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설기념] 이리하여 그들의 설 보내기는 밤 늦도록 계속된다 B
Prile 2015-02-22 9
①오늘도 그의 주부생활은 고달프다
②여전히 그의 주부생활은 고달프기 그지없다
③더위는 그녀를 그의 주부생활처럼 고달프게 한다
④생각했던 대로, 그녀, 그들에게 더위는 변함없이 고달프다
[설기념] 이리하여 그들의 설 보내기는 밤 늦도록 계속된다 A
설 명절음식이라고 하면 뭐가 먼저 떠오를까.
잡채, 갈비찜, 전, 만두, 떡국. 여러모로 다양하지만 역시 떡국이 아닐까 한다. 옛날부터 설날에 이 떡국을 먹어야 제대로 한 살 먹는다는 소리가 있을 정도로 유명하다.
그런 명절 음식을 내가 해**다는 것만 뺀다면 정말 좋을텐데. ***.
"그건 그렇고, 국장님이랑 캐롤 언니까지 한복으로 갈아입으셨네요?"
"Yes, 다른 사람들이 다 한복입고 있는데 저희만 정장을 입고 있는 건 분위기 깨잖아요?"
"그런 셈이지."
캐롤 누나와 데이비드 국장님은 각자 가져온 한복으로 갈아입고는 쇼파에 앉아 다른 사람들과 TV를 보며 수다를 떨고 있었다.
캐롤 누나의 한복은 유리의 한복과 마찬가지로 가슴팍이 드러났지만 치마쪽은 유정이 누나와 비슷한 치마였고, 데이비드 국장님이 입은 한복은 어쩐지 제이 아저씨가 입은 한복과 비슷해보였다.
....비슷한 게 아니라 그냥 색만 다른 건가?
아니 그보다, 진짜 누가 한 명만이라도 도와주려는 시늉이라도 해주면 안 되냐? 내가 음식하는 게 당연하다는 듯이 앉아 있어 저 인간들이.
이런 내 마음을 아는지 모르는지.. 아니, 아마도 거의 백프로 모르겠지만. 데이비드 국장님은 가져온 가방에서 윷을 꺼내셨다.
"국장님 그거 윷이에요?"
"그렇네. 설에는 윷놀이를 해야하지 않겠나. 보아하니 오늘 하루종일 나가지도 않은 것 같은데."
"그, 그건 그렇지만.."
유정이 누나는 정곡을 찔렸는지 고개를 돌리며 볼을 긁적였다.
"그보다 이렇게 느긋히 있어도 되는 건가요? 도시 복원에 힘을 써야하는 게..."
슬비는 피해 입은 도시쪽이 마음에 걸렸는지 조심스레 데이비드 국장님에게 물었다.
"물론 그러면 좋긴 하지. 하지만 말이야.."
데이비드 국장님은 찻잔을 내려놓고는 잠시 생각에 잠기셨다.
"자네들은 아무리 유니온의 정식요원이라도 아직 고등학생이야. 아무리 우리 어른들이 자네같은 애들을 최전선에 싸우게 뒀다고 해도 이런 도시 복원에까지 힘을 쓰게하고 싶진 않네."
"그, 그래도.."
"싸우는 건 위상력이 있는 클로저들밖에 할 수 없지만, 복원을 하는 건 그렇지 않네. 위상력이 없어도, 평범한 사람들이라도 충분히 할 수 있는 일이야.
그러니 적어도 이런 일들은 어른들에게 맡겨줬으면 좋겠네. 그동안 자네들 같은 아이들은 애들답게 이 시간들을 소중히 해줬으면 해. 이런 젊을 때의 시간은 두번다시 돌아오지 않으니까."
슬비는 할 말이 없어졌는 지 조용히 다시 차를 마시기 시작했다.
뭐, 뭐야 이 분위기..
"하하, 미안하네. 이상한 분위기를 만들어서. 하지만 진심이란 걸 알아줬으면 좋겠군."
"....네, 알겠습니다."
데이비드 국장님은 살짝 미소를 지으며 내 쪽으로 몸을 돌리셨다.
"...뭐, 뭔가요."
"맛있는 냄새가 나길래 아직 멀었나 싶어서 말이지."
빠직.
"그렇게 빨리 드시고 싶으시면 조금이라도 도우시죠?"
"요리 쪽은 문외한이라서 말이야. 전문인 사람에게 맡기지."
"그럼 말이라도 마시던가요."
진짜 떡국 간 짜게 해버릴까. 오늘따라 되게 밉상이네.
"자, 그럼 음식 기다리는 동안 윷놀이라도 해볼까?"
"찬~성~!"
서유리 저게.. 가재는 게편이라더니..
"제이, 자네도 하지 그러나?"
"좋지. 그럼 한 판당 만원씩 걸고 할까?"
"Oh, No. 애들도 있는데 돈을 건다뇨."
"네? 돈 안 걸어요...?"
