폭스 헌터 3화. 배우는 자, 크리자리드 블래스터.
pixi 2021-01-26 0
“이쯤이면 되려나…?”
작전지역에 도착한 나는 킬베로스에 고배율 스코프를 장착했다. 본래라면 엘리스와 함께 정찰위성까지 띄웠어야 했지만, 정찰위성이 없다고 해서 작전에 영향울 주는 정도는 아니었으니 상관 없었다.
“안드라스 녀석…역시 살아있었군. 그리고 병력 수는…..뭐지? 뭐가 이렇게 많아?”
녀석들의 주둔지를 살펴보던 나는 깜짝 놀랄 수 밖에 없었다. 분명 용의 군단의 병력 대부분은 신서울에서 전멸했고 소수만이 남아서 애쉬&더스트의 밑으로, 그리고 극고수의 병력만이 안드라스와 함께 도망쳤다고 생각하고 있었는데…병력 수가 꽤 많다. 그것도 단순한 패잔병들이 아닌 정예병력들인 것 같았다. 드라군 타입도 상당히 많았고, 우로보로스 타입의 최종단계인 프리시온 우로보로스와 정예병인 아지다하카도 심심치 않게 보이고 있었다. 그리고…
“안드라스 녀석 곁의 드라군 블래스터가 3마리나….안드라스 녀석이 지키고 있던 것이 한 마리가 아니었던 건가?”
크리자리드 블래스터의 다음 단계인 드라군 블래스터 또한 3마리나 있었다. 하지만…..뭔가 이상했다. 용이 될 가능성이 있는 드라군 블래스터라면 안드라스보다 윗 서열일텐데….녀석들은 마치 안드라스의 밑 서열인 것처럼 안드라스를 향해 무릎을 꿇고 있었다.
“아니….안드라스에게 무릎을 꿇고 있는 것이 아니야. 더 안쪽에…”
스코프를 돌려 안드라스의 앞쪽을 확인해보자 왕좌 같은 것이 보이기 시작했다. 그리고 그 왕좌에 앉아 있는 것은..
“…크리자리드 블래스터? 드라군 블래스터를 두고 크리자리드 블래스터가 왕좌에 앉아 있다고? 이건 대체..”
드라군 블래스터의 전 단계인 크리자리드 블래스터가 어째서 왕자에 앉아 있는 것인지 이해가 되지 않았다. 크리자리드 블래스터 단 1개채만 있다면 몰라도, 드라군 블래스터가 있는 상황에서? 물론 저 드라군 블래스터들이 용이 될 가능성이 없는 개채들이라면 유일하게 용이 될 가능성이 있는 크리자리드 블래스터가 왕좌에 앉아 있는 것이라면 설명이 되겠지만….
“크리자리드 블래스터 개체에 대한 확인, 그리고 병력의 규모까지 파악했으니 작전 목표는 달성했으니 이쯤에서 물러나야겠군.”
이번 작전의 목적은 어디까지나 정찰, 이상한 점이 있다고 해서 굳이 파고들 필요는 없었다. 왕좌에 앉아 있는 크리자리드 블래스터를 마지막으로 확인하려는 순간..
“…..!!!”
나는 화들짝 놀라며 스코프에서 눈을 땠다. 스코프를 통해 놈을 보던 도중, 갑자기 놈의 시선이 정확하게 이쪽을 향했기 때문이었다. 지금 놈과 나의 거리는 거의 1km가 넘는다. 게다가 위상력도 없는 나를 녀석이 발견했을리는 없었지만….
“이런 빌어먹을!!”
콰아아앙!!!!!!!!!!
그럴 리가 없다고 생각하자마자 포격형 아지하다카의 포탄이 떨어지기 시작했다. 다행히 내 위치를 특정하고 쏘는 포격은 아니었다. 그냥 내가 있는 일대에 마구잡이로 쏘는 포격이었기에 총을 들고 곧바로 납작 엎드려 포탄세례는 피할 수 있었지만…
-설마 쥐**가 숨어들었을 줄이야. 게다가 위상능력자도 아닌 것이 어떻게 들어온거지?-
포탄세례를 피하는 그 틈에 방금 안드라스의 지시를 받던 드라군 블래스터 3마리가 날 둘러쌌다. 급하게 온 모양인지 병력을 대동하지는 않은 것 같았지만….그래도 A급 차원종. 그것도 3마리나 되는 녀석들을 전투 없이 따돌릴 수는 없을 것 같았다.
“후우….전투는 최대한 피하라고 햇었는데.”
-미쳤구나. 위상능력자도 아닌 주제에 우리와 싸우겠다고? 네놈의 총탄이 우리에게 생채기 하나 낼 수 있을 것 같으냐?-
“그건…..맞아봐야 아는 거 아니겠어?”
