어비스의 주인 < 2장 7화 > : 달콤한 향기의 꿈

AI미스틱 2020-12-24 0





 ※피드백이나 비판 등, 여러 가지 모자란 점을 제게 지적해서 더욱 나은 방향으로 소설을 이끌어갈 수 있게끔 해주십시오.※
 ※해당 소설의 하늘새 팀이나 PMC 등은 게임 내에는 존재하지 않습니다.※






 두근, 거리는 심장음이 커진다.
 감겼던 눈 속에서 오색 빛의 방울이 피어오르고, 한참을 넘어 나아가던 그것이 파앙! 하며 터졌을 때.
 일렁이는 물속에서 떠오르듯, 꿈에서 깨어난다.
 무거운 눈꺼풀을 억지로 밀어내고, 움직이지 않는 몸에 활력이 욱신거리며 달라붙는다.
 일어나선 안 될 것만 같은 기분이 강하게 다가섬에도 불구하고 왠지 모르는 불안감과 그 심장음에 무심코 숨을 쉬어버리고 만다.
 몸을 일으켜 간신히 두 발을 바닥에 마주했을 적에는, 이상異象이나 다름없는 세계가 펼쳐져 있었다.
 자신이 마주했던, 마천루에 가려진 푸른 하늘의 세계, 그리고… 수평선 너머까지 나열되어있는 기계와 인간의 업業.
 그것과는 한참이나 멀고, 한참이나 다른 세상.
 그것은 어디일까. 끝없이 펼쳐진 초원과, 만색으로 이루어진 정원의 꽃들.
 한없이 넓은 세상 너머에 비치는 수평선과, 그 아래 피어오른 달콤한 과즙의 도원향桃園鄕.
 무향이며 무색이며 무취의 과일이 온 세상을 뒤덮을 정도로 강한 충동처럼 **오고, 그것이 졸음과 달콤한 꿈이라는 것을 인지하기까진 너무나도 오랜 시간이 걸렸다.
 그래, 취해버린 것이다. 이 꿈 속에. 빠져나오지 못할 정도로 아름다운 꿈에.
 죽지 않았다면, 가지 않았다면, 만약이라면. ‘IF’라면. ‘가능성’이 있다면.
 드넓게 펼쳐진 수많은 평행 우주 속 어딘가의 자신의 삶을, 그토록 오랫동안 꾸어왔던걸까.
 비틀거리며 발을 내딛으며, 세상을 가득 취하게 만들어버린 향기를 걷어내자니, 그 사이로 피어오른 푸른 나비들의 환상은, 마치 불어닥친 바람에 일제히 스러지는 황금의 논밭을 보는 것만 같았다.
 내치는 파도의 일렁임을, 쏟아지는 소나무의 물결소리를, 여지없이 보여주고 있었다.
 그리고 그 사이로, 한 존재가 천천히 모습을 드러내기 시작했다.

 “일어났구나… 실로 짧은 시간의 달콤한 꿈이 아니었었니.”
 “…무슨….”

 그것은 무엇일까.
 그것은 새하얀 머리카락을 가졌다.
 그것은 어떤 것일까.
 그것은 황금 색의 눈동자를 가졌다.
 그것은 진실을 뚫어낼 것만 같은 거짓된 눈동자를 가지고 있었다.
 그것은 현실을 덮을 정도로 크고 거대한 의지를 가지고 있었다.

 “우리 아가… 잘 잤니?”

 싱긋, 피어오르는 꽃같은 미소 속에서, 자신이 묻어나온다.
 ‘나’라는 개념체가 둘이나 있는 세상 속에서, 어디로 가야할지 모르는 채 머릿속이 진창으로 뒤덮힌다.
 아무것도 모르겠다.
 생글거리는 그 미소로부터 피어오르는 향기. ─아무것도 맡아지지 않는 무취의 향기.
 색도 없으며, 아무것도 없는 그녀의 그 모습은.
 단지 거울에 비친 ‘나’처럼 하염없이 의미없는 모습에 불과했다.
 허무한 감정 속에 그녀를 담고 있자니, 어느샌가 자신이 누워있다는 것을 그제야 깨달았다.
 감정이 들어있지 않은 형식적인 무릎배게에 불과했을 터인 그것은, 이상하리만치 가슴 속을 찌르고 있어, 눈치채기조차 힘들었다. 하늘이 비치는 것이, 수평선을 멀리 내다보는 것 같아서.
 ─아니, 그런게 아니라, 그저… 인정하기 싫었던거겠지.
 자신이 자고 있었다는 사실을.
 그리고, 지금도 자고 있다는 진실을.
 그 사실로부터 도망치고 싶어서, 아무것도 하지 않은 채, 다시금 꿈에 잠들기를 희망하고 있는 것 뿐이겠지.
 단지 편안하고, 달콤하고, 두 번 다시 깨어나고싶지 않은 그 세계로 돌아가고싶은 욕망만이 남아있을 뿐인 그녀에게, 천천히 입을 떼어내며 말한다.

