어비스의 주인 3장 2화, 천사 사냥 上
AI미스틱 2021-03-11 0
“그 날 이후, 많은게 바뀌었던 모양이군. …도대체 뭘 생각하고 있는지는 모르겠지만.”
“그래서, 만날 수 있다는 건가?”
“물론, 이 통로를 지나고 있는 이 시점부터, 네가 ‘우리엘’과 만날 수 있다는걸 반증하고 있지않나.”
‘우리엘’, 기적이자 인류의 재해, 공포… 죽음.
‘절망’을 담아낸 천사의 모습은 온데간데 없어진 채, 이곳에 남아있는 것은 수많은 사슬로 옭아맨, 단 하나의 존재뿐.
“이 참에 많은 이야기를 해두는게 좋을걸세. …이야기가 끝나면, 어쩌면 두 번 다시 만나지 못할 수도 있으니까.”
“…그런가.”
이번 수술에는 큰 의미가 있었다.
천사라 불리우는 그 괴물을 제어하기 위해 면류관을 씌우고, 벌처스의 전 처리부대의 목에 채워둔 초커를 박아넣는다.
특S급 차원종, 용 ‘맘바’를 억압한 면류관과 처리부대 자체를 억제한 초커. 두 개를 동시에 사용한다면 아무리 어비스라 해도 버틸 수 있을 리가 없겠지.
그리고 프레이 아델 로가 한 말의 의미는.
“자네와의 대화가 끝나면, 의식 분리에 들어갈테니… 이미 전이될 육체는 구성해두었네. 물론, 완전한 성체는 아니지만.”
“…그런가.”
의식 이전. 현재 유니온의 기술력으로는 ‘훈련 프로그램’ 외에는 의학으로써 구현되지 못한 기술이었으나, 인류에게 다가오는 이 재해를 막아내기 위해서는 불완전한 기술이라 해도 사용할 필요가 있었다.
─만약 그 끝이, 죽음이라 한다 해도… 그 역시, 인간을 위해서 필요한 희생이겠지.
“그럼, 마지막 대화를 느긋하게 즐기게, 유 주 요원.”
그 말을 끝으로 프레이 아델 로는 발길을 돌려 돌아갔으며, 유주는 눈앞에 열리는 문 너머로 나아갔다.
허무의 관 안쪽은 한국 지부에선 위상력을 억제하는 최고위 기관. …다르게 말하자면, 이곳에 발을 들인 이상 아무리 인류 최대의 위상력 크기를 가진 유주라 해도 위상력 방출이 불가능하다.
평범한 클로저의 신체능력까지 저하된 상태에서 발을 내딛으니, 그 자그마한 소리가 의식을 깨운걸까, ‘우리엘’이 살며시 눈을 떴다.
“…왔어…? 너무 오래 기다렸다고….”
“미안해. 조금… 얘기가 오래걸려서.”
허무의 관이, 단 하나의 개체를 위해 전가동을 하고있는만큼, 전격은 커녕 위상력조차 발휘하지 못할 정도로 거대한 압박감 속에서, 유주가 한때 친구였던 이를 바라보며 말했다.
“…하은….”
“이젠… 우리엘이라고 불러도 되는데.”
“그렇다 해도, 우리에게 있어선….”
달라지지 않은 것이 너무나도 많았다.
그 얼굴도, 그 모습도, 그 목소리도… 그리고, 그녀의 눈에 담긴 감정을 제외한 모든 것.
검은 위상력의 사용자라는 이유만으로 ‘인간을 위해서’라는 명목 아래 연구소로 보내져, 어이없을 정도로 다뤄졌을 그 모습을 상상하자면, 단지 끔찍하기만 할 뿐이었다.
강한 책임감을 짊어진 채, 주먹을 움켜쥐고 우리엘을 바라본 유주가 말했다.
“이제 끝날거야. 이 모든게….”
그러자 우리엘은, 아니라며, 그럴 리가 없다며 고개를 저었다.
“그런 형편좋은 일로, 허울좋은 말로… 단지 달콤하기만 한… 쓰라린 아픔을 ‘없다’라고 지워버리고, ‘끝날거다’라고 말해서 끝낼 수 있을 리가 없잖아….”
이윽고 경보음이 울리기 시작했으니.
