어게인 클로저 16화

검은코트의사내 2021-03-01 1

 유니온 본부 강당에서 세미나가 개최되었다. 유니온 과학 연구소에서 연구를 진행했던 이세진 박사의 위상 억제기 개발 발표가 주된 내용이었다.

"극한 상황인데도 이 자리에 시간을 내주시어 오신 지부장님들께 진심으로 감사인사를 올립니다. 이어서 바로 본론으로 들어가겠습니다. 지금부터 세미나를 개최하겠습니다."

 사회자가 시작을 알리자 모두가 일어나서 박수갈채를 보냈다. 이 자리에 참석한 트레이너는 주변을 경계하면서 박수를 보냈다. 전생에서는 이런 세미나에 참여할 그가 아니었다. 하지만, 이번 생에는 조금 바뀌었다. 이세진이 평소에 자기를 존경해왔다는 뜻을 밝혔으니까. 이세진이 단상 위에 서자 박수가 멈췄다.

"안녕하십니까? 유니온 본부 과학 연구소 소장인 이세진이라고 합니다. 먼저 이 자리를 마련해주신 모든 분들께 진심으로 감사드립니다. 그럼 시작하겠습니다. 저희가 만든 새로운 장비입니다."

 세진은 본격적으로 위상력 억제기에 대해 설명했다. 그걸 개발하게 된 계기와 작동원리, 장단점을 모두 언급하여 과학에 대해 처음 듣는 관계자들도 이해할 수 있게 설명했다.

"다음 자료를 보시면 차원문이 나타날 때마다 공간 변곡률이 발생합니다. 저희는 쉽게 명명하기 위해 위상변곡률이라 칭하겠습니다. 위상 변곡률이 급상승하게 되면 차원문이 생성되어서 위험등급 B급 이상의 차원종이 출현합니다. 그리고 이 차원종은 부하들을 부르기 위해 자체적으로 차원문을 여는 게 가능합니다."

 차원종이 차원문을 연다는 얘기는 이미 오래 전에 알려진 사실이라 놀라는 이는 한 명도 없었다. 세진은 리모컨을 이용해 다음 페이지로 넘어가 중요한 부분을 짚었다.

"유효범위는 20Km, 현재 억제기가 영향을 끼칠 수 있는 최고 범위입니다. 저희 연구팀은 그 이상의 유효범위를 늘리기 위해 개발을 계속하고 있습니다."

 이후에 과학적으로 복잡한 설명이 이어졌다. 트레이너는 조금 어지러운 느낌이었지만, 그래도 끝까지 경청했다. 1시간이 지난 이후에 세진은 각 지부장들의 질문을 하나씩 받았다. 신현우 지부장도 손을 들어 질문했다.

"그럼 위상력 억제기가 설치된 도시에는 차원종이 100% 나타나지 않는다고 확신할 수 있습니까? 클로저들이 차원종들을 쓰러뜨리는 반복생활보다는 차원종이 아예 나타나지 않는 걸 시민들이 간절히 바라고 있습니다."

 시민들은 차원종이 존재한다는 사실 하나만으로도 불안에 떨고 있다. 그들이 안심하기 위해서는 클로저가 나타나는 게 아니라 차원종이 아예 안 나타나는 게 중요하다. 두 나라 전쟁이 발발할 때 승패와 상관없이 국민들은 불안에 떨면서 살아갈 수밖에 없듯이.

"결론부터 말씀드리자면, 100%는 아닙니다. 위상 억제기는 위상 변곡률을 막아내는 역할을 할 뿐입니다. B급이상의 차원종이 차원문을 여는 원리만 파악한다면 인위적으로도 차원문을 여는 것 또한 가능합니다."

"인위적으로 차원문을 연다고? 그런 ** 짓을 누가 합니까?"

"제정신이 아니고서야 그런 짓을 할 사람은 없을 거라고!"

