어게인 클로저 8화

검은코트의사내 2021-02-10 1

"왜 그러는 건가? 인간. 좀 더 저항해보아라. 겨우 이 정도로 짐에게 덤빈 것이냐?"

 파이몬이 계속 도발을 했다. 티나는 더 강한 위상력을 실은 에너지 탄을 발포했지만, 결과는 달라지지 않았다. 그러던 중에 동료들이 하나 둘 씩 밀리는 걸 보았다. 파이몬에게 충성을 맹세한 클로저들이 그들을 압도하는 걸 보며 그가 가진 힘이 엄청나다는 걸 실감했다.

"이제 알겠느냐? 너희 인간은 너무나 약하다. 짐에게 흠집하나 내지 못할 정도로 약한 힘을 가지고 있지. 어떤가? 저들처럼 더 강한 힘을 가지고 싶지 않나?"

"힘을 원하지만, 차원종의 부하가 될 생각은 없어!"

"그럼 묻겠다. 인간, 그대는 왜 지친 몸을 이끌어서까지 싸우려고 하는 거지? 목숨이 아깝지 않은 거냐?"

 티나는 자신의 몸상태를 알아본 파이몬의 말에 잠시 입을 다물었다. 며칠 간 수면 부족이었다. 만전의 상태였다면 파이몬을 상대할 수 있을 지도 모르는 일이었다. 그는 재미없다는 듯이 쳐다보자, 그녀는 고개를 한 번 돌리며 눈을 부릅떴다.

"싸우다 죽는 것도 클로저의 운명이니까요. 그건 당신들도 마찬가지 아닌가요?"

"좋은 마음가짐이로다. 그거야 말로 전사라고 할 수 있지. 그대가 더 마음에 들어졌다. 어떠냐? 지금이라도 기회를 주겠다."

"거절하겠어요."

"안타깝군. 그럼 짐의 손에 죽는 걸 영광으로 알아라."

 파이몬이 검을 들었다. 지면에 착지한 그는 양 손으로 검을 들며 티나에게 달려갔다. 그녀는 저항하기 위해 난사했지만, 갑옷에 맞고 튕겨나갈 뿐이었다. 

쿵!

 티나는 옆으로 굴러서 그의 검을 피했다. 아**트 지면이 가볍게 잘려나간 걸 본 그녀는 잠깐 놀라다가 상체를 숙여 그의 검을 피했다.

부웅! 붕!

 파이몬은 위상력을 두르지 않은 채 검을 휘두르기만 했다. 티나는 훈련받은 대로 몸을 움직여서 도망다니기만 했다. 

"티나! 더는 무리야! 철수해야 돼!"

 클로저 한 명이 적으로 돌변한 요원 한 명을 밀쳐 쓰러뜨린 뒤에 외쳤다. 전황은 클로저들이 압도적으로 불리한 상황이었다. 상부에서도 철수 명령을 내릴 정도. 티나는 어쩔 수 없다는 듯이 그들과 함께 사이킥 무브로 전장에서 벗어났다.

 차원종과 싸우면서 처음으로 철수했다. 다른 클로저 요원들은 지치고 상처입은 몸이라는 걸 알았다. 건물 옥상을 넘나들며 빠르게 본부로 향하는 길에 티나는 발걸음을 멈췄다.

"후후후후, 감히 짐에게서 도망칠 수 있으리라 생각하는 것이냐? 어리석도다."

 파이몬이 공중부양을 한 자세로 그녀의 정면에서 모습을 드러냈다. 티나와 함께 도주하던 클로저들은 비명을 지르며 그대로 도망쳤다. 그걸 본 파이몬은 한심하다는 듯이 혀를 찼다.

"어처구니가 없군. 저게 바로 우리 군단을 상대한 인간 전사라는 것이냐? 참으로 실망스럽구나. 죽일 가치가 없는 놈들이군. 하지만, 그대는 다르다. 이 파이몬 님이 인정한 인간 전사이니라. 내 손에 죽는 걸 자랑스럽게 여기거라."

쾅!

 말을 마침과 동시에 티나를 향해 수직으로 내리쳤다. 고층 건물이 가볍게 두동강이 날 수준이었다. 티나는 지면으로 떨어지면서 건물이 두동강나는 걸 보며 파이몬이 괴물 중의 괴물이라고 판단했다.

