어게인 클로저 5화

검은코트의사내 2021-02-05 1

 경험을 살린 트레이너의 지도로 기초적인 훈련부터 진행했다. 위상력을 발산하는 방법과 기본적인 전투 훈련을 진행했다. 물론 체력단련도 엄격하게 진행했으며 기준에 통과하지 못하면 퇴소시키겠다는 말까지 했다.

"시민들을 지키는 건 클로저의 사명이다. 그 사명을 다하고 싶다면 지금보다 더 높은 체력이 있어야 한다. 기준에 도달하지 못하면 사람들을 구하는 건 물론, 자기 몸도 지키지 못하는 쓸모없는 존재가 될 뿐이다. 끊임없는 연습을 통해 몸을 단련하는 시간을 갖도록 하겠다!"

 군부대에서 실시하는 체력 단련을 했다. 물론 미성년자라는 걸 유의하면서 조절했다. 트레이너는 티나의 움직임을 보았다. 여자아이인데도 열심히 노력하고자 하는 모습에 입꼬리가 절로 올라갔다. 그 때와 똑같이 그녀는 성실했다. 트레이너는 훈련 성적표를 보며 그녀가 가장 우수한 기록을 남긴 걸 보며 피식 웃었다. 

 기본 전투훈련 시간에는 그가 직접 나서서 티나의 연습 상대를 해주었다. 훈련용 나이프를 든 그녀가 그를 향해 덤벼든다. 그 때와 똑같은 감각으로 움직이면서 그녀의 다리를 걸어 넘어 뜨렸다.

"으윽."

"움직임이 너무 단순해. 그렇게 느려 터지면 차원종이 아닌 달팽이라도 피할 것이다."

 훈련생들을 기죽이게 했던 폭언이었다. 차원 전쟁은 역사에 기록된 제 1,2차 세계대전이나 한국전쟁과는 차원이 달랐다. 인간과 인간이 싸우는 게 아닌 인간과 괴물이 싸우는 거였으니까. 차원종을 상대하기 위해서는 지금보다 더 빠른 움직임이 필요하다는 걸 알리기 위한 의도였지만, 훈련생들이 교관의 마음을 알 리가 없었다.

"하앗!"

 티나가 다시 일어나 덤벼들었다. 이번에도 다리 걸려 넘어진다. 트레이너는 쓰러져도 그녀가 다시 일어나는 걸 보며 여전하다는 듯이 입꼬리를 올렸다. 수차례 넘어진 뒤에도 그녀는 일어났다. 더는 서 있기 힘들었는지 지친 기색을 드러냈다.

"그런 몸 상태로는 아무것도 할 수 없다. 포기해라."

"포기할 수는 없어요. 교관님이 말씀하셨잖아요. 사람들을 구하는 게 클로저의 사명이라고요. 제가 포기하면, 사람들이 위험해지잖아요."

"형편없는 실력으로 누구를 구한다는 거지? 다른 사람을 구하는 것도 자신을 구하는 것도 할 수 없다. 넌 전쟁에 참가할 자격이 없다."

"그래도 포기하지 않아요! 제가 죽는다고 해도 시민들을 구하는 클로저가 되고 싶어요."

 티나는 한 손을 허공으로 뻗었다. 그녀의 위상력은 허수공간이라고 불리는 4차원 주머니에서 화기류 무기를 소환하는 거였다. 권총을 꺼낸 그녀는 트레이너를 조준하여 발포했다. 트레이너는 총알을 몇 번 피하다가 검지와 중지만으로 날아오는 총알을 붙잡았다.

"죽더라도 포기하지 않겠다는 거냐?"

"네!"

"좋아. 그럼 죽을 힘을 다해 덤벼봐라."

 트레이너는 위상력을 개방하면서 눈을 부릅 떴다. 티나는 몸이 순간 움직여지지 않은 걸 느끼며 당황했다. 손에 들고 있던 훈련용 나이프와 권총이 발밑으로 떨어졌고, 두 손은 감전된 것처럼 부들부들 떨었다. 트레이너의 기운에 완전히 압도당한 거였다. 그는 그럴 줄 알았다는 듯이 위상력을 집어넣은 뒤에 말했다.

"무기를 떨어뜨리는 순간, 넌 이미 포기한 거나 다름없다. 결국 너도 다른 녀석들처럼 쓸모없는 전력에 불과해."