삐익! 삐익! 강하고 세차게 울려퍼지는 경보음 속에서 단지 둘만의 시간을 가지고 있던 유주에게, 스피커로 강한 목소리가 내쳐졌다.
“허무의 관 내부에서 커다란 위상 파장이 발견됐어. …거기서 당장 나와, 유주!”
“…하은….”
빠득, 이빨을 강하게 갈아내는 소음과 함께, 하은이. …언제부터인가 보이지 않던 눈물의 방울을 아주 약간 흩뿌리며, 서글픈 목소리로. 다신 듣지 못할… 들어서도 안될 목소리로, 울면서 외쳤다.
“이 가슴 속의 증오가, 그런 말 몇 마디로 해결될 리가 없잖아!!”
─빠직.
그녀를 붙잡아두는 구속구에 금이 간다.
오버클럭될 정도로 강하게 작동되는 공포스런 허무의 관 안에서 자신의 힘을 과시하듯 흩뿌린다.
‘인간’이란 무엇인가.
절망을 안겨다주는 존재, 절망인 존재. 절망 그 자체!
나에게 있어서 인간이란─
“그까짓 말 몇 마디로 우리가 ‘행복하게 잘 지냈습니다’라고 말할 수 있을 리 없다고!”
망가진다.
인간이 한없이 망가진다. ─무한히 망가진다. 앞으로도 없을 정도로 강하고 격렬하게 으깨어져, 두 번 다시 돌아오지 못할 정도로 핑핑 돌아, 흔들린다.
인간이란 그런 존재이니, 사리사욕을 위해 남을 해치는 것을 두려워않는다….
“우리의 증오는 끊을 수 없는 거라고.”
‘증오’란 그런 것일 뿐이다….
어느 한 쪽이 완전히 사라지기 전까지는, 영원히 끊어지지 않는 ‘악마의 고리’….
─허무의 관, 오버 클럭… 위험 수치 임박, 빠른 서둘러 대피를….
“하은….”
“내 목을 조이는 이 강한 감정과.”
─이 몸을 옥죄는 이 강한 분노 속에서.
너희는 나처럼… 절망해라.
그리고, 그 ‘절망’ 속에서 울려퍼지는 한 마디.
“시궁쥐 팀 감찰관 겸 임시 지휘관이자, A급 클로저, 오세린입니다.”
‡ ‡ ‡
부산에서 클로저에 대한 인식이 얼마나 안좋은지 알고 있었다. 그리고… 동시에 클로저를 받아들이지 않을 적이라는 것쯤은 전부 알고 있었다.
하지만 그럼에도 민수호 시장은 그들을 모종의 이유로 받아들였으니, 그것이야말로 부산 시민들에게 있어서는 ‘이해가 가지 않는 행동’ 중 하나였다.
그 누구보다도 앞장서서 ‘클로저 없는 도시’를 추구해왔던 그가, 어째서 클로저를 받아들이는가.
…그것은 그리 먼 이야기가 아닌… 아주 가까이에 있는 하나의 이야기.
지금으로부터 약 20년밖에 지나지 않은 옛날 이야기 중 하나.
“시장님, 어째서 하늘새 팀의 거주를 허가하신건가요.”
아오츠키 아오이가 그렇게 묻자, 부산 시장, 민수호는 한참동안이나 하늘새로부터 전달받은… 20여년 전의 자료를 바라보는 상태로 물었다.
“아오이, 너는… 너는 이게 진실이라고 믿나?”
그러자 아오츠키 아오이가 답하기를.
“그것이 진실이라 할지언정… 저는 그저, 시장님의 선택을 따를 뿐입니다.”
“그런가.”
선택권은 어디까지나 민수호, 자신에게만 있는 법.
과연 자신의 선택이… 그들에게 준 면책권이, 이 커다란 부산시에서 얼마나 거대한 영향을 미치지…아무도 모르는 일이었다.
허나, 확실한 점이 있다면.
“괴롭군….”
속이 불타오를 정도로… 그 불을 삭힐 정도로 강한 저림이 눈물샘에서 새어나와, 제멋대로 눈시울이 붉어진다.
아… 부산에 있었던 용사, 라….
유니온은 도대체 무엇을 했기에. …그리고, 무슨 짓을 했기에….
