어게인 클로저 4화

검은코트의사내 2021-02-04 1

 푸른 하늘에서 오존층 구멍이 뚫리듯이 원형으로 된 차원문이 생성되어 그 안에서 이계의 생명체들이 뛰쳐나왔다. 트레이너가 살고 있던 대학로 근처도 마찬가지였다. 트레이너는 예전에 각성했던 장소로 가서 위상력을 받아들였다. 처음으로 체내에 깃들었을 때 느낀 감각을 다시 한 번 느꼈다. 

"꾸에에엑!"

 하늘에서 내려오는 수많은 차원종들이 사람들을 위협했다. 트레이너 외에도 각성한 자도 있었지만, 위상력을 이제 막 알게 되었기에 겁먹은 사람이 대부분이었다. 트레이너는 재빨리 행동으로 옮겼다. 이번에 나타난 차원종들은 스컬 타입의 차원종들, 특히 칼날 모양으로 이루어진 양팔을 단 데드 리퍼가 대부분이었다. 트레이너가 상대하기에는 너무나 쉬웠다.

쾅!

 푸른 위상력을 주입한 주먹만으로 데드 리퍼들을 한방에 쓰러뜨리면서 나아갔다. 사람을 이제 막 죽이려는 걸 막아내기도 하고, 건물을 부수기 전에 미리 저지하기도 했다. 예전에 처음 각성했을 때는 미숙했었기에 이곳은 폐허가 되었었지만, 지금은 달랐다. 트레이너는 이미 위상력을 사용하는 방법과 차원종에 대한 기억이 있었기에 남들처럼 이성을 잃지는 않았다.

"저, 저건 뭐야?"

"사람이야? 굉장하다."

 차원종을 쓰러뜨리는 트레이너를 볼 때마다 사람들이 감탄했다. 스컬 메이지들이 트레이너를 발견하고 집중 마법 공격을 하려 했지만, 그걸 간파한 트레이너는 그들을 격파하면서 주변을 돌아봤다.

찾았다.

 먼저 해결해야 하는 건 바로 우두머리를 처치하는 것. B급 이상의 차원종은 차원문을 열어 부하들을 불러낼 수 있었다. 그렇게 되면 피해가 확산하기 때문에 구명 임무일 때 반드시 필요한 조치였다.

 스컬 타입 차원종들을 지휘하는 스컬 퀸, 그의 머릿속에 있는 그대로 거꾸로 매달려 있는 듯한 모습이었다. 스컬 퀸이 트레이너를 향해 대검을 휘두르지만, 그는 가볍게 피한 뒤에 주먹 한 방으로 강하게 내리쳤다.

쾅!

 우두머리를 처치했다. 차원문은 더이상 열리지 않았으니 나머지 부하들을 처치하면 되는 일이었다. 큰 기술은 사용하지 않고 위상력이 실린 주먹만으로 해결했다. 마지막 차원종의 머리통에 주먹을 날린 뒤에야 사람들의 비명은 더는 들리지 않았다. 트레이너는 주변을 돌아보며 자신을 멍하니 쳐다보는 사람들을 보았다. 미숙했던 시절과는 다르게 많은 사람들이 살아났다. 그가 일했던 고깃집 사장부부도 살아났고, 자신을 붙잡으려고 했던 교수도 살아났다. 

이걸로 된 거겠지. 일단은.

 임시적인 조치였지만, 이제 곧 있으면 다른 차원종도 나타날 거라 확신했다. 위상력 억제기가 아직 만들어지지 않은 시기였으니 곧 또 나타날 거라 확신했다. 옛날 기억으로는 두 종류의 차원종이 더 나타난 걸로 기억했다. 

"모두 어서 대피소로! 차원종은 또 나타날 겁니다."

"차원종?"

"아, 괴물들 말이오!"

"아, 네!"

 트레이너의 말을 듣고 사람들이 전부 대피소로 향했다. 순간 말실수를 했지만, 별로 문제 되는 일은 없었다. 사람들이 떠나고 난 뒤에야 차원종 무리가 하나 더 나타났다. A급 차원종 뇌수 키텐, 벼락을 일으키는 말렉 종류 차원종이었다. 하지만 트레이너에게는 무리도 아니었다. 그가 벼락을 일으키기 전에 선제 공격을 날렸다.

쾅!

 조금 전보다 더 강한 위상력을 실어서 머리를 있는 힘껏 내리쳤다. 키텐은 괴성을 지르며 괴로워했지만, 다시 일어나 커다란 앞발을 들어 트레이너를 공격하려고 했다.