"왜 그러는 것이냐? 인간. 벌써 겁에 질린 얼굴을 하면 재미없지 않느냐?"

 티나는 자동소총을 꺼내 발포하면서 점점 자신에게 다가오는 공포를 느꼈다. 처음부터 상대할 수 없는 강적이었다. 다른 클로저들처럼 도망가고 싶었지만, 여기서 쓰러뜨리지 못하면 수많은 사람들이 다치게 된다. 

부웅! 쾅! 부웅! 부웅! 

 그녀가 할 수 있는 건 검기를 피하는 것밖에 없었다. 자신을 이렇게 만들어준 트레이너에게 다시 한 번 감사를 느꼈다. 

푸슝! 푸슝!

 안통한다는 걸 알면서도 계속 저항했다. 어차피 도망칠 수도 없으니 끝까지 싸우다가 죽는 걸 택했다.

펑!

 그녀가 던진 연막탄으로 시야가 잠시 흐려졌다. 파이몬은 별 일 아니라는 듯이 고개만 돌리며 주변을 돌아보다가 연기와 함께 그녀가 사라졌음을 알았다. 군단이 된 클로저들이 와서 그에게 말했다.

"파이몬 님. 티나를 저희가 잡아오겠습니다."

"좋아."

 파이몬은 흔쾌히 수락하자 클로저들은 흩어져서 그녀를 찾았다. 


* * *


 티나는 숨을 헐떡이며 폐허가 된 건물 안으로 들어갔다. 파이몬이 아직 근처에 있을 지도 모르는 일이었다. 차원종의 부하가 된 클로저들이 큰 목소리를 내면서 건물 안으로 들어왔다. 티나는 입을 가린 채 숨을 참으면서 기둥 뒤에 숨었다.

"티나. 어디있니?"

"이리 나와. 나와서 너도 파이몬님의 부하가 되는 거야."

"맞아. 다시 태어난 느낌이거든. 아주 죽여준다고. 이걸로 우리는 더 강해질 수 있어."

 클로저들이 음흉한 웃음소리를 내며 주변을 돌아다녔다. 발자국 소리가 들려올 때마다 그녀는 공포를 느꼈다. 예전의 그들이었다면 자신이 충분히 제압할 수 있는 수준이었지만, 지금은 달랐다. 파이몬의 힘을 받은 클로저들은 예전 힘을 압도했다는 걸 두 눈으로 확인했으니까.

 지금도 머릿속에 떠오를 때마다 그녀의 두 눈동자가 심하게 떨렸다. 모든 공격을 퍼부었는데도 전혀 공격이 통하지 않는 차원종은 처음이었다. 상부에서 말한 명령을 떠올렸다. 인간형 차원종이 나타난다면 당장 후퇴하라는 말을. 왜 이제야 그걸 떠올렸는지 자기 자신도 이해가 되지 않았다.

"티나. 여기 있었구나!"

쾅!

 그녀는 위협을 느끼고 몸을 굴러서 기습을 피했다. 위상력이 실린 창이 기둥을 관통했다. 티나는 권총을 꺼내 발포했지만, 창술사는 지그재그로 움직이며 총알을 피했다.

파앗!

"윽."

 창날이 그녀의 어깨를 스쳤다. 짧은 신음을 낸 티나는 4차원 공간에서 도구를 하나 꺼냈다. 창술사는 위상력을 다시 한 번 실은 채로 그녀의 가슴을 노렸다.

띠익! 펑!

 안전핀이 제거하자마자 흰 연기로 주변을 가렸다. 창술사는 갑자기 시야가 흐려지자 주변을 둘러**만, 위상력 기운이 느껴진 곳으로 돌진했다.

쾅! 철컥!

 연막에서 빠져나갔다고 생각했지만, 창날이 박힌 곳은 기둥이었다. 동시에 티나가 기회를 놓치지 않고 권총을 겨누었다.

"이제 그만해. 이렇게까지 할 필요는 없었잖아."

"쏴."

"뭐라고?"

"어서 쏘라고. 난 파이몬님에게 어차피 목숨을 바쳤으니까."

