폭스 헌터 2화. 클로저 구출 개시
pixi 2021-01-24 1
쿠우우웅
수송기가 먼지폭풍을 날리며 지면에 내려앉았다. 해치가 열리고 우리가 내리자마자 수송기는 다시 하늘로 떠올라 그대로 모습을 감췄다.
“여기는 알파팀. 지정된 좌표에 도착하였습니다. 지금부터 정찰을 개시하겠습니다.”
“수신완료. 최대한 전투를 회피하고 1시간 내로 다시 합류포인트로 복귀할 수 있도록. 이상”
작전 목표는 안드라스가 보호하고 있는 크리자리드 블래스터의 확인 및 용으로의 **단계를 파악하는 것. 나는 정찰을 위해 킬베로스에 고배율 스코프를 단 채 천천히 전진하기 시작했다.
“그나저나….너무 조용한데?”
백련을 스텔스 모드로 숨긴 아리아가 숨을 죽이며 말했다. 수송기에서 내리고 벌써 30분 째 기동중이었지만, 이때까지 움직이면서 단 한번도 적을 마주치지 못했다. 아직 안드라스가 포착된 위치까지는 한참 남았었지만, 그래도 뭔가 이상하다고 느끼던 차에…
콰아앙ㅡㅡ!!!!
전방에서 폭음이 울려퍼지기 시작했다. 꽤나 먼 거리였지만, 그럼에도 전방에서 전투가 일어나고 있다는 것을 알아차리기에는 충분했다.
“엘리스! 레이더에 잡히는 거 있어?”
“전방 3km 지점에 적이 대거 모여있습니다. 대규모 병력은 아니지만…꽤 많은 수의 차원종들이 움직이고 있습니다. 그리고….”
감시모드로 전환한 엘리스가 뭔가 이상하다는 표정으로 말했다.
“레이더에 제 1위상력, 즉 클로저 또한 감지됩니다. 차원종들에게 둘러싸여 있는 것으로 보아 방금 그 폭음은 포위망을 뚫기 위해 전투를 하던 도중 울린 것으로 추측됩니다.”
“클로저???”
분명 이번 작전에 투입된 것은 우리 폭스 헌터팀 뿐일텐데? 유니온에서도 이번 작전에 대해 알고는 있었지만, UN 직속인 우리 팀의 권한으로 유니온에게는 대기 명령을 내렸기에 클로저가 투입되는 일은 없어야 했다. 그런데 어째서…
“본래 작전지역과는 조금 거리가 있습니다. 클로저를 구출하려면 전투를 피할 수는 없을 것 같고. 그러면 작전 목표는 포기해야 할 것 같습니다만…어떻게 할까요?”
엘리스의 말에 나는 잠시 생각에 잠겼다. 우리의 작전 목표는 안드라스가 보호 중인 크리자리드 블래스터에 대해 확인하는 것. 그렇기에 본래 경계 중이었어야 할 적 차원종들이 전투 중이라는 것은 우리에게는 작전을 수행하기에 더없이 좋은 조건이었다. 하지만….
“…….아리아, 엘리스. 너희 둘은 클로저를 구하러 갈 수 있도록. 작전은 나 혼자서 수행하겠어.”
“혼자서?? 말도 안되는 소리 하지마! 적진에서 혼자 쏘다니겠다는 ** 소리를 들으라고?”
“마스터, 지금 클로저 혼자서 전투 중인 상황이라면 몰라도 만약 저희가 클로저를 구하기 위해 전투에 들어가면 적들은 추가병력에 대해 경계를 강화하게 될 것입니다. 그러면 작전 목표를 달성하기도 더 힘들어진다는 사실을 고려하고 내린 결정이신지요?”
아리아와 엘리스, 둘 다 내 결정에 반대하며 말했다. 맞는 말이었다. 적진에 혼자 돌입하겠다는 것도, 아리아와 엘리스가 전투에 들어서면 내 존재까지 들킬 가능성이 있다는 것도 사실이었지만, 그래도 아직 살아있는 클로저를 버릴 수는 없었다. 그리고..
“정황상 그 클로저는 이 작전이 계획되기 전부터 이곳에 있었던 것 같아. 엘리스가 감지한대로라면 적들은 그 클로저를 쫒고 있는거야. 그렇다는 건…..그 클로저가 무언가를 알고 있다는 거 아니겠어?”
