어게인 클로저 19화

검은코트의사내 2021-03-29 0

 울프팩 팀은 곧바로 강원도로 왔다. 고위 차원종 더스트는 그들을 기다리고 있었다는 듯이 음흉한 미소를 지으며 맞이했다.

"어머, 정말로 와주었네. 내 인형이 되어주려고 온 거야?"

"웃기시네. 너같은 차원종의 인형이 될까보냐?"

 가장 먼저 발끈한 건 서지수였다. 그녀는 다혈질적인 성격으로 건 블레이드를 꺼내들었다. 다른 클로저들도 전부 무장하여 그녀와 대치하려고 했지만, 더스트는 여전히 여유를 부렸다.

"어머나, 무서워라. 연약한 숙녀를 이렇게 대하는 건 너무하지 않아? 인간들은 숙녀를 대할 때 거칠게 대하지 않는다고 하던데 아닌가?"

 고개를 갸웃하면서 말했다. 울프팩 대원들은 이런 차원종은 처음 봤다는 듯이 어리둥절했지만, 트레이너는 태연했다. 오히려 발끈하면 녀석의 페이스에 휘말리게 된다. 전생에서는 울프팩 교관으로서 요원들을 작전에 투입시킨 거 밖에 한 것 없었지만, 지금은 달랐다.

"더스트라고 했나? 한 가지 물어보고 싶은 게 있다. 왜 너는 인간을 인질로 잡는 짓을 하는 거지?"

"어머, 글쎄. 너희랑 조금은 놀아보고 싶어서?"

 단순한 이유였다. 사람의 목숨을 파리처럼 여기는 듯한 태도에 발끈한 울프팩 대원들. 

"용서 못해! 그런 이유로 수많은 클로저들과 도지사님 가족을 불행하게 만들어? 가만 안두겠어!"

"안 돼! 멈춰!"

 준혁이 앞서 나가려고 하자, 트레이너가 급히 그의 앞을 가로막았다. 왜 말리냐고 묻는 준혁의 말에 그는 고개를 저었다.

"저 차원종은 너희가 싸워왔던 수준과는 다르다. 일단 물러나라."

"무슨 말씀이신가요? 교관. 차원종은 박멸해야 합니다. 선제 공격 필수에요."

"저도 동의합니다."

 지나 그레이스와 베로니카는 평소와는 다르게 교관 뜻을 어기려 했다. 더스트의 도발이 먹혀들었던 것, 트레이너는 명령이라며 그만두라고 했지만, 울프팩 팀 모두가 그녀에게 덤벼들었다. 

"어머, 무서워라."

 더스트는 곧바로 손가락을 튕기며 차원종으로 변한 클로저들을 불러냈다. 검은색 갑옷을 입고 있는 인간형 차원종 군단이 그들의 앞을 가로막았다. 

"저리 비켜!"

 지수는 귀찮다는 듯이 푸른 불꽃이 담긴 건 블레이드를 휘둘렀다. 한 번의 참격이 일어날 때마다 수많은 차원종들이 푸른 불꽃에 녹아내렸다. 원래는 클로저들이었지만, 더스트에게 굴복하여 결국 차원종이 되어버린 클로저들, 그녀에게는 일절 자비라는 게 없었다.

"어머, 예전 동료를 그렇게 막 죽여도 되는 거야? 매정한 여자네."

"입 **! 차원종 주제에 너무 시끄럽게 구는 거 아니야?"

 이번에는 더스트를 향해 직접 덤벼들었다. 더스트는 그녀의 강력한 위상력을 느끼고도 태연한 얼굴로 검은 선풍을 일으키며 그녀의 건 블레이드를 막았다. 단지 소용돌이일 뿐인데 건 블레이드가 막혀서 나아가지 못한 걸 본 지수의 눈동자가 커졌다. 처음이었다. 자신의 공격을 막아낸 차원종. 그제야 그녀는 냉정을 찾으며 심호흡을 한 번 했다.

"제법인데? 내 공격을 막아낸 차원종은 처음이야."