위상력도 느껴지지 않는 총을 들고 있는 인간 1명. A급 차원종인 녀석들이 나를 위험요소라고 생각할 리 없었다. 실제로도 녀석들은 내가 킬베로스를 겨누고 있는 지금도 크큭거리며 웃고 있을 뿐이었다.
-위상력도 없는 인간 쥐**놈을 찾아내시다니…그분께서도 대단하시군. 운이 없다고 생각해라. 인간-
드라군 블래스터 중 1마리가 내게 다가오며 손을 뻗었다. 붉은 위상력이 놈의 손에 모이며 빛을 발하는 지금,
-피해라-
투카아앙ㅡㅡㅡ!!!!!!!!!!!!!
대 상위차원종 탄이 녀석의 머리를 꿰뚫기 직전, 뒤에서 나타난 크리자리드 블래스터가 드라군 블래스터를 잡아당겼다. 덕분에 총알은 허공을 가르며 사라졌지만, 순간 총의 위력에 당황한 것인지 녀석들의 움직임이 멈췄다.
“한발이 끝이라고 생각하면 큰 오산이라고 차원종!!”
나는 다시 눈앞의 드라군 블래스터를 향해 조준선을 정렬했다. 이번에는 크리자리드 블래스터 녀석까지 한꺼번에 해치운다는 생각으로 나는 다시 한번 방아쇠를 당기려고 했지만…
-내버려 둘 생각은 없다. 인간-
당황한 녀석들과는 달리 크리자리드 블래스터는 곧장 날 향해 뛰어들었다. 하지만 상관없다. 아직 크리자리드 타입인 녀석의 등급은 겨우 B급, 한계를 뛰어넘었다고 해도 B+급이다. 녀석의 공격 정도는 베리어를 뚫지 못한다.
콰아앙!!!
예상대로 녀석의 공격은 배리어를 뚫지 못했다. 위상력을 감싼 녀석의 주먹은 베리어에 가로막혀 멈췄지만….
“…..엑소슈트 육체강화 활성화!!”
[엑소슈트 육체활성화 가동. 육체 강화율 100%]
찰나의 순간, 나는 방아쇠에서 손을 빼 머스킷의 총신을 녀석이 있는 방향으로 돌려 방어자세를 취했다. 그리고..
투콰악ㅡㅡ!!!!!
이어진 충격파에 나는 그대로 튕겨나가 한참을 날아간 뒤에야 바닥에 내동댕이쳐졌다. 방금 엑소슈트의 육체강화와 총신으로 충격파를 반감시키지 않았다면…..
“크으윽….”
-그 찰나의 순간에 방어해내다니. 제법이구나.-
“넌 대체…..”
나는 식은땀을 흘리며 몸을 일으켰다. 분명 녀석의 공격은 베리어에 가로막혔다. 하지만 녀석은 애초에 베리어를 뚫을 생각으로 주먹을 휘두른 것이 아니었다. 주먹으로 베리어를 흔들고, 그 짧은 순간 베리어의 파장에 맞춰 위상력을 흘려넣어 베리어 안에서 폭발시킨 것이었다. 그건 마치….
“인간의 격투술…..?”
차원종의 전투스타일과는 전혀 어울리지 않는, 단순히 압도적인 폭력을 휘두르는 것이 아닌 위상력을 컨트롤하는 것은 흡사 인간과 같았다.
-주군이시여. 저 인간은 저희가..-
-아니, 내가 직접 상대한다. 그럴 가치가 있는 인간인 것 같구나…-
크리자리드 블래스터는 드라군 블래스터들의 만류를 뿌리치고 앞으로 걸어나왔다. 녀석은 겨우 B+급. 대 상위차원종 탄이 아닌 일반 위상관통탄만으로도 해치울 수 있는 녀석이다.
쿠웅!!!
녀석이 휘두르는 주먹을 가뿐하게 흘리며 녀석의 뒤를 잡았다. 근접전에서 긴 총신을 가진 머스킷 킬베로스로 조준하고 방아쇠를 당길 시간은 없었다. 그대로 녀석의 뒤통수를 향해 개머리판을 내리찍었지만..
투웅!!!
“커헉…!!”
크리자리드 녀석은 뒤를 **도 않고 팔꿈치로 내 명치를 가격했다. 순간 밀려오는 격통에 호흡하기도 힘들었고, 그 틈을 녀석은 놓치지 않고 그대로 발을 차올려 내 킬베로스를 튕겨냈다.
“흐읍…!”