“….그럴 가능성이 확실히 존재하기는 합니다. 확실히 클로저 1명을 잡기 위해서라기에는 꽤 많은 수의 차원종들이 움직이고 있었으니까요.”
“그러니까 우리는 그 클로저를 구출해서 클로저가 알고 있는 정보를 확보해야 할 필요성도 있어. 그리고 클로저를 구출할 때는 엘리스 너는 모습을 드러내지 말고, 아리아의 백련으로만 전투를 개시한다면 적들이 우리에 대해 모르는 이상 그저 클로저의 능력이라고만 생각할거야. 그렇다면 내 존재를 들킬 가능성도 지울 수 있지.”
쓸데없이 클로저를 구하겠다는 일념으로만 이러는 것은 아니었다. 그 클로저가 무언가를 알고 있을 가능성, 그리고 우리의 존재를 노출시키지 않고 클로저를 구하는 방법을 제시하자 엘리스는 고개를 끄덕이며 내 의견에 찬성했다. 하지만 아리아는…
“그러면 차라리 내가 혼자 작전구역으로 이동하면 되잖아. 왜 너가..”
“내가 말한 방법으로 클로저를 구하기 위해서는 네 백련이 필수야. 난 모습을 드러내지 않고 전투하기에는 적합하지 않으니까. 그리고 고배율 스코프가 있는 내가 정찰하기에도 더 수월하고”
“…….정말 혼자서 괜찮겠어?”
“괜찮아. 그러니까 믿고 맡겨줘.”
씩 웃으며 말하자 그제서야 아리아는 한숨을 쉬며 내 의견에 동의했다. 그렇게 우리는 아리아와 엘리스를 알파팀, 나를 브라보팀으로 나누어 움직이기로 했다.
“클로저를 구조하면 즉시 내게 신호를 줘. 그럼 나도 체크포인트로 복귀할 테니까”
“알겠습니다. 무운을 빕니다. 마스터”
그렇게 멀어져가는 아리아와 엘리스를 보며, 나는 다시 천천히 안드라스가 있는 곳을 향해 발걸음을 옮기기 시작했다.
콰아아앙ㅡ!!!!
“허억….허억…”
마리는 가쁜 숨을 몰아쉬며 자신의 두 검을 들어올렸다. 분명 그녀가 속한 팀은 처음으로 관측된 외부차원의 탐사를 진행하고 있었다. S급 클로저인 그녀를 리더로 팀원 모두 A급 이상의 클로저인 정예 클로저팀에게 외부차원 탐사란 어려운 임무가 아니었다. 그곳에서 분명 와해되었다고 보고된 용의 군단 차원종들을 만났을 때도 그녀는 크게 위험하다고 느끼지 않았었다. 용은 이미 죽었고, 남은 것들 중에 위험한 것이라고는 도주했다는 안드라스뿐, 그 녀석도 S급 차원종에 해당하는 녀석은 아니었고 군단도 온전한 상태가 아니었기에 그녀는 용의 군단을 마딱드렸을때도 퇴각할 필요성을 느끼지 못했었다. 그 녀석을 만나기 전까지만 해도…
-크아아악!!!-
“크으윽…..이런데서 죽을까보냐!!!!”
마리는 포효하며 검을 휘둘렀다. 겨우 이런 곳에서 팀원을 모두 잃고, 자신마저 이렇게 초라하게 죽을 순 없었다. 어떻게 S급 클로저가 됬는데….이런 어딘지도 모를 외부차원에서 죽을 수는 없다고!!!
카앙!!!!!
혼신의 힘을 다해 쏘아낸 검격에 포위망을 좁혀오던 차원종들이 쓸려나갔지만…
[크하하하! 많이 지친 모양이구나. 이렇게 쉽게 뒤를 잡히다니…]
검격을 휘두른 뒤의 생기는 틈을 파고든 드라군 블래스터의 비웃음이 들려왔다. 곧바로 몸을 돌리며 검을 휘둘렀지만, 드라군 블래스터는 여유롭게 검을 피하며 곧바로 마리의 명치에 주먹을 꽃아넣었다.
퍼억!!
“커헉!!”
A급 차원종에 해당하는 드라군 블래스터, 아무리 S급 클로저인 마리라고 해도 연이은 전투에 지친 상태에서 녀석의 공격은 치명적이었다. 명치를 부여잡으며 그대로 무릎을 꿇은 마리를 보며 드라군 블래스터는 그녀의 숨통을 끊기 위해 자신의 주먹에 위상력을 집중시키기 시작했다.