 지부장들이 항변하듯이 말했다. 인류의 위기가 **왔는데 일을 더 크게 벌려서 욕을 자진해서 먹으려는 인간은 세상에 없을 거라 여겼다. 세진은 쓴웃음을 지으며 마이크에 대며 그들에게 말했다.

"실언이었습니다. 죄송합니다. 혹시 더 질문하실 분 계십니까?"

 더는 아무도 손을 들지 않았다. 그대로 세미나는 성공적으로 마쳤고, 지부장들은 전부 박수갈채를 다시 한 번 보냈다.

 현재는 담당 지부마다 하나씩 보유하게 할 계획이었다. 아직 대량 생산을 하기에는 인원이 모자랄 수준이었으니까. 세진은 트레이너와 함께 강당을 나오면서 기지개를 폈다.

"세미나는 참 힘들어요. 많은 사람들 앞에서 긴장이 드니까요."

 트레이너도 겨우 끝나서 다행이라고 생각하고 있었다. 본래 지루한 세미나에 참여하지 않는 편인데 이번 생에서 좀 더 빠른 경험을 하게 되었다.

"이세진 박사. 당신이 한 말이 정말 사실이오? 인위적으로 차원문을 생성할 수 있는 일이 정말로 가능한다는 거요?"

"가능합니다. 인간은 불가능한 상황 속에서도 가능하게 만들었어요. 좋은 쪽으로 작용하기도 하고, 나쁜쪽으로 작용하기도 하죠. 서울 지부장님처럼 차원종 위협이 100%차단한다고 볼 수는 없겠군요. 위상력 억제기가 아니더라도 인위적으로 차원문이 생성할 수 있게 하는 것도 가능한 일이니까요."

 다른 지부장들은 그의 말을 우습게 여겼지만, 트레이너는 아니었다. 그의 말대로 미래에는 억제장치가 있어도 차원종들을 소환하는 남자가 나타났다. 칼바크 턱스, 한 때 유니온 과학자였던 그가 발명했던 가방으로 차원문을 열었다. 세진은 이미 그 상황을 예견하고 있었던 걸지도 모른다는 생각이 들었다.

"절 놀라게 하시는 군. 이세진 박사. 당신은 이미 미래를 꿰뚫어보고 있는 거 아니오? 가까운 시일 내에 위상력 억제기로도 소용없는 차원문이 열릴 수 있다는 사실 말이요. 누군가가 이런 일을 저지를 거라고 생각하는 거요?"

"트레이너 씨. 한 가지 묻고 싶은 게 있습니다. 혹시 호기심이라는 단어 아시나요?"

"호기심? 갑자기 그런 건 왜 따지는 거요?"

 세진은 발걸음을 멈춘 뒤에 입꼬리를 살짝 올리며 말했다.

"인간의 행동은 호기심으로부터 시작됩니다. 그 호기심을 시작으로 인류는 새로운 것을 만들어냈습니다. 예를 들면 스마트폰이 그 대표적인 사례겠죠. 폴더로 버튼만 누르던 휴대폰이었지만, 터치로도 조작가능할 수 있지 않을까? 이런 의문으로 시작되었죠. 터치로 조작하는 휴대폰이 있다면 어떻게 될까? 이런 의문을 가진 개발자는 당장 실행에 옮겼습니다. 그 결과, 지금의 스마트폰이 탄생하게 된 거죠. 위상력 억제기도 마찬가지입니다. 트레이너 씨. 사람들이 뭘 원하는지 아십니까?"

"차원종이 없는 세계를 말하는 것이오?"

"대부분은 차원종을 물리칠 클로저들이 와주기를 원한다고 착각하죠. 하지만, 저는 알고 있었습니다. 사람들이 가장 원하는 건 차원종이 동네에 나타나지 않는 것이지요. 옆집에 차원종이 있다고 생각해보세요. 불안해서 못 살겁니다."

