어비스의 주인 < 2장 5화 > : 기적의 잔재
AI미스틱 2020-12-16 0
하늘새 2분대가 통째로 입원한지 얼마나 되었을까.
많은 아이들을 이동시킨 대가로 몸이 크게 상해버린 단아가 가장 먼저 복귀했으며, 복귀한 다음 처음으로 그가 한 말은 의외로 가관이었다.
“미등록 위상능력자 팀의 수준을 알고싶어요.”
분명 신청하고자 하면 해도 되는 일이었다.
하지만 그걸 상대쪽에서 받아들여줄지는….
“좋아요, 어디서 할까요?”
의외로 쿨하게 받아준 청부업자─자신을 그렇게 소개했다─는, 날조차 없는 자신의 연장을 챙겼다.
그런 그녀를 바라보던 단아는, 자신의 봉을 휘감으로 천천히 공간을 뜯어내었다.
몇 번을 보아도 적응되지 않는 그 모습에 청부업자 역시 눈을 크게 뜨며 반응했다.
“그건….”
“애들에게는 비밀이에요.”
이미 다 알려진 것 같았지만, 그럼에도 비밀로 해달라는 부탁에 고개를 끄덕인 청부업자는 그 너머로 건너갔고, 동시에 커튼마냥 닫히며 뜯어진 공간은 원래대로 돌아왔다.
그 모습에 할 말을 잃은 리르는, 자신이 해야할 일을 떠올린 뒤 빠르게 마나를 찾았다.
“네에, 무슨 일이신가요?”
마나는 하늘새 2분대가 입원한 이후, 철야를 계속한 것인지 다크서클이 눈에 띌 정도로 내려온 상태였으며, 심지어 행동 하나하나에 힘이 없는게 확연하게 보일 정도였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쉬지 않은 것은, 아마도 자신의 무력함을 저주하고, 비난했기 때문이겠지. 그녀가 무력하지 않다는 것은 리르가 가장 잘 아는데도 불구하고, 그녀는 스스로를 무력하다고 여기며, 더 열심히 하고 있던 것이다.
천천히 다가온 마나의 모습에 조금이나마 휴식을 취하기를 권유하자 그녀는 고개를 저으며 답했다.
“모두가 열심히 하고 있어요. …의료 요원으로서, 저는 하늘새 2분대를 확실히 돌봐야할 필요가 있어요.”
“…마나….”
그녀의 각오는 실로 단단해, 어떤 말을 해도 깨어질 기미를 보이지 않고 있었다.
결국 그녀를 쉬게 만들 수 없었던 리르는, 자신이 여태껏 모은 자료를 그녀에게 내보여주며 물었다.
“이 자료들은… …마나이기에 보여주는거에요. 우리 하늘새와 함께 해주었던 마나이기에….”
마나라는 인간은, 특이하게도 하늘새에 배속된 이후 몇 년동안이나 이곳에 머물렀다.
이유는 알 수 없었지만 상부에서도 그녀를 억지로 데려갈 생각은 하지 않았으며, 그녀 역시 딱히 다른 곳으로 갈 생각을 하지 않았기 때문이다. 그렇기에 믿을 수 있었다.
물론, 하늘새에 대해 가장 잘 알기 때문에 그럴 수 있다.
하지만, 굳이 그녀를 이곳에 계속 놔두는데에는 이유가 있지 않을까.
천천히 자료를 보여주자, 그녀는 한 차례 가볍게 훑어보고서는 이내 인상을 찡그렸다.
자신이 본 것이 맞는지 확인하듯, 몇 번이고 보더니 이번에는 아예 자료를 들고서는 하나씩 읽어내리기 시작했다.
“이런… 이런 일은….”
자신이 알고있던 하늘새 팀과는 달랐기 때문일까.
유니온이 행했던 비인륜적인 현실을 직시하며, 차마 할 말을 잃은 마나는 이윽고 허망한 듯 몸을 비틀거렸다.
자료가 손에서 살짜금 흘러내리며 비틀거리던 몸을 리르가 부축하니, 그제서야 몸을 추스렸다.