“여기서…..죽을 수는 없어…”
[아니, 넌 여기서 죽는다. 허나 걱정하지 말거라. 용을 위한 제물이 되는 것보다 영광스러운 죽음은 없을 테니까.]
피를 토하며 검을 부여잡는 마리를 향해 드라군 블래스터는 천천히, 하지만 확실하게 붉은 위상칼날을 휘둘렀다. 그리고
파지지직!!!!!!
[음…??]
“이건….?”
그녀를 향한 붉은 칼날을 막은 것은 칼날처럼 생긴 하얀 드론이었다. 아니, 드론일 리가 없잖아. A급 차원종의 공격을 막는 드론이라니, 그런게 유니온에 있을 리가 없다. 하지만 지금 마리의 눈앞에서 스파크를 튀기며 드라군 블래스터의 칼날을 가로막고 있는 것은 어딜봐도 무인 드론이었다. 이건 대체…?
“남아있는 위상력이 있다면 전부 전개해. 포격에 휘말려 죽고 싶지 않으면
자신의 곁에 다가온 또 하나의 드론에서 목소리가 들려왔다. 이게 뭔가 싶었지만 드론을 통해 들려오는 차가운 목소리에 마리는 조금이나마 남아있는 위상력을 전부 끌어올려 방어막을 전개했다. 마리가 방어막을 전개하자마자….
“백련, 스텔스 모드 해제. 전투모드 개시.”
드론에서 차가운 목소리가 울려퍼지자 마자 하늘에 있던 8개의 드론, 아리아의 백련이 모습을 드러냈다. 드라군 블래스터도, 그 휘하 차원종들도 처음보는 병기에 그저 하늘을 바라보고 있을 때…
“백련. 입자탄 발사!!!”
투콰콰쾅ㅡㅡ!!!!!!!!
하늘에서 내리꽃히는 백련의 입자탄이 차원종들을 휩쓸었다. 대응할 시간도 없이 순식간에 내리꽃히는 포격에 차원종들이 비명을 지르며 쓰러져 나갔다.
[이….이건 대체 뭔!!]
입자탄이 내리꽃히는 순간 곧바로 위상력으로 방어막을 전개한 드라군 블래스터는 당황하며 소리쳤다. 간신히 백련의 포격에서 살아남을 수 있었지만, A급 차원종인 자신의 방아먹마저 손상시키는 인간의 병기라니, 들어본 적도 없었다. 게다가 이 병기에서는 그 어떤 위상력도 느껴지지 않았는데….
“백련 3잎 합**. 레일캐논”
당황한 드라군 블래스터에게 틈을 줄 필요는 없었다. 곧바로 3개의 백련이 모이며 쏘아낸 레일캐논이 방어막이 뚫고 드라군 블래스터를 직격했다.
[크아아악!!!!!]
레일캐논에 직격당한 드라군 블래스터가 그대로 무릎을 꿇었다. 온몸이 마치 불에 타는 듯이 뜨거웠다. 방어막이 피해를 반감시켜줘서 겨우 목숨을 건졌다는 것은 본능으로 알 수 있었다. 이걸 1번 더 맞으면 죽는다는 것을…그리고
“백련 5잎 합**. 중력장 전개!”
콰지지직!!!!!!!!!!
[크으으….이대로 당할까보냐!!!]
쉬지 않고 몰아치는 백련의 공격에 드라군 블래스터 위상력을 폭발시키며 공중으로 날아올랐다. 분노하며 주변을 살폈지만 그 어느 곳에도 클로저는 보이지 않았다. 정체 모를 하얀 드론들만이 허공을 맴돌고 있을 뿐이었다. 정신을 집중해 주위에 느껴지는 위상력을 찾았지만 위상력이라고는 눈앞에 쓰러져 있는 클로저에게서밖에 느껴지지 않았다.
[**……**!!!!]
허공을 맴돌고 있는 정체 모를 드론들은 계속해서 자신의 병력들을 향해 포격을 쏘아대고 있었다. 이 드론들을 전부 격추시킬까 생각했지만 방금 자신의 위상칼날을 막은 내구도를 생각해보면 치명상을 입은 지금의 상태로는 저 드론들을 전부 격추시킬 자신도 없었다.
