Counter 시즌 3 5화. 관리국의 기원(1)-세계의 진실과 세계종의 정체
pixi 2020-12-14 1
신서울지부, 독일지부외 다른 유니온의 지부까지 순차적으로 무력화되고 마지막으로 유니온의 뉴욕 총본부까지 함락되면서 결국 유니온은 무너졌다. 하지만 그 공백은 크지 않았다. 유니온의 역할을 마치 인계라도 받은 듯 관리국은 완벽하게 수행하였고, 차원종의 침략도 이름없는 군단에 반발하는 소수의 차원종들의 공격만 있을 뿐 거의 없는 것이나 마찬가지라고 봐도 될 정도였다.
“그럼에도….이렇게 전력증강에 몰두하는 건 대체 무엇때문이지?”
관리국이 유니온의 자리를 대체하면서, 나 또한 카운터로서 신서울지부의 담당 카운터 중 1명이 되었다. 사실 이름없는 군단과의 전쟁이 완전히 끝나면서 카운터도, 관리국도 필요 없다고 생각했다. 실제로도 하는 일은 그저 사무실에 앉아있는 것 뿐이었다만.. 이상하게도 할 일 없이 사무실을 지키는 나와는 달리 관리국은 광적으로 전력증강에 몰두하고 있었다. 각 중요 지부에는 카운터를 2명씩 배치하고, 그것으로도 모자라 관리국의 주력함선인 알파, 베타, 델타에 더해 보급형 함선인 알페온까지 개발하여 생산하고 있었다. 그뿐만이 아니었다. 프레이, 검은양팀, 늑대개팀, 사냥터지기팀등 몇몇 클로저들을 선발해 그들의 성장에도 총력을 기울이고 있었다. 마치….무언가의 침략에 대비하는 것처럼…
“하아….내가 모르는…뭔가가 있는건가?”
카운터 화이트 드래곤, 레비아가 했던 말이 아직도 머릿속에서 맴돌고 있었다. 세계를 지켜야 한다는 것은 이름없는 군단에게서 내부차원을 지키는 것이라 생각했었지만 지금 관리국의 행보를 지켜보면 그것도 아닌 것 같았다. 게다가 내가 기억을 잃었다는 것……아니, 정확히는 나 스스로 기억을 봉인했다는 것. 대체 나는 무슨 생각으로 스스로의 기억을 봉인한거지? 그 기억을 되찾으면 지금의 관리국의 행동에 대한 이유를 알 수 있을 것 같은데…
“하아….지금은 그저 기다리는 수 밖에 없나?”
나는 한숨을 쉬며 의자에 몸을 기댔다. 잃어버린 기억에 대해 관리국에게 물어보니 돌아오는 답변은 때가 되면 알려주겠다는 말 뿐…..그렇기에 지금의 나는 그저 아무것도 하지 않고 기다리는 것 밖에 할 수가 없었다…..
하지만, 그 기다림은 그렇게 오래 가지 않았다. 마치 관리국의 행동을 예측이라도 한 것처럼, 그들은 한발 먼저 움직였으니까…..
“……당했군”
관리국의 총본부. 어느 때처럼 보고를 받고 있던 관리자는 당혹스러운 표정을 감추지 못했다.
“…..주력함선 중 하나, 세계의 경계에서 세계종들의 동향을 감시하고 있던 베타와의 교신이 끊어졌습니다.”
주력함선 알파, 베타, 델타 3대 중 세계의 경계에서 그 밖을 감시하고 있던 베타와의 교신이 갑자기 끊어졌다는 보고였다. 이후로 계속 교신을 시도해봤지만 연결이 되지 않는다는 것은….
“격추된건가?”
“그런 것 같습니다. 주력함선 3대 중 알파는 기동형 강습함, 델타는 요새형 중장갑함, 그리고 베타는 탐지형 특무함으로, 앞의 두 함선에 비해 전투성능은 떨어진다고 해도 주력함선인 베타가 격추됬다는 것은….아마도..”
“…….그들이 움직이기 시작한 것 같군.”
“마지막 교신내용을 보면 아마도 움직이기 시작한 것은 ‘엘리스’ 인 것 같습니다”
“이쪽 세계를 향해 움직이기 시작했다는 것은 아마 다른 세계종들도 전부 먹어치웠다는 말이겠지. 하지만 이때까지 제일 조용하던 ‘엘리스’가 이렇게 갑자기 움직이다니.”
