에 잘 들어갔다는 연락이랑 한기남 씨도 곧 도착한다는 연락을 들었던 참이예요."
"그래? 여기서 병원 가깝나?"
"바로 근처래. 조금 걸으면 바로 나와."
"뭐, 가깝다니 다행이네. 병문안은 자주 할 수 있겠어."
"그러고 보니 우리도 병원에 오라고 하던데. 그 섬의 독기 때문에 몸에 이상 없는지 확인해 본데요."
움찔
루시와 자온이 갑자기 움찔하면서 오묘한 표정을 짓었다.
"둘 다 표정이 왜 그래?"
"아니, 제 몸은 분신이다 보니까 평범한 위상능력자와는 좀 다른 결과가 나올 거 같아서요..."
"나도 외부차원에서 오래 있어서 구조적으로 검사당하면 이것저것 문제가 나올 거 같은데..."
"하아... 이것들을 어떻게 하지..."
"일단 고민해 봐요..."
그렇게 고민하던 중 다 귀찮다는 듯 세 사람은 멍 때리기 시작했다.
-침식의 계승자 EPISODE 2. 신서울-
1화 새로운 사업, 시작?
"....다 됐다."
"와! 예뻐요! 세세한 곳까지 잘 신경쓰셨네요!"
"오오... 확실히 예쁘긴 하네."
"예전에 이 힘에 적응하느냐고 시작했었던 건데 지금은 완전히 취미가 됐단 말이지."
"아, 여러분. 여기 계셨군요. ....요게 다 뭐랍니까?"
세 사람의 주변으로 붉은 실로 만들어진 여러 조형물이 늘어져 있었다. 단순한 모형부터 자온의 손에 만들어진 에펠탑의 모형까지 다양히 늘어져 있었다.
"아, 솜씨 좋은 한기남씨. 오셨네요."
"아재 왔어요?"
"하핫. 이것저것 좀 해결할 것이 많아서 말이죠....에휴."
"무슨 문제라도 있어요, 아저씨?"
"저희가 시작하려는 사업 말입니다, 아무래도 여러분들이 먼저 시작해주셔야 할 거 같습니다."
"미리 연락 드리긴 했지만 섬에 있던 분들은 예외 없이 건강검진을 받아야 한다고 했잖습니까."
"그런데 제가 그런걸 받으면 이 한기남이 강남에 돌아온게 사채업자들에게 알려질꺼란 말이죠. 에휴....어쩔 수 없지만 갔다오긴 할겁니다."
"그러니 여러분이 종교단체에 대한 조사를 먼저 시작해 주세요."
"하자고 해도 말이죠. 무슨 단서라도 있어요?"
"네, 있습니다. 무턱대고 신서울에 온 게 아니예요."
"처음 쓰레기섬에 들어갔을 때, 죽어가는 노파 한 명을 간호한 적이 있었는데, 그 노파가 죽기 직전에 기억을 되찾았습니다. 희망이처럼 말이죠."
"그는 자신이 교단의 신도였다고 합니다. 하지만 억울하게 이단으로 몰려 도사에게 숙청당해, 섬에 보내졌다 합니다."
"교단...도사... 딱 들어도 수상쩍은 단어네요."
"그 노파는 제게 교단을 파멸시켜달라며 예배 시설 몇군데를 알려줬습니다."
"그런데 들은 위치가 하나같이 차원종 출몰 등으로 봉쇄나 접근 제한등이 있는 곳이더군요. 이유를 물어보니 차원종을 가까히 마주할 수 있는 곳에 일부로 시설을 지었다 합니다. 교단이 섬기는 신이, 차원종이였던 셈이죠."
"차원종을 신으로 섬긴다니, 제정신들이 아니예요....!"
"역시 제정신은 아닌 패거리였네."
"차원종 놈들로 종교까지 만든 놈들이니 제정신은 아니라 생각했지만..."
"그러게 말입니다. 과거에 차원종을 신으로 섬기는 종교단체가 있다곤 들었지만 오래전에 와해되었다고 들었습니다. 어쩌면 그 종교단체의 후예거나, 분파일지도 모르겠군요. 어쨌든, 이 예배시설이라면 단서가 있을겁니다."
"그래도 우리가 막 시작한다고 해도 아재 없인 엉킬거 같은데... 아재 문제부터 먼저 해결하는게 낫지 않아요?"
"그렇죠. 그래서 병원 가면 어쩌피 들킬거 미리 사장님께 연락해야 할 것 같습니다."
"필요하면 팔아요, 내 이름. 어쩌피 있는 악명 하나 더 늘어도 상관없으니."
"너 도대체 뭐하면서 살아왔길래....."
"알거 없고, 필요하면 내 이름 팔아도 되니까 얼른 끝내요."
"후우.. 알겠습니다. 그럼 연락이랑 좀 하다 오겠습니다. 기다려주세요."
한숨을 푹 내쉰 한기남이 휴대폰을 켜곤 병원을 향해 걸어갔다.
"좀 걸릴거 같으니까 조금만 시간 때우자고. 난 아저씨 도와줘야 할 거 같은데.... 너흰 뭐 할거야?"