"쿠아아아아!"

쾅!

 트레이너는 양 팔을 들어 키텐의 앞발을 정면으로 방어했다. 막아내는 것만으로도 강한 충격파가 발생하여 주변 건물 곳곳에 유리창이 깨지는 소리가 진동했다. 만약 지면으로 내리쳤다면 바닥이 그대로 무너져 내려 더 큰 문제가 발생할 거라 확신했다. 이미 그들이 나타난 시점에서 전력공급은 이미 다 끊겼다. 

"흐읍!"

 단련한 보람이 있었는지 키텐을 상대로 묵직한 느낌이 들지 않았다. 기합을 넣으며 있는 힘껏 밀쳐냈다. 키텐은 앞발이 밀려나자 중심을 잃고 몸이 뒤집혔다. 지금이 기회였다. 트레이너는 높게 점프해서 조금 더 커다란 푸른 불꽃을 담은 주먹으로 키텐의 머리를 강타했다.

"끄에에에에에!"

 키텐의 비명이 주변에 울려퍼졌다. 지면이 결국 무너졌지만, 다친 사람없이 끝났다. 키텐이 완전히 죽은 걸 확인한 트레이너는 하늘을 보며 새로운 차원종이 나타나는 걸 보았다. 이번에는 잔챙이라고 여길 수준인 스캐빈저 차원종. 불을 뿜는 마법사를 우선적으로 처치한 뒤에 부하들을 소탕했다.

좋아. 이걸로 끝났어.

 이 일대는 이제 안전하다. 더는 차원종이 출현하지 않으니까. 상황이 끝난 뒤에 다른 지역으로 이동했다. 대학로와는 다르게 다른 곳은 이미 지옥이나 다를 바 없었다. 건물이 불타고 사람들이 죽어갔으며 이제 막 각성한 사람들은 C급 차원종을 상대로 고전을 하는 모습이었다. 지금은 각성자들을 모으는 게 우선이었기에 재빨리 가서 도와주었다.

"모두 조심하도록. 위상력을 제대로 발산하려면 사용자 마음가짐에 달려있어. 내면에 흐르는 위상력을 느끼고 끄집어낸다고 생각하고 발산하도록."

"위상력?"

"현재 당신들이 가진 힘이다. 어서 시키는 대로 해!"

 혼자서 피해를 최소화하는 건 무리였다. 자신과 같은 각성자들이 힘을 제대로 컨트롤하기 위해 트레이너는 자신이 직접 교관이었던 시절을 떠올리며 말했다. 각성자들은 혼란스러워하면서 그가 시키는 대로 하자 하나 둘씩 발산했다. 그리고 근처에 있는 차원종을 상대로 싸우기 시작했다.

"어? 내가 쓰러뜨렸어? 이 괴물을?"

"나도야! 가자!"

"죽어라!"

 이내 자신감을 얻은 각성자들이 차원종들을 쓰러뜨렸다. 트레이너는 만족해하며 B급 이상의 우두머리 차원종을 쓰러뜨리고 나서 다음 지역으로 향했다. 그곳에 가서도 반복 설명과 우두머리급 차원종 처치를 계속했다.


* * *


 차원전쟁 발발 1개월 뒤, 유엔 산하조직인 유니온(Union)이 설립되었다. 한국에도 유니온이 설립되었고, 서울 지부는 신현우가 초대 지부장으로 올랐다. 처음 맡는 직책이라 다소 긴장한 현우는 트레이너가 활약한 곳을 보며 놀라워했다. 전세계에서 그나마 한국이 피해를 조금 더 적게 얻었다는 거였다. 경기도 시 두 군데가 트레이너의 활약으로 피해가 미미했다는 보고서였다.

"호오, 그 젊은이가 이런 일을 할 줄이야."

 전에 고깃집 알바생으로 일했던 그였다. 고기도 잘 굽고 서비스도 좋은 성실한 일꾼, 처음으로 위상력으로 각성해서 가장 먼저 힘을 제대로 발휘한 클로저였다. 그말고도 다른 사람도 있었지만, 안면에 있는 남자라 더 눈에 갔다.

"지부장님. 김한수 요원이 왔습니다."

"그래."

 보좌관이 트레이너를 안내했다. 그는 정중하게 지부장에게 인사를 했다. 현우는 자리에서 일어나 그를 반갑게 맞이해주었다.

