어비스의 주인 <11화> : 애달프게, 상처받아, 쉽게 울어버리는 아이. 上

AI미스틱 2020-11-05 0

 학교라는 세상. 처음 둘러본 ‘고등학교’.
 세상이 변화하면서, 학교도 변화했으리라 믿었다. 적어도 20년에 가까운 세월이라면… 충분히 기대해도 되는 시간이 아니었을까.
 하지만 아무것도 바뀌지 않은 모습은, 하은에게 있어서 자그마한 충격으로 다가왔다.
 자신이 어릴 적에는 분명 20년 뒤에는 커다란 홀로그램 화면을 띄어놓고 수업을 하리라 생각했던 곳에는 여전히 칠판이 자리잡고 있었으며, 그나마 다른 것은 화이트 보드를 사용하고 있었고, 하은이 상상했던 미래 세계의 모습은 그보다 낮은 기술력을 통해 특별 교실에서나 보이고 있었다. 과학실이라던가 하는.
 아무것도 바뀌지 않은 채, 세월만 지나버린 교실의 잔재를 손끝으로 매만지자니 오랫동안 손길을 타지 않아서일까, 가득 들이찬 먼지가 손 끝에 새까맣게 묻어나왔다. 결국 교실이라고 해도, 아무리 시간이 지났다고 해도, 사람이 관리하는 이상 이런 모습은 피할 수가 없었다.
 대리석으로 이루어진 차가운 책상 위에도, 과학실이라면 언제나 있을 법한 지구본에도 단지 먼지만 한가득할 뿐.

 “누나?”
 “…응.”

 마침 같은 층의 다른 교실의 순찰을 끝낸 미스틸테인이 머리를 내밀며 들어왔다.

 “차원종은 안보였어요. 누나 쪽은요?”
 “이쪽도.”

 무기를 괜히 들고왔나 싶을 정도로 고요한 평화였다.
 하지만 언젠가 이 평화도 깨어질 것이라는 걸 생각하면─

 ‘─왜…?’

 순간 의문이 들었다.
 어째서 평화가 ‘깨어질 것’을 생각했던 걸까. 평화로운 것을 좋아해도 모자란데도, 도대체 어째서.
 무언가 강한 충격이 온 듯, 가만히 서 있던 하은을 미스틸테인이 물었다.

 “뭔가 힘든거라도 있나요?”
 “아니, 아무것도.”

 고개를 저었다.
 괜한 기우라고 생각했다. 이따금 불안한 기분이 들기는 했으니, 기분탓에 불과할 것이다. 그 정도로 생각하는게 정신에도, 마음에도 편안했다.

 “돌아갈까?”
 “네!”

 슬슬 야간순찰의 시간이 끝나가고 있었다. 마침 시간에 맞춰서 순찰 역시 끝났기에 학교에서 발을 떼고 나서니, 무언가 아쉬움이 밀려왔다. 어떤 아쉬움인지 알 재간은 없었지만, 그것은 어딘가 나사가 빠져버린 듯한, 그러한 공허함이었다.
 피곤해서 그런걸까. 가볍게 생각한 채, 고개를 저으며 흘려냈다.
 마음같아서는 시간에 구애받지 않고 순찰을 한 차례 더 돌고싶기는 했지만, 오전 중으로 다시 신체 검사가 있을 예정인지라 그것 역시 힘들었다.
 할 일이 많은 것은 여러모로 고달프다는 생각과 함께, 숙소로 향하는 귀갓길을 미스틸테인과 함께 걸으며 여러 잡담을 하다보니 금방 도착할 수 있었다.

 “내일 또 봐요~”
 “응. 잘 자고.”

 서로 손을 흔들며 헤어진 뒤, 개인 방의 불을 켜니 그곳에는 하나의 물병과, 그곳에 꽂혀있는 하나의 ‘조화’. 그 조화 위에서 마치 쉬듯이 앉아있는 푸른 나비가 비치었다.

 “이제 왔네. 야간 순찰은 재밌었어? 차원종도 많이 만났고?”
 “알 바 아니야.”
 “여전히 쌀쌀맞아.”