 “더이상 괴롭지 않은 이 세상에서.”

 너를 포근하게 안아서, 한없이 오래된 옛 추억의 향수 속에서, 잠결로 끌어들이는 달콤한 과일즙의 이정표를 내어서.
 그녀를 오랫동안 잠재웠다.

 “이젠 무언가를 걱정할 필요도 없어.”
 “무언가를 갈망할 필요도 없어.”
 “무언가를 지킬 필요도 없고, 누군가에게 빼앗길 이유조차 없어.”
 “그렇다면, 이제 네가 원하는 건 모두 이루어진 이 세상에서.”
 “네가 존재하고, 깨어있어야 할 이유 따위는 아무것도 없어.”
 “다시금 잠들자, 나와 함께─세상을 덮을 ‘하늘’이라는 이불과, 세상을 이룰 ‘땅’이라는 침대 사이에서.”

 천천히 입을 여는 그것으로부터 새어나오는 그것.
 달콤하게 새어 들어오는 과즙의 독. 치명적일정도로 강하게 들이닥치는 충동은 마시고 마셔도 끝없이 솟아나오는 갈증에서, 헤어나오지 못할 정도로 아름답게 피어오른 장밋빛 꽃.
 귓가를 새근거리는 잠결 숨소리의 고요함.
 아무것도 느끼지 못하고, 의미조차 가지지 못한 그것은, 무엇일까.
 자신이 바라보았던 세상, 잿빛과 폭염으로 가득 찬 죽음.
 사람을 걱정하고, 생명을 갈망하며, 보다 많은 사람을 지키고자 노력하고, 적에게 삶을 빼앗기지 않기 위해 싸워온 세상으로부터, 마치 자신이 부정당한 기분이었다.
 이곳은 그 무엇도 없는 곳.
 갈등도, 증오도. 심지어는 행복조차도 존재하지 않는 곳.
 그곳에서 그녀는, 하은이 원하는 ‘행복’만을 찾아서, 꿈속으로 안겨준다.
 자신이 있어야 할 이유, 그리고─자신이 해야 하는 일을 해야 할 이유.
 모든 걸 송두리째 채 빼앗긴 채, 허망한 감정을 담은 채 그녀를 바라보니, 받아들이겠다는 듯이 두 팔을 넓게 펼쳐 보인다.
 대해보다 넓은 그 품속. 안긴다면 분명 영원히 행복할 터인 품속을 눈앞에 둔 채, 왠지 모를 망설임을 느낀다.
 어라, 어째서 이렇게 된 걸까.
 분명 자신이 있는 곳은 일어날 수 없는 현실을 일으키는 꿈속이고, 자신도 그걸 알고 있을 터임에도 불구하고.
 눈 앞에 펼쳐진 거짓된 현실을 부정하고, 꿈에서 깨어나려는 노력조차 하지 않는다.
 어째서 그렇게 된 걸까.
 하지만.

 ─아무래도 좋은 게 아닐까.

 깨어난다 해서 그곳에 있는건 뭘까.
 증오스러운 인간의 모습과 또 그 인간의 모습을 보며 ‘상냥하다’라고 느낀 자신의 이질적인 모습?
 망가져서 불타오르는 거리와 그곳을 배회하는 괴물, 차원종들?
 그리고 그곳에서 하염없이 사람을 부르고 외치며, 눈물만을 흘리는 나약한 자신?
 차라리 그런 걸 볼 바에야, 그저 꿈속에서 잠든 채, 죽을 때까지 영원히 사라져버리는 게 낫지 않을까.
 아무것도 떠오르지 않을 때까지. 그래, 그 무엇도 기억하지 못할 때까지.
 스스로가 잠들고 있다는 것마저도, 꿈속에 있다는 것마저도 잊어버릴 때까지.
 영원히─

 “자, 이리 오렴….”