"설마 자네가 그런 큰 일을 해낼 줄이야. 만날 때부터 보통 인물이 아니라고 생각했네. 자, 이쪽으로 오게."

"네. 지부장님."

 현우는 직접 차를 타서 그에게 대접해주었고, 그와 마주앉으며 말을 걸었다.

"자네는 경기도에서 살았겠지만, 이곳 서울 지부는 폐허 그 자체였어. 그나마 각성자들이 위상력을 뒤늦게 나마 컨트롤해준 덕에 차원종을 처리하는 데 앞장서게 되었어. 하지만, 자네같은 활약을 한 사람은 드물더라고."

"과찬이십니다. 전 단지 운이 좋았을 뿐입니다."

"아니야. 경기도에 시 두 군데를 피해없이 해결한 건 너무나 잘한 일이야. 지금 이 시간에도 차원문은 계속 열리고 있는데 제대로 위상력을 발휘하지 못하는 각성자들이 너무 많아. 그래서 말인데, 자네가 그들을 위해 교관을 맡아주었으면 하는데 어떤가?"

"개인 교관이 아닙니까?"

 트레이너의 눈이 조금 커졌다. 원래대로라면 개인 교관으로 먼저 갔어야 하는데 경기도 시 두 군데를 구해낸 것 때문에 운명이 바뀌었다. 개인이 아닌 단체를 가르치는 교관으로.

"도시를 구하는 과정에서 이제 막 각성된 사람들에게 위상력 사용법을 잘 알려주지 않았나? 그것만으로도 충분하다고 보는데?"

 현우의 말에 그는 할 말을 잃었다. 가능하면 티나의 개인 교관으로 하고 싶었지만, 이런식으로 될 거라고는 상상도 못했다. 하지만, 티나만 중요한 게 아니었다. 현우의 말대로 지금은 싸울 수 있는 전사들이 한 명이라도 더 필요한 상황이었다.

"좋습니다. 지부장님. 그럼 제가 가르칠 인원은 제가 선정해도 되겠습니까?"

"그렇게 해주게. 혼자서 한꺼번에 가르치는 건 한계가 있을 테니까. 가능하면 자네를 도와줄 다른 교관들도 넣어주겠네."

"감사합니다."

 트레이너는 자리에서 일어나 그에게 허리를 굽혀 인사했다. 경기도에서 살아남은 시민들이 트레이너의 공적을 알린 탓이었다. 트레이너는 그래도 자신이 선택할 수 있다는 사실에 안도했다. 가능하면 많은 전사들을 만들어내어 좀 더 사람들을 구할 수 있는 전력으로 만들 수 있다고 판단했다.

 푸른색 상의에 하얀 조끼를 입는 것도 오랜만이었다. 조끼 앞에는 Union이라는 글자가 드러났다. 트레이너는 검은색 모자를 쓴 채로 교관들과 발을 맞춰서 이동했고, 이제 막 위상력을 각성한 아이들이 열을 맞춰서 집합해있었다. 트레이너는 마치 학교 운동장에 학생들을 집합시켜서 국민체조시키는 교장 선생이 되는 기분이라고 생각했다. 이번에 맡게 될 훈련생들은 총 100명이다. 개인 교관을 맡고 싶지만 이기적인 생각으로 행동하면 그 때와 같은 비극이 되풀이 될 거라 확신했다. 

 트레이너는 훈련생들 중에 가장 눈에 띈 소녀를 보았다. 하얀 머리카락을 가진 순수한 소녀, 티나였다. 단상 위로 올라간 그는 훈련생들을 향해 외쳤다.

"잘 와줬다. 지금부터 자네들은 유니온 소속 클로저로써 훈련생이다. 나는 훈련교관 책임자인 김한수다. 나는 너희들의 트레이너다. 여기 있는 교관들도 나와 함께 너희를 강한 클로저로 키울 것이다. 훈련을 마친 뒤에 바로 실전에 투입될 것이다. 모두 각오는 단단히 되었나?"

"네!"

 훈련 교관으로써의 기억도 아직 남아있었다. 티나를 대할 때도 그 때와 똑같이 대하기로 다짐했다. 원래 교관은 훈련생들에게 엄격해야 하니까.

To Be Continued......

Chapter.0 - 프롤로그(Pro~3화) 마침.

Chapter.1 - 차원전쟁 편 시작.
2024-10-24 23:36:12에 보관된 게시물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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