관리자는 잠시 생각에 잠겼다. 아직 관리국의 수면위로 드러난지 3개월정도밖에 되지 않았다. 전력증강에 총력을 기울인 탓에 관리국의 병력은 이전보다 확연히 증가했지만, 이 세계의 사람들은, 카운터로 만들기 위해 성장시키고 있는 클로저들에게는 아직 관리국의 존재이유, 세계의 진실에 대해 알려주지 않고 있었다. 이 세계의 진실은 아직 그들에게는 너무 일렀으니까. 하지만….
“클로저 알파퀸 서지수. 늑대개팀의 트레이너를 호출해주게. 이 둘이라면 아직 부족하긴 하지만, 차원전쟁을 겪고 그 전쟁에서 살아남은 영웅. 카운터가 되기에는 그나마 자격이 있는 자들이지. 그리고…..”
관리자는 한참을 망설였다. 그리고..
“…카운터 제로. 유한성군도 호출해주게.”
“대체 무슨 일로 부른거지…?”
갑작스러운 관리국의 호출에 관리국의 총본부로 향한 유한성은 주변을 둘러보았다. 안내받은 곳은 관리국 총본부의 깊숙한 지하. 하얀 벽으로 매워진 방에서 기다리라는 말을 들은 지 벌써 10분이 넘어가고 있었다.
“사람을 불러놓고 감감무소식이라니….너희 윗***도 유니온과 다를바 없나보구나?”
옆에서 짜증을 내며 중얼거리고 있는 것은 클로저 알파퀸, 서지수였다. 그녀 뿐만이 아니었다. 늑대개팀의 트레이너 또한 팔짱을 낀 채 벽에 기대 서 있었다. 카운터도 아닌 저 둘을…어째서 관리국의 총본부까지 부른걸까?
“불러놓고 기다리게 해서 미안하군. 관리국의 수장. 관리자라고 하네.”
그리고 반대편 문을 통해 드디어 모습을 드러낸 건…..
“……장난하냐?”
마치 박스처럼 생긴, 사각형 로봇이었다.
“미안하군. 사정상 본모습을 드러낼 수는 없어서 말이야. 하지만 의사소통에는 전혀 문제 없으니 염려마시게”
“하. 유한성이라고 했었나..? 너희 수장은 원래 저러니?”
사각형 로봇을 본 알파퀸 서지수는 어이없는 표정으로 내게 물었다. 하지만..
“저도 관리자를 직접 보는 건 처음이어서요. 아니…정확히는 기억에 없다고 해야할까”
“뭐?”
“아마도 전…..기억의 일부가 없는 것 같아요. 그래서 오늘 호출된 이유가 그 기억에 대한 것이라고 생각했는데….아마 아닌 것 같군요. 여러분도 있는 걸 보니”
사실 기대하고 있었다. 관리국의 호출에 혹시 잃어버린…아니, 내가 스스로 봉인한 기억에 대해 알 수 있을 것이라 생각했지만, 오자마자 본 알파퀸과 트레이너를 보고 그 기대는 접었었다. 남들이 있는 앞에서 자신의 기억에 대해 말해줄 리가 없었으니까.
“기억에 관한 것은 미안하게 됬네. 하지만 지금부터 할 이야기는 자네의 기억과도 연관되어 있으니 그렇게 시무록해 할 필요는 없네. 하하하”
사각형 로봇…관리자는 기계적인 음성으로 웃으며 말했다. 뭔가 재미없는 개그만화에나 나올법한 목소리톤이었지만, 그가 이어서 말한 내용은 전혀 재미없는 그런 것이 아니었다.
“지금부터 나는 자네들에게 이 세계의 진실에 대해 말해줄 생각이니까 말이야.”
“자네들은, 이 세계를…아니, 세계라는 것이 대체 뭐라고 생각하나?”
“뭐 저세상 같은 거라도 말하려는 거야?”
“아니아니. 그런 것이 아닐세. 자네들이 지금 존재하고 있는 이 세계라는 것이 대체 무엇이라고 생각하냐고 묻고 있는 것일세”
“세계가 뭐냐고 물어도….그냥 우리가 사는 세상 아니야?”
그저 상식적인 선에서 나오는 대답들. 그것은 세계라는 것에 대해 충분히 생각해본 적이 없었긴 때문이었다. 아니, 그 이전에 세계라는 것에 대해 진지하게 생각하는 사람들이 존재하기나 할까? 세계의 구성물질, 세계가 어떻게 시작되었는지, 그런 것에 대해서는 진지하게 생각하고 탐구하는 사람들이 존재해도 세계 그 자체에 대해서 그 정체에 대해 의문을 품는 사람은 많지 않았고, 그럴 필요도 없었다. 그저 살아가는 세상일 뿐이니까.