 손을 내미는 그 아름다움에 취한다.
 내밀어진 자그마한 손길에 이끌려, 천천히 앞으로 향한다. 나아갈 때마다 펑펑 솟아오르는 수많은 꽃의 향연은 장경이자 이상향理想鄕….
 살짝, 반걸음을 나아가자, 손끝이 맞닿고, 이윽고 손끝으로부터 스며드는 감촉이, 오싹거리며 몸을 타고 오른다.
 한껏 부풀어 오르는 그것은 한참 타오르는 한여름의 폭염이었다.
 한가을의 단풍이 무르익는 것보다 빠르게, 온몸에 스며들어오는 가련하고 자그마한 온기.
 따스하게 피어오르는 아련한 아침의 샛바람처럼, 나들이에서 불어오는 꽃샘바람처럼.
 손끝 피부를 간지럽히며 두근거리는 심장으로 향하는 그것은 저항하지 못할 영원으로, 달콤하게 속삭인다.
 가자, 행복의 꿈으로.
 쉬잇, 하며 귓가를 간지럽히는 그 자그마한 목소리.
 쿵쿵대며 소란스럽게 울어대는 가슴팍은 점차 고요해지고, 술 취한 듯 비틀거리는 몸을 웅크리며 붙잡지만, 한없이. 그저 한없이 멀어져가는 나를 잡은 건 정말로 무리라는 듯, 살며시 입술에 검지를 가져다 대고, 하은이라는 인간을 빼내는 것처럼, 조용히 떼어낸다.

 “잘 자렴, 우리 아가.”

 아─
 이제는, 아무래도 좋은 게 아닐까.
 고아원에서 들려오던 국 끓이는 소리와 피어나던 점심시간의 냄새처럼 아련히 새어 나오는 달콤한 냄새에, 아주 앳된 나의 향기가 묻혀간다.
 어느샌가 떠오른 달무리가 새햐앟게 흩어지며, 세상에 떨어진다.
 흐려진 눈 사이로, 두 팔을 활짝 벌린 나에게 안기며.
 영원히 달콤할 꿈에 빠져들었다.

 포옥, 하고 끌어안은 자그마한 아이의, 맞잡은 손을 소중히 쥔 채, 하늘에 떠오른 달이 검게 물들 때까지 바라보고 있던 ‘나’는, 이윽고 온 세상이 새까맣게 물든 다음에야 씁쓸하게 입을 열었다.

 “…이제야 왔네.”

 두근거리는 심장음.
 쌔액거리는 숨소리와 함께 잠들어버린 아이의 심장음이 귓가에 울리며, ‘그’는 의지를 전한다. 아아, 정말.
 잔혹한 것을 바라는 그의 목소리에, 눈물을 한 방울 흘린다.
 통, 하고 튕기는 눈물은 흩어지지 않고, 그 둥근 원형을 유지한 채 자그마한 아이의 볼을 타고 볼을 간지럽히며 주욱 내려간다.
 슬픔이 형체를 갖는다는 것이 그런 의미일까.
 흔적조차 선명할 정도로 매끄럽게 남긴 눈물 자국 속에서, 괴로운 마음을 토로하듯, 욱신거리는 마음을 내뱉었다.

 “…이 아이의 소중한 것을… 모두 빼앗으라는 거구나.”

 그것은, 잔혹한 선고나 다름없는 것이었고.
 그에게 묶여서 벗어나지 못할 ‘나’는, 그가 원하는 걸 이루어주기 위해, 움직인다.
 그녀가 원하는 바를 이루어주기 위해.
 그가 원하는 바를 이루어주기 위해.

 ‘나’는─


‡     ‡     ‡


 그곳에서, 그는 멀쩡히 서 있었다.
 두 눈에 들어있는 것은 어떠한 감정도 아닌, 인간을 짚어보는 듯한 평가의 잣대.
 마치 자신을 자에 재어보는 듯한 섬뜩한 감촉이 온 전신을 쓸어담으며 나아가고, 그 오싹함에 몸을 떨자니 그제서야 닫은 입을 열었다.

 “…이렇게 마나 요원을 단적으로 만나고자 한 것이, 결코 다른 의사를 가지고 있지 않다는 것을 알아주었으면 하는군.”
 “알겠습니다. …어떤 용무로 저를 만나고자 하셨는지요.”