"어머, 겨우 이런 거 가지고 칭찬이라니, 너무 약한 거 아니야?"

"뭐라고?"

 능글맞은 말투에 지수는 발끈하여 건 블레이드에 위상력을 더욱 불어넣었다. 트레이너는 이 모습을 보며 두 사람이 싸우는 걸 보았다. 서지수와 더스트는 거의 호각인 관계였다. 지금 그가 할 수 있는 건 지수가 마음 놓고 싸울 수 있게 만드는 것. 

쾅!

 예전 클로저였지만, 지금은 차원종으로 변해버렸다. 그들은 모두 적, 남아있는 아군마저 같은 운명에 처하지 않게 하기 위해서는 결단을 내려야 했다.

"싫어."

 다른 울프팩 요원들은 차원종들을 쓰러뜨리고 있지만, 단 한 명만이 주저하고 있었다. 아직 중학생 나이밖에 안 된 준혁이었다. 원래 사람이었다는 사실 하나 때문에 두려움에 빠져 제 힘을 발휘하지 못하고 있었다.

"전준혁! 정신 차려! 저 놈들은 차원종이다!"

"하, 하지만, 교관님. 저들은 원래 사람이잖아요. 어떻게?"

 준혁이 겁에 질리고 있을 때 차원종 하나가 괴성을 지르며 그를 공격하려고 했다. 트레이너는 즉시 몸을 움직여 차원종 머리를 걷어차면서 인상을 썼다.

"잘 들어라! 저들은 원래 클로저들이었다. 하지만, 지금은 차원종으로 변해버렸지. 그들을 도와줄 수 있는 방법은 하나다. 차원종에게 더는 이용당하는 도구가 되지 않게 하기 위해서라도 편히 보내주는 게 방법이다."

쾅!

 트레이너는 자신에게 덤벼드는 차원종의 머리를 부쉈다. 그의 주먹에 피가 묻은 걸 본 준혁은 비명을 지르며 쓰러졌다. 차원종을 상대로는 적극적이던 그가 처음으로 공포에 떠는 모습이었다. 

"전준혁!"

 지나 그레이스가 가세하여 준혁에게 덤벼드는 차원종을 찌르고 그를 부축해주었다. 그 과정에서 또 다른 차원종 3마리가 덤벼들었지만, 트레이너가 나서서 처리했다.

"지나 그레이스, 준혁을 데리고 안전한 곳으로 피신해라."

"네! 교관님."

 아직 나이가 어린 준혁에게는 감당하기 어려운 일이었기에 전장 이탈을 명령했다. 그러자 다른 차원종들과 맞붙고 있는 울프팩 대원들도 고전을 면치 못했다. 차원종이지만 한 때 클로저였을 때 방식으로 싸우고 있기에 위상력이 강력한 울프팩 팀도 쉽지 않은 일이었다. 트레이너는 달랐다. 자신이 직접 가르친 클로저들이었기에 몸으로 하나둘씩 전투력을 기억해냈다.

퍽! 퍽! 콰쾅!

 트레이너는 팀원들을 구할 각오로 예전 제자들을 처단했다. 울프팩 요원들은 교관의 지원에 힘입어 사기가 올랐다.

 차원종들을 거의 처치할 때 쯤에 트레이너는 한숨 돌리겠다는 듯이 서지수와 더스트의 싸움을 지켜보았다. 서로가 부딪칠 때마다 풍압이 심하게 발생했다. 푸른 불꽃과 검은 선풍이 극이 같은 자석처럼 서로를 밀쳐내는 듯한 모습이었다. 마치 서로를 거부하듯이.

"간만에 재미있는 인간을 만났네. 마음에 들었어. 인간, 이름이 뭐지?"

"서지수다."

"후후후, 날 재미있게 한 대가로 오늘은 그냥 물러가 줄게. 하지만, 다음에 만날 때는 이러지 않을 거야. 꺄하하하핫!"