 푸른 나비에서 새어나오는 목소리는 달콤하고도 기이할 정도로 편안해, 누구라도 마음을 놓을 것만 같이 유혹적이었다. 하지만, 그런 목소리에는 언제나 어떠한 의도가 숨어져 있다는 것을 의식적으로 알고 있었기 때문에, 최대한 그것으로부터 시선을 놓으려고 노력하고 있었다.
 그러자 눈 앞을 빙빙 돌던 푸른 나비는 안됐다면서 혀를 차는 소리가 들려왔다.

 “안타까워.”

 무엇이 안타까운지, 하은은 이해할 수가 없었다.
 고작해봐야 나비에게 무언가를 동정받고, 이해받고, 안타깝다는 말을 들을 정도로 자신이 무언가를 했었던걸까.
 단언코 아니었다. 당장 눈앞에서 고개를 저으니, 나비는 천천히 다가오더니 손등에 내려앉았다.

 “스스로가 가야할 길을 모른다는게.”
 “…내가 가야할 길은…”
 “스스로 정한다는 하찮은 선택론을 이야기하지 마. 인간에게는… 운명이 엮여있으니까. 부정할 수도, 도망칠 수도 없는 운명이.”
 “운명….”

 그리고 최근들어 하은은, 그런 나비의 목소리를 천천히 귀기울여 듣기 시작했다.
 첫 주는 무시하면서 끝냈으나, 가면 갈수록 의식적이게 변해가는 그 목소리는 하은을 붙잡고 놓지 않겠다는 듯 계속해서 목소리를 흘려내었다.

 “마치 네 친구들처럼.”
 “─내 친구는 없어.”

 무언가 들이박는 듯한 말에, 하은이 즉각적으로 반응했다.
 ‘친구’라는 한 단어에 갑작스레 반응하자, 나비는 장난스레 말했다.

 “맞아, 이곳에 네 친구는 없지. 하지만 나는 알고있어. 네 친구가 있는 곳을.”
 “…거짓말.”
 “믿음의 여부는 네 마음이겠지. 다음에 다시 만나자, 그의 소중한 ‘주인’.”

 그 순간, 푸른 나비가 녹아내렸다.
 바닥에 닿기도 전에 녹아내린 것이 증발하고, 그 손등에 남은 것은 나비의 형상을 띈 문신 비스무리 한 것 뿐이었다.
 계속해서 머릿속에 맴도는 ‘친구’라는 한 단어로부터 벗어나지 못한 하은은, 굳어버린 석상처럼 제 자리에서 움직이지 못한 채 있을 뿐이었다.

 “…아….”

 자신조차도 모르는, 그런 진실을.
 자신이 모르는 새에, 나비가 잡아먹은 걸까…
 욱신거리는 이 마음에, 어째서. 그런 말을.



●  ●  ●



 유주가 의료 요원을 비롯한 출격 금지를 통해 차원종을 상대하지 않게 되던 날, 위상력 억제기가 도착했다.
 조정까지 끝마친 위상력 억제기의 옆에 앉은 하얀은 다가오는 뻐꾸기를 보며 물었다.

 “유주는?”
 “요원님께선 쉬고계십니다. 거리라도 둘러보고 계시겠지요.”
 “…나, 조금 싫어했을까.”

 유주의 출격을 적극적으로 반대한 탓에, 그에게 미움받아버린 것이 아닐까, 라며 무릎을 끌어안은 하얀을 본 리르가 답했다.

 “미워하시진 않을겁니다.”
 “그러려나….”

 확신할 수 없는 두 사람의 대화 속에 마나가 끼어들었다.

 “조금만 더 몸을 챙겨주셨으면 하는 바람이니 이해해주셨을거에요.”
 “마나─”
 “그리고 하얀? 제가 분명히 말씀드렸을텐데요. 오늘은 검사를 해야겠다고.”
 “윽….”