덜덜 떨리는 그 모습은 무언가에 겁먹은 듯한 아이를 연상케 만들 정도였다.
한참이나 그 떨림이 멎을 때까지 기다리던 리르는, 한창 솟아나던 해가 기울어질 때가 되어서야 무언가 마음을 다진 듯, 천천히 다가오는 그녀를 맞이했다.
“마나….”
걱정스러운 마음에 먼저 말을 걸어보았지만, 걱정은 이젠 상관없다는 듯, 그녀가 말했다.
“이… 실험이 진짜라면, 그리고… 관리요원님의 예상이 맞다면….”
…아마 제 선배처럼, 어떤 ‘코드’를 통해 이 아이들을 제어할 방법이 있을거에요.
“선배…?”
“…지금은 연락을 잘 안하지만, 예전에는 ‘실험이 잘 되어가고 있다’라며 기쁘다는 듯이 연락을 하신 분이 있어요. 요즘은… 아내분과 연락을 자주하시는 모양이더라고요.”
물론 그 아내라는 인간도 그다지 정상적이진 않은 모양이지만요.
“하지만 만약 그 선배가 했던 것과 비슷하게, 이 아이들을 제어할 방법이 있다면, 그걸 우리는 찾아내서 무효화시킬 방법을 알아내야만 해요.”
“그 코드를 알아낼 방법은….”
“안타깝게도, 지금의 제 능력으로는….”
안된다는 듯 씁쓸한 목소리로 마나가 말했다.
확실히, ‘천재’라고 불리기에 그런 실험에 참여했고, 그렇기에 그 천재가 만들어낸 하나의 코드는 이미 한 명의 범인凡人일 수 밖에 없는 마나가 알아내기엔 너무나도 먼 영역에 불과했다.
하지만, 만약 그 코드의 발생 상황을 임의적으로 지정하고 가정한 다음, 그 제어 코드의 무력화 시키고자 한다면 어떻게든 방법을 알아낼 수 있을지도 모른다.
그리고 최악의 ‘만약’이 된다면.
“제어 코드를 알아내지 못할수도….”
“그런 말은 포기했을 때 해요, 마나.”
그러나, 아직 아무것도 시도하지 않았다.
그런 상황 속에서 포기부터 각오한 마나의 두 어깨를 흔든 리르는, 각오를 굳게 다지며 그녀에게 말했다.
“우리가 실패했을 때, 그 때 어떤 징계가 내려올지 고민하고 두려워할지라도… 우린 아직 실패하지 않았으니까요.”
“…그렇, 네요….”
‘우리는 아직 실패하지 않았다.’
그 한마디에 입을 악 다문 마나는 주먹을 쥔 채, 자료를 거머쥐었다.
“…이 일은, 제가 어떻게든 해볼게요.”
그 제어 코드의 무력화 방법을 찾을 때까지─설령 몇 년이 걸릴지라도.
어떻게든 해볼 요량이었다.
하지만, 당연히 ‘가정’일던가 ‘임시’라던가. 그런걸로는 해결할 수 없는 부분이 있다.
실제로 코드가 발동되지 않았기에 어떤 돌발 상황이 있는지, 어떤 제어 사항이 있는지, 세부 사항에 대해 아무것도 모르며, 심지어 그 조건조차 모르니 마나가 알아낼 수 있는 정도에는 당연히 한계치가 있을 수 밖에 없었다
어떤 천재는 제어 코드 자체를 변화시켜 두 번 다시 사용하지 못하게끔 만들었지만, 당연히 제어 코드 자체를 처음 만져보는 마나가, 심지어 천재도 아닌 마나가 그걸 행하기에는 무리가 있었으며 어떤 방식으로든 제어 코드에 다가가기 위해서는 방법이 하나밖에 없었다.
실제로 제어 코드가 작동이 되는 것.
그 외에는, 어떤 접근법도 남지 않았다.
‡ ‡ ‡
작전구역에 들어온지 얼마나 지났을까.
