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설은 아니지만 좋은 소재가 있어서 씁니다.

Shalma 2020-12-04 1

어젯밤에 꾼 꿈이 너무 생생하고 재밌어서 어떻게든 남겨보려고 찌끄려봅니다.
소설처럼 쓰기보다는 썰 푸는 형식으로 음슴체로 쓰겠음.

꿈을 꾸는데, 참 재밌는 꿈을 꿨음.
꿈이 보통 방관자 형식으로, 꿈에서 일어나는 일을 구경하는 느낌의 꿈이랑, 내가 직접 꿈의 주인공이 되어 체험하는 꿈이 있잖음?
이번 꿈은 후자였음.

꿈 내용은 시궁쥐 팀이 어떤 이유로 교단에게 쫓기는 꿈이었음.
여기서 본인은 다름아닌 은하 였음. (왜인지는 묻지 마셈. 꿈이 원래 그렇잖아. 참고로 나의 최애는 보라임)

하여튼 서울에서 시작해서 오토바이를 타고 미래랑 철수랑 나랑 교단의 추격을 피해서 도망을 치는데, 무려 저 땅끝 해남 넘어서 진도까지 도망을 쳤음.
근데 진도는 우리 외갓집이란 말이야.
그래서 내가 아는 곳이 있다고 그 쪽으로 가기로 했음.
사실 아는 데라고 해봤자, 외할머니 댁 말고 더 있나?
근데 우리 외할머니는 돌아가셨단 말야.
근데 거기 말고는 갈 곳이 없고, 꿈이란게 원래 편한 방식으로 흘러가니까 하여튼 거기로 가게 됐음.

도착해 보니까, 원래 있던 집은 허물어지고 모르는 노부부가 운영하는 펜션이 되어있더라고.
밤도 깊었고 해서 오늘은 거기서 묵기로 했음.
안에 들어갔는데, 옛날에 할머니 댁에 있던 가구랑 비슷한 것도 몇개 있고, 펜션 구조도 어딘지 모르게 옛날 댁이랑 비슷한 거임.
참.. 꿈인데도 그걸 보니 마음이 싱숭생숭하더라.

서울에서 진도까지 아무리 빨리 잡아도 4~5시간은 걸린단 말야.
다들 많이 피곤한 상태라서 얼른 자기로 했는데, 문득 머릿속에 떠오르는 생각이 하나 있었음.
왠지는 모르지만, 시궁쥐 팀이 우리 셋 외에도 나머지 두 명이 더 있었고, 함께 도망친 거였음. (꿈이란게 원래 뒤로 갈 수록 처음 설정에서 벗어나는 경우가 있잖음? 그런 거임.)
참고로 루시 아니었음. 성인 남녀 한 명씩 이었음.
그 나머지 두 사람은 자차로 도망을 친 듯 했음.
근데 다같이 내려서 펜션에 들어갈 때, 가만 생각해보니까 이 두 사람이 차 시동을 안 끄고 그냥 내린 거임.
잠깐 내려서 머물만한 펜션인지만 보려다가 눌러앉게 돼서 깜빡한 듯.

근데 이미 그 두 사람이랑 미래는 잠들어버려서 내가 대신 시동을 끄러 가야겠다 생각하고 잘 준비를 하는 철수한테 얘기를 함.
그랬더니 철수가 "혼자 가는 것은 위험하다. 혹시 모르니, 함께 가자" 하면서 둘이 같이 밖으로 나갔음.

나가봤는데, 위화감이 느껴지는 거임.
분명히 어릴 때 자주 왔던 외갓집 주변 풍경이 어딘지 모르게 달라 보이는 거임.
또, 우리가 타고 온 오토바이는 있는데, 그 앞 뒤로 세워놓은 나머지 두 멤버의 차가 안 보이는 거임.

뭔가 이상해서 불안한 느낌을 느끼는 와중에 저 어둠 속에서 익숙한 누군가가 걸어나오는 거임.

"이야, 이런 곳에 숨어계셨군요?"

전우치였음.

그 때 딱, 든 생각이 "시밬 이 **샠히가 기어이 우리를 쫓아왔구나" 였음.
원래 전우치는 정신 감응계 능력자라서 육탄전엔 약한데, 이 꿈에선 아니었음.
정신 감응 능력 없고, 그냥 철수랑 대등한 실력의 초인이었음.
펜션 안에는 우리 외에도 다른 손님들도 있고, 나머지 세 멤버는 이미 잠들었기 때문에
여기서 나랑 철수 둘이서만 어떻게든 결판을 내야 하는 상황이 왔음.
근데 이 철수 빡*** 새X가 혼자 가면 위험하다고 같이 나온 거면서, 지 무기를 안 챙겨 나온 거임.
은하는 날붙이를 많이 갖고 다니잖아? 근데 나도 자기 전에 갑자기 생각난 거라 칼 세개만 들고 나왔단 말임.
그래서 철수한테 제일 큰 카타나 하나 던져주고, 나는 쌍칼로 싸우기로 했음.

그 꼴을 보고 전우치가 자기가 보기에도 한심했는지, 비웃으면서

"이런, 여기서 제가 총을 쓰면 너무 재미 없겠죠? 저도 칼로 응대해 드리죠."

라고 말하면서 품에서 철수한테 던져준 칼이랑 비슷한 크기의 칼을 꺼냈음.
그렇게 싸움이 시작됐음.

여기서 갑자기 또 꿈의 설정이 바뀌는데, 원래는 여기 모두 위상능력자잖아?
근데 이 싸움 장면부터는 갑자기 위상력을 쓰는 초능력자가 아닌, 그냥 전투 능력이 일반인을 아득히 뛰어넘은 초인으로 설정이 바뀜.
그 말은, 화려하게 쾅쾅 터뜨리면서 싸우는게 아니라, 진짜 그냥 사극에서 검객들이 칼부림 하면서 싸우듯이 싸우게 된 거임.

앞서 언급 했듯, 여기서의 전우치는 철수와 대등한 실력자라, 철수vs전우치가 주를 이루고 내가 옆에서 철수를 서포트 해주는 식으로 싸우게 됨.
근데 상대가 철수랑 비슷한 능력에 내가 가세하면 보통은 우리가 금방 이겨야 하는데,
또 앞서 언급 했듯이 나랑 철수 둘 다 장시간 도망을 친 것 때문에 굉장히 피곤한 상태였음.
그래서 좀처럼 싸움이 끝나질 않는 거임.

여기서의 싸움 장면은 진짜 리얼했음.
내가 꿈의 주인공으로서 직접 칼을 들고 나를 공격해 오는 상대의 칼빵을 피해가면서 싸워야 하는 상황임.
위상능력자가 아니라서 한 번 칼빵 제대로 맞으면 그대로 객사하는 거임.
이걸 실제로 겪는다고 생각해 보셈.
진짜 꿈인데도 심장 쫄리더라.

그렇게 서로의 목숨을 건 치열한 칼싸움은 날이 밝을 때 까지 이어졌음.

다시 말하건대, 여기는 시골동네임. 그리고 알다시피 노인네들은 아침잠이 없어서 엄청 일찍자고 새벽같이 일어남.
그래서 주변 마을 사람들이 밖으로 나와서 우리의 싸움 장면을 보고 웅성거리는 게 보이기 시작하는 거임.
아무도 없는 밤 시간대에 다 끝내려고 했는데, 결국 이 상황까지 오니 ㅈㄴ 여러가지로 골치아파지는 거임.
철수도 마찬가지로, 이대로 계속 하다간 저 사람들이 싸움에 말려들거나, 경찰에 신고라도 하면 머리 아파진다고 생각했었나봄.
또 지칠대로 지친 우리는 점점 전우치에게 밀리고 있었음.

그 때, 철수가 어떻게든 끝내야 겠다고 생각했는지 사실상 자기가 죽어서라도 이 싸움을 끝내려 했는지,
거의 몸통박치기 수준으로 전우치한테 달려든 거임.
영화나 드라마, 만화에서 자주 보잖음? 자기 목숨을 내려놓는다는 생각으로 격돌하면 뭔가 어떻게든 적의 틈이 발생함.
마찬가지로 덕분에 전우치도 당황해서 빈 틈이 생김.
당연히 철수는 냅다 달려든 탓에 전우치의 칼에 맞아서 크게 다침. 다행히 죽지는 않았지.

자, 이제 내 차례임.
전우치의 빈틈을 노려서 내가 끝을 내야함.
안 그럼 둘다 죽는 거임.

이 상황을 직접 내가 내 몸 움직여서 하려니까 진짜 겁나고 두렵더라.
일단 어떻게든 일격을 먹이려고 에라 모르겠다 식으로 쌍칼을 들고 달려듬.
그런데 전우치 이 놈은 그 일격을 받고도 금방 정신을 차리고 분노하면서 달려드는 내 쪽으로 자세를 바로잡더라.

여기부터는 거의 슬로우모션임.
전우치가 정신을 차리고 달려드는 나를 향해 자세를 취하는 찰나의 틈에 나는 봤음.
철수의 일격으로 전우치가 한 쪽 눈을 다쳤던 거임.
그리고 머릿속으로 두뇌 광회전을 시작함.

눈이 한 쪽 없으면 사물의 거리감 같은게 잘 안 느껴지거든. 실제로 한 쪽눈 감고 돌아다녀보면 어떤 느낌인지 알 거임.
심지어 지금은 치열한 싸움으로 인해 혼란스러운 상황.
그 상황에서 철수의 예상치 못한 일격을 받고 한 쪽 눈을 다친 전우치는 상당히 혼란한 상황이었을 거임.
그래서 내가 이 쌍칼을 이용해서 훼이크를 걸기로 함.

양 손에 든 쌍칼을 위로 높이 치켜든 다음, 아래로 내리 꽂는 시늉을 취하면서 사실 한쪽 칼은 그냥 그대로 밑에서 위로 찍어올린다는 훼이크를 치기로 했음.
칼을 위에서 아래로 꽂으면 위쪽만 방어할 테니까 아랫쪽은 비게 되잖음?
즉, 양손을 올리면서 한 쪽 칼은 그냥 그대로 밑에서 위로 꽂아버린다는 훼이크를 걸었음.

작전은 성공이었음!!
이야아, 그 때 그 훼이크를 성공한 느낌은 아직도 생생함.

쨌든, 그래서 전우치가 어떻게 됐냐면 내가 밑에서 꽂은 칼이 아랫턱에 수직으로 꽂힌 거임.
그렇게 피를 철철 흘리면서, 아랫턱에 칼이 꽂혀서 말도 제대로 못 하면서 뭐라고 *** 거리다가 전우치는 그렇게 죽었음.

슬로우 모션으로 장황하게 서술해서 그렇지, 아마 철수가 전우치를 들이받은 시점에서 턱에 칼 꽂을 때 까지 실제로 걸린 시간은 아마 3~4초 정도였을 거임.

다행히 철수의 상처도 목숨에 지장은 없을 정도였음.
근데 치열한 싸움 끝에 전우치를 쓰러뜨렸단 사실에 혼잡한 정신을 추스르고보니, 더 골치아픈 문제가 우리 눈 앞에 있었음.
우리의 싸움 장면을 본 이 마을 사람들에 대한 거임.

와, 진짜 현실적으로 머리 아프더라. 어떻게 멋지게 싸워서 나쁜 놈에게 이기긴 이겼는데, 알다시피, 교단은 비밀 집단이고, 우리도 그 교단에게 쫓기는 몸이라 어디 기댈 곳이 없었음.
이 상황을 어떻게 모면 할까, 철수랑 작은 목소리로 논의하기 시작했음.

철수 : "사실 영화 촬영이었습니다~ 식으로 넘길까?"

나 : "카메라도 없는데요?"

철수 : "스턴트 액션 연습 중이었다고 넘길까?"

나 : " 바닥의 피랑 안 움직이는 전우치는 어쩌구요?"

왠지는 모르겠지만 여기서 철수는 은근 허당이었음.
아까 무기 안 챙겨 나온 것도 그렇고.

쨌든, 그렇게 뒷일에 대해 논의하다가 꿈에서 깼음.

이 겜을 시작한지 어언 5년이 넘었는데, 근로저스 관련해서 꿈 꾸는 건 이번이 처음이었고, 그 처음 꾼 꿈이 이렇게 스펙타클하고 재밌어서 한 번 내용을 잊어버리기 전에 글로서 써 봤슴다.
2024-10-24 23:36:00에 보관된 게시물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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