 그의 목소리부터 사뭇 피어오르는 진지함에 침으로 목을 축이고 되묻자, 그는 또 다시 한여름의 가뭄마냥 목이 마르게, 한참동안이나 그 검은 눈동자로 응시하더니, 침이 다시금 넘어가는 소리가 들려온 다음에서야 입을 열었다.

 “…‘검은 위상력 복제’.”
 “…그건….”
 “자네는 그것에 대해 어떻게 생각하는가.”

 순수한 질의인가.
 아니면, 무언가를 떠보는 질문인가.
 어느쪽이건 좋았다. 그가 발언하는 그것에 대한 대답은, 마나라는 인간에게 있어서 당연할정도로 명확히 되어있는 주제였으니까.
 인간이 인간을 만드는 외도를 따르고, 도구처럼 부리며 인간임을 부정시킨다.
 그렇다면, 그 인간이 닿게 되는 결말은, 옳은 방향일까.

 “윤리의 선을 넘었습니다.”

 하물며 선이나 악을 논할 필요조차 없었다.
 유니온에서 행했다고 전해지는 인공 클로저 계획.
 그로부터 시작해 수많은 사람이 괴로움에 휩싸이고, 죽음을 맞이했다.
 ‘누군가를 죽여야만 누군가를 살릴 수 있다.’
 그런 것쯤은 어린애도 모두 알고 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더욱 많은 사람을 구하기 위해 누군가가 죽어야 한다’는 법칙은, 너무나도 잘못된 것이 아닌가.
 생명을 저울에 올려놓고 계산한다.
 그리고, 사람들에게 말한다.
 앞으로 100명만 더 죽으면 1천명을 살릴 수 있습니다.
 그렇다면 그것은 정녕 옳은 것인가.

 “외도外道입니다.”
 “그런가.”

 가볍게 받아넘긴 그는, 이내 말한다.

 “단지 나는, 물어보고 싶었을 뿐일세. ─하늘새 2분대가 겪었을 ‘외도’와, 그에 대한 자네의 생각을. 다른 뜻은 딱히 없었으니, 무례였다면 용서해주시게.”
 “…아뇨, 괜찮습니다….”
 “하지만.”

 움찔.
 갑작스레 파고드는 그 한 마디의 목소리에 몸을 떨자, 그는 어느샌가 뒤돌아본 상태로 마나에게 말했다.

 “나는 현재보다 많은 사람을 위해, 지금보다 많은 사람을 희생하는 걸 잘못되었다고 생각하지 않네.”
 “그 말씀은….”
 “인공 클로저도, 검은 위상력 복제도… 모두 해야 마땅한 일. 사람이 두려워하는 미래에 무엇이 남지? 일상조차도 제대로 즐기지 못할 정도로 두려운 세상에 무엇이 남지?”

 ─그런 미래를 지키기 위해서는 필요한 희생이라고 생각하지 않나?

 “…팀장님….”
 “앞으로 누구도 괴로워하지 않아도 될 사건에, 누군가가 개입해 더욱 많은 사람을 고통스럽게 한다. 그것이야말로 나는 외도라고 생각하네만.”
 “그렇다 해서 지금 누군가를 희생시키는 것을 옳다고 불러서는 안 되는 겁니다.”
 “그렇다면 언제 그 ‘정의’라는 것이 실현되는 건가.”

 모두가 죽은 미래?
 아니면 처참한 파괴만이 남은 문명에서 ‘정의’라는 것이 피어오르나?

 “살아있음이 곧 정의. 그 외의 모든 것은 악. 우리는 그런 당연한 걸 지켜주기 위해 행하는 ‘올바른 일’일 뿐이야. ─만약 이 일이 모두 성공적으로 끝났다고 하지. 위협이 사라진 미래에선 지금의 우리 행동을 올바르고, 해야 마땅한 일이라며 칭찬을 마다하지 않을걸세. 미래를 위해 현재를 감당하는 것은, 모든 이에게 적용되는 사항. 우리 유니온이 보다 큰 책임을 진 만큼, 보다 거대한 질타를 맞이할 각오는 해야겠지.”
 “그렇다면 마나 요원, 자네 생각은 어떤가? 자네가 바라는 ‘죽지 않고 구하는’ 세상에서는, 과연 어떤 이야기가 나도는가? 클로저가 더 빨리 왔다면, 이라는 후회? 아니면 선택이 잘못되었다는 후회? ─아니면, 우리가 올바르다는 착각?”
 “허망한 소리! 사람을 살리기 위해 존재하는 기관이, 사람을 살리기 위해 움직이는 것일 뿐인데, 우리가 어째서 ‘악’이 되어야 하는 건가.”
 “팀장님!”
 “우리는!”