 오전에 하겠다고 했던 것을 출격을 핑계로 도망쳐나온 하얀에게 마치 그림자 속의 마수가 눈을 빛내듯 가냘프지만 날카롭게 눈을 뜬 채 옅은 미소를 지은 마나가 천천히 다가왔다.

 “채혈이 무섭다고 그렇게 도망만 다니신다면 잠깐 순간에 몸이 아프다고요.”
 “시…싫어, 주사기… 바늘 무서워….”
 “자, 이리오세요…! 어딜 도망가요!”

 서둘러 도망가려는 하얀의 뒤를 그대로 붙잡은 마나는 채혈기에 통을 꽂으며 말했다.

 “아프게 꽂기 전에 가만히 계세요.”
 “싫어어어!!”

 잡힌 채로 싫다면서 팔을 뻗으며 도움을 청하는 하얀을 뻐꾸기로 내려다본 리르가, 화면 너머에서 화사하게 웃으며 반응했다.

 “확실히 요원님의 검사는 중요한 일이죠. 지금은 의료 요원의 지시에 따라 행동해주세요.”
 “리르….”

 리르를 바라보며 눈물을 글썽인 하얀은, 그럼에도 불구하고 지시에 응해 팔을 쭉 뻗은 상태로 앉았다.
 그 상태에서 천천히 각도를 재는 마나와는 다른 리르의 목소리가 울렸다.

 “불쌍해보이는 눈빛으로 애처롭게 말씀하셔도 안되는건 안되는거랍니다, 요원님. 자, 마나 요원님, 최대한 아프게 꽂아버리면 될 것 같네요.”
 “갑니다~”
 “히이익….”

 눈물이 잔뜩 머금은 목소리가 새어나오고, 이내 바늘이 찔렀을 때.
 하얀의 히끅, 하는 소리가 울려퍼지고, 쭈우욱 빠지는 피에 눈물을 조금씩 흘리며 울먹거리기 시작했다.
 이내 채혈이 끝난 다음에야 지혈하라며 준 소독약을 붙잡고 리르에게 말했다.

 “너무해….”
 “너무하다 해도 요원님의 관리는 제게 있어서 중요한 일이니까요.”

 리르는 오퍼레이터가 아닌 ‘관리’ 요원이었다.
 본래 오퍼레이터 출신이기도 해서 이런 식으로 대화하고는 있었지만, 현재의 입장에서 요원의 건강 관리를 소홀히 할 수는 없었기에 의료 요원의 요청에 따라 움직일 수 밖에 없었다.
 검사가 모두 끝난 뒤에야 반쯤 너덜너덜해진 채로 거리에 나온 하얀에게 리르가 물었다.

 “유주 요원님이 어디 계신지 알고 계신가요?”
 “아니, 이쪽에는 오지 않았어.”
 “그렇군요.”

 고개를 끄덕이며 그대로 뻐꾸기의 기체를 돌려버리자, 리르의 행동에서 이상한 점을 느낀 하얀이 고개를 기울였다.

 “리르, 왜 저러는거야…?”
 “그건… 저도 모르죠. 뭔가 나누실 이야기라도 있으신걸지도….”

 마나 역시 어깨를 으쓱이며 답했다.
 하지만 뭔가 의심쩍은 하얀이 멀어져가는 뻐꾸기를 따라잡으며 물었다.

 “리르, 듣고있는거지?”

 뻐꾸기에서는 어떠한 대답도 들려오지 않았지만, 조작되고 있다는 것은 결국 누군가 접속 중이라는 의미였기에 계속해서 물었다.

 “도대체 왜, 유주를 찾는건데…? 나는… 얘기해줄 필요가 없는거야…?”

 그제서야 간신히 반응이 돌아왔다.

 “…하얀 요원님께서 지금 아실 필요는 없는 일이기 때문입니다.”
 “그런 일은 없어. …유주도, 나도, 같은 일을 하는 사람이야.”
 “하지만 사람간의 차이가 있죠. …이 일은, 유주 요원님의 선에서 끝나는게 맞습니다.”

 도저히 자신의 말을 들어주지 않을 것 같은 상황 속에서, 아예 뻐꾸기를 붙잡은 채 가지 못하게 막은 하얀이 말했다.