 얄미운 웃음소리를 내면서 검은 선풍으로 몸을 가렸다. 서지수는 놓치지 않겠다며 건 블레이드로 선풍을 베었지만, 더스트의 육체는 사라진 지 오래였다.

"이런, 도망쳤군."

 지수는 혀를 찼다. 트레이너는 근처에 있는 폐건물로 들어가 기절해있는 강원도지사 가족을 발견했다.

"서둘러라! 어서 병원으로 옮겨야 한다."


* * *


 임무는 성공적으로 마쳤다. 트레이너는 강원도지사 가족이 전원 생명에 지장없다는 사실을 지부장에게 듣고 나서야 안도하면서 휴대전화를 껐다. 그는 곧바로 풀이 죽어있는 준혁에게 다가가서 말을 걸었다.

"전준혁, 잠깐 이야기 좀 해도 될까?"

"교관님."

 준혁은 양손을 떨면서 뒤따라갔다. 트레이너는 막상 어떻게 위로해야 할지 고민이 되었다. 전생에서 준혁이 본격적으로 성장하게 된 건 지나 그레이스가 죽고 나서 벌어진 일이었다. 하지만, 지금은 미래가 바뀌었으니 그녀가 죽을 일은 거의 없을 거라 확신했다. 그렇다면 다른 방법으로 준혁이 성장하게 도와줘야 했다. 

 옥상으로 온 트레이너는 자신을 쳐다** 못하는 준혁의 어깨를 잡았다.

"전준혁, 모든 사람을 살릴 수 있다는 희망을 품고 있는 거냐?"

"클로저는 사람을 구하는 사명이 있잖아요. 그런데 사람을 죽인다고요?"

 더스트가 보낸 차원종들은 전부 인류를 위해 싸우던 클로저들이었다. 인질로 붙잡은 더스트의 계략에 클로저들이 자진해서 차원종이 되었다. 이번에 울프팩 팀이 갔을 때는 더스트는 그러한 행동을 하지 않았다. 트레이너도 그 점에 대해서는 의문이었다.

"그러고 보니 이상한 점이 있다. 왜 더스트는 우리가 갔을 때 인질을 잡고 협박하는 짓을 안했는지 모르겠어."

 전생의 기억이 있었지만, 그녀의 속마음은 지금도 읽을 수 없었다. 태평양에서 모습을 드러냈다가 돌연 사라진 다스 군단, 그리고 더스트가 참모장으로 있는 이름없는 군단, 두 세력 사이에도 변화가 있을 수도 있기에 생각을 많이 해야 했다.

"제가 묻고 싶은 건 그런 게 아니에요! 교관님. 차원종으로 변한 사람들을 원래대로 되돌릴 수는 없는 건가요?"

 준혁은 간절한 눈빛으로 그에게 말을 걸었다. 트레이너는 그 말을 듣고도 아무 말도 할 수 없었다. 미래에는 있지만, 지금은 방법이 없다. 클로저도 사람이었다. 그들도 차원종이 되고 싶어서 된 게 아닐 텐데 그들을 꼭 죽여야 하는 거냐고 준혁이 물었다. 트레이너는 하늘을 잠시 바라보며 무거운 한숨을 내쉬다가 그를 똑바로 쳐다보았다.

"전준혁. 내 말 잘 들어라. 네가 그 사람들을 생각하는 마음은 잘 알겠다. 그럼 이렇게 생각해보는 게 어떻겠냐? 만약 네가 차원종이 되어서 약한 사람들을 공격한다고 가정하자. 그 후에 제정신을 차리게 되어 지금까지 해온 악행들을 기억하면 어떻게 될 거라고 생각하나?"

 트레이너의 질문에 준혁은 잠시 말문이 막히다가 눈동자가 커졌다.


To Be Continued......


Chapter.0 프롤로그(Pro ~ 3화)



Chapter.1 차원전쟁편(4화~10화)



Chapter.2 울프팩편(11화~)

2024-10-24 23:36:23에 보관된 게시물입니다.

검색 결과가 없습니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