“우리 관리국이 관측한대로라면 세계라는 것은. 뭐 하나의 소설, 영화나 같은 것이라네. 운명이라는 스토리로 흘러가는 하나의 이야깃거리 같은 것이지. 그렇기에 세계라는 것은 책이 하나의 책만이 존재하지 않는 것처럼, 수많은 스토리로 구성된 수많은 세계가 존재한다네.”
“뭐….그렇다고 한다면 그런 거겠지. 하지만 그것이 우리와 관련있는거야?”
“원래 스토리라는 것은 정해진 짜임과, 정해진 끝이 존재하는 법. 세계는 그렇게 흘러가야 한다네. 하지만……가끔 그 정해진 짜임을 벗어나는 자들이 존재하지. 그것이 우리가 상대해야 할 적. 세계종이라는 것일세”
“세계종….? 카운터 화이트 드래곤을 말하는 거야…?”
“오! 잘 알고 있군. 맞네. 카운터 화이트 드래곤, 레비아 또한 세계종 중 하나이지. 그러면 세계종이라는 것에 대해 설명하기 전에 이것부터 물어봐야겠군. 자네들은 이 세계에 존재하는, 트레이너 당신이 아는 레비아와 카운터 레비아 2명에 대해 어떻게 생각하지?”
동시에 존재하는 2명의 레비아. 그것에 대해 관리자는 늑대개팀의 교관이었던 트레이너에게 물었다.
“…..그저 평행세계 중 하나라고 생각할 뿐이다. 페러렐월드라는 이론은 이미 존재하지. 그 이론이 증명된 것이라고 생각할 뿐, 그 이상 복잡하게 생각한 적은 없다.”
트레이너는 복잡하게 생각할 필요 없다고 대답했다. 그저 평행세계라고 보면 될 뿐이라고. 평행세계라는 것은 이미 영화, 소설, 만화 어느 곳에서나 흔히 쓰이는 소재니까. 하지만…
“으하하하! 미안하지만 평행세계라는 것은 존재하지 않는다네. 수많은 운명이라는 이름의 스토리와 세계라는 이름의 책들이 존재하지만, 하나의 스토리로 두 가지 이상의 책이 쓰여지지는 않으며 두 개의 스토리로 하나의 책이 써지는 일도 없다네. 하나의 운명에는 하나의 세계만이. 그것은 정해진 법칙이야.”
관리자는 기계적인 음성으로 웃으며 답했다. 평행세계 같은 것은 존재하지 않는다고. 그렇기에 평행세계의 레비아라는 것은 존재할 수 없고. 레비아는 레비아 단 1명뿐이어야 한다고 답했다. 그러면 다시,
“그러면 다시 묻지. 원래 단 하나밖에 없어야 할 이 세계의 레비아양은, 어째서 2명이나 존재할까?”
“그건……”
“그것은, 카운터 레비아가 이미 멸망한 이 세계의 생존자이기 때문이네.”
멸망이라는 단어를, 관리자는 무척이나 쉽게 말했다. 마치 세계의 멸망이라는 것이 흔히 일어나는 것처럼.
“뭐…? 그렇다는 것은, 인류가 이미 1번 멸망했다고…?
“멸망이라는 것은, 당신들이 생각하는 세계의 멸망이라는 개념이 아니야. 만약에 지구가 사라지고 세계의 모든 생명체들이 사라진다고 해도, 아니면 세계가 어떠한 폭발로 파괴되어버린다고 해도 그것이 정해진 운명이라는 그 세계는 끝맺음이 된 것이지 멸망한 것이 아니야.”
흔히 소설에서 나오는 마족에 의한 세계멸망. 태양폭발로 인한 우주멸망은 세계의 멸망이 아니라고 그는 말했다. 그것은 그저 끝맺음일 뿐이라고. 그러면 멸망이라는 것은..
“세계의 멸망이라는 것은. 정해진 끝맺음이 아닌, 외부의 개입으로 그 세계의 운명이 중간에 끊겨버리는 것을 의미하네.”
“그…그러면 멸망한 세계는 어떻게 되는 거야?”