유리는 어디서 꺼내 온건지 오른손에는 내 지갑이 들려있었고 왼손에는 화투가 들려있었다. 잠깐만.. 뭐?
"야! 서유리! 그거 내 지갑이잖아!"
"괜찮아, 괜찮아~ 나 어렸을 때부터 할머니랑 아빠가 이런 거 하는 거 보면서 자라서 잘 하거든. 저번에 빌렸던 거에 이자까지 붙여서 따줄테니까 걱정 붙들어 매!"
"아니, 그게 문제가 아니잖아! 왜 내 돈이냐고! 걸거면 네 돈을 걸어, 네 돈을!"
거기다가 어째서 내가 지갑을 둔 곳을 알고 있는 건데. 스토커냐 너?
"뭐 어때~ 네 돈은 내 돈, 내 돈은 내 돈이지!"
"무슨 헛소리야! 너 앞으로 용돈 받기 싫냐?!"
"......."
유리는 용돈이란 말에 잠시 멈칫하더니, 이내 불쌍한 표정을 짓고는 나를 바라봤다.
하지마라. 그런 버려진 강아지같은 얼굴 짓지 말라고 진짜. 그런 표정 지어도 안 봐줄 거거든?
"세하야 한 판마아아안~"
"다시 도로 갖다놔."
"....깍쟁이.. 고양이 귀도 안 써주고.."
"그, 그게 뭔 상관이야! 됐으니까 도로 갖다 놓으라고!"
얘가 갑자기 그 얘긴 왜 꺼내?
"고양이 귀?"
"What?"
"거기 두 사람, 반응 안 해도 되거든요?"
유정이 누나와 캐롤 누나가 고양이 귀라는 소릴 듣고, 유리와 얼굴을 마주보고는 내 쪽을 쳐다보기 시작했다.
뭐야, 뭐! 그렇게 쳐다봐도 안 쓸 거라고! 안 써!
"어울리긴 하겠네."
"Yes, 귀여울 것 같네요."
"뭔 소리에요!"
무섭다.. 이 집안에 내 편은 하나도 없는 거 같다. 내가 뭘 잘못했길래..
"형! 혀엉!"
"..어,어?"
왼쪽에서 테인이가 내 옷깃을 잡아당기며 나를 불렀다. 그, 그래.. 얘만은 내 편이..
"여깄어요, 고양이 귀!"
...내 편은 개뿔이이이이이이이이! 이 집안에 내 편은 하나도 없어, 망할!
"....그걸 나한테 내미는 이유가 뭐야?"
"네? 그거야... 어울릴 거 같아서?"
"안 쓸거야! 게다가 안 어울려! 도로 갖다 놔!"
"으으... 아쉽네요."
제일 믿고 있던 애한테까지 배신당하다니.. 진짜 내가 뭔 짓을 했다고 이러냐.
"다 됐으니까 하나씩 날라요."
"오, 드디어다! 배고파 죽는 줄 알았어~!"
"그러게. 평소에는 빨리 만들더니."
그거야 입이 늘어났고, 니들이 하나도 안 도와주니까 그런 거 아냐.
"시끄럽고, 빨리 거실로 날라. 아저씨도 와서 좀 날라요!"
"뭐? 나도?"
그럼 아닐 줄 알았수?
"아저씨도 먹을 거 아니에요? 먹을 거면 빨리 날라요."
"나도 나르고 싶지만.. 요즘 허리가 안 좋아서 말이야.. 나중에 애들이 세배하면 그때 줄 세뱃돈을 마련하느라.."
"얌전히 앉아서 기다려주십쇼."
"그러지."
**.. 또 세뱃돈에 낚였어.. 이렇게 된 거 아주 뼛속까지 뜯어낼테다.
"떡국이라.. 오랜만에 먹어서 기대되는 군."
"Me too. 먹어본지가 꽤나 됐네요."
"난 되도록이면 먹고 싶지 않지만.."
"누나! 나이는 신경 쓰면 지는 거래요!"
"누, 누가 신경 쓴다는 거야! 것보다 누가 테인이 너한테 그런 말을 가르쳐줬어?"
"TV에서 나오던데요?"
보아하니 거실은 이야기 꽃으로 피어난 모양이다. 한 두차례 음식들을 가져다 놓자, 어느새 탁자에는 음식들이 가득 놓여졌다.
"어느 것 하나 맛있어 보이는 군."
"그거 고맙네요."
"Yes, 정말로 남자가 했다는 게 놀라울 정도에요."
"세하는 웬만한 음식은 다 할 수 있거든."
유정이 누나는 어깨를 들썩이며 자랑스럽다는 듯이 말했다. 왜 유정이 누나가 으쓱대시는 거죠. 뭐, 상관없지만서도..
"그리고 세하 요리는 다 맛있어요!"
"Oh, 저도 여러가지로 먹어보고 싶네요."
"..기회가 되면요."
그 기회가 올진 안 올진 모르겠지만.
C파트까지 갈 거 같은데 다 올리면 나중에 합쳐서 올리겠습니다.