[퇴각….퇴각한다!!]
결국 드라군 블래스터는 이를 갈며 퇴각명령을 내릴 수 밖에 없었다. 차원종들이 물러나 그 모습이 보이지 않게 되자 그제서야 마리는 전개했던 방어막을 거두고 몸을 일으켰다. 이건 대체….
“유니온에….이런 것이 있었나?”
차원종들을 괴멸시키는 걸로도 모자라서 A급 차원종인 드라군 블래스터의 공격을 막아내고 치명상을 입히다니…..이런 병기가 유니온에 존재했다는 것은 들어**도 못했다.
“아니, 유니온에는 그런 거 없어. 위상력만 다룰 줄 아는 그쪽 사람들하고 비교하면 초소형 노심을 장착한 자율형 공격기, 백련이 속상해하니까 비교하지 말아줄래?”
방금 그 드론에서 들렸던 차가운 목소리에 고개를 돌리자 두 여성이 이쪽으로 다가오는 것이 보였다. 한쪽은 아까 그 드론이 곁에 맴도는 것을 보아 이 드론의 주인이고…..다른 1명은….어린애?
“엘리스. 응급처치 정도는 가능하지?”
“물론입니다. 항상 다치시는 마스터 덕분에 의료키트는 항상 장착하고 있으니까요. 클로저분, 잠시 움직이지 말아주세요.”
가까이 다가온 소녀가 손을 펼치자 손에서 초록색 빛을 내는 의료기구가……에?
“으에에???”
“아, 놀라실 필요 없습니다. 전 사람이 아니니까요. 대 차원종 안드로이드. 엘리스라고 합니다.”
손에서 의료기구가 튀어나오는 것을 보고 소스라치게 놀라는 마리를 향해 엘리스가 상냥하게 웃으며 답했다.
“대 상위차원종 안드로이드…? 유니온에 그런 게 있다는 것은 들은 적이 없는데..?”
“그 유니온 유니온 좀 그만해. 우리는 UN 직속 대 차원종 팀이니까”
“UN 직속…?”
멍하니 묻는 마리에게 아리아는 손을 내밀며 말했다.
“UN 직속 대 차원종 팀 폭스 헌터의 아리아야. 뭐 원래 작전 목표는 따로 있지만…어쩃든 당신을 구출하러 왔어”
“네?”
“아 당신을 구출하러 왔다고!”
“아니 잠깐만요. 원래 작전 목표라고요…?”
“음….이거 알려줘도 되는 건가?”
“어차피 정규 토벌 작전에서는 유니온의 지원도 필요할 테니 알려줘도 상관 없을 것 같습니다. 저희는 크리자리드 블래스터의 확인을 위해 온 정찰팀입니다. 정찰 도중 클로저분을 발견하고 저희 둘은 구출을 위해 이곳으로 왔습니다. 저희 리더께서는 원래 작전 목표를 위해 작전 지역으로 향하셨구요.”
“아….안돼!!!”
마리는 갑자기 아리아의 어깨를 움켜잡으며 말했다. 그건 안된다고
“깜짝이야! 갑자기 왜??”
“그 녀석은….그 녀석은 위험하다고!! 당장 복귀하라고 해!! 지금 당장…크으윽..”
갑자기 움직여서 그런 것인지, 치료 중이었던 상처가 벌어지자 마리는 신음을 하며 주저앉았다. 그런 마리를 보며 아리아가 어이 없다는 표정으로 물었다.
“당신…유니폼의 마크 보니까 S급 클로저 아니야? A급 차원종인 드라군 블래스터도 상대해놓고 그 전단계인 크리자리드 블래스터가 뭐가 위험하다고 그러는거야?”
"그러고보니 방금 상대한 녀석은 크리자리드 블래스터의 다음단계인 드라군 블래스터였군요. 이것 또한 복귀해서 상부에 보고해야 할 필요가 있을 것 같습니다. 어쩌면 저희가 사진으로 봤던 크리자리드 블래스터 또한 드라군 블래스터로 진화했을 가능성이 있어요."
“아니야…그놈은 달라. 크리자리드 블래스터 그 놈은 다르다고!!”
드라군 블래스터와 수많은 차원종을 앞에 두고도 끝까지 싸웠던 그녀가 공포에 질린 표정으로 말했다. 드라군 블래스터보다 더 위험한 것은...아직 진화하지 못한 크리자리드 블래스터라고.