─그 자그마한 소녀에게마저, 악마조차도 두려워할 일을 저지른단 말인가.
고개를 저은 민수호는, ‘하늘새’ 팀이 정착했다는 정보를 전해듣고서는, 고개를 끄덕였다.
“이젠, 그들의 선택이겠지.”
앞으로 어디로 향할지, 그리고… 어느 쪽으로 나아갈지마저.
새가 날개를 펼치고 날아갈 곳이 얼마나 먼 곳일지는 모르겠지만… 적어도 그 방향이 암초조차 없는 머나먼 바다를 향하지 않길 빌 뿐이었다.
부산의 남포동, 그곳에 정박한 클로저 여덟은, 그렇게 좋은 시선을 받을 수는 없었다.
“어째서, 일까요…? 우린 그저… 사람을 구하고 싶을 뿐인데….”
언제부터인가 제어코드가 아닌 정상적인 인격으로 돌아온 아나 스타피트가 지레 겁을 먹으며 말하자, 그에 대해 세이지가 답했다.
“한없이 평화롭다고 여겨지는 부산에 클로저가 왔다고 생각을 해봐. …누구라도 불안할테지.”
“그 이전의 이야기부터 먼저 해야할 것 같은데, 세이지.”
세이지의 설명에 하자가 있다고 덧붙인 유주가 그에 대한 추가 설명을 하기 시작했으니, 그 추가 설명을 위해, 아주 잠시 과거로의 여행을 떠날 수밖에 없었다.
“서유럽을 4일만에 불바다로 만든 특S급 재해, ‘헤카톤케일’의 습격으로 인해 뉴욕에 본부를 둔 총본부는 난감해졌어. 총본부가 붕괴한다면, 그 휘하에 있는 모든 명령체계가 엉망이 될 수밖에 없으니까. 하물며 전쟁통에….”
“그렇기에 유니온은 그런 현상을 순간적으로 제어하기 위해 모든 전력을 서유럽에 집결시켰는데, 그 사이 일어난 것이 바로 부산에서의 일… 당시에는 S급, 현재는 특S급으로 격상한, 재해 ‘아바돈’ 사건이야.”
“아바돈…?”
특S급 차원종에 대해서는 그렇게 많은 것을 알 리 없는 아이들에게 ‘아바돈’이니 ‘헤카톤케일’이니 설명하기에는 너무 어려웠던걸까, 난감하다는 듯 유주가 머리를 긁적이자니, 하얀이 대신 말을 이었다.
“집에 불이 났는데, 자기네 집 불만 끄고 옆집 불은 끄지 않았다… 정도일까?”
“그런거군요….”
그런 말로 이해가 될까, 싶었지만 ‘불이 났다’는 점에 있어서 이미 둘 다 동격의 의미를 가지고 있으니 충분히 이해할 수 있다고 여긴 유주가 고개를 끄덕였다.
“그런거지. 그리고 그 옆집의 불을 끄려고 노력은 했다는 식으로 보낸게 바로… 부산의 영웅이라 불리우는 알파 나이트였어.”
“알파 나이트…? 뭔가 멋진 이름이네요.”
“멋진 이름이지. …그리고 그 행동도, 멋졌고.”
─부산을 위해 한 몸이 부서질 정도로 내던진 영웅, 알파 나이트. 영웅담이라면 온 힘을 기울여 듣는 히아와, 듣지 않는 척 하지만 히아 이상으로 집중하는 마리아까지. 그 상황 속에서 유일하게 관심이 없었던 것은 아이트였는데, 어차피 듣지도 않을 아이트에게 알려줄 이유는 딱히 크지 않았다고 여겼는지, 유주가 말을 이었다.
“하지만… 당시에는 S급이라 할지언정, 부산 사람들의 불안과 공포는 커져만 갔어.”
“어째서죠?”
“당시 아폴리온에게는 특수한 ‘병증’을 일으키는 힘이 있었으니까. …그것에 대해 유니온은 침묵했고, 뒤늦게 보낸 사람이라고 해봐야 어린 아이에 불과한 알파 나이트 하나였지. 이에 분개한부산 사람들은 유니온을 믿지 않았고… 그 결과, 현재의 부산이 완성된거야.”
유주가 중간 과정을 살짝 건너뛴 채 말을 하자, 그 괴리감을 느낀 듯 마리아가 물었다.
