Counter 시즌 3 1화. 관리국(1)

pixi 2020-11-16 1

“….전혀 익숙해지질 않는군

 

조금 일찍 잠에서 깨어난 나는 방금 탄 커피를 들고 창밖을 보며 중얼거렸다.

 

한성…? 일어난거냐?”

 

프레이. 너도 일어났어?”

 

부스럭거리는 소리가 들려서….”

 

프레이도 일어나서 눈을 부비며 내 옆으로 다가왔다. 난 그런 프레이의 머리를 쓰다듬으며 다시 창밖을 바라봤다. 그런 나를 보면서 프레이가 갸우뚱하며 물었다.

 

근데 뭐가 익숙해지지 않는다는거냐? 설마저거?”

 

. 저거 말이야. 전혀 익숙해지질않아

 

프레이가 가르킨 것을 바라보며 나는 대꾸했다. 벌써 한달이나 지난 이름없는 군주의 침공, 구로역에서의 그 치열했던 전투는 의외로 쉽게 마무리되었다. 유니온의 차원반전탄으로 그곳에 있던 이름없는 군주와 나와 프레이, 그리고 검은양과 늑대개팀도 모두 이차원으로 빨려들어갔다. 그리고 그곳에서 관리국의 카운터 NO.1 레비아 헤카톤케일이 모습을 드러내면서 이름없는 군주는 무력하게 패배했다. 인류의 최대급 위기였던 이름없는 군주의 침공은, 그렇게 막을 내렸다.

 

하지만 나는 상관없다! 이제 더 이상의 싸움도 없고, 이렇게 한성과 같이 있을 수 있는 게 너무 좋다!”

 

방긋 웃으며 내게 부비적거리는 프레이를 보자 나도 절로 미소가 지어졌다. 본래 D급 차원종 스케빈저였던 프레이, 그녀는 내 힘을 통해 인간 소녀의 모습으로 변화했다. 그리고 의도치 않게 내부차원으로 끌려온 말렉을 구출하면서 우리의 싸움은 끝나나 했지만, 이어진 벌쳐스의 습격, 그리고 강남 사건의 원흉인 칼바크 턱스와 S급 차원종 애쉬&더스트의 공격까지. 프레이를 만나자마자 싸움의 연속이었다. 그 일로 나 뿐만 아니라 프레이도 많이 지쳤을 테지만, 지금은 그 어떤 싸움도 없이 편안한 하루를 보내고 있었다.

 

어서 옷 입고 학교 가야지. 어서 준비하자

 

알겠다!”

 

프레이는 싱긋 웃으며 방으로 달려갔다. 이름없는 군주의 침공이 끝나고 프레이는 인간의 삶을 살기위해 필요한 기초지식을 배우기 위해 유니온….아니 관리국에서 운영하는 특별학교에 다니고 있었다. 말이 학교지 거의 개인맞춤형 과외에 가깝지만

 

나도….어서 출근할 준비 해야지

 

나는 그렇게 원했던 학교에 다니는 평범한 삶을 사는 것은 이루지 못했다. 그때 관리국의 카운터로써 테크레벨 5, 브레이커와 엑소슈트를 요청함으로써 나의 카운터 라이선스가 다시 등록되었고, 이제는 영락없이 카운터로서 다시 살아가야 했다. 다행이도 관리국의 초창기 시절처럼 전투에 나가는 일은 없었고….그저 사무실에 앉아 자리를 지킬 뿐이었다.

 

이제는….싸울 일은 거의 없을 테니까

 

나는 떠오르는 태양을 가리고 있는 것을 바라보며 말했다. 신서울의 하늘, 전 유니온의 신서울 지부였던 건물은 이제는 관리국의 신서울지부가 되었으며, 그 상공에는….2km급 관리국의 보급형 전함, ‘알페온급 전함이 떠오르는 태양을 가리며 부유하고 있었다. 아주 간간히 일어나는 차원종들의 침공을 전부 상공에서 요격하며, 유니온의 부흥을 꿈꾸는 저항군세력의 공격도 간단하게 몰살시켜 클로저들을 비롯해 나또한 더 이상 싸울 필요가 없었다.

 

지금은….관리국의 시대야

 

관리국이 이 세계의 직접적으로 개입하기 시작한 지 약 한달. 클로저들의 역할을 저 함선이 대신하게 됬다는 것 의외에는 크게 바뀐 것은 없었다. 사람들의 삶도 그대로, 오히려 더욱 안전해졌다. 하지만 나는 알 수 있었다. 이 세계는 아주 조금씩하지만 확실하게 바뀌어가고 있다고. 그 모든 변화는…..한달 전 관리국의 레비아 헤카톤케일의 선언으로부터 시작되었다.

 

 

 

 

 

 

 

 

 

 

콰지직!!!!