 ─정의正義가 아닐세.

 “많은 사람을 구하기 위해 악惡이 되는 것이 불가피하다면, 우리는 악이 될 것이요, 사람들로부터 정의를 요구받는다면, 우리는 정의가 될 것일세.”
 “그리고 그 사이에서 선택지가 주어진다면.”

 ─우리는 주저하지 않고 악을 고르겠네.

 “이견있나, 마나 양?”
 “….”

 차마 할 말을 잃어 그저 멍하니 쳐다보고만 있자니, 그는 어비스의 활동이 뜸해졌다는 것을 이미 자료를 통해 인지하고 있었다며 말했다.

 “사실상 한국에서의 활동은 거의 끝. 세계권으로 뻗쳐나간 ‘주인’ 놈들의 자료도 수집했네. 그 과정 속에서 수많은 클로저가 희생됐지만… 우리는 우리가 해야할 일을 할 때가 왔네.”
 “무슨 말씀이신지….”
 “지금부터 ‘하늘새’는 ‘둥지’로 돌아가게 될걸세.”

 둥지.
 하늘새가 시작된 출발점.
 그런데 어째서.

 “최근 잠잠해진 어비스의 활동과는 다르게, 파리에서 어비스 개체 ‘연하은’과 테러리스트들이 날뛰고 있다는 정보일세. 물론 그녀가 원하는 것이 무엇인지는 알고 있으니… 우리도 그 의도에 맞게 행동해주는 게 좋겠지. 운이 좋다면… 그녀를 붙잡을 기회가 있을지도 모르고.”
 “하지만 너무 성급한 것은 아닌가요? 그리고 이런 건은 관리요원님과….”
 “이미 리르 관리요원에게 공문이 내려갔을걸세. 총장이 부재중인 지금, 자네들의 움직임이 한 시라도 빨라지기를 원할 수밖에.”

 그리고 동시에 들려오는 리르로부터의 연락.

 -1시간 뒤, 리버스 휠의 날개를 펼치겠습니다.

 “…알겠습니다.”

 왠지 모르게 불안한 감정에, 무심코 팀장─프레이 아델 로를 쳐다보니, 그는 뭘 그렇게 쳐다보냐는 듯 고개를 돌리고선 말했다.

 “당장 준비하지. 연구 자료까지 싹 다 챙겨야 하니….”
 “잠시만요, 연구 자료라니, 무슨….”
 “개인적인 연구 자료일세, 딱히 신경 쓸만한 건 아니지.”

 그리 말하며 먼저 자리를 벗어난 프레이 아델 로의 모습과는 상반되게, 챙길 것도 존재하지 않은 마나는, 단시 자신에게 주어져 있는 의료요원 증명패만을 꾹 붙잡은 채, 도망치듯 텅 빈 사무실로부터 벗어났다.
 얼마 가지 않아 리버스휠의 입구에서 인원을 점검하며 휠의 상태를 알아보던 리르는 한참이 지나서야 온 마나의 상태를 보더니 말했다.

 “괜찮나요? 마나. 피곤해보이는데….”
 “조금 쉬면 나아질거에요, 걱정하지… 말아요.”

 고개를 저으며 답한다.
 어째서일까, 리르에게 기대고싶지 않았다.
 자신의 개인적인 사정에, 누군가를 끼워넣은 채 그곳에 기대고, 멋대로 의존하고 싶지 않았다.
 자신에게 남아있는 자료─단지 하늘새 팀의 자료만을 가진 채.
 그렇게 떠났다.

 “리버스 휠, 날개를 펼치고… ‘파리’의 ‘둥지’로 향하겠습니다.”

 리버스 휠의 양 날개가 펼쳐진다.
 다른 팀에게 주어진 리버스 휠과는 달리, 하늘새 팀의 리버스 휠은 상당히 구식이라, 개량을 가해야만 했다.
 그 결과, 본래 있던 추진력 보조기에 인공적인 역장을 일으키는 날개를 펼치는 형식이 되었는데, 막상 바라보면 마치 새가 날개를 펼친 듯한 형체이기도 했다.
 날개를 펼친 새는, 그대로 프랑스를 향하기 시작했다.