“그렇다면 어째서 부산은… ‘클로저 없는 도시’를 지향하고 있는데 우리를 받아들인거죠?”
“그 점에 있어서는… 개인적인 사정이, 조금 들어가있지.”
씁쓸하게 입을 연 유주는, 그리 좋은 이야기는 아니라며 말하기 시작했다.
“클로저 없는 도시, 그리고 ‘알파 나이트’… 하지만, 유니온에서는 최소한의 저항의 모습을 보이기 위해 알파 나이트 이전에도 약 50명에 해당하는 클로저를 파견했어.”
하지만, 50명에 불과한 클로저의 숫자는 다가오는 적의 군세에 비해 한없이 여리고 작은 불꽃에 불과했으니, 다가오는 바다 위의 군세 앞에 극한의 두려움을 느낀 클로저들은 저항하기를 포기하고, 싸우기를 포기하고, 도망치기를 선택한 채, 사람들 사이에 꼭꼭 숨어, 시간이 지나기를 기다렸다.
그리고 부산 침공이 거의 대부분 완료될 때 즈음에야 간신히 도착한 것이 바로 알파 나이트였으니, 그들에게 있어서 유니온은 ‘적’. 알파 나이트야말로 진정한 ‘영웅’이었다.
“그렇다면, 그 ‘개인적인 사정’은 뭐죠?”
계속해서 파내는, 심문같은 마리아의 말에 한숨을 내쉰 유주가 답했다.
“모든 클로저가… 그 상황에서 도망치기를 선택한 것은 아니었어.”
대다수의 클로저는 도망치고 숨어버렸으나, 그 열세의 상황 속에서도 군세에 맞선 자가 있었으니, 당시 부산에서 까마득히 몰려오는 구름의 군세를, 절반이나 쓸어내 맑은 하늘을 잠깐이나마 비추어준 이가 한 명 있었다.
“검은 위상력의 사용자라는 이유만으로 유니온의 실험체로 이용당했던, ‘불합리’한 인간들의 욕심.”
그리고 안타까운 소녀의 꿈.
“부산을 지킨 최초의 영웅은… ‘연하은’, 우리가 지금 쫓고있는… ‘인간’이야.”
민수호 시장은 알고 있었다.
부산을 지키고자 했던 영웅이, 마냥 알파 나이트만은 아니었다는 사실을. 그리고 동시에… 감사를 표할 최초의 영웅이, 이제는 이 세상에 존재하지 않는 고인이라는 사실도.
그러나, 고인이 되었을 터인 가련한 소녀는 괴물이 되어 다시금 부산에 나타났으니, 그 소식을 들은 민수호 시장은 부산을 지켜준 영웅을, 부산 사람들의 손으로 처리하는 것만큼이나 아프고, 괴로운 일은 없을 것이라며, 하늘새 팀의 체류를 허가한 것 뿐이었다.
─물론, 그도 알고 있을 터였다.
클로저의 사명은 ‘인류의 적’을 토벌하고, 처리하는 것.
오래된 옛 친구를… 자신들의 손으로 처리해야만 한다는 것만큼이나 잔혹한 일은, 이 세상 어디에도 존재하지 않는다는 사실을.
“…하지만 지금은.”
아무것도 일어나지 않았으며, 하물며 아무것도 벌어지지 않았다.
적어도 지금 이 순간만큼은, 어비스도, 차원종도 이곳 부산에 들어오지 않는다.
“최소한의 ‘평화’를… 우리에게 선물하는 것 같군.”
이것은 ‘선물’인가 ‘현실’인가.
‘평화’라는 ‘선물(Present)’인가, 폭풍전야의 ‘현재(Present)’인가….
혹은, ‘냉전’을 암시하는… 공포(Fear)인가.
‡ ‡ ‡
‘용의 영지’, 그곳에 군림하는 아지다하카의 영역에, 새하얀 서리가 드리우기 시작했으니 그 서리가 다름아닌 ‘얼음성’의 파편임을 인지한 아지다하카가 살며시 눈을 뜨며 물었다.
“…설화… 어쩐 일로 이곳까지 온거지? …그대가 그토록 싫어하는 인간… 아니, 모조품까지 들고.”