즐비하던 차원종의 시체가 산처럼 쌓이고, 그 시체를 즈려밟은 두 명의 인기척이 느껴졌다.
“정말로 형씨는 괜찮은거야?”
의문이 가득 담긴 질문이 날아들었다.
이 싸움은 정말로 합당한가. 이 싸움은 정말로 일어나도 되는 것인가.
그런 의도로부터 나온 질문이었겠지만, 그런 우려따윈 기우에 불과하다는 듯 청부업자를 향해 고개를 저은 단아가 말했다.
“상관없어.”
그녀가 현장에서 일한 햇수가 훨씬 많다.
더 많은 적을 상대하고, 이겨왔다.
그런 당연한 사실을 두고, 이제와서 뭐라 왈가왈부하지 않는다. 쫓아가면 그만이니까.
봉을 휘두른다.
저 봉에 담겨있는 것이 무엇인지, 아직까지도 모른다.
배경을 커튼마냥 쳐내고, 물결마냥 휘어대면서, 이따금 꺾고, 모으고, 내쏜다.
물리 법칙에 절대적으로 어긋나는 힘, 그러면서도 주변에서 다가오는 어떠한 물리적 형체를 가진 힘에 대해서 모든 것을 인지한다.
오히려 불합리하다고 말한다면 그의 위상력이 아닐까.
불합리의 극치에 다다른 그의 힘에 대항할만한 인간이 얼마나 될까.
A급 클로저라면 그를 어느 정도 제압할 수 있겠지. S급 클로저라면 피해 없이 제압할 수 있겠지. 하지만 확실한 것은, 그들마저도 자칫 잘못하다가는 온 몸이 찢어져, 사방에 흩어질지도 모른다는 점이다.
“어디서부터 들어올거지? 정면? 좌측? 우측? 후면? 아니면 위인가?”
곧장 전투태세로 들어간 단아의 적의는 마치 펌프에 달아놓은 풍선마냥 거대해지기 시작했다.
적이라는 것이 완벽히 정해진 것도 아님에도 불구하고 너무나도 커져버린 그것은, 고작 자그마한 바늘 하나가지고는 해결이 되지 않을 지경에 이르렀고 그제서야 어떤 상황에 이르렀는지 인지한 듯한 청부업자가 연장을 휘둘렀다.
“어쩔 수 없네요. …코팅 완료, 갑니다.”
가벼운 한 마디와 함께, 그 가벼운 몸이 떠오를 줄 누가 알았을까.
붕 떠오른 몸은 무언가에 맞은 듯 했고, 그 직선을 따라간 끝에는 단아의 봉이 놓여있었다.
곧장 내뻗은 한 발의 ‘탄환’같은 힘은 정확히 그 몸에 부딪혀, 한없이 멀리 내쳐버린 것이다.
“윽….”
온 몸을 휩쓸어담는 격통, 아마 그렇겠지.
몸을 뚫어내는 충격파는 동시에 그 몸집을 불어나가며 내장을 뒤틀어낸다.
연습 대련과도 같은 싸움이었기에 망정이지, 만약 이게 실전이었다면 그 즉시 죽어버렸을법한 힘에 허공에서 몸을 휘저으며 착지했다.
“아프잖아….”
동시에 내쏘아지는 몇 개의 칼날. 코팅된 날끝이 날카롭게 무너진 세상을 비추며 날아왔으나, 손짓 한 번에 공중에서 튕겨나갔다.
터엉! 하는 소리와 함께 떨어져나가는 칼날과는 반대로, 그 다음을 노리고 있던 건지 대놓고 위상력을 압축해 빛나는 칼날을 일직선으로 그어내렸다.
카가강!
허공에서 강철같은 무언가에 부딪힌 듯한 충격음이 들리고, 동시에 튕겨져나가는 칼날.
어디에 부딪힌건지 감히 예상도 하지 못하는 가운데, 바람이 휩쓸려 들어가기 시작했다.
“쳇….”
그 위험성을 인지한 듯, 착지한 다음에는 아예 포기한 듯 싶었다.
확실히, 어디로 도망치던 그 공격은 어떤 방식으로든 반드시 맞는다.