 “…유주가 어디로 갔는지는 몰라. 하지만… 한동안 돌아오지 않는건 확실해.”
 “…그렇죠, 도시는 넓으니까요.”
 “급한 일이라면 내가 더 가까이 있어.”

 그러자 화면 너머에서는 리르가 고개를 저었다.

 “하얀 요원님께 알려드릴 수는 없습니다.”
 “…그러면 나도, 뻐꾸기를 놓지 않을거야.”

 마치 애들 싸움을 연상시키는 듯한 신경전 속에서, 먼저 백기를 올린 것은 리르였다.
 어디로 가지 않을테니 뻐꾸기를 놓아달라고 리르가 말하자, 그 약속을 믿고 뻐꾸기를 놓았다.
 그제서야 리르는, 천천히 입을 열기 시작했다.

 “…하얀 요원님께서는, 아무리 받아들이기 힘든 진실이 있더라도… 그 진실을 받아들일 수 있나요?”
 “…그게 진실… 이라면?”
 “…그렇군요. 그럼 잠시, 옛날 이야기로 돌아가볼까요.”

 갑작스레 방향을 바꿔 과거를 이야기하기 시작했지만, 그에 대해서 하얀은 아무런 딴지도 걸지 않았다.

 “몇 년 전…이었을까요. 두 요원님께서 찾던 한 요원님을 제가 개인적으로 알아보기 시작한게. 이제와서 말하기에는… 너무 늦은 것 같지만, 사실은 알고 있었습니다. ─두 분께서는… 봉사나 영웅 의식같은걸로 고아원을 지원하고 계신게 아니라는 것 쯤은.”
 “…리르….”
 “아마 죄의식, 이겠지요. 과거의 친구를 붙잡지 못하고, 구하지 못했던….”
 “…입… 다물어….”

 어느샌가 잡혀있는 하얀의 주먹에 힘이 들어갔다.
 과하게 들어간 것인지, 그 팔에 핏줄이 드러날 정도였으며, 황금빛 눈에서 불같은 안광이 새어나오고 있었다. 거기에 그치지 않고 주변의 대기에 퍼진 강대한 열은 아지랑이를 피워올리고 있었다.

 “…왜, 그걸….”
 “알고있느냐, 인가요.”

 다음에 할 말도, 그 다음에 할 말도 모두 알고있다는 듯 말이 이어졌다.

 “요원님은 위태로웠습니다. 제가… 처음 봤을 적의 요원님과는 너무나도 달라져 있었지요. 그리고 그 원인을 찾아 올라가보았을 뿐입니다.”
 “나를… 본 적, 있어?”
 “…요원님께서는 기억하지 못하시겠지만요.”

 리르에게 있어서 하얀이라는 존재는 ‘중추’에 가까웠다.
 그녀를 둘러싸고 있는 세계, 그녀라는 존재를 지탱해주는 굳건한 기둥.
 무너지지 않을 거라고 여겨질 정도로 강하게 세워져 있는 그것이, 사실은 거짓이라는 것을 얼마 전에야 알았다.

 “유주 요원님께서 특수작전관리요원으로 활동할 당시의 기록을 들춰보았습니다. 유니온에서 감추고자 했던 연구 자료나 폐기된 실험실 등, 여러모로 문제가 많은 행동을 하셨던걸 발견했고요.”
 “그러던 중, 유니온의 폐기된 실험실에서 박용태 요원님과 만난 까닭에 제압당하고, 현재의 위치까지 강등당하셨습니다. ─두 분 사이에 어떤 일이 있었는지는 모르지만, 적어도 안좋은 일은 아닌 듯 싶었고요.”
 “저는 그런 유니온의 폐기된 실험 자료를 알아봤습니다. 당연하지만… 좋은 실험은 아니었죠. 사람을 대상으로 하는 많은 인체실험부터 시작해서 인간을 복제하고자 하는 클론 프로젝트까지.”
 “그리고 결국에는 찾아냈습니다. 두 요원분과 연관이 있으며, 차원 전쟁 도중 실종되었고, 생사가 불분명한….”