"저는 조금만 주변을 둘러보고 싶어요. 모처럼 온 신서울이니 여기저기 구경하고 싶네요."
"나도 주변 산책이나 할래. D백... 그 인간 관찰이 취미라는 그 차원종 덕분에 내부차원에 대해 이것저것 배우긴 했지만 이렇게 눈으로 직접 다시보니 좀 새롭단 말이지."
"그럼... 한 30분 정도 있다 모이기로 해요. 이따 봐요."
"그래, 이따 보자고."
"이따 뵈요, 다들!"
"자... 어디로 가야 하나. 일단 좀 걸을까......어? 아라야!"
걷다보니 어느새 아이들이 입원한 병원 앞, 근처 공원에 아라가 있었다.
"아, 자온 오빠다! 다시 봐서 기뻐!"
"그래, 나도 기뻐. 그런데 이렇게 병원에서 나와 있어도 돼?"
"병원? 이 하얀 건물을 병원이라고 하는 거야? 응, 일단은 그 하얀 건물에서 지내고 있어. 간호사라고 불리는 어른들이 가끔 이렇게 건물 바깥으로 데려다 줘. 바람을 쐬라고."
"여기 너무 좋아! 공기도 깨끗하고 길에 다니는 사람들도 다 예뻐보여!"
"후훗. 많이 봐둬. 이제부턴 이런 곳에서 지내게 될테니까. 다 같이 건강해지면 그 때는 여기저기 돌아보면서 맛있는 것도 먹자. 그러니까 치료 열심히 받아, 아라야."
"응! 치료 잘 받을테니까 꼭 같이 돌아보자! 아, 슬슬 병원에 돌아갈 시간이다. 또 만나, 자온 오빠!"
"그래. 또 보자, 아라야."
병원으로 돌아가는 아라와의 짧은 대화를 마친 자온은 신서울 여기저기를 구경하기 시작했다.
******
"아나... 재밌어 보이는게 많아서 돌아다니는 것까진 좋았는데 하필 길을 잃어서....겨우 돌아왔네. 어, 아재?"
"아...그러니까 평화적으로 해결하자고요!"
".....분위기가 영 평화로워 보이진 않네."
"반드시 돈은 갚겠습니다. 갚을 테니까요...!"
한기남이 쩔쩔매며 통화하는 모습을 못 봐주겠는지 은하가 전화를 뺏어 받는다.
"여보세요, 사장님? 저 은하예요. 내가 보증한다니까요? 날 못 믿어요?"
"어, 저 눈빛. 처음 만났을 때 그 살벌한 눈빛이다."
처음 만났을 때의 눈빛을 보곤 저 멀리서 상황은 지켜보기 시작했다.
"야, 빨강이. 너 거기서 뭐하고 있어?"
갑자기 뒤에서 누군가 말을 걸었다. 뒤를 돌아보자 병원 쪽으로 갔었던 밀수업자 반금련이였다.
"반금련씨? 반금련씨야 말로 왜 여기 있나요? 그대로 가신 줄 알았는데?"
"그럴려고 했는데 당분간은 이쪽에 머물러야 할거같아. 유니온이 여기로 감찰관을 보낸다는 정보가 있거든."
"이런 민감한 시국에 괜히 다른 곳으로 갔다가 섬의 관리자와 한패라는 누명을 쓰긴 싫어."
"유니온의 감찰관... 만나기 싫네..."
"응? 뭐라고 했어?"
"아무것도 아니예요. 뭐, 떠나서 괜히 책잡히는 것보단 여기 남는게 나을테니. 이왕 있는거 잘 지내보자고요."
"그래, 잘 지내보자고. 아, 이거 받아."
"응? 뭔데요.... 휴대폰?"
"한기남씨 부탁으로 구해왔어. 너 아무것도 없는 빈털터리잖아?"
"맞는 말이긴 한데 좀 그렇네요. 그런데 이걸 공짜로 주시는건 아닐테고, 뭐 하면 돼요?"
"눈치 빨라서 좋네. 기기 값이랑 개통비로 차원종 잔해들 좀 잔뜩 구해와. 도시는 물가가 비싸니까 생각보다 많이 구해와야 할껄?"
"아, 그리고 폰 개통하려면 네 개인정보가 필요해. 여기다 좀 적고 가."
"....그거 대체할 방법 없어요? 솔직하게 쓰면 여러모로 좀 곤란하거든요."
"뒤가 좀 구린가봐? 10퍼센트 정도 더 많이 가져오면 그건 어떻게 처리해 줄께."
"은하가 왜 그렇게 부르는지 조금은 알겠네........ 짠돌이...."
"야, 다 들리거든. 더 비싼 값으로 부르기 전에 잔말말고 얼른 구해와."
"예,예... 갔다오죠."
"그래, 열심히 모아오라고."
자온이 통제구역으로 이동해 시야에 더이상 보이지 않자, 조용히 중얼거렸다.
"좀 수상하네. 미등록 위상능력자인것도 그렇고. 세상 물정을 미묘히 잘 모르는 것도 그렇고...좀 파고들어 볼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