어떤 대상을 인지한 다음, 절대적으로 벗어나지 못할 공간으로 대상을 압도하니, 이 힘에 대항할 수단은 ‘힘’으로 맞받아치는 것 뿐이다.
그런 힘이 청부업자로부터 나올 일은 거의 없었다. 출력도 미비하며, 심지어 몸의 내구성도 좋지 않았다.
부딪히면 오히려 전신이 박살날지도 모르는 위험성을 눈앞에 둔 채 두 손을 들어올리자, 빨려들어가던 바람이 다시 원래대로 기류를 타고 날아가기 시작했다.
봉을 거두어들인 단아는, 옥상에서 만났던 단 하나의 위협을 떠올리고서는 강하게 봉을 붙잡았다.
역시, 이 정도로는 아직….
“그래서, 어째서 우리 실력을 알아보려고 한거지, 형씨는.”
그 질문에, 단아가 시큰둥하게 답했다.
“실력이 아니라… 살아남을 수 있는지 떠본것일 뿐.”
그녀는 이상하게, 단아에게는 큰 살의를 내비치지 않았다.
오히려 둘 사이에 있는 히아를 들어올리며 목숨을 위협할 뿐, 그 외에는 더한 인명피해를 피하는 것 같았다.
그걸로 미루어보아, 어느 정도 대항할 힘이 있고, 대적할 힘이 있다면 도망칠 수 있지 않을까. 실제로 여태껏 나온 클로저들의 피해도, 대부분 중상에서 끝날 뿐 사망신고는 한 번도 들어오지 않았다.
이내 용건이 끝난 단아가, 청부업자에게 물었다.
“최근 재해 복구 본부에서 일어나는 클로저 피해에 대해서… 들어본 적 있겠죠.”
“물론.”
들어본 적이 있다니 다행이었다.
안도의 한숨을 내쉬며, 가볍게 경고했다.
“만약 작전구역에서 ‘하얀 머리카락과 검은 눈동자를 가진’… ‘검은 위상력 사용자’를 만나게 된다면 도망치세요.”
─그게, 현재 상황의 주범이니까.
그렇게 말하자 어느 정도 인지한 것인지 가볍게 고개를 끄덕인 청부업자는 자신의 연장을 집어넣었다.
“그럼, 다음에 다시 보자고요.”
만날 수 있다면야.
라는 말과 함께, 공간을 뜯어내었다.
‡ ‡ ‡
며칠이 더 지났을까.
가장 경상이었던─그마저도 배가 뚫렸던─아나가 복귀하고, 또다시 차원종의 출몰 소식으로 인해 출격햇을 때, 일은 갑작스레 발생했다.
“PMC의 개입이라니, 이런 상황은 예상치도 못했는데…….”
민간군사기업(PMC)의 개입. 유니온 클로저만이 들어올 수 있는 작전구역에 난입해, 불법 위상탄을 남발하며 차원종의 잔해를 뒷루트를 통해 유통시키는 등, 여러 가지 일을 벌이는 그곳이 개입할 줄은 차마 예상치도 못했다.
심지어 아직도 차원종이 쏟아져나오는 탓에 클로저가 상당수 남아있는 이곳에.
2분대에게 PMC의 생포를 요청하려던 리르는, 무언가 불쾌한 감각에 잠시 출격을 미룬 채, 고민하기 시작했다.
어째서 불쾌한걸까. ─그들이 아무런 이유도 없이 클로저와 적대할 리가 없었다.
돈이 되는 일이라면 뭐든 하는 사람들이 되었다고는 하나, 테러리스트인 베리타 여단같은 행동을 할만한 자들은 아니었다.
불량품이기에 버려진 불법 위상관통탄을, 개당 300만 이상의 가격을 하는 그것마저도 그들에게는 큰 부담일텐데.
“클로저에 대항할 정도의 무언가가… 있다는건가……?”
결국 흘러가다 보니 그런 결론에 이르렀다.
이곳에는 마냥 2분대같은 어린 클로저만이 아닌, A급 클로저도 둘 정도 있었다.