 트레이너는 경직된 티나를 두고 발걸음을 옮겼다. 다른 훈련생들은 티나가 고개를 숙이며 좌절하는 듯한 모습에 침을 꿀꺽 삼켰다. 다른 교관들도 조금 지나친 게 아닌가 생각이 들 정도였다. 

"저 분이 상대가 아니라서 다행이야."

"진짜 무섭다. 여기까지 소름이 돋을 정도였어."

 트레이너의 기운은 다른 훈련생과 교관들까지 움츠리게 만들 수준이었다. 티나는 땅에 떨어진 무기를 조심스럽게 주웠다. 자신은 포기하지 않았다고 생각하고 싶었지만, 무기를 떨어뜨린 것을 보인 이상, 변명할 기회가 없었다.

 훈련 3주차, 트레이너는 다른 훈련생들을 상대로도 거침없는 독설을 내뱉었다. 겨우 이 정도로 차원종과 싸울 수 있겠냐면서. 교관들도 트레이너 방식대로 훈련생들을 다루는 데 동참했지만, 가장 심하게 대한 건 트레이너였다. 차원전쟁은 그만큼 장난이 아니다. 강한 전투력을 가지지 않으면 목숨을 잃을 수 있었으니까.

 트레이너는 훈련생들과 대련하며 독설을 내뱉는 걸 반복하다가 티나의 차례가 되자 입꼬리를 살짝 올렸다.

"준비는 되었나?"

"네! 교관님!"

 그녀의 얼굴은 처음보다 근엄했다. 다른 훈련생처럼 그에게 원한을 가지는 기색이 없었다. 오히려 잘 부탁한다면서 한 수 가르쳐달라는 제자의 올바른 자세였다. 트레이너는 그 때와 변한 게 없다고 생각하며 그녀와 대련에 임했다.

붕! 부웅!

 처음보다 확실히 빨라졌지만, 트레이너의 눈에는 너무 잘 보였다. 다리를 걸어서 넘어뜨리려고 했지만, 너무 익숙했는지 그녀는 몸의 중심을 잡으며 착지했다.

"호오?"

"이제는 통하지 않아요. 교관님!"

 이번에는 티나가 기관단총을 꺼내 발포했다. 트레이너는 적당히 피하다가 그녀의 등 뒤로 가서 주먹을 날렸다.

쾅!

 짧은 순간이었지만, 트레이너의 살의를 감지한 티나가 등 뒤로 돌아 소총을 들어 몸을 방어했고, 자동차가 브레이크 밟듯이 그녀의 발이 밀려났다. 공격을 막아내긴 했지만, 너무 힘들었는지 거친 숨을 내뱉었다. 

"좋아. 오늘 부로 기본 훈련은 종료하도록 하겠다. 내일부터는 실전 투입이다."

"와아아!"

 실전이라는 말에 클로저들이 좋아했다. 그들은 차원종과 싸우고 싶어서 모인 훈련생들이었다. 실제로 괴물을 쓰러뜨리고 싶다는 사람들로 가득했다. 이제 1주간 동안 실전 훈련을 통해 B급 이상의 차원종까지 상대할 수준에 다다르면 실전 요원으로 투입할 수 있는 자격이 주어지는 정식 클로저가 될 수 있었다.

 훈련이 종료된 후에 그는 정기 보고를 하러 지부장실을 찾았다. 현우는 보고서를 읽고 만족해하며 그에게 차를 한 잔 대접했다.

"아주 좋은 성과군. 훈련이 좀 거칠다는 소리가 있었는데 그 소리에 자극이 된 건가?"

"훈련생들은 교관의 의도를 완전히 이해하지 못합니다. 정신적인 고통을 안겨주는 독설이야말로 전쟁에 필요한 일입니다."

"그래. 그 덕에 훈련생들 성적이 전보다 더 좋아졌으니 대단할 정도군. 이번 훈련생들이 수료하게 되면 다음 교관을 맡을 생각이 있나?"

"죄송합니다. 지부장님. 저도 실전에 나가서 활약하고 싶습니다."

 이번 훈련생들을 끝으로 다른 교관들에게 넘길 생각이었다. 다른 교관들도 자기의 훈련방식을 이해하고 있으니 분명히 잘 이어나갈 거라고 믿었다. 