 거기까지 말하고선 숨을 들이쉬더니, 침을 삼키고선 말했다.

 “─‘연하은’ 요원님에 대해.”
 “…알고, 있었어…”
 “알고 있었습니다.”



●  ●  ●



 리르는 관리요원이 되어 처음 하얀과 만났던 당시, 세상이 반으로 갈라져도 좋아할만큼 기뻐했다.
 아마 신이 눈앞에 있다면, 당장 심판이 내려져 온 몸이 불타 죽는다 하더라도 기뻐하였을 터였다.
 하지만, 그토록 만나고 싶은 상대와 만났음에도 불구하고, 관리요원으로서 맞이한 그녀는 어째서인지 이상하다는 것을 알 수 있었다.
 언제 허물어져버릴지도 모르는, 흙으로 쌓아올린 성. 그 겉에 얇은 백지 종이를 붙이고, 그림을 그리고, 물감을 덧칠해 강해보이는 척을 하는, 그런 나약한 성이라는 것을 알게되기까지 긴 시간은 걸리지 않았다.
 그 때가 되어서야 간신히 알았다.
 단지… 약한 모습을 보이고 싶지 않아, 그 자그마한 등을 보이면서도 불구하고 모두를 안심시키려고 고작해봐야 강한 척을 해본 것일 뿐이라는 것을.

 “도대체 왜.”

 그랬던 걸까.
 강한 척을 해봐야, 아픈 것은 사라지지 않는데, 도대체 어째서 그래야만 했을까.
 그렇게 묻는다면 정답은 뻔할 뿐이었다.

 ─구원받은 자들이, 그토록 약했기 때문에.

 자신보다 한 살 어린 나이의 아이가 전장에 나가 싸웠고, 피폐해진 심신을 가지고 보다 많은 사람들을 지키고자 억지 웃음을 끌어올렸다.
 어른들마저 눈물을 흘리는 세계에서 그 사람은 너무나도 평온해보였다.
 실상은 아니었던 것 뿐이다. 너무나도 평온해보였던 얼굴은 망가져버렸기에 움직이지 않는 것이었으며, 억지로 지어올렸던 미소는─자신에 대한 자괴감의 미소를 잘못 이해했을 뿐이라는걸.
 처음 만났을 때, 자신을 기억해주는 것까지는 바라지 않았다. 그녀가 구한 사람은 백 명을 훌쩍 넘을테니까.
 하지만, 그렇게 자신을 구해준 사람이 천천히 망가져가는걸, 두고볼 수는 없었다.
 때문에, 상층부에 거스르는 일임을 알면서도 유니온의 뒤를 캐내기 시작했다.
 그 결과 닿을 수 있었던 마지막 정보엔, ‘연하은’이라는 사람이 있을 뿐이었다.

 “…연하은 요원님에 대한 것도 많이 찾아봤지만, 전체적인 모든 자료는 남아있었지만 차원 전쟁 이후의 자료는 소실, 아마 폐기되었겠지요.”

 10년도 넘은 과거에 사라진 기록이, 아직까지 남아있다면 그게 더 신기한 것이겠지.
 그렇기에 꽤나 오래 전에 포기했던 일이.

 “─그런 요원님의 자료가, 최근 갱신되었습니다.”
 “…뭐…?”

 스피커 너머로 하얀의 목소리가 전해졌다.
 처음에는 리르도 믿지 못했다. 단순한 동명이인이라고 생각했다. 외형도 과거에 비해 많은 것이 달라져 있었지만, 세계에서 단 한명밖에 존재하지 않는 유니크 능력 사용자이며, 위상력의 ‘색’ 역시, 과거 기록과 변한 것이 아무것도 없다.
 ─‘검은’ 위상력의 사용자이면서 알 수 없는 ‘힘’을 다루는 위상능력.
 모든 클로저 역사상 단 하나밖에 없었기에, 거의 확신할 수 있었다.