무엇보다 유니온에게 들키면 곤란하기 짝이 없을텐데도 불구하고 그렇게 강하게 나온다는 것은, 자신들이 어느 소속인지 들키지 않을 자신이 있다는 것이니까.
삐익, 삐익.
고민을 하다 보니 어느샌가 뻐꾸기에 들어온 수신 신호에 음성을 연결하니, 어디선가 들어본 듯한 익숙한 목소리가 들려왔다.
“꽤 오랜만이군, 리르 관리요원. 우리 마나 양은 잘 있나?”
“…유니온 의료기술부… 팀장…님…….”
말 끝에 욱하고 튀어나오려던 욕을 억지로 억누르며 그의 신분을 말한다.
유니온 의료기술부 총괄 팀장이면서, 유니온 기술과학부 전 팀장이었던 자.
말 그대로, 유니온의 어둠이란 어둠은 싹다 알고있는, 현직 최고의 의료원이자 최악의 과학자. ‘광기’를 표방하는 것이 호프만이라면, 그는 ‘진실로 얼룩진 절망’을 상징하는 검은 빛을 내뿜는다.
눈동자부터가 새까만 그는 의료요원 마나를 마나 ‘양’이라고 말하는 등, 여러 가지 친근한 기색을 드러내는데, 그 이유는 간단했다.
마나가 의료기술부 전 총괄 팀장이었으니까.
그 자리에서 내려오지 않았더라면 그가 그 자리에 앉을 일도 없었겠지.
똥씹은 표정으로 그를 맞이하고 있자니, 얼굴색이 너무 창백해보이는게 아니냐 물어본 그에게 반응했다.
“그 더러운 입….”
“일단은 상부 사람이니까 먼저 생각을 해보고 말을 하는게 좋을거야. …뭐, 우선은 그쪽에서 일이 터졌다는 말을 듣고 우선적으로 연락을 했어. 우리 마나 양이 다치면 큰일이잖나.”
“그래서, 어쩐 일로 연락하셨죠? 호프만과 쌍벽을 이루는 ‘천재’께서…….”
“오, 이런. 너무 그렇게 경계하지는 말아줘. 네가 가지고 있는 ‘자료’에는 관심이 없으니까.”
마땅히 할 말이 없었다.
실제로 그는 아마, 리르가 가지고 있는 자료 그 이상의 자료를 소유하고 있을 테니까.
그럼에도 불구하고 불쾌한 기색은 감출 수가 없었다. ─아니, 불쾌하기 이전에 불안한 감각이었다.
선천적으로 타고난 ‘감’이, 그는 위험하다고 경고를 날리고 있었다. 하지만…….
“우선 이렇게 내가 먼저 연락한 것에는 이유가 있네. 그 이유는… 뭐, 딱히 말하자면 우리 유니온에 들어올 신 소재가 거기에서 막히면 곤란하다는 점이고, 무엇보다 ‘데이비드 사태’는 알고 있겠지? 그것 때문에 차원종 소재는 이제부터 벌처스 기업만이 단독으로 다룰 수 있게끔 법이 개정되었거든.”
“그 말씀은…….”
“PMC의 요구를 들어보기 위해 내가 직접 그곳으로 가고자 한다. 현재 유니온 신서울 지부의 임시 지부장은 검은양인지 뭔지하는 신생팀을 관리한다고 정신이 없어보이고, 무엇보다 그쪽은 현재 수배중인 ‘늑대개’ 라는 팀과 접촉한 상태라, 이 내가 직접 가야하는 것 같으니까. 아, 물론 가는김에 우리 마나 양도 함께 보고.”
“…….”
PMC 따위의 요구를 듣겠다고 의료기술부의 촐괄 팀장이 직접 내려온다고?
그런 말도 안되는 일이 일어날 리가 없었다.
PMC따위, 힘으로 짓누르면 그만이다. 클로저로 압도하면 그만이다. 차이가 나도 그만큼이나 크게 나고 있었다. ─힘이 안되면 돈으로, 돈도 안되면 사회적으로 PMC 자체를 묻어버리면 그만이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유니온이 그들의 의견을 듣기 위해 애쓴다는 것은… 당연히 거짓말이겠지.