* * *


 도시에 출몰한 트룹 계열 차원종들이 아**트 도로를 행진하고 있었다. 이번에 트레이너가 이끄는 훈련생들이 진행하게 될 실전 훈련 상대였다. 트레이너는 훈련생들에게 지시했다.

"너희들은 C급 차원종인 저놈들을 쓰러뜨릴 생각만 해라. 난 우두머리를 처치하겠다."

 처음부터 무리를 시키면 안 되는 일이었다. 기본적인 전투훈련을 마쳤어도 실전은 처음이었으니까. 훈련생 대부분이 트룹을 실제로 보자 벌벌 떨면서 앞으로 나아가려고 하지 않았다. 티나가 침을 꿀꺽 삼키며 자동소총을 꺼내 발포했다. 투척 도끼를 든 트룹들이 그녀의 탄환을 맞고 쓰러져 갔다. 티나는 자신이 직접 쓰러뜨린 차원종을 보며 놀라워했다.

"쓰러졌어."

"뭐야? 티나가 해냈잖아."

"우리도 할 수 있겠지?"

 망설이던 훈련생들이 하나 둘씩 나와서 각자의 전투 스타일로 차원종을 처리해갔다. 한 두 마리를 자기 손으로 처치하고 나서야 자신감을 얻었다. 하지만, 아직 두려움이 있었는지 훈련때보다는 움직임이 둔했다. 트레이너는 우두머리의 잔해를 손에 쥐며 그들이 싸우는 걸 구경했다. 

"아직 멀었군."

 훈련과 실전은 다르다. 막상 전투 기술을 배웠다고 해도 실전에 나가면 갑작스럽게 밀려오는 두려움 때문에 사고 행동이 정지되는 일이 많았다. 우수한 성적을 받은 티나도 예외는 아니었다. 우두머리 급 차원종이었다면 목숨이 10개라도 모자랄 정도의 미숙함을 드러냈다. 


* * *


 실전 훈련 3일 째, 훈련생들의 몸이 좀 더 가볍게 움직였다. 이번에 나타난 차원종은 스캐빈저 무리였다. 차원종을 상대로 이제 떠는 사람은 한 명도 없었다. 트레이너는 이번에 우두머리급 차원종을 상대해보라고 명령을 내렸다. 스캐빈저 주술사, B급 차원종으로 분류되어 있으며 부하들을 불러내고 있었다. 티나는 자동소총으로 주술사를 향해 선제사격을 했다. 

 다른 훈련생들도 나섰지만, 주술사는 쉽게 쓰러지지 않았으며 지팡이에서 내뿜는 불덩이로 훈련생들을 놀라게 했다.

"크아아아!"

 조그마한 차원문이 6군데 정도 열렸다. 그 안에서 모습을 드러낸 스캐빈저 검투사들이 훈련생들에게 덤벼들었다. 

 티나는 수류탄을 꺼내 주술사에게 던진 다음 허수공간에서 레일건을 꺼내 발포했다. 삼색 모양의 빔이 주술사를 관통했다. 남아있던 스캐빈저 검투사들은 전부 훈련생들에게 당했다.

"훌륭하군."

 이제 B급 차원종까지 쓰러뜨릴 정도로 성장했다. 이 정도라면 실전 임무에 나가도 될 정도였다. 물론 A급 차원종이라면 아직 무리겠지만. 트레이너는 만족해하며 휴대폰을 들어 지부장에게 연락했다.

"네. 지부장님. 차원종 섬멸 완료했습니다. 실전 훈련은 여기서 마쳐도 될 거 같습니다."

[수고 많았네. 트레이너. 자네는 역시 교관을 계속 해야 할 거 같은데? 정말로 괜찮은 건가?]

"다른 교관들도 제가 하는 걸 보고 배웠을 겁니다. 굳이 제가 여기에 남아있을 이유는 없다고 생각합니다."

[그런가? 알았네. 자네의 보직은 잠시 상부와 논의해서 결정하겠네.]

 통화가 끊어졌다. 트레이너는 이들이 수료할 정도로 성장했다는 걸 보며 미소를 지었지만, 아직 안심하지 않았다. 시간이 흐를 수록 티나가 죽는 날도 가까워지고 있으니까.

To Be Continued......

Chapter.0 (Pro~ 3화)

Chapter.1 차원전쟁 편(4화~)
2024-10-24 23:36:12에 보관된 게시물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