 “현 검은양 팀 소속 임시요원 연하은─과거 자료와 비교하여 외형 외에는 변한 것이 아무것도 없습니다.”
 “…그런… 일이….”

 그것은, 있어서는 안되는 ‘인간’의 데이터였다.




 저자입니다.
 11화, ‘애달프게, 상처받아’ 쉽게 상처받는 아이 上편을 읽어주셔서 감사합니다.
 이렇게 끝자락이나마 제 뜻을 남겨놓는 것에 대해 양해를 부탁드리며, 몇 가지 전달하고자 하는 바가 있습니다.

 첫 번째로, 11화 이후부터는 아래 한글 기준으로 10페이지 내외를 사용할 예정입니다.
 그 이유는 먼저 ‘7화, 패배와 첫 굴욕’에서 시작하고자 합니다.
 7화는 아래 한글, 말과 문단, 효과음을 가를때에만 엔터 두 번을 사용했던 기준으로 약 23페이지로, 8화의 약 2.3배에 달하며, 등록본 기준으로 약 31페이지에 육박합니다.
 사실 이걸 한 번에 다 내도 되는건가? 싶었습니다만 결국 내고야 말았습니다.
 전투씬과 어느 정도의 대화가 섞여있는 것이었기 때문에 적정 선에서 끊을 수 있음에도 불구하고 한 화로 모든 것을 마무리지은 제 실력이 지금와서도 한심할 따름입니다.

 두 번째로, 11화부터 본격적으로 스토리를 시작하고자 합니다.
 여태까지 해온 것은 단순히 ‘검은양’의 스토리를 따라가는 것과 별반 다를게 없다는 것을 인지했으며, 이 점에 대해 조금이나마 해소하고자 오리지널 스토리 ‘하늘새’ 팀을 통해 이어보고자 합니다.

 세 번째로, ‘하늘새’ 팀에 관해서입니다.
 ‘하늘새’ 팀은 1분대 2명, 2분대 5명으로 도합 7명이 소속되어있습니다.
 1분대에는 유 주, 하 얀.
 2분대에는 현단아, 아나 스타피트를 제외한 나머지 셋이 있습니다.
 2분대에 대한 스토리가 많이 나오지 않은 것 역시 제 실력의 문제라 생각하며, 세 명에 대한 설정은 현재는 잡혀있으나 이름 등의 이유로 계속해서 미뤄오는 것 같습니다. 이 역시 제 역량의 문제라고 생각합니다.
 ‘하늘새’ 팀은 특이하게도 ‘외부’가 아닌 ‘내부’로부터의 자극으로 인해 성장을 하는 구조입니다. 마냥 클로저기에 하는 일은 아니며, 늑대개처럼 살아남기 위해서도 아니고, 시궁쥐처럼 복수를 위해서도 아닙니다. 단지 ‘친구’라는 이유 때문이죠.
 이 이유는 훗날 서술하겠지만 대략적으로 서술하자면 차원 전쟁 당시 상황이 너무 좋지 않았다, 정도로만 말씀드릴 수 있겠습니다.

 마지막으로 앞으로의 전개 방향입니다.
 당연하겠지만 이 검은양 위주의 스토리는 최소한 ‘재해복구본부’까지는 이어집니다. 하지만 재해복구본부 이후부터는 상술한 것처럼 오리지날 스토리로 이어질 예정입니다.
 또한 그 오리지날 스토리에서는 여러 가지 의문점들을 풀어나갈 예정이며, 무엇보다 ‘어비스’ 쪽의 서술이 보다 활발하게 이어질 것이라고 예상합니다.

 이상입니다. 11화, ‘애달프게, 상처받아’ 쉽게 상처받는 아이 上편을 읽어주셔서 다시 한 번 감사하다는 말씀을 드리고, 또한 다음 화는 또다른 제목을 단 채 쉽게 상처받는 아이 下편으로 찾아뵙겠습니다.
 11월이 시작되었으니, 다들 건강하시고, 따뜻하게 보내시기를 기원합니다.
2024-10-24 23:35:56에 보관된 게시물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