‡     ‡     ‡


 개인에게 지급된 숙소에서, 프랑스에 도착하기 전까지 마땅히 할 일이 없었던 프레이 아델 로는 한참이나 앉아있었다.
 누가 본다면 수 시간동안이나 가만히 있는 것이, 자는 것이 아닐까 의심될 정도였으나, 결코 자는 것은 아니었다.
 단지, 그 몇 시간이나 소모할 정도로 생각하는 폭이 넓고, 깊었을 뿐.

 ─띠리링~ 띠링~♬

 자신의 개인 통화로 날아오는 벨소리에 살며시 눈을 뜬 프레이 아델 로가 잠시 전화번호를 바라보더니, 코웃음과 함께 통신을 받았다.

 “무슨 일이신가, 바쁘다고 들었는데.”
 “오랜만이군, 프레이 아델 로…. 계획은 어느정도 진전이 되었지?”
 “댁은 도망만 다니며 나한테 계획을 촉구하고, 정말 미쳐버릴 지경이군. 당신, 그렇게 하는 일이 없었던 자리였나?”
 “호프만은 일을 어느정도 진전시키고 있다. 그렇다면 프레이… 자네도 어느정도 일을 진전시켜야할 법 아닌가.”

 한숨을 내쉬었다.
 눈앞에 걸려온 전화 너머에 있을 ‘총장’이라는 인간은, ‘사냥터지기’와 ‘하늘새’의 차이를 전혀 인지하지 못하고 있었다.
 언제든지 제어 가능한 코드를 가지고 있는 ‘사냥터지기’와는 다르게, 이쪽은 제어 코드부터, 심지어 알아낸다고 해도 연구를 처음부터 다시 시작해야 하는 상황인데.
 그리고 무엇보다, 애초부터 ‘병기’로 훈련받은 그 꼬마들과는 다르게 이쪽은 그 망할 천재님 덕분에 쉽게 다루지도 못하는 경우였다.

 “미안하지만 이쪽은 호프만 그 정신나간 놈과는 다른 사정이라 말이지.”
 “내 눈에 보이기엔 너희 둘 모두 정신이 나가있는 것 같은데, 서로에게 정신이 나가있다고 말하는 꼴을 보니 가관이군.”
 “호프만이 나더러 정신이 나갔다고 말하던? 엿먹으라고 전해주쇼, 총장 나리… 으….”

 의자에 몸을 쭉 늘린다.
 굳어있던 몸이 갑자기 활동을 시작하는 것에 적응을 차마 하지 못해, 뿌득거리는 소리가 들려왔다.
 그리고 이내 프레이 아델 로가 입을 열었다.

 “이쪽은 이쪽 알아서 일을 잘 처리할테니, 이쪽 일이 끝나기 전까지, 목이나 잘 붙들고 있으면 좋겠군.”
 “걱정하지 마라.”
 “총장 나리는 걱정 범주에 들어있지도 않았소.”
 “…그래서, 제어 코드를 알아냈나?”
 “지금부터 알아내야겠지. 마냐 양도 있고, 시설도, 기술도 모두 있으니….”
 “놈들을 제어할 방법은?”
 “제어 코드가 먹히지 않는다면? …하, ‘엘트 라 어스트’의 제어 코드가 막힐 가능성을 생각해보라는 건가? 호프만 놈과는 차원이 다른 영역의 코드를? …그렇다 해도 만약 그게 작동하지 않는다면… 그 때는 새로운 방법을 써야겠지.”
 “새로운 방법?”
 “그래, 꽤 구식 방법이기도 하고, 놈들이 잘 물어줄지는 모르겠지만.”

 이내 바깥의 발소리를 들은 프레이 아델 로가 말했다.

 “통신은 여기까지오, 다음에는 좀 더 좋은 소식으로 다시 찾아뵐 수 있도록 노력하지.”
 “그래, 만약 일이 틀어지면, ‘조각’의 회수를 맡긴다.”
 “공교롭게도 내게는 호프만, 그놈같은 정신나간 짓을 할 자신이 없어서, 회수는 무리일 것 같고… 정보나 한가득 들고 돌아가, 새롭게 연구를 시작할 수 있도록 최대한 노력해보도록 하지.”
 “…알겠다.”