하지만 그가 오지 못하게 막을만한 용건이 마땅히 없었기에, 그 발걸음을 멈추게 할 수 없었던 리르가 입을 꾹 다물자, 뻐꾸기의 화면으로 영상을 송출한 그는 그제서야 다행이라는 듯 웃음을 지었다.
“아, 이제야 영상이 보이는군. 우리 마나 양을 보여줄 수 있겠나?”
“마나 요원님이 여기 있는지부터 물어보시는게?”
“오, 이런… 우리 마나 양을 지금 볼 수 없다는게 조금 슬프긴 하다만… 그곳으로 가게 된다면 또 볼 수 있을테니 지금은 조금 참도록 하지. …다음에 다시 보도록 합세, 리-르 앙골라 관리요원.”
그 말을 끝으로 일방적으로 끊어진 통신을 눈 앞에 두고 씁, 하며 침을 모은 리르는, 천천히 자료를 내려다보기 시작했다.
이번에 새로 날아온 정보.
그 속에 들어있는 단 하나의 ‘이름’은, 그야말로 최악이나 다름이 없었다.
아까 전까지 통신하던 남자보다 더욱 위에서, 유니온의 기술 대부분을 담당한 채 ‘기적’을 만들어내고자 했던 한 명의 인간…….
“엘트-라-어스트….”
지금은 죽어 없어져, 불타오른 유해의 잔재만을 남긴 인간의 이름이었다.
‡ ‡ ‡
우득, 하며 무언가 부러지는 감각이 올라온다.
끔찍하게 울려퍼지는 고통의 신음을 고개를 돌려 내버린 그는, 한숨을 내쉬었다.
“클로저라, 유니온에서 벌써 눈치챘을줄은… 하긴, 이런 불법 위상관통탄을 써대는데 모를 리가 있나.”
그리고 구역 통제까지 하는데.
거짓말로 숨기는데에도 한계가 있었다. 결국 한계가 찾아온 것이다.
필요한 잔해를 수급하지는 못했는데, 어떻게 해야할까.
살짝 고민하던 그는, 입맛을 다신 채 입을 열었다.
“내가 직접 나서야겠군.”
아무래도 PMC가 움직인다는걸 들킨 이상, 저쪽에서도 A급 클로저가 움직일 가능성이 있었다.
그 중 하나가 이미 방금 전 다리가 부러지는 중상을 입었지만, 그것도 수적 우세덕분에 가능했던 일. 단순한 1:1 전투로 들어가게 된다면 불리해지는 것은 이쪽 뿐이었다.
어차피 그가 있는 이상, 클로저에게 좋기만 할 뿐이다. 미등록 위상능력자라니. 손대중을 하지 않아도 되기 때문에 오히려 좋다고.
그리고 무엇보다 1:1이라면, 남자도 선호하는 축에 들었다.
주변 피해를 걱정하지 않아도 되지 않은가. ─피해는 유니온에 전가하고, 자신들은 이득을 챙긴다. 꽤나 좋은 일이었다.
“자, 그럼 일에 조금 적극적으로 임해볼까.”
오늘은 캐릭터 소개가 없습니다!
사실 ‘마나’에 대한 소개를 할까 싶었습니다만, 너무 이른 것 같기도 했고
그렇다고 다른 2분대 아이들을 소개하기에는 현 시점에서 2분대 아이들의 소개를 하기에는 떡밥만 뿌리고 끝났다고 생각해, 임의적으로 넣지 않았습니다.
앞으로도 계속해서 캐릭터 소개가 나올 예정입니다만, 최악의 경우에는 마지막 화까지 전 캐릭터 소개가 안될 수도…….
이번에는 PMC와 클로저의 갈등을 묘사해보았습니다.
사실 검은양과 늑대개, 사냥터지기는 베리타 여단, 시궁쥐는 교단이라는 초기 적대 집단이 있었다는 것에 비해 자작인 하늘새 팀의 경우 초기 적대 집단이 없다는 것에 개인적으로 너무 심각하다고 여겼습니다.