 세진의 말에 트레이너는 고개를 끄덕였다. 차원전쟁이 발생하기 전에도 국민들은 전쟁을 원하지 않았다. 전쟁이 일어나면 일상생활을 보내는 수많은 사람들의 인생에 지장이 생긴다. 매일 공습 경보로 대피소로 이동해야 하며 삶의 터전이 파괴되면 국가가 제대로 지원해줄 수 있다는 보장도 없었다. 막대한 재산이 있다고 해도 생필품이 없으면 살아갈 수 없는 법이었다.

"굳이 제가 설명하지 않아도 아시겠죠. 차원종이 나타난다면 가장 많은 피해를 보는 사람들 중 한 곳은 바로 마트 직원일 겁니다. 차원종의 출현으로 운송로가 끊겨서 사람에게 필요한 생필품이나 각종 식량이 도착하지 못할 정도니까요. 클로저 대다수는 민간인들이 그 정도로 어려운 상황에 처해있는 줄은 모르고 있습니다. 정부에서는 차원종 제거가 우선이니 클로저들을 우선으로 지원하는 게 맞는 일이죠."

 차원종으로 인해 운송로가 막혀버리면 마트 운영하는 거 자체가 불가능하다. 그냥 문을 닫아버려야 하는 상황, 세진은 가슴팍 주머니에 있는 선글라스를 끼면서 말을 이었다.

"그리고 또 한 가지, 차원종이 나타나게 된다면 치안 상태가 급격하게 나빠집니다. 경찰분들이 가지고 있는 권총으로는 차원종을 절대로 상대할 수 없습니다. 정작 시민들을 보호하려는 경찰들이 그 역할을 제대로 못하는 걸 안타깝게 여길 겁니다."

"그럼 경찰들도 차원종을 상대할 수 있는 무기라도 필요하다는 뜻이오?"

"결론부터 말하자면 그런 겁니다. 클로저들만으로는 치안을 유지할 수 없습니다. 요원들은 어디까지나 차원종을 섬멸하고 차원문을 닫는 게 목적이지 않습니까? 인간 대 인간 범죄에는 관여하지 않는다는 뜻입니다."

 세진의 말에 트레이너의 눈동자가 커졌다. 그 부분도 이미 전쟁을 통해 경험해서 알고 있었다. 전생에서는 오로지 클로저의 임무에만 신경쓰고 사람들 사이에 벌어진 치안 문제에 대해서는 무관심이었다. 훗날에 경찰기동대들이 위상관통탄을 사용했다는 이유가 여기에 있었다.

"설마, 그런 걸 줄은 몰랐군."

"네? 뭐라고 하셨죠?"

"아무것도 아니오. 박사, 당신이 좀 대단한 사람이라고 느끼고 있소."

 전생에는 이세진과 만날일이 거의 없었다. 그 당시에는 그저 미숙한 교관으로 활동하면서 각자 다른 길을 걸었으니까. 이번에는 달랐다. 트레이너의 명성은 이세진도 익히 들었기에 관심을 보인 나머지 전생보다 좀 더 가까운 사이가 되었다는 것.

"그 호기심이라는 거 말인데요. 상당히 위험하게 작용할 수 있어요. 사람에게는 양심이라는 게 존재하죠. 누구나 선과 악을 구분할 수 있는 판단력을 가졌어요. 하지만, 그 판단력을 단숨에 없애버리는 게 뭔줄 아세요? 그게 바로 호기심이라는 겁니다."

 트레이너는 씩 웃으며 말하는 세진의 말에 심장이 크게 울리는 걸 느꼈다. 지금은 없지만, 전생에 목걸이 형태로 있는 차원압력 초커도 인간의 호기심으로 나온 거였다. 위상력 능력자의 하루를 악몽으로 만들어버리는 무서운 물건도 칼바크 턱스가 호기심을 시작으로 만들어냈다고 할 수 있는 일이었다.

To Be Continued......

Chapter.0 프롤로그(Pro ~ 3화)

Chapter.1 차원전쟁편(4화 ~ 10화)

Chapter.2 울프팩 편(11화~)
2024-10-24 23:36:19에 보관된 게시물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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