녀석의 공격에 킬베로스를 잃었지만 나는 곧바로 호흡을 가다듬고 단검을 빼들어 녀석을 향해 휘둘렀다. 지금 이 상황에 다른 무장을 꺼냈다가는 그 틈에 공격당한다. 근접전, 녀석이 유도했을 터였지만 어쩔 수 없이 어울려 줄 수 밖에 없었다. 그리고..
“근접전에 자신이 없는 것도 아니어서 말이야!”
엑소슈트 덕분에 육체능력도 녀석보다는 내가 더 위였다. 게다가 사격술과 동시에 단검술 또한 훈련해왔다. 폭스 헌터 중에서 차원종과의 1대1에서 가장 뛰어난 스폐셜리스트. 그게 바로 나 유한성이다. 겨우 B+급 크리자리드 블래스터에게 질 리 없다며 침착하게 단검을 휘두르며 녀석을 몰아붙였지만…
“….뭐지?”
이상하다.
투칵!! 투카칵!!!
“넌….대체….”
분명 육체능력도 내가 위. 녀석은 그저 정면승부밖에 모르는 차원종. 격투술 따위 알 리가 없었다. 하지만….
콰아악!!!
“크윽..!!!”
밀린다. 처음에는 분명 밀어붙였지만, 점점 녀석은 침착하게 내 공격을 흘리고 받아치기 시작했다. 그리고…
-그렇군. 네놈은 힘에 취해 휘두를 줄만 아는 위상능력자들과는 다르구나. 이 정교한 움직임……적의 공격을 효율적으로 막고 받아치기 위한 싸움법. 고맙다. 네 덕분에….-
크리자리드 블래스터는 웃으며 말했다.
-나는 한층 더 성장할 수 있겠구나. 나의 적(스승)이여…-
투콰악!!!
“커헉….”
마치 이 짧은 공방에서 내 격투술을 배우기라도 한 것처럼, 녀석은 단검을 휘두르기 직전 내 움직임을 간파하고 관절부를 노려 팔의 운동반경을 차단한 뒤, 곧바로 내 가슴에 주먹 꽃아넣었다. 순간 숨이 멎는 듯한 격통과 함께 나는 무릎을 꿇었다. 졌다. 힘도 스피드도 전부 녀석보다 우위였지만……그럼에도 졌다. 하지만….
“아직 안 끝났어! 빌어먹을 차원종!!!”
싸움이 끝난 것이라고 생각했는지 녀석은 내게 천천히 다가왔고, 나는 그 틈을 놓치지 않고 허리춤에 차고 있던 대 상위차원종 매그넘, 헌터를 꺼내들었다. 녀석은 몸을 날렸지만, 이미 늦었다. 나는 곧바로 방아쇠를 당기려 했지만…
투카앙ㅡㅡ!!!!!!!!
“…..농담이지?”
어처구니가 없다. 눈앞에서 벌어진 현상에…
-검이나 창 같은 것과는 달리 너무도 생소한 것이라 반쯤은 찍는다는 생각으로 해본 것이었는데…정답이었나보구나.-
울린 총성은 내 것이 아니었다. 녀석은 방금 몸을 날려 아까 전투에서 떨어졌던 킬베로스를 들어 정확하게 내가 들고 있는 헌터를 조준하고 방아쇠를 당겼던 것이었다. 총알은 정확하게 헌터의 총구 부분만을 박살냈다. 엑소슈트 덕분에 충격파에 의한 데미지는 없었지만….지금은 그게 중요한 게 아니었다.
마치 나 자신을 보는 것 같았다. 총을 잡자 마자 곧바로 견착하고, 조준선을 정렬하고, 방아쇠를 당기기까지, 모든 동작이 완벽했다. 절대 차원종이라고는 생각할 수 없는 자세였다.
“너는…….”
-즐거운 싸움이었다. 인간이여. 네놈이 내게 싸움법을 보여준 것처럼, 나 또한 네놈에게 무언가를 보여줘야겠군. 물론 차원종에게 무술이나 기술 같은 것은 없다. 그렇기에….인간에게 배운 기술을 보여주는 것으로 만족해다오.“
크리자리드 블래스터는 킬베로스를 바닥에 던지고는 위상력으로 붉은 검을 만들어냈다.
-선대 용, 아스트로트와 싸운 어느 어린 위상능력자들의 기술이다. 차원문 반대편에서 선대 용의 싸움을 지켜보며 관찰한 것 뿐이기에 그저 흉내내는 것이 전부지만….평가는 저승에서 해다오.-
대체 어떻게…..차원종인 녀석이….배우고, 적응하고, 성장한다.
-그 인간은 이 기술을 이렇게 부르더구나.-
발도자세를 취한 녀석의 붉게 빛나는 검이, 곧은 일직선을 그리며 뻗어나갔다.
-결전기 : 유리 일섬-