 뻔뻔하게 웃는 그의 모습에 티나는 경악했다. 어떻게 이렇게까지 할 수 있는지 의문이 들 정도였다. 한 가지는 알 수 있었다. 클로저의 눈동자가 붉게 빛나면서 제정신이 아닌 광신도처럼 변해가고 있다는 걸.

"크흐흐흐, 왜 그러지? 쏘지 못하는 거야?"

 그녀가 든 권총이 심하게 떨렸다. 클로저는 창을 뽑아들고 다시 한 번 찔렀다. 티나는 반사신경으로 공격을 피하다가 건물 밖까지 밀려나갔다.

"그쯤해둬라."

 하늘에서 들려오는 위엄있는 목소리에 클로저는 순순히 물러났다. 공중부양하면서 천천히 지면으로 내려오는 파이몬이 그녀를 내려다보았다.

"그대는 짐에게서 도망 칠 수는 없노라. 그대에게는 마지막 선택지를 주겠노라. 짐의 부하가 될 것인지, 아니면 짐의 손에 죽을 수 있는 영광을 얻을 것인지."

 강자의 여유가 느껴지는 미소였다. 티나는 주변을 돌아보았다. 클로저와 크리자리드 무리가 포위하고 있었다. 그렇기에 더욱 도망갈 수는 없는 노릇이었다. 티나는 고개를 숙이며 생각에 잠겼다. 트레이너와 대련했을 때를 다시 한 번 떠올렸다. 교관인 그는 이렇게 말했었다. 

[클로저에게 있어서 패배라는 건, 차원종과 싸움에서 밀렸다는 게 아니다. 인간의 본질을 잃어버린 걸 의미하는 거다.]

 차원종과 싸움에서 밀린 건 클로저의 잘못도 아니며 패배한 것도 아니다. 클로저가 진정으로 패배한 순간은 차원종에게 굴복하여 인간의 적이 되는 그들 편에 섰다는 것. 티나는 커다란 숨을 내뱉은 뒤에 그에게 자신만만하게 답변했다.

"싸우다 죽는 걸 택하겠어!"

"어리석도다."

 진심으로 안타까웠는지 그의 표정이 어두웠다. 파이몬의 입가에는 더는 미소가 없었다. 
 
"슬슬 시간이 모자라군. 짐을 상대하느라 지금까지 수고 많았노라. 이제 그만 끝을 내야겠군."

 파이몬은 검을 거두고 한 손을 앞으로 내밀었다. 붉은 위상력이 그의 몸에서 뿜어져 나오며 주변 건물과 도로에 금이 가게 했다. 티나는 몸이 절로 공중에 떠오르는 걸 느꼈다. 몸이 움직여지지 않았다. 무기는 그대로 손에서 떨어져 나갔고, 양팔을 좌우로 벌린 채 그대로 공중부양을 했다.

"으윽."

"영광으로 생각하도록 하거라. 그대 인간 전사는 짐의 손에 죽는다는 걸."

 보이지 않은 기운이 티나의 몸을 조였다. 그녀는 입밖으로 신음을 내며 괴로워하면서 의식을 잃어갔다. 파이몬은 이대로 그녀의 숨통을 끊으려는 참에 눈을 크게 떴다.

"응?"

 행동을 멈추고 강한 기운이 느껴지는 방향을 쳐다보았다. 푸른색 불덩이가 빠르게 강하하고 있는 듯한 모습이었다. 파이몬도 놀라게 할 수준의 강한 위상력이었다.

쾅!

 다급하게 검을 들어 막았지만, 너무나 묵직한 충격을 견뎌내기 어려웠는지 얼굴이 일그러졌다. 그저 인간의 주먹일 뿐인데 금방이라도 팔이 떨어져 나갈 정도의 충격이었다.

"크아아!"

 충격을 버티지 못한 파이몬이 나가떨어졌다. 티나는 지면으로 떨어진 뒤에 기침을 하면서 호흡을 안정시키고, 파이몬을 날려버린 상대의 등을 보았다.

"교, 교관님."

To Be Continued......

Chapter.0 프롤로그(Pro~ 3화)

Chapter.1 차원전쟁편(4화~)
2024-10-24 23:36:14에 보관된 게시물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