“멸망한 세계는 그대로 끝. 운명이라는 스토리가 끝나버렸으니 진행될 리가 없지. 그대로 흔적도 없이 사라져, 완전히 삭제. 그 뒤에 세계는 다시 한번 시작한다네. 본래 쓰여졌던 운명으로 본래의 끝을 향해서 말이야.”
“말이 안되잖아?”
관리자의 말을, 알파퀸 서지수가 잠시 끊었다.
“멸망한 세계는 흔적도 없이 사라진다며. 그러면 그 멸망한 세계의 생존자라는 것이 존재하는 것이 가능해?”
멸망한 세계는 흔적도 없이 사라진다고 관리자는 단언했다. 그것은 어떠한 적이나 현상에 의해서 일어나는 것이 아닌 정해진 법칙이었다. 멸망한 세계는 완전히 삭제된다. 그것은 그 어떤 존재도 피할 수 없었다. 단 하나의 존재만을 제외하고는…
“그렇다네! 잘 알고 있구만. 그러면 다시 처음으로 돌아오지. 카운터 레비아의 정체, 세계종이라는 것은 운명이라는 스토리의 세계라는 책을 찢고 책 밖으로 튀어나온 존재. 그 책을 쓴 신이라는 작가의 의지를 집어삼키고 세계와 분리된 존재를 우리는 세계종이라고 정의한다네.”
“….그 말은…”
“레비아는 세계종. 세계라는 책 밖으로 튀어나온 자. 그렇기에 본래 자신이 존재했던 세계가 삭제되었음에도 생존할 수 있었던 것이지. 그녀는 세계와 분리되어 따로 존재하는 독립체이니까”
관리자는 기계적인 음성으로 웃었지만, 마치 표정이 보이는 것 같았다. 이 진실을 말해 기쁘다고 미소짓고 있는 것 같았다.
“…..레비아는, 어떻게 세계종이 되었지?”
조용히 듣고 있던 트레이너는 떨리는 목소리로 물었다. 만약 관리자의 말이 사실이라면, 관리국의 카운터 레비아는 멸망하는 세계를, 삭제되어 사라지는 자신들을 보고 있어야 했던 것을 의미했다. 그것도 어쩌면 한번이 아닌 여러 번을…
“세계종이 되는 데 필요한 것은 불행히도 긍정적인 것이 아니라네. 희망, 용기, 구원. 이런 것은 세계를 운명대로 흘러가게 하는 것. 세계종이 되어 세계로부터 분리되기 위해 필요한 것은 제일 먼저 강한 힘. 세계의 의지마저 집어삼킬 정도의 강한 힘일세. 하지만 강한 힘만으로는 세계의 법칙을 거스를 수 없어. 세계의 법칙을 거스르고 세계종이 되기 위해서 필요한 것은..”
관리자는 이 말만을 할 때 만큼은 잠시 머뭇거린 뒤, 이어 말했다.
“…..원망, 증오, 복수, 집착, 광기, 수많은 부정적인 감정들. 절망 속에 잠겨 세계를 향한 끝없는 증오와 함께 이 세계를 멸망시키고야 말겠다는 복수를 향한 의지. 이 빌어먹을 세계를 만들어낸 신이라는 작자를 씹어 죽여버리고야 말겠다는 집착이 모여 세계의 법칙을 거스르는 세계종을 만들어내는 것일세”
“……..”
“그녀는 처음 세계가 멸망하기 시작한 순간, 또 다른 세계종의 침략이 시작된 순간부터 트레이너 당신을 잃고, 동료를 잃었네. 하지만 그녀는 당신이 남긴 유지, 인간을 지켜달라는 그 유지를 잇기 위해 자신의 본래 힘을 꺼내들고 하나의 생명체가 아닌 병기로써 처절하게 싸웠지. 하지만 그럼에도 그녀는 결국 인류의 멸망을 막지 못했어. 세계 밖에서 공격해오는 적들을 막아낼 수는 없었지. 결국 그녀는 인류의 멸망 속에서 절망했지만 아직 세계에는 차원종들이라는 생명체들이 남아있었지. 그녀는 아직 지성을 가진 생명체가 남아있는 이 세계라도 지키고자 끝없이 싸웠지만….결국 그녀는 그 세계마저도 지켜내지 못했지. 그리고 멸망의 마지막 순간, 그 세계에는 그녀 빼고는 아무도 남지 않았다네.”
그녀는 한 명의 클로저로써 싸우다가 동료를 지키지 못했고, 하나의 병기로써 싸우다가 인류를 지키지 못했으며, 그저 미쳐버린 괴물로서 싸우다가 그럼에도 세계를 지키지 못했다.