물론 계획상 PMC의 등장은 예정에 있었습니다만, 이런 식으로 맞이하게 될줄은 저도 수정하면서 예상하지 못했네요.
또한 마나에 대한 새로운 떡밥이 풀렸는데요, 그녀의 전 신분은 의외로 굉장해서 아마 어린 나이에 비해 말도 안되는 경력을 쌓았다고 볼 수도 있겠습니다.
참고로 마나가 첫 데뷔를 했던 시점은 한국 나이를 기준으로 ‘17살’입니다. 고등학생이죠.
그리고 캐릭터 소개가 없는 대신, 새로운걸 들고왔습니다.
창작 컨셉, 레어 아바타가 만약 나타나게 된다면? 의 주제입니다.
부디 즐겨주시길 바랍니다.
< 암흑의 광휘 >
【 창작 컨셉 】
《 현단아 》
콘셉트 : 『 비관 』, 『 도피 』
상황 : 재해복구본부에서 연하은에 의해 2분대 아이들이 모두 사망했을 경우.
“이제는 아무래도 좋아.”
“아버지가 영웅인게 어때서? 그게, 무슨 상관인데?”
“내가 나아갈 길을 가로막지 마.”
“아무도 지키지 못한 나는….”
“무엇에 비교되도… 아무래도 좋겠지.”
“어째서 그 아이들을 지키지 못했을까.”
“눈 앞에 다가온 재앙(연하은)에 대해 두려워서일까.”
“다가가기를 꺼린 채 도망친 나는….”
“…이제 내게 남은 길은, 죽음 뿐이겠지.”
“아아, 그래… 처음부터 모든게 잘못되어있던거야.”
“나처럼 나약하고 연약한 인간이, 누군가를 가르치고, 이끈다는 것 따위.”
“용납될 리가, 없잖아?”
“더 이상 싫어, 질려버렸어….”
“이 세계도, 이 인생도….”
“그렇다면 차라리….”
“그 아이들을 만들어낸 세상을, 미워하면서 살아가는게.”
“내가 나아갈 수 있는, 마지막 도피처겠지.”
“자, 와라. 더러운 잿빛의 세상.”
“너희가 물들인 이 세상 속에서 태어난 아이들의 고통을, 내가 이어주마.”
“너희도, 괴로움 속에서 발버둥 쳐 봐.”
“그 고통이… 얼마나 가슴아픈 일인지, 아무도 모르겠지….”
- 캐릭터 선택 -
“아… 벌써 그런 시간이구나….”
- 전투 진입 -
“잿빛의 세상, 변한게 아무것도 없어.”
“고통이, 심장이 아파….”
- 스킬 사용 -
“지켜줄게.”
“세상이 망가진다.”
결전기
훈련
“너희를 기억할게.”
수습
“아이들을 위한 레퀴엠이야.”
정식
“잿빛 하늘이 걷히길 기원하며.”
특수
“나는… ■■■야….”
- 사이킥 무브 -
“아직도 떠올라, 그 미소가.”
“괴로움에 울부짖으며, 도망쳐야만 하겠지.”
- 전투 승리 -
“어서오렴, 얘들아.”
“…아무도 없구나. 이젠, 정말로….”
- 사망 -
“이제, 거기로 갈게….”
“이런 내게, 알맞은… 끝이네….”
- 부활 -
“난… 아직 그 아이들을….”
“죽을 수 없어, 조금 더… 살아야만 해….”
- 활성화 보이스 -
“이 죄악감으로부터… 벗어나지 못해… 영원히….”
- 이모션 -
인사하기 : 어서와요.
웃기 : 웃음…? 아….
울기 : 내겐, 울 자격도 없겠죠.
앉기 : 너희가 기억나, 지금 당장이라도….
/군단장, /왕좌 : 이런 왕좌, 내가 앉을 자격이 있을까…?
부디 잘 즐겨주셨기를 바라며
2장 5화는 여기서
이상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