그러자 미소를 지은 설화가 순순히 따라온 단아의 어머니를 내밀어보며 말하기를.
“어딘가 익숙하지 않으신가요, 용이시어.”
“익숙하다…라….”
한참동안이나 고개를 기울이며 그녀를 본 끝에, 그제서야 기억해냈는지 아지다하카가 고개를 끄덕였다.
“‘그릇’… 그렇군. ‘열쇠’와는 다른 감정을 가진… 그래서, 그대는 어째서 이곳에 있지? 자의적으로 온 것 같다만.”
“거래를 한겁니다. 용이시어, 그녀는 자신의 의지로… 제게 거래를 요청한겁니다.”
“거래?”
─거래의 내용은, 단지 하나.
하늘새 팀을 비롯한 클로저 전원과 파리 시민들의 목숨을 담보로 하여, ‘어떠한 일’이 발생하건, 그것에 반드시 수긍하고 받아들이는 것.
“그녀가 제시한 거래를 그녀 스스로 저버릴 리가 없습니다. 실제로, 이곳까지 아무것도 하지 않고 왔으니 말이죠.”
“…그래, 이해했다.”
고개를 끄덕인 아지다하카는, 이내 말했다.
“허나 모자라다.”
“…역시, 입니까.”
결국 그릇은 그릇일 뿐.
그릇을 지탱할 ‘힘’의 근본이 빠져 있었다.
대해를 담아낼 그릇이라 한들, 그릇이 깨어지지 않을 정도로 강인해야 하는 법. ─그 힘이 와해되어 흩어져있는 지금 이 상황에서, 그녀를 통해 법칙… ‘신’이나 다름없는 존재를 강림시키는 것은 불가능했다.
그렇기에 아지다하카가 웃으며 말하기를.
“내 그분께 간언하지. 너는… 그 여자를 그들에게 빌려주고 돌아오거라.”
“빌려주고 오라 하심은….”
그에 대해 답하지 않은 아지다하카는 시선을 돌려 현단아를 바라보더니, 붉게 물든 용안을 빛내며 말했다.
“그릇이여, 나와 계약을 하자꾸나.”
─결코 저버릴 수 없는, 계약을.
악의… 아니, 그 이전에 공포가 스며나오는 강대한 힘 속에서, 평범한 인간이라면 의식조차 잃어버릴만 했건만, 위상력의 근본마저 잃어버렸을 그녀는 그 속에 꿋꿋이 선 채로, 고개를 끄덕였다.
“…그것이, 제가 할 수 있는 최선이라면.”
‡ ‡ ‡
“일주일 후.”
허공에 울려퍼지는, 암석의 움직임.
그것은 들썩들썩거리면서, 동시에 움직임 자체만으로도 공포를 유발하고 있었다.
‘인간’인가 ‘괴물’인가를 결정짓는 선상 위에 있을만한 것이 아닌, 애초에 그것을 ‘인간’이라고 단정지어도 되는 것인가?
“나는….”
손을 펼친다.
부산시의 도시 하나가 내려다보이는 이 장경 위에서, 번뜩이는 짙은 심연의 금빛 눈동자를 내비치며, 웃음을 내비친다.
“…이곳에 절망을 내린다….”
─우리엘, 그것은 ‘절망’….
거머쥐는 손 안에서 온 도시가 요동치니.
‘재해’라 불리는 지진을 태어나 처음 맞이한 부산 시에서.
‘우리엘’을 향해, 총구를 겨눈다.
3장 2화, 천사 사냥上편입니다.
이게 상, 중, 하로 나뉘어서 끝낼 수 있는 것인지 아닌지는 모르겠습니다만, 아마 상중하로 끝나지 않는다면 완完자로 끝낼지도 모르겠네요.
이번 3장은 1화부터 특이하게 시작했습니다. 알고 계시겠지만, ‘미래’ 시점을 먼저 알려드린 이후, ‘과거’ 시점을 전개함으로써 특수한 연계성을 가지고 있는데요, 이 미래와 과거 사이에 어떤 일이 일어나고, 어떤 일이 일어났을지에 대해서는… 여러분의 상상에 맡기겠습니다.
이상입니다.
이 불안한 시기에서도 삶을 놓치지 마시고.
언제나 늘, 항상 건강하시길 빕니다.
AI미스틱 드림.