“세계가 멸망하는 마지막 순간. 진정으로 모든 것이 삭제되어 사라지는 순간에 그녀는 광기에 빠져 울부짖었다네. 죽여버리겠노라고. 자신의 세계를 쳐부순 세계종, 그리고 이런 엔딩을 남긴 신이라는 작자. 모두 씹어먹어버리겠노라고. 세상에서 가장 끔찍한 절망을 선사하겠노라고 피를 토하며 울부짖었다네. 그리고 그 순간….그녀는 세계종이 되었지.”
끝없는 절망 속에서 원망과 증오와 복수로 일어선 그녀는 세계종이 되었다. 그것이 세계종이라는 세계의 법칙에서 벗어난 존재가 태어나는 과정이었다.
“아마 나와의 우연찮은 만남이 없었다면, 그녀 또한 지금쯤 무의미하게 세계를 부수고 있었을 걸세. 그녀에게 지켜야 할 자신의 것은 아무것도 없으니까. 하지만 그녀는 남의 것, 자신의 세계가 아님에도 다른 세계에서 살아갈 사람들, 생명들을 지키고자 다시 일어섰다네. 그런 그녀에게는 그 어떠한 방법으로도 보답해도 모자랄 정도로 감사하고 있다네.”
하지만 그녀는 다시 일어섰다. 그저 무의미하게 세계를 부수던 도중 관리자와의 우연한 만남으로 자신의 세계가 아닌 다른 세계의 사람들 또한 살아가며 존재하기에, 그들에게서 눈을 돌려서는 안된다고, 당신의 것이 아님에도 그것들을 지켜달라고 관리자는 부탁했고, 레비아는 수락했다. 그것이 지금의 관리국의 시초였다.
“….잠시 혼자 있고 싶군.”
카운터 레비아, 그녀의 과거를 그저 사실만을 나열해 전달받은 것 만으로도 트레이너는 속이 울렁거리기 시작했다. 정신적으로 나약하다는 생각은 단 한번도 해본 적이 없었지만, 지금은 버틸 수가 없었다. 당장이라도 도망치고 싶었다. 하지만..
“미안하지만 그럴 순 없다네. 지금 우리 세계를 집어삼키기 위해 다가오고 있는 것은 레비아와 같은 세계종이니까 말이야. 자네는 앞으로 이 세계를 지킬 카운터 중 1명으로써 세계의 진실을 전부 알아야 할 필요성이 있어.”
관리자는 그가 도망치게 두지 않았다. 자리를 지키고 이 세계의 진실에 대해 남김없이 들으라고 강요했다.
“세계종은 말했다시피 세계에 대한 증오와 복수심이 모여 만들어진 것. 그렇기에 세계종이라는 존재들은 본능적으로 세계를 멸망시키기 위해 움직인다네. 그것이 자신의 세계든, 다른 운명으로 쓰여진 별개의 세계든 상관없이말이야. 신이라는 작자에게 엿을 맥일 수 있다면 어떤 세계든 상관 없다는 것이지. 세계의 법칙에서 벗어난 존재들이기에 또 다른 세계의 개입하는 것 또한 자유. 정해진 운명을 비틀어버리고 정해진 끝맺음 대신 비틀어진 결말을 강요하여 세계에 멸망을 고하는 존재. 그것이 바로 세계종이라네. 그리고 우리 관리국은 바로 이 세계종들에게 대항하기 위해 세워졌지.”
관리국의 행동강령. 세계를 구한다. 그것은..
“세계종인 카운터 레비아는 세계와는 독립된 공간을 구현하는 것이 가능하지. 우리는 역할은 그 레비아를 필두로 멸망해가는 세계의 사람들을 모아 전력을 키워 세계가 정해진 운명을 따라 올바른 끝맺음을 맺도록 지켜내고, 운명에 개입하여 비틀어진 결말을 강요하는 세계종들을 막아서는 것. 그것이 관리국이 존재하는 이유라네.
이번 화는 스피드 웨건이 강림해버렸군요.....꽤나 난해한 내용이 될 지도 모르겠지만, 이 부분을 설명하지 않으면 앞으로의 스토리 전개가 이해가 되질 않으실 거라서.....당분간은(한 2화 정도?) 세계관 설명이 이어질 것 같습니다. 그래도 이 내용은 카운터라는 소설을 관통하는 핵심이니 꼭 읽어주시면 감사하겠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