 치익─일방적으로 끊어진 통신에 단말기기를 침대에 던져버린 프레이 아델 로.
 그리고 이내 문이 열리며 목소리가 들려왔다.

 “팀장님, 아이들의 제어 코드가 어느정도 구상이 되고는 있지만….”
 “그래, 알겠어. …나도 슬슬 힘을 쓸 필요가 있겠군.”

 자리에서 일어난다.
 그 한마디와, 한 발자국이 하늘새라는 팀에 어떤 운명을 가져올지 모르는 마나는, 그의 발걸음을 막지 않는다.
 그리고, 그 한순간의 기회를 잃어버린 그녀는.
 인생 최대의 실수를 했다며 괴로워할 날이, 그다지 멀지 않았다.






 오늘은 2장 7화, ‘달콤한 향기의 꿈’으로 찾아뵙습니다.
 의료기술부 총괄 팀장 프레이 아델 로가 등장하였고, 그가 가진 가치관에 대해 마나와의 대화로 장황하게 늘어놓았습니다.
 사실상 지금 늘어놓은 가치관이야말로 프레이 아델 로가 이토록 행동하는 이유이자, 그 근간이기도 합니다. 더 많은 사람을 위해, 그보다 적은 사람을 희생시키는 그 가치관이, 이후 하늘새 팀에게 어떤 식으로 다가올지는… 다음 화, 혹은 그 다음 화에 이르러서야 알 수 있게 되겠죠.
 또한, 한동안 시점이 불분명했던 연하은의 시점을 이번 2장 7화를 기점으로 공개했습니다.
 평행선상에 존재하는 드넓은 평야. 기계와 철 덩이로 이루어진 잿빛 하늘의 현실과 반대되는 이상의 세계인 이곳은 그녀가 꾸고있는 꿈 속의 풍경 그 자체입니다.
 그 꿈을 이루고 있는 것이 연하은일지, 아니면 그곳에 함께 존재하는 누구일지는 잘 모르겠지만, 확실한 것은 과거에도, 지금도. 그리고 앞으로도 한참, 연하은이라는 인물은 잠들어있다는 점입니다.
 사실상 이 시점에서 연하은이라는 인물의 설정을 약간이나마 공개하려 했습니다만, 아무래도 등장한 씬이 대부분 부정적이고, 현실도피적인 성향을 띄고 있어서 상당히 난감했습니다.
 그 외엔 프레이 아델 로, 마나, 리-르 앙골라 등의 인물 소개를 예정했습니다만, 각각 다른 이유를 통해 다른 화에서 차차 공개하기로 하였습니다.
 물론 끝나기 전까지 모두 소개하지 못하게 된다면 끝나는 화에 전부 공개하게 되겠네요.

 자, 여러분은 어떻게 보십니까?
 오롯이 현재를 보고, 눈앞에 있는 사람을 지키기 위한 마나와.
 미래를 바라본 채, 현재의 더 많은 사람을 희생시키려는 프레이 아델 로.
 어느 쪽이 옳다고 보십니까.
 그것은 아무도 확답할 수 없는 것이겠지만, 확실한 것은 이 역시 인간 사회에서 가장 중요시하게 부각되는 점입니다.
 희생은 불가피한 것이라고는 하나, 미래를 위해 더 많은 희생을 일으켜야 하는가.
 여러분들의 생각은 어떻습니까?
 더 많은 사람을 지키기 위해, 운리와 도덕, 그리고 인도를 저버리면서까지 더 많은 사람을 희생해야 마땅한 것일까요?
 아니면, 윤리와 도덕, 그리고 인도와 생명을 지키기 위해, 미래에 구할 수 있는 더 많은 사람을 희생해야 마땅한 것일까요?

 여러분들의 선택이 어떻다고 한들, 그 선택에 누구도 뭐라 할 수 없을 것입니다.
 결국, 사람이 가진 가치관의 차이니까요.

 인물 소개가 궁금하시다면, 혹은 지금 이 2장 7화에 남겨주기를 원하신다면, 원하는 캐릭터를 요청해주십시오.
 또한, 피드백이나 비판 등, 여러 가지 모자란 점을 제게 지적해서 더욱 나은 방향으로 소설을 이끌어갈 수 있게끔 해주십시오.

 이상입니다.
2024-10-24 23:36:03에 보관된 게시물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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