 

-크아아악!!!!-

 

그니까 다시는 까불지 말라고. 이 약해빠진 녀석아

 

본체를 잃고, 인간의 형태를 띈 그림자만이 남은 이름없는 군주. 그의 팔을 짓밟으며 레비아는 주머니에서 시가를 꺼내들었다. 입에 문 시가에 불을 붙이며, 그녀는 한심한 듯 이름없는 군주를 내려다보며 말했다.

 

그럼 이제 **. 죽기 싫으면

 

-크으윽…-

 

이름없는 군주는 분노했지만, 그녀에게 도저히 덤빌 수 없었다. 마치 유린당하듯 짓밟혀 본체를 잃었다. 동귀어진을 노린 최후의 일격도 통하지 않았다. 힘의 80%를 잃은 지금은 아무것도 할 수 없었다. 그저 도망치는 것, 도망쳐서 힘을 회복하는 것 말고는 할 수 없었다. 그리고 그녀가 말했던 그것….

 

-….기다리도록 하지. 네가 말했던 그것들이 오는 날을…-

 

이름없는 군주는 낮은 목소리로 중얼거리며 모습을 감췄다. 그의 모습이 완전히 사라지자, 그제서야 레비아는 등을 돌려 나와 프레이, 그리고 검은양팀과 늑대개팀이 있는 곳으로 걸어왔다.

 

당신….이렇게 강했었어?”

 

? 당연하지. 그럼 내가 군주급 차원종따위한테 당하게?”

 

하지만….분명 총력전때는…”

 

아자젤이 패배하고 차원전쟁이 끝난 직후, 모든 병력을 이끌고 내부차원을 치기 위한 이름없는 군주의 공격을 관리국이 막아섰었다. 그때 그 전쟁이 관리국과 이름없는 군단의 총력전, 그때 당시의 레비아도 강했지만, 분명 이정도는 아니었는데

 

….넌 잘 모르겠구나. 그거 내 힘의 30%정도밖에 안됬어. 그니까 저 따위 놈이 감히 나하고 겨룬거지. 건방지게 말이야

 

힘의 30%...? 대체 왜….”

 

“……너도 곧 알게 될거야. 빌어먹을 관리자 녀석이 네 기억에 손을 댔으니까 지금은 기억나지 않겠지만, 우리가 어떤 전쟁을 치러왔는지 너도 곧 기억이 나겠지

 

전쟁?? 관리국은 분명 차원종들의 침공을 막기 위해서….”

 

관리국은….겨우 차원종들따위를 막기 위해서 존재하는 게 아니야. 그것보다 더 큰, 훨씬 더 거대한 적을 막기 위해 존재하는 거지. 한꺼번에 너무 많이 알려주면 머리 아플 테니까 일단 지금은 좀 진정하라고. 무엇보다 나한테 묻고 싶은 게 많은 쪽은….”

 

레비아는 시가의 연기를 내뱉으며 고개를 돌렸다.

 

네가 아니라 저쪽인 것 같으니까

 

콰악!!

 

그녀의 말이 끝나기도 전, 나타가 달려와 그녀의 멱살을 잡았다. 그덕에 레비아의 시가가 부러져 바닥에 떨어졌지만, 나타는 아랑곳하지 않고 그녀의 멱살을 잡고 흔들며 소리쳤다.

 

넌 대체 정체가 뭐야! 니가 뭔데 레비아랑 같은 얼굴을 하고 있는거냐고!!”

 

나타님….좀 진정하세요. 지금은..”

 

어떻게 진정해!! 니랑 같은 얼굴을 한 녀석이 있다고!! 그것도 터무니없게 강한 녀석이! 이 녀석은 대체 뭐냐고!”

레비아와 같은 얼굴, 어떻게 봐도 레비아 본인이었다. 하지만 조금 다르다. 무엇보다….터무니없이 강하다. 자신이 도저히 도달할 수 없을 정도로, 그렇기에 나타는 더 분노했고, 당황스러웠다. 하지만….

 

….”

 

?”

 

내 시가가 떨어졌잖아….이 자식아

 

그녀의 말이 끝나자마자나타는 순간 느꼈다. 죽음의 기운을그리고 그것은 곧..

 

카아앙!!!!!!!!

 

순간, 섬광이 일며 레비아 헤카톤케일의 멱살을 잡고 있던 나타가 튕겨져 나갔다. 순식간에 벌어진 일에 정신을 차리고 보니 서지수와 트레이너가 위상력을 잔뜩 끌어올린 채 몸을 긴장시키고 있었다. 그리고 그 둘의 앞에는

 

-하찮은 인간 따위가 감히 용의 앞에 서다니….무엄하다-

 

-저 건방진 인간들의 목숨을 거두는 것을 허락해주소서. 용이시여…-

 

인간의 형태를 했지만, 길게 자라난 뿔과 등에 돋은 날개가 그들이 차원종이라는 것을 증명하고 있었다. 레비아 헤카톤케일의 다섯 수호룡. 그들 중 2명이 감히 자신의 군주의 멱살을 잡은 것에 분노해 모습을 드러낸 것이었다.

 

강해…..”

 

서지수는 단 한번 검을 부딫힌 것 만으로 이들이 S급 차원종에 필적하다는 것을 깨달을 수 있었다. 그것도 두 마리나….아무리 서지수와 트레이너 둘이라고 해도 승리를 장담할 수 없었다.

 

이 녀석의 행동에 대해서는 내가 사과하지. 그러니 그냥 넘어가 줄 수 있겠는가?”

 

트레이너가 레비아에게 침착하게 말했다. 하지만 레비아는 그저 떨어진 시가에 집중하고 있을 뿐이었다. 떨어진 시가에 뭍은 먼지를 털어낸 뒤 다시 입에 문 그녀는,

 

3명 전부 다, 팔다리를 잘라버려

 

차갑게 내뱉었다.

 

-명에 따르겠나이다!-

 

군주의 명이 떨어지자마자 두 수호룡이 검을 휘두르며 달려들었다. 싸움을 피할 수 없겠다고 생각한 서지수와 트레이너는 위상력을 최대치로 끌어올리며 자세를 다 잡았지만, 눈앞에서 다시 한 번 섬광이 일며 그들과 비슷한 모습을 한 또 다른 수호룡이 그들의 검을 붙잡았다.

 

-지금 이게 뭐하는 짓이지? 미르?-

 

-아무리 이름을 하사받은 수호룡의 리더라 해도 군주의 명에 불복하는 것은 있을 수 없다!-

 

당황한 두 수호룡은 검을 거두어 들이며 소리쳤다. 하지만 그들과는 달리 은빛 머릿결을 가진 남자의 모습을 한 수호룡, 미르는 무릎을 꿇으며 레비아에게 고했다.

 

-이들은 레비아님의 세계에서 동료였던 자들입니다. 그들은 베는 것은….불필요한 일이라 생각되옵니다.-

 

“…..나와는 상관없는 일이야. 내가 저것들과 똑같이 생긴 것들의 시체를 몇 번이나 봐왔다고 생각하는거지?”

 

-레비아님. 하지만….-

 

“…..좋아. 네가 그렇게까지 말하니 한번만 넘어가주지. 그니까 거기 파란머리, 똑바로 들어. 한번만 더 내 시가를 떨어트리면 진짜 죽여버릴거야. 알겠어?”

 

….**…”

 

레비아의 말에 나타는 욕지거리를 내뱉으며 고개를 돌렸다. 순간 목에 닿았던 저 수호룡들의 검, 틀림없이 죽일 생각이었다. 그리고 저 레비아는 그것을 말리지 않았다. 자신이 알던 레비아와는 다르다고….반항하는 순간 곧바로 죽는다는 것 정도는 눈치챌 수 있었다.

 

그러면 이제 니들도 들어가. 나는 해야 할 이야기가 있으니까

 

-감사합니다. 군주시여…-

 

레비아의 말에 수호룡들의 몸에서 빛이 일며 곧 모습을 감추었다. 그제서야 레비아는 땅에서 의자를 만들어내 자리에 앉으며 차가운 눈빛으로 이곳에 있는 모두를 훑듯이 바라봤다.

 

그러면…..어느 이야기부터 먼저 해줄까. 내가 가장 해주고 싶은 말은…..이 세계의 진실 정도려나?”

 

세계의 진실…?”

너희 둘은 알고 있잖아. 위상력이 인간의 힘이 아니라, 차원종의 힘이라는 거 말이야

 

“….!!”

 

그렇다. 서지수와 트레이너는 아자젤과의 결투에서 들은 것을 통해 알고있었다. 지고의 원반은 사실 이름없는 군주의 보배이며, 그 힘은 차원종의 것이라고

 

그리고…..그 지고의 원반이 남극대륙 한복판에서 발견됬다는 거, 이상하지 않아? 대체 왜 이름없는 군주의 보배가 남극대륙 한복판에서 발견되었는지 말이야. 그건 바로…”

 

레비아 헤카톤케일은 싱긋 웃었다. 그 미소는, 마치 악마를 보는 것과 같게 느껴졌다. 인류가 받아들이기 벅찬 진실을 전하는 것에 진심으로 기뻐하며 그녀는 입을 열었다.

 

우리 관리국이…..내가 가져다 놓은거야. 차원전쟁을 일으키기 위해서 말이야

2024-10-24 